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소통하는 공간감각 *-

자연과소통하는우리선조의공간감각

바람을벗삼아,햇빛을벗삼아

현대에사는우리는전통한옥의아름다움과그건물주인의생활철학을느끼는데한계를느끼곤했다.하지만동호정(東湖亭,경상남도문화재자료제381호)은다르다.동호정은주변수목과의어울림을강조한정자이다.또한군자정은(경상남도문화재자료제380호)은계곡아래에위치한정자로,계곡물에의해수만년간깎여반질반질한반석위에많은물이고이고,그사이에는햇빛이반사되어반짝이는계곡물이흐르는모습을감상할수있는곳이다.이정자는은닉이라기보다는선비들의기상과호연지기를배울수있는멋진경관을가지고있으며,화려한단청이그려진정자건물이다.이런정자에앉아흘러가는바위사이를스치는물결을보면,잠시나마복잡한세상사를잊고평안한마음을느낄수있다.이계곡을보며시를읊고피리를불며자연을벗삼아즐기던선비들의모습이눈앞에보이는듯하고금방이라도차를함께하자고손짓할것만같다.

가까운일본이나주변나라의정원건축과우리의정원건축을비교해보면,다른나라정원건축의특징은인위적인연못을만들고그곳에인공적인구조물을만들어자연을지배하려는마음이묻어있다.우리조상은자연에서태어나자연으로돌아가는것을세상의이치로생각하였기때문에,자연을거스르기보다는어머니의품처럼안기고자하였다.이러한생각의결과물이한옥이라는보금자리를탄생시키게되었다.

우리조상은건물을지을때자연의이치를인간철학이담긴건물의모습으로표현했다.그예가담양의식영정이다.식영정을지은유래는다음과같이전한다.옛날중국선비중그림자에대한갈등으로고민하던사람이있었다고한다.그는매일움직일때마다자신의몸에붙어다니는그림자(인간의번뇌와고민)를자신과분리시키고싶었으나아무리해도떨어지질않았다.그러던어느날선비가나무아래그늘로몸을숨기니그림자가사라졌다.서하당김성원선생은이이야기에서진리를얻고사계절그림자가드는소나무숲속에그림자가쉬어가는뜻을두어식영정이라는정자를지었다고하며,사계절내내그림자가들지않도록소나무숲속에자리를마련했다고한다.이와같이우주의섭리와자연의순리가함께하면어려운번뇌로부터심신이자유로워질수있다는철학을우리한옥을통해배울수있다.

열린공간으로사람을맞다

한옥이자연과함께호흡하고있음은공간구성에서도찾아볼수있다.한옥의배치구조를들여다보면자연을벗삼아어울리고자했던우리조상의지혜를엿볼수있다.대부분의주거용공간은태양의흐름에맞춰동남향을바라보고장방형으로배치했으며,산을등지고남쪽으로는전망이트인곳을명당으로선택했다.지붕끝에는처마를만들었는데,이때문에태양고도가높은여름에는한낮의뜨거운햇볕이방안에들지않아시원하며겨울에는낮게비치는햇볕이방안깊숙이들어와일조량이적은시기에공기를데워준다.창호지에비친햇살은기나긴겨울을쾌적하게하는중요한역할을한다.또뒷건물은앞건물보다기단을높게만들어태양고도가낮은겨울에집안가득햇볕이들게끔했다.이밖에도한옥은온돌을이용한겨울공간과대청마루를이용한여름공간이하나의공간에서조화를이루는점도매력이다.온돌은중국의‘캉’이나일본의‘다다미たたみ’와는큰차이가있다.

한옥의부드러운지붕선이만들어질수있었던데에는특별한이유가있다.좌우용마루(지붕가운데부분에있는가장높은수평마루)위에새끼줄을걸고하룻밤동안이슬을맞아늘어진새끼줄곡선을용마루선으로만들기에자연을닮은지붕선이나타난다.이모습은마을뒷산의형상과도닮아있는데,때문에자연과집이한데어우러진느낌이든다.일본건축은지붕선에직선을사용하고,사용하는나무들도인공적으로조각하여반듯함을표현한다.중국은하늘을공격할것처럼강하게표현하고,그위에어마어마한기와장식을사용하여자연을초월하고자하는의도가드러난다.

우리나라의한옥은최소한의부분만인위적인가공을하고,경사진곳이라해도자연지형을거스르지않고그대로짓는다.자연스러움을최고의아름다움으로추구하기때문이다.그러다보니집을두르고있는담장은그높이가제각각인데사실담장은‘내집’을구분하기위한공간분리의역할보다는집전체를아늑하게감싸면서건물외의공간으로장독대와텃밭을만들어건물과조화를이루게하는역할이더크다.한옥에서는마당을외부공간이아닌지붕이없는내부공간으로여기는데,이는건물내부에서할수없는추수,잔치,음식준비등을마당에서모두해결했기때문이다.

자연을거스르지않고새로운문화를만들다

우리조상이강조한자연과의소통은바람과햇볕이드나들던창에있다.거창정온선생고택의내루(안쪽에있는보루)전면2분합넉살무늬불발기창은가운데‘아亞’자창틀이너무나잘어울린다.여름에는삼면의창문을들어올려누마루가되고,날씨가싸늘해지는계절에는문이곧벽이되는묘미가나타난다.창문을들어천장에걸면자연스레마당한가운데기둥만지붕을받치고서있는오픈공간이된다.

사랑채마당에는화단을꾸미고좌우담장아래에각각화단을만들어다양한나무와꽃을골고루심고괴석으로장식해사계절자연의변화를느낄수있도록꾸며놓았다.마루에앉아있노라면,사랑내루앞에화단의분홍색철쭉과붉은장미가피고,아름다운꽃나무사이로보이는사랑마당은무릉도원처럼보인다.

이처럼전통한옥의문은움직임과분리가가능해자연스럽게공간을구분하고연출할수있다.눈썹지붕을매달기위해반칸나간지붕을받치는기둥과그안에둥지처럼품은내루를매달았는데,이는내루안에들어오는햇살과비바람을조절하기위함이다.거주자에게쾌적한환경을제공하고자하는뜻이느껴진다.그야말로한옥의멋과기능성을조화시킨발상은예술적극치를보여준다.

건재고택은자연의이치를건축에응용한사례가매우돋보인다.먼저설화산계곡의맑은물이북쪽담장아래로흘러들어와우물가물과합류하고,사랑담장아래로흘러신선이노닐듯아름다운정원연못에다다른다.연못에다다른계곡물은정자에앉은주인에게자신을마음껏보여준후,앙증맞은인공폭포를지나사랑바깥마당담장아래를지나다음집으로흘러들어간다.물을통해자연을이용하고이웃과함께하는아름다움의심성적표현이다.이마을상류주택은이처럼물을유입해연못을조성하고아울러화재를대비했다.한옥이화재에약한것을알고대비책으로물을항상가까이있게함으로써화재예방까지염두에둔조상들의지혜에감탄또감탄할뿐이다.이처럼우리조상은자연의이치를어느것하나거스르지않고함께나누면서적절한고집과조화로새로운문화를만들었다.

최근에는우리전통공예의기법에심취하여한국으로공부를하러오는외국사람들도많아졌고,특히건축에서도전통한옥의설계아이디어를배우고자많은사람들이대한민국으로찾아오고있다.전통한옥마당과후원의자유로운여유공간연출,용도에따른절제된생활공간,서원건축과향교건축과같이절제된규율과예절이담긴건축등이매력으로보인다고한다.

-글·사진·서정호공주대학교문화재보존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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