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반리더에게 꼭 필요한 덕목 *-

등반리더에게꼭필요한덕목

고산등반의리드는통찰력,열정,소통능력,자금동원능력순
뛰어난등반리더는고박영석,유학재,조형규,엄홍길순으로꼽혀

히말라야원정에서대장의역할이란등반성패뿐만아니라대원들의안전을좌우할만큼막중하다.변화무쌍하고위험요소가많은히말라야에대해경험이없는사람이대장을맡는다면어떤결과가일어나리라는것은불을보듯뻔한일일것이다.또한대원운영을제대로못해등반이제대로이루어지지않거나심지어대장과대원간의갈등이심각해귀국후뒷말이무성한원정대도심심찮게나타난다.이역시대장이제역할을제대로해내지못했기에일어난일인것이다.

월간山은창간43주년을맞아‘등반리더특집’을기획하고,그에관한설문조사를실시했다.이번특집은히말라야등반50년의해를맞아그동안수많은원정대에참가했던산악인들을통해대장으로서원정대를이끌려면어느정도의덕목과능력을갖춰야하는지를파악해차후해외원정에나설산악인들에게도움을주고자함이다.

리더덕목중가장중요한것은통찰력

설문조사의첫번째질문인a항은등반리더의덕목에관해서였다.1)함부로대들수없게하는권위(카리스마),2)직접등반할줄아는등반능력,3)자기돈이든후원을받든등반자금을동원할수있는능력등11개항목중등반리더에게가장필요한덕목이어떤것인지순위를선정해보았다.또한두번째질문인b)항에서한국산악인중특히뛰어나다고평가받는등반리더5명을선정해보았다.

▲고박영석대장이강한카리스마와실천적리더십을발휘하며후배들과함께신루트를개척한에베레스트남서벽.
설문참가자는최소1회이상히말라야원정에참가한바있는산악인들로서,선정한100명중에서연락이가능한78명중51명에게회신을받았다.설문조사결과,a.등반리더에게필요한자질중특히중요하다고생각하는것세가지에서9)등반의전체과정을한눈으로파악해낼줄아는통찰력이가장중요하다고꼽혔다(19표).

통찰력을꼽은산악인들은등반루트를읽을줄아는눈,눈사태나빙탑붕괴와같은상황을미리피할줄아는판단력을지닌대장이라야대원들의안전등반을이끌뿐만아니라등정률도높다고말하고있다.

다이내믹부산원정대를이끌고지자체최초의8,000m급14좌완등에성공한홍보성(부경대OB)대장은대원들의능력과인성을잘파악할줄아는통찰력또한중요하다고말했다.홍대장은“사람마다타고난인성이다를뿐만아니라성장과정을통해형성된수행능력또한차이가크다”며“아무튼대원들을통솔할때에는단점을지적하기보다는장점을키워줄줄알아야원정이수월하고능률적으로진행될수있다”고경험담을얘기했다.홍보성대장은“대원들의인성을파악하기까지술자리를자주갖고함께잠잘기회도자주만들었다”며“부산팀의경우원정을여러차례나갔지만그때마다대원변동이별로없었기때문에다른큰원정대에비해신경쓸일이적었다”고말했다.

1993년초모랑마이후2011년마나슬루에이르기까지히말라야8,000m고봉원정에7차례나참가한바있는이정현(순천대OB)씨는“원정대가구성되기까지돈내놓는사람,돈만드는사람,그리고실제등반을펼치는사람등다양한사람들이등장하는데이모든사람들을잘조율하려면역시사람보는눈이있어야하고,원정등반중에는루트를잘살피고또기량과성격에따라조를짜서운영할줄알아야한다”며대장의통찰력의중요성에대해말했다.

대장이갖춰야할덕목2위는5번)어떻게든등정을이루어내겠다는열정과,6번)대원들의세세한점까지도파악해내는소통능력이각각17표로서2위로꼽혔다.설문응답자들은대장의의지가약하면작은일에도원정대전체가흔들릴뿐만아니라작은위험에도의지가꺾여등반을포기하게된다는것.또한소통능력이없으면대장이대원들의마음을읽지못할뿐더러대원들간의소통도원활치못해등반이순조롭게풀릴수없다고여러사람이지적했다.

▲2009년봄남서벽신루트로에베레스트정상에오른고박영석대장.그는설문조사에서최고의대장으로꼽혔다.

에베레스트를비롯해8,000m급4개봉등정자인김웅식(청주대OB·충북등산학교강사·8,000m급4개봉등정자)씨는“히말라야를등반한다는것은이세상에없는일을창조하는행위나다름없다”며“게다가히말라야등반은그어떤대가도없기때문에열정없이는이루기힘들다”고단언했다.그는“히말라야원정은등반뿐만아니라경비마련,직장,집안등시작부터수많은문제를헤쳐나가는과정”이라며“때문에원정대에속한모든대원이뜨거운열정을가지고있어야하며,대장은원정대전체의힘든일을헤쳐나가고,힘들어하거나부족한대원들을끌고나가려면역시뜨거운열정이있어야한다”고말한다.

“원정에서가장중요한것은대장과대원간의신뢰”

양손가락장애에도불구하고8,000m고봉6개를등정한김홍빈(광주송원대OB)씨는“원정을계획하고나면자금문제,대원선발문제등별별일이다일어나지만대원들에게원정을약속했다면끝까지밀어붙여야한다”며“그일을해낼수있는위치에있는사람이바로대장”이라말했다.김씨는“히말라야원정에나서면대장은힘들고위험한순간에솔선수범해야하는데,이역시열정이없다면불가능한일”이라했다.

48세적잖은나이에도히말라야14좌완등에대한꿈을꾸며오는6월중순K2원정에나서는김홍빈씨는“7대륙최고봉외에히말라야원정만해도11회나추진할수있었던것역시주변의도움과더불어꼭가겠다는열정때문이었다”며“그열정덕분에경험이많이쌓여이제는고산등반을자연스럽게받아들일수있게되었다”고말했다.

2003년8,000m14개고봉을완등한한왕용(신발끈여행사이사)씨는소통을중요한덕목으로꼽았다.그는“원정에서가장중요한것은대장과대원간의신뢰”라며“신뢰를위해서는무엇보다서로속을보이면서얘기를나누는소통이필요하다”고말한다.

“결단력이등반의안전과등정의성패도가른다”

50대나이에도고산거벽신루트등반에매진하고있는유학재(휠라스포트기술고문)대장은“과거군사문화에서비롯된강압과독선으로이끄는등반은사라져야한다”며대장과대원간의자연스런소통의중요성을강조했다.그는“대장과대원들간의소통과뉴스의소통은전혀다르다”며“매스컴을통해신적인존재로원정대를잘이끌었다고소문났더라도훗날그원정에참가했던대원들의입에서당시원정대장은형편없는사람이었다는얘기가나오기도한다”고예를들었다.

▲2008익스트림라이더메루피크북벽원정대.김세준대장은“대원들간의소통과끈끈한동료의식덕분에등반이성공적으로끝날수있었다”고자평했다.왼쪽부터김태만,조우영,김세준,왕준호,김형욱.

3)등반자금동원능력과8)신속한결정을내릴줄아는결단력이열정과소통능력의뒤를이어각각16표를획득했다.등반자금동원능력은원정의책임졌던대장들이주로꼽았다.

한국히말라야사상첫원정대인경희대다울라기리2봉정찰대박철암대장이원정을성사시키기위해자신의집을팔았듯이원정경비는예나지금이나원정에나서기위해해결해야할가장큰일일수밖에없다.히말라야14좌완등자들대부분이름이알려지기까지주변선후배들의도움을통해십시일반도와준돈으로히말라야원정을나서야했고,이후에도스폰서를찾아다니다보니스폰서눈치를보지않을수없었다는게경험자들의얘기다.

더욱이최근몇년새히말라야등반에대한사회의시각이많이평가절하되고,지난해박영석대장일행과김형일대장일행이사고를당하면서히말라야고산등반에대한회의가이는상황에서앞으로원정에나서는산악인들에게는원정경비를마련하는일이더욱어려운일일수밖에없을것이다.

결단력은원정성패를가르는중요한덕목으로꼽힌다.1994년안나푸르나남벽,1995년에베레스트남서벽,K2남남동릉한국초등에이어,2002년시샤팡마남서벽코리아하이웨이루트개척등8,000m고산거벽에기록적인등반을해내고촐라체북벽동계초등을이룩했으나하산길사고로손가락여럿을잃은박정헌씨는“결단력은등반의성패뿐만아니라대원들의안전에직결된매우중요한능력”이라며“좋은결단력은결국수많은경험에서비롯된다”고말한다.박씨는“히말라야원정중눈을만날적이많은데,이럴때등반을진행해야할지아니면기다려야할지잘판단해야하며,결국이러한판단에의한결단력이등반의안전뿐만아니라등정의성패도가른다”고말한다.

대장은미래위해후배양성도투자해야”

박정헌씨는“우리나라원정대의경우베이스캠프의원정대장과실제등반을운영하는등반대장의판단이합쳐져결단을내리거나혹은둘중한사람이결단을내리는데,등반에대한판단과결단은역시등반에임하는등반대장이내리는게맞다”고말한다.박씨는“그러나소규모알파인등반으로흐름바뀌어가는상황에서는대장과등반대장이다를수없다”며“소규모알파인등반에서대장의역할은더욱절대적”이라고강조했다.

2009년직지원정대를이끈바있는박연수(충북대OB)씨는2009년히운출리(6,441m)북벽등반에대해많은아쉬움을가지고있다.당시직지루트개척을목표로삼았던박대장은히말라야의여름우기가길어진다는사실을확인하고등반출발시기를늦추려했으나대원들의생각과다른등반대경험자의이야기를종합해8월27일출국했다.그러나박대장은베이스캠프에도착이후눈과비가계속돼좋은컨디션을유지할수없는상황에서주변봉우리등반을통해고소적응을마친대원들이컨디션이좋다는말을믿고출발시켰으나대원2명은9월25일실종되고말았다.박연수대장은“몬순이끝나기를기다렸다가출국했더라면좋은날씨에대원들이좋은컨디션을유지한상태에서등반에임하고,설벽의눈상태등,좀더나은자연환경에서안전하게등반할수있지않았을까싶다”고사고에대해가슴아파했다.

▲2008년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팀이등반한메루피크북벽,점선이‘하늘로가는길’이다.
이후등반리더에필요한자질중중요하다고생각되는것으로2)직접등반할줄아는등반능력(14표),11)어떤사고가일어나더라도회피하지않는책임감(13표),1)함부로대들수없게하는권위(5표),4)어지간한일에도당황하지않는배짱(4표),7)대원의실수에대한관대함(3표),10)중요한일이생겼을때한눈팔지않는집중력(2표)순으로꼽혔다.

질문의내용에서는조금벗어나지만바람직한원정대를위한의견도여럿있었다.파키스탄힌두쿠시산맥의가르무쉬(6,244m)알파인등반등히말라야에서좋은등반을여러차례해낸심권식(청죽산악회)씨는“히말라야원정대원이라면등반능력,책임감,강한정신력,체력,희생정신을갖춰야한다”고했다.2006년대전쟈일크럽초오유원정대에참가했던연현모씨는“원정등반은순수하고즐거워야하고어떠한명예나욕심혹은경쟁의대상이돼서는안된다”고말했다.

또한1996년인도의마나파르바트2봉,2006년가셔브룸1봉,그리고2010년에베레스트를등정한바있는조벽래(동아대OB)씨는“성공을위해베테랑몇명만데리고다니면성공확률은당연히높겠지만그렇다면다음세대는누가키울것인가?”라며“원정대장은미래를위한포석으로새로운대원으로서후배를양성하는데에도투자를해야한다”고말했다.

고박영석대장,열정과추진력타의추종불허

설문조사에서두번째질문인b항은‘한국산악인중특히뛰어난등반리더라고생각하는사람5명을순위대로거명하되,그사람의뛰어난점몇가지적어주십시오’였다.대상으로열거한34명의산악인은3인이상의대원으로구성된원정대를대장(혹은등반대장)으로서2회이상이끈경험이있는베테랑고산등반가들이다.

조사결과고박영석대장이압도적일만큼많은표(26표)를얻었고,이후유학재(필라스포트기술고문·12표),조형규(전경남연맹회장·11표),장봉완(한국등산학교교장·10표),엄홍길(엄홍길휴먼재단상임이사·10표)순으로꼽혔다.

고박영석(동국대OB·1963년생)씨는8,000m14좌와7대륙최고봉,3극점도보탐험에이어,2009년에베레스트남서벽에한국초등루트를내는데성공했으나지난해가을안나푸르나남벽신루트등반중후배두명과함께눈사태사고로운명을달리했다.

▲초모랑마와K2에서동료를위해몸을아끼지않는모습을보여준한왕용대장은등반리더의덕목중가장중요한것으로대원과의소통을꼽았다.

그는등반과탐험을위해태어난인간처럼열정적인등반을펼쳐온데다원정을기획하고꾸리고자마음먹으면어떤어려움이있어도원정을실행에옮기는능력(추진력)이타의추종을불허했고,카리스마가뛰어나면서도마음속에서의리와따뜻함을바탕으로대원들과호형호제하면서교감을나눌줄안다는점이높은점수를받았다.여기에원정대전체의흐름을한눈에꿰뚫고대원들을적재적소에운영하는능력도남달랐으며,등반능력도갖추고있어대원들과함께어렵고힘든등반에나서는실천적인리더역할을마지막까지해냈다는점등이높이기려졌다.또한박영석씨는등반을가고자하는산악인들에게지연과학연을가리지않고기회를제공해후진양성에도큰도움을준것으로평가받고있다.

유학재(51)씨는꾸준한등반과새로운등반방식,색다른응용력으로등반하면서원정때마다나이에관계없이체력과실력으로등반을선등하는모습을보인점,등반에대한열정과집중력이대단하고책임감이강하다는점,마음이따뜻하고산에대해순수한열정과유쾌함을가지고있다는점,후배들을위해노력한다는점등에서높은점수를얻었다.

’88-’89눕체동계초등,’92낭가파르바트한국초등,’95에베레스트남서벽한국초등원정대를이끌고,1999년가셔브룸2봉·2004년로체등정에성공한바있는조형규(63)대장은대원들각자의목소리에귀기울이며화합을우선시한다는점에서높은점수를받았다.또한아무리강한폭풍설에도흔들림없는판단력을갖추고원정을마친다음에는보고서를내는데에도최선을다한다는점등이높이사졌다.조대장은인간은삶의목표를세우고도전하는길에고난과시련은인생을더값지게만든다는철학을지닌산악인으로평가받고있기도하다.

장봉완(60)대장은1986년K2,1988년에베레스트등정등으로탄탄한고산등반능력을보여준등반가로서,대원들을사로잡는카리스마가타의추종을불허할만큼뛰어나면서도대원들과소통이잘이루어진다는점과등반중발생하는어떤일에도손발을걷어붙이고나서서솔선수범한다는점이높이사졌다.

▲2010년봄마나슬루등반중비박후추위에고통스런표정을짓는클라이머들.
또한엄홍길(52)대장은8,000m급14개거봉완등에이어8,000m급2개위성봉마저올라서는등반열정에대원들을이끄는카리스마를갖춘데다배짱과책임감뿐만아니라포용력이뛰어나다는점이높이사졌다.

또한홍보성(56·부경대OB)대장은과거경영인의길을걸었던경험을바탕으로합리적으로대원들을이끌고,추진력과과학적인데이터를바탕으로예리한판단력을지녔다는점,그리고대원들을흔들림없이통솔할수있는강력한카리스마를지녔다는점등에서평가를받았다.

김영도대장,히말라야원정의기초닦아준공로인정받아

’77에베레스트김영도(88·대한산악연맹고문)대장은우리나라히말라야원정에주춧돌이되어주었다는점과지금까지도대원들과끈끈한유대관계를지속하면서대원들이각자지역에서맏형역할을하게하고있다는점이높이기려졌다.

설문조사에서밝혔듯이뛰어난등반리더로선정된산악인중3명은인터뷰기사를통해그들이대장으로서겪었던일들을소개한다.단,두번째로꼽힌유학재씨는5월9일미국등반투어에나가있는상황이라네번째인엄홍길씨를소개한다.

글·한필석부국장대우/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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