-*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부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의 인터뷰 *-

오세훈전서울시장,5월,온가족이영국행!

유례없이서울시장선거재임에성공한남자,유례없이자진사퇴를할수밖에없었던남자.그리고서울시민,어쩌면전국민에게‘애증(?)’의대상이기도한남자.사퇴후에도항상관심대상1호인오세훈전서울시장의부인송현옥세종대교수를만났다.은퇴6개월,부부가보낸시간들과드디어구체적인윤곽이드러난그들의앞으로행보을알아본다.


오세훈전서울시장의부인송현옥세종대교수

조금다른정치인의아내.오세훈전서울시장의아내송현옥세종대교수는대중앞에잘나서지않는정치인의아내로유명하다.사람들앞에나서는것보다는본인의일을열심히하는것이남편을위한일이라믿기때문이다.실제로그녀는본인이몸담고있는연극연출분야에서두각을나타내고있다.자신의분야에열정을쏟느라다른일에신경쓸여유가없기도하다.남편의정계입문이후그녀가보여준행보는늘한결같았다.

그렇게조용한내조만해오던그녀가,남편오전시장의은퇴이후처음으로마련된인터뷰테이블에뚜벅뚜벅걸어들어왔다.오랜여행을끝낸자의후련한표정이다.소녀처럼생긴외모는여전한데,걸어오는모습에서어쩐지단단함이느껴진다.어떤이야기를나누어도괜찮을것같은분위기이다.

아직때가아니라며조심스러운태도를보이던그녀는연극연출가인자신의일에대한이야기를시작하자조금씩마음을열었다.그녀는최근주러한국문화원초청으로모스크바시내에있는루나극장에서<5분간의청혼>이라는작품을올렸다.320여석의극장에4백명이몰릴정도로성황이었다.연극에대한일반인들의애정이각별한러시아에서도흔치않은관심이었다.페스티벌에대한인사를먼저건네자,소녀같은표정으로휴대폰에저장된공연동영상을보여줬다.체코현지방송국에서직접편집해유튜브에올렸다는데영상은근사했다.여자주인공의연기를한참보다가감격스러운표정으로“우리딸”(무용을전공한딸주원씨가주인공을맡았다.)이라는설명을덧붙이는그녀에게서그날의감동이묻어났다.체코와러시아이야기로분위기를먼저풀고서야본격적인인터뷰가시작됐다.

혜화동정든공관나온심경은?
시민들에게죄송,광진구새거처마음에들어

먼저근황부터.송교수는오전시장이최근화백이되었다고말했다.그림에취미를붙였느냐물으니,‘화려한백수’의줄임말이란다.

“백수죠뭐.(웃음)잘지내고있어요.허리가많이아파서디스크수술을했고요.다행히경과가좋아서지금은등산도다니고자전거도탈수있을정도로많이회복했습니다.그리고제일좋아하는거,책많이읽고공부많이하고있어요.”

아쉬움이많은은퇴.오해도많고억측도많아억울한마음도컸을것같다고하니,그보다는죄송한마음이더크단다.이유를막론하고시장임기를끝까지채우지못한건죄송한일이기때문에,게다가민감한선거들이연이어있었기때문에더욱조용히지내왔다고.워낙겉으로표현하지않는오전시장이기에이번에도묵묵히현실을받아들였다고한다.

그러면송교수의입장에서는어땠을까.최초로재임에성공한시장이니,공관에서머물렀던시간도가장길었다.오전시장이야밖에서머문시간이훨씬많겠지만,안사람에게집은각별한공간이다.서운한마음도컸을터.

“공관이요?하나도안좋았어요.(웃음)공관이비교적크잖아요.지금은아파트에사는데,공관에비하면공간이많이작아졌죠.그런데가족이행복하려면집이콤팩트할수록좋은것같아요.이사한집은문을열면식구들이다보이니까좋아요.공관에있을땐,물론애들아빠가바빠서그랬을수도있지만,집이라는느낌은안들었거든요.지금은집을찾은느낌이에요.좋아요.”

이사한곳은광진구에위치한아파트다.이곳으로이사한이유는두가지.한강이보이고,송교수가근무하는학교와가까워서다.늦잠을자도5분동안화장하고5분동안달려가면될정도로지척이니이보다더좋을수없다.송교수는학교가가까워진편안함을알아버려서다른곳에는못갈것같다고했다.향후지역구진입을위해광진구를선택했다는말들역시지나친확대해석이었던셈이다.주부인지라집이야기가나오니할말이많아졌다.

“단독주택에살다가,아파트에살다가를반복하면서살아요.시집오기전까지만해도제인생에이사라는건없었거든요.그런데세어보니까평균2년에한번씩은이사를다녔더라고요.이사하는게힘들긴해도환경이변화하는재미는있어요.”

새로이사한집은오전시장도마음에들어한다.정치적으로같은생각을하든안하든(4·11총선결과통합민주당추미애의원이당선된지역이다)주민들도이들가족의입성을따뜻하게맞아줬다.


연말부터나돌던유학설의결론은?
빠르면5월2~3주,두딸과함께영국으로떠난다


지난연말,오전시장이스탠포드혹은중국으로유학을떠난다는보도가나왔었다.이내이번학기는입학을포기했다는소식도들렸다.유학설은없던일이되는것이냐물으니,최근에방향이정해졌다고한다.미국도중국도아닌,영국행이다.

“도대체언제가느냐,어디로가느냐많이들물으시는데,사실저도무엇이어떻게될지모르는상황에서어떻게대답을해요.어떤대답도해드릴수가없었죠.이제윤곽이잡혔어요.두딸과함께영국으로가게될것같습니다.오래있진않을거예요.가서좋으면오래있고,크게할일이없으면일찍들어오고요.”

송교수는올해마침안식년을보내는중이다.보통은안식년이시작되자마자연수를시작하는데,얼마전까지올린작품연출과박사과정학생들논문심사등마무리할일이남아서이제야떠나게되었다.영국으로목적지를정한것은송교수의영향이크다.영국켄트주에위치한로즈브루포드예술대학비지팅스컬리지과정입학허가를받은상태다.시간을많이낼수있다면비지팅교수로수업을맡아달라는제안을먼저받았지만,가족의상황이어떻게달라질지몰라일단수락하지는않았다.학교에대해추가적인설명을부탁하니,배우게리올드먼의출신학교로알려진예술학교라고한다.70개정도의프로덕션이운영중인유명한교육기관이다.

영국으로목적지를정하고나서나머지식구들도각자의자리에서준비중이다.마침두딸에게도영국은최적의장소다.무용가인큰딸은영국에서공연에대해전문적으로공부할예정이다.사회학을전공하고대기업에다니다가그만둔둘째딸역시영국에서새로운분야에도전한다.그리고마지막,오전시장은영국의국제관계등정치에대한각종포럼등에참석하며공부를이어간다.영국에서기반을다진다음,중국에서본격적으로유학을할예정이다.예전부터중국이유력한유학후보지였을정도로그는중국에관심이많다.

“일단계획은이런데,다음이어떻게될지는모를일이죠.저희는지금방랑자식사고를하고있는것같아요.시장직그만두고남편이‘2년정도는아무생각없이방랑의생활을하겠다’고했거든요.어디라도갈수있겠죠.그냥발길닿는대로살기로했어요.언제또이렇게살아보겠어요?(웃음)”

일정은빠르면5월둘째주나셋째주로생각하고있다.겨우한달정도남은시간인데부창부수라고,아직집도구해놓지않았다고한다.영국이라는것만정해졌지나머지준비는하나도하지않았다며유쾌하게웃는송교수는오전시장이이야기한‘방랑의생활’을벌써부터즐기고있는듯했다.


주민투표무산아쉽지만민심이천심
정치복귀계획아직없다

영국유학그리고중국행.구체적인일정이잡힌만큼오전시장이정치인으로서어떤모습으로복귀할것인지,다음행보에대한그림이궁금했다.본격적으로이야기를시작하기전,남편에게인터뷰허락을받았느냐고물었다.

“안그래도그런대화나눴어요.(웃음)남편은부담스러우니까아직은중국어공부열심히한다고만전해달래요.제가체코에가있는동안중국어시험을봤거든요.오자마자물어봤더니잘본거같다고하더라고요.근데문제가,리스닝에서는거의들렸는데리딩할때는독해시간이모자랐대요.(웃음)그러고있어요,우리.(웃음)”

가벼운이야기로화제를돌렸지만,민감한남편이야기라고답변을피하지는않았다.은퇴후수도없이들어온질문일것이다.
“지금은아무생각이없어요.물론속마음이어떤지까지는저한테말하지않은게있을수도있어요.그런데지금은없어요.사람인이상‘죽어도안해!’라는말은안해야죠.단정지을수있는일이얼마나되겠어요.생각도그렇게극적으로하지는않고요.이런것같아요.어쨌든많은국민이지지해주셨고,또그렇게시장을두번이나하면서나라의녹을먹었는데,그만뒀다고개인적인행복만을위해서살수만은없지않을까싶어요.”

정치를해야만나라를구하는일이아니며,어떤일을하든지나라를위한삶을살겠다는원칙은지키겠단다.꼭어떤직책을맡는것만이나라를위하는일이아니기때문이란다.오전시장이공부를선택한것도이런맥락이다.우물안에만머물지않고우물밖에서우물을보고싶은것이다.

“주민투표는,절대로인터넷에서떠도는것처럼다른마음이있어서는아니에요.대권에관심이있어서그런게아니라고선언하기도했고요.시장자리를걸만큼사안이중요하다고생각했고,주변에서‘너의희생이있어야한다’는여론도있었고,그런거였는데많이아쉽게됐죠.다른오해가없었으면하는게개인적인바람이에요.”

오전시장이송교수에게속마음을표현하는스타일은아니지만,남편의진정성을잘알기에안타까움도크다.그녀는정책토론이정치적으로흘러갔다는사실,이상론과현실론모두가있어야만나라가발전하는건데지나친이분법으로만흐르는현실이아쉬웠단다.

“잘모르지만그런것같아요.남편은복지가필요하지않다는게아니었잖아요.더필요한사람에게가야한다는거였죠.이상적으로는누구에게나똑같은복지를주는게당연하지만,현실적으로봤을때그게우선순위인가하는거잖아요.다만문제는우리나라가보편적복지를적용할정도의수준이되었냐는거예요.복지자체가나쁜건아니잖아요.남편은국민적인토론의장을마련해보고싶었던것같아요.그런데투표함자체를못열었잖아요.그건좀아쉽죠.”

조용하게이야기를나누던그녀의목소리에힘이들어갔다.아쉬움도그만큼크게전해졌다.한사람이바꿀수있는게많지않은데,그럼에도노력이많이부족했나…그녀는여전히생각이많다고했다.그러면서시간이가르쳐주는것밖에는어떻게할수없다는것을느꼈다고했다.그녀는한국사회의청사진에대해서도이야기를꺼냈다.남편이시장이된후,공무원들은굉장히희생해야하는사람들이라는사실을알았다.밥잘해주고매일청소해도티가안나는주부같단다.어쩌다가늦게와서빨래라도한번밀리면난리가나는것처럼,공무원도마찬가지란다.매스컴에서잘못됐다고하는건‘어떤’공무원일뿐,대부분의공무원들은시민혹은국민을위해희생하고있다고한다.주부들이가족을위해희생하듯이말이다.

“저는가까이에서그걸느껴왔어요.우리나라의앞날은밝아요.물이반컵있을때,어떤언론은물이반이나있다고하고,또어떤언론은물이반밖에없다고할수있죠.그건본인들의가치관이니까요.그런데물이반있는데,아예없다고하거나가득차있다고하는건안되죠.그런것같아요.있는그대로만봐줘도좋을것같아요.진짜그냥있는그대로만.”


말도많고탈도많은‘디자인서울’정책
아름다워진서울,전시행정에대한오해풀고파

말도많고탈도많았다.임기중에오전시장은‘디자인서울’을강조했다.한강예술섬,디자인서울,한강수변공원작업등을적극추진했고,이작업들은아직진행중이거나중단됐다.그러다보니그에대한평가는‘전시행정’이라는비난을피할수없었다.조금다행인것이있다면사람들의입에서“그래도서울이아름다워졌다”는말이종종나온다는것이다.

“서울이아름다워진건사실인것같아요.‘깨진유리창의법칙’이라고아세요?유리창하나깨진걸그대로두면범죄소굴까지될수도있다는거예요.뉴욕에서범죄를소탕할때제일먼저한일이지하철의낙서를지운일이었어요.지하철이깨끗해지니까범죄율이줄어든거예요.사람마음이그래요.깨끗하면침을못뱉죠.공간이주는좋은기운이있거든요.”

말도많고탈도많다.오전시장이진행했던사업들은앞으로도두고두고평가를받게될것이다.송교수는디자인서울정책에대해서는긍정적이었다.서울시민에게갈곳이생긴것은사실이니까.
“삶의질이잖아요.서울시민에게숨쉴수있는공간,가족간의행복을느낄수있는공간을주는것도복지라고생각해요.그런의미에서전시행정이라고볼수만은없죠.물론어떤관점에서보느냐에따라다른문제지만요.”

갑작스러운사퇴로진행하던프로젝트역시완성하지못한상태로멈췄다.아쉬운일이지만,당연한일이기도하다.애정을가지고가꾼공간에대한미련은없느냐물으니,그것까지관여할수는없다고한다.

“앞으로계속잘되겠죠.다음분들이더잘하시겠죠.반석위에또반석을올리고또올리고.한사람이다할수는없는거잖아요.다른사람은또다른걸하고,그렇게점점더좋아지는거죠.원래독재자가나아니면안된다는생각때문에독재를하잖아요.나아닌다른사람이더잘할수있는거고,내가미처못봤던걸볼수도있고요.”

정치하는사람도서로사랑했으면좋겠고,이분법에빠지지않으면좋겠단다.정치판이험하다는생각이들지않기를바란다는그녀의목소리에서진심이느껴졌다.


시장직을그만두고충전의시간을갖고있는오세훈전서울시장은
앞으로2년정도는자유로운시간을갖기로했다.

1%다른정치인의아내
가장사랑하는건연극연출가송현옥의삶

‘오세훈전시장의아내’라는수식어가늘붙어다니는송교수지만,연극연출분야에서는해외에서도인정받은실력파다.
“제가영국에가는이유가현지에있는분들과관계를맺어나가기위해서예요.이번에체코페스티벌에서도폴란드,독일,멕시코연출가들이제작품을좋아하셨어요.저는관객들과만나고관객들이좋아해주면그런보람으로사는데,관객들은제작품이재미는있지만어렵다고생각하시거든요.그에대한해석을저보다많이해주시는분을찾았던거죠.우리나라에서는선입견이큰것같아요.저한테는그게큰벽이었거든요.”

그녀는자신의진가를알아주는평론가를만나서감동을받았다는에피소드를전했다.그녀의눈이가장반짝거리는순간이었다.세계적인작가안톤체홉의극중한장면을시간속의시간으로푼작품인데,체홉을전공한한교수는“체홉에대한이야기가많이나오고있고,체홉에대한작품도100편이나넘게봤는데,이렇게시공간을넘은해석은처음본다”고극찬을했다고한다.그동안그녀가대중들에게수없이말을걸었지만아무에게도듣지못한답을그분께들은심정이라고했다.

“제가올설에무슨생각을했는지아세요?보통그날은올한해를생각하잖아요.저는제가언제까지새로운것을창작할수있을까,과연새로운영감이떠오를까,그런생각을했어요.그게제일큰두려움이거든요.런던에가는것도새로운것을볼수있을까하는생각에서가는거예요.”

그녀는이런사람이다.자신의길을뚜렷이걸어가며조용히남편을외조하는사람.자신의이야기를할때가장행복한사람이란다.
“행복해요.상황은급작스럽게변했지만요.이런이야기하면건방지다고할수도있고,저나남편이나봉사라고하면사람들이웃을수도있겠죠.권력을가지고봉사를한다니까요.그래요.권력이있었다는걸인정해요.

마음대로결정할수있는자리에있었고,큰그림을제시하면많은사람들이따라올수밖에없는위치에있었어요.하지만개인적인마음은봉사의마음이바탕에있었기때문에그게잘안됐다고해도대단히슬프거나실망스럽거나좌절을안겨주지는않았어요.그래서보통사람의삶으로돌아온거고요.반장한번하고나서다음에반장또못했다고못사는거아니잖아요.(웃음)”

-취재임언영기자/사진신승희/장소협찬유익한공간/여성조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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