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義)를밝힌다는뜻을가진창의문을설명할때빠지지않는것이광해군을용상(龍床)에서끌어내렸던인조반정이다.반정때쿠데타군이문을부수고도성에난입한곳이바로이곳이기때문이다.당시이문이뚫리지않았다면인조의잘못된외교적판단으로인해촉발된정묘호란과병자혼란같은큰난리도피할수있지않았을까?역사에있어‘만약에그랬다면’이라는표현만큼어울리지않는것도없지만인조반정의공신52명이적힌편액을문루에달고있는창의문을볼때마다그생각이나는것은어쩔수없다.예나지금이나위정자들의역할은너무나크고넓다.
인조반정당시의공신이름이적힌검은현판이걸린문루에는최근들어사람의출입을통제하기위해적외선감지기를설치했다.문루안으로사람이들어가려할때마다인상이찌푸려지는경고음을뿜어내므로밖에서고개를숙여야이편액을볼수있다.
이곳에사람의출입을막는것은창의문이그만큼역사적으로중요한유적이라는뜻이기도하다.현재남아있는사소문(창의문,혜화문,광희문)중에서유일하게정면4칸과측면2칸의우진각지붕문루가옛것그대로남아있다.창의문바깥으로향하면부암동길을지나‘비밀의정원’이라일컬어지는백사실계곡도갈수있다.백사실계곡은이연재마지막번외편에잠시소개하도록하고본래갈길인북악산성곽을안내한다.
창의문오른쪽계단을올라창의문안내소를지나면정상까지계단으로이어진북악산성곽구간이다.북악산지역은1968년1월21일에있었던1·21사태이후일반인출입이통제된금단의땅이었다.그러다2007년4월5일식목일을맞아성곽길을따라걷는길이전면개방되면서도성에서가장수려한산수를감상할수있게되었다.지금도창의문안내소에신분증을제시하고신원조회를거친후탐방표찰을받아야출입할수있을정도로조금은까다로운단계를거쳐야한다.
또한초소나경비시설이사진에찍혀서는안되기때문에곳곳에서이에대한제지를받을수있으니주의하자.서슬퍼런경계의눈빛을뚫고내딛는걸음임에도눈에박히는풍광은눈부시게아름답다.홍제천물길에서솟기시작한인왕산능선이넘실대며봉긋솟은모습과그정상에서구불거리며타고내리는서울성곽.여기에멀리북한산연봉이말떼가질주하듯출렁거리며보현봉을향해달려간다.이광경을햇빛좋은날바라보면서울을사랑하지않을수없게될것이다.
계단으로만이어진길이지만지루할틈없이스펙터클하게펼쳐지는자연풍경은외국의유명관광지조차부럽지않다.서울한양도성을순성할때마다느끼는것이지만대한민국수도서울의산세와지세,그리고그에걸맞은생태조건은세계최고의반열에올라있다.다만우리가그것을간과할뿐,마치보이지않는공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