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 리더는 욕심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

“산행리더는욕심을버릴줄알아야한다”

라인홀트메스너는8,000m14좌등반의목표를“살아서돌아오는것”이라했다.산악인장봉완(張奉完·60)은누구보다이말에충실한사람이다.그는1979년부터지금까지30여차례의고산원정에서살아돌아왔다.그중20여차례의원정은등반대장혹은부대장으로원정대를이끈리더였다.그는리더로원정대를이끌면서대원을잃었던적이한번도없다.20회넘게원정대를이끌면서대원을잃은적이없다는건눈에띄진않지만주목할만한성과다.

그렇다고그동안등반이수월한산을찾았던건아니다.1983년틸리초피크(7,134m)를동계등정했으며1984년아콩가구아(6,959m)를올랐다.1986년부대장으로K2(8,611m)를올랐고1988년에베레스트를등정했다.1989년안나푸르나원정대장,1991년시샤팡마-초오유등반대장,1992년낭가파르바트등반대장,1993년매킨리원정대장,1994년매킨리-헌터원정대장,1995년가셔브룸1봉원정대장,1996년옥주봉(6,178m)부대장,2000년남극빈슨매시프원정대장등소위험봉이라불리는어려운원정대의리더를맡아왔다.

장봉완대장은원정에서리더의역할로“모두의만족도가높아야한다”고말한다.등정을하면좋겠지만그보다대원간갈등이없어야한다는것이다.원정을가면높은고도에서장기간함께생활해야하기에대원간에갈등이생기는경우가많다.심지어누가밥을많이먹으면많이먹는게얄밉고,적게먹으면그게얄미운것이해외원정이다.리더는그런상황에서대원들사이에완충역할을잘해야한다는것이다.대원들성격을미리파악해서이럴땐달랠것인지,윽박지를것인지하는걸판단해야한다.

“같은산악회선후배와가면위계질서가있으니원정이편하거든요.근데저는전국의시도연맹에서선발된대원들이연합해서가는원정대를자주맡았어요.각연맹에서온사람들이다보니성격도강하고,개성도강해서대장역할이쉽지않았어요.그럴때항상하는말이‘남을배려하라’는거죠.물론저도남을배려하는건잘못하지만그걸계속세뇌시키는거예요.”

전국시도연맹에서연합으로가는원정대는위계질서를잡는것도쉽지않다.그는우선여권을다가져오라고해서나이순으로무조건형아우를정했다.이과정에서평소선후배사이가뒤바뀌기도했다.질서를지키기위해기존질서를무너뜨린것인데이런식으로너무강하게몰아붙인것이요즘생각해보면후회될때도있다고한다.그러나한명의대원이불화를일으키기시작하면그여파는원정전체를뒤흔들기때문에정방법이없을때는짐싸서홀로귀국시킨적도있다고한다.

그는리더의역할로솔선수범을꼽는다.그가등반대장이나부대장으로가면베이스캠프에만있지않고나서서등반을많이했다.직접가봐야현장상황파악이되고,그래야대원들에게합리적인지시를내릴수있다는것이다.산을오를때도위험한건선배가우선적으로해야후배들에게신뢰를얻을수있다.

1995년가셔브룸1봉을대장으로갔을때는2캠프에올라텐트를쳐놓고돌아오기도했다.고소적응이빠른사람이있고느린사람도있는데,그는비교적고소적응이빨라등반시간단축을위해홀로2캠프를구축하고내려왔다.그는“날씨가좋을때하나라도더옮겨두면등반이빨라진다”고설명한다.

이때고비를맞기도했는데눈사태가어찌나크게났는지봉우리를하나넘어1캠프까지덮쳤다고한다.평소눈사태안전지역이었기에예상치못했던상황이었으나6명의대원이두개의텐트에나눠들어가텐트채로나뒹굴며밀렸지만모두무사할수있었다.다만이때텐트안에서구르며손가락을다쳐이후부터는벽을오를수없게되었다.

‘정상올랐다’는무전받으면눈물이주르르

그는산악계에서카리스마가강한대장으로통한다.한번원정을가면모든대원들에게명령에절대복종할것을요구했으며냉철한결단력으로대원들을강력하게이끌었다.그는숱한원정등반에서대원들이살아돌아온원동력에대해“스스로를잘아는것”이라말한다.


“중요한건우리스스로를잘아는것입니다.아무리등반을잘하는최강의팀이라도운때가안맞으면안되는겁니다.산이받아주지않는다는생각이들면돌아서는것도중요합니다.하지만등산자체가일종의무리수이기에과감함이필요할때가있기도합니다.”

1992년낭가파르바트원정은그에게산이받아주지않는등반이었다.고정로프를고생고생해서다깔았으나정작그줄을잡고다른팀은올라가는데그의원정대는못갔다.무전기5대를주문했는데4대밖에없어소통에문제가있어캠프간고생했다.4캠프에서설맹에걸린대원을구조해서겨우3캠프에데려다놓고다시정상을향해가니위에있던대원들이등반못하겠다고내려와서함께3캠프로왔다.3캠프에선인계한인원들이아직도하산을못하고있었다.그사이장씨의발은동상으로까맣게변했고베이스캠프에와선다섯명이링거꽂고눕게되었다.이후낙석을맞은대원한명이추가되었고얼마안가쓰레기를태우다함께넣은건전지가폭발해화상입은대원이생겼다.

정상을앞에두고후퇴를결정할때는대장으로서정말힘들다

“냉정하게돌이켜봐서산과우리를파악한다음,승산이없다고보이면바로물러섭니다.후퇴명령을내리면대원들중에는갈수있다고우기는경우도있지만설득해서내려오게합니다.저라고속이안쓰리겠습니까.막대한스폰서받고온거랑도와준지인들의얼굴이계속떠오르니속이쓰리죠.하지만생사를건문제이기에더이상의고민은없습니다.”

막상정상에올라서면감격해서눈물이나는경우는없다고한다.허기와고통만이느껴지고어떻게안전하게내려갈것인가를걱정한다고한다.반면대장으로베이스캠프에서등정소식을무전으로들을땐감격스럽다.

“정상을직접올랐을때는아무생각없지만‘정상입니다!’무전을받을땐그냥눈물이주르륵흐릅니다.아마나뿐아니라대장을해본사람은다그런경험이있을거예요.대장에겐등반보다어려운일이얼마나많습니까.”

그의원정에서대원이한명도죽지않았던데는철저한훈련의힘이크다.그는경험으로산의위험을알기에이에대응하는구체적인훈련을한다.가령겨울한라산강풍심한곳에서텐트치기,장갑끼고아이젠끼고벗기,12발아이젠신고설악산비선대에서대청봉올라가기등등사고를미연에방지하기위해이성이아닌본능으로대처하도록끝없이훈련을한다.또한모든원정은정보를공유해야하며사고가났을수록더공유해서향후사고를예방하는척도로해야한다는게그의생각이다.

그는손가락,발가락하나라도다치면이후등반을못할수있으니대원들의몸관리도리더가신경써야한다고말한다.돈이좀들더라도카트만두에체류할때는음료수를먹게하고음식을조심시켜대원들이좋은컨디션을유지하도록한다.예초에원정의자금을분류할때이런배분에주의해야한다는것이다.

그는“해외원정에서사고는없을수없지만운이좋아서사고가없었다”고한다.그러나그가대장으로원정을갔을때는거의등정을못했다고한다.“등정에는운이작용한다”는것이그의말이다.아무리막강한팀을꾸려가도날씨나모든제반여건이안되서등정을못하고등정가능성이낮았던어설픈팀은등정하기도하는것이원정이라고한다.

“원정가면100%자기능력을발휘하는사람이있고20%밖에발휘못하는사람이있어요.그걸다녀와서얘기하면그사람은위축이되고,점점원정갈기회가줄어들게되요.그래서다녀와서누가잘했고누가못했고하는이야기는못하게하죠.똑같이자기역할을한걸로치죠.”

대장은대원들의가족을알아두는것이좋다고말한다.외아들인지,결혼했는지,자녀가몇살인지하는걸알고있어야한다.대원모두귀한자식이지만위험지역을통과해야할경우아무래도외아들이고자녀가2~3세이면확보된상태에서뒤에오도록명령한다.대장은그런부분까지신경써야한다는것이다.또꿈자리가사나운대원은그날등반에서빼주기도한다.

외아들에어린자녀있으면뒤에서오라고해

원정을다녀오면그는무엇이잘못되었는지복기를한다.그러나대원들의기량을평가하지는않는다.그는리더는인기를좇기보다는자기철학이있어야한다고말한다.그철학이섰다면원정대를그철학대로끌고가면된다는것이다.그가수많은원정에서대원들을다치지않고돌아오게할수있었던건그의등반경험이크게작용했다.

1979년과1980년알프스등반과1983년틸리초피크등반이이후모든등반에영향을미칠정도로큰경험이되었다.당시어찌나고생을많이하고죽을고비를넘겼는지“죽지못해살아왔다”고지금도회상한다.

그는리더는많이알아야한다고얘기한다.식량,장비,의료,수송등대원들의직책을알아야원정대가제대로운영되고있는지알수있다.애초에대상지가정해지면분석을통해대상지에맞도록모든걸대장이맞춰야한다.지구력을요하는산이면그에맞는대원을선발하고,테크닉을요하면그에맞게뽑는것이다.루트에따라어떤위험이있는지하는변수까지모두염두에두고있어야한다는것이다.그런상세한정보를알고있어야대원들이대장을믿고따르게된다.이런과정을훈련으로반복해대원들간에신뢰가쌓이도록해야한다.

▲1988년에베레스트정상에선장봉완.당시부대장이었다.

원정대의리더는셰르파와포터를합리적으로운영하는것도중요하다.1986년K2를갈때는셰르파와포터수가300명에이르기도했다.현지인그룹별로대원한명씩담당하게해분쟁을줄이고그래도문제가있을땐대장이사다(셰르파의리더)와이야기해해결한다는것이다.

원정이잘되려면무엇보다서로즐겨야한다고말한다.고통스럽고괴로운상황을맞닥뜨릴수밖에없는것이원정등반이며그런상황에서대원들이고통을즐기도록자연스럽게인식시켜줘야한다.그역시원정에서숱한생사의갈림길을건넜다.“살아만돌아간다면남을위한삶을살겠다”고다짐하며신에게기도하기도했다.

1990년대말부터그는원정등반일선에서물러나등산교육에힘쓰고있으며현재한국등산학교장을맡고있다.히말라야는기억속에있다.가끔“산에서의지독한고통과무서움이그리울때가있다.산에서는힘들었던것도추억이된다.그게산의매력”이라고한다.

리더는욕심을버릴줄알아야

리더는욕심을버릴줄알아야한다고그는얘기한다.대장이지나치게등정욕심을내면원정대가흔들릴수있다.1996년중국충모강리-옥주봉을갔을때는입산료만20만달러였기에등정을해야한다는생각이컸다고한다.당시그는마지막캠프까지길을뚫었고정상은대원들을올려보내등정에성공했다.원정에서돌아오면버너·텐트같은공용장비가남는데다대원들에게준다고한다.

심지어그는개인버너와텐트가없다.그에게장비를빌리러왔다가그가없다고하면사람들이믿지않는다고한다.대신필요할때대원들에게얘기하면바로가져다준다는것이다.그는“좋은장비를보면욕심나지만대장으로서절제가필요하다”고얘기한다.그렇게버린욕심은나중에자신에게복이되어돌아온다는것이그의지론이다.
20회가넘는해외원정에서대원을한번도잃지않았던장봉완대장.그것은우연이아니었다.“대장으로간원정에서많은등정을이루지는못했다”고말하지만,눈앞에있는정상보다그가더중요시여겼던것은대원들과가족들을헤아리는마음이었다.그가웃으며말한다.“대장을맡으면대원이살아있다는게제일고맙죠.”

-글·신준범조선일보기자/사진·염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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