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양도성 걷기 [3] *–

서울한양도성걷기③]정도전의눈으로한양을내려보다

창의문~북악산~숙정문~혜화문4.7㎞
▲한양을도성으로천거했던정도전은600년후이런모습을상상이나했을까.
창의문인조반정의분기점을넘던역사의장소

구간의시작점인창의문(彰義門)으로가려면그앞까지가는버스를타고자하문고개정류장에서내리면된다.지하철3호선경복궁역4번출구를나와청와대방면으로길을잡으면무궁화동산을지나20분만에창의문에도착할수있다.

▲1‘서울에이런곳이있다니…….’도심에묻혀있다보면이런운치는까맣게잊고만다./2튼튼하기그지없는서울성곽!왜이런단단한성곽을두고조선의임금들은그리쉽게몽진을결정했을까.

의(義)를밝힌다는뜻을가진창의문을설명할때빠지지않는것이광해군을용상(龍床)에서끌어내렸던인조반정이다.반정때쿠데타군이문을부수고도성에난입한곳이바로이곳이기때문이다.당시이문이뚫리지않았다면인조의잘못된외교적판단으로인해촉발된정묘호란과병자혼란같은큰난리도피할수있지않았을까?역사에있어‘만약에그랬다면’이라는표현만큼어울리지않는것도없지만인조반정의공신52명이적힌편액을문루에달고있는창의문을볼때마다그생각이나는것은어쩔수없다.예나지금이나위정자들의역할은너무나크고넓다.

인조반정당시의공신이름이적힌검은현판이걸린문루에는최근들어사람의출입을통제하기위해적외선감지기를설치했다.문루안으로사람이들어가려할때마다인상이찌푸려지는경고음을뿜어내므로밖에서고개를숙여야이편액을볼수있다.

▲1인조반정당시반란군이문을부수고도성으로난입했다는창의문에서이번코스를시작한다./2북악산성곽길은신분증을제시하고문화유산탐방표찰을받아야입장할수있다.

이곳에사람의출입을막는것은창의문이그만큼역사적으로중요한유적이라는뜻이기도하다.현재남아있는사소문(창의문,혜화문,광희문)중에서유일하게정면4칸과측면2칸의우진각지붕문루가옛것그대로남아있다.창의문바깥으로향하면부암동길을지나‘비밀의정원’이라일컬어지는백사실계곡도갈수있다.백사실계곡은이연재마지막번외편에잠시소개하도록하고본래갈길인북악산성곽을안내한다.

창의문오른쪽계단을올라창의문안내소를지나면정상까지계단으로이어진북악산성곽구간이다.북악산지역은1968년1월21일에있었던1·21사태이후일반인출입이통제된금단의땅이었다.그러다2007년4월5일식목일을맞아성곽길을따라걷는길이전면개방되면서도성에서가장수려한산수를감상할수있게되었다.지금도창의문안내소에신분증을제시하고신원조회를거친후탐방표찰을받아야출입할수있을정도로조금은까다로운단계를거쳐야한다.

또한초소나경비시설이사진에찍혀서는안되기때문에곳곳에서이에대한제지를받을수있으니주의하자.서슬퍼런경계의눈빛을뚫고내딛는걸음임에도눈에박히는풍광은눈부시게아름답다.홍제천물길에서솟기시작한인왕산능선이넘실대며봉긋솟은모습과그정상에서구불거리며타고내리는서울성곽.여기에멀리북한산연봉이말떼가질주하듯출렁거리며보현봉을향해달려간다.이광경을햇빛좋은날바라보면서울을사랑하지않을수없게될것이다.

계단으로만이어진길이지만지루할틈없이스펙터클하게펼쳐지는자연풍경은외국의유명관광지조차부럽지않다.서울한양도성을순성할때마다느끼는것이지만대한민국수도서울의산세와지세,그리고그에걸맞은생태조건은세계최고의반열에올라있다.다만우리가그것을간과할뿐,마치보이지않는공기처럼.

백악마루~숙정문
▲서울성곽길2구간*일러스트제공및저작권자:(사)한국의길과문화www.tnc.or.kr-(사)한국의길과문화홈페이지자료실에서‘서울한양도성걷기’소책자PDF를국·영·일문으로다운로드받을수있습니다.

남주작,북현무,우백호의우뚝선모습장대하도다!

돌고래쉼터를지나백악마루에오르면비로소경복궁일대와광화문이한눈에조망된다.N타워를촛대처럼꽂은남산이생크림케이크처럼봉긋솟았고,그너머불의기운이뜨겁게흘러넘친다는관악산이활활불타오르는형상으로서울의경계를화기로둘렀다.도미노의블록처럼네모나게솟아난빌딩들은주저앉는방법을찾지못해할수없이서있는사람마냥피곤해보인다.

쉼터로조성된청운대를지나면잠시성곽바깥쪽으로넘어서길을걷게된다.여기서는성곽의체성부분에해당하는곳들을면밀히살펴볼수있다.각시대별축조방법도확연히드러난다.높다란성벽을끼고걸으며‘이렇게튼튼한성곽을지어두고왜전쟁만나면임금은서둘러몽진을떠났을까’하는생각을해본다.

▲조선왕실이사랑했던소나무가걷는내내곳곳에서걷는이들을반긴다.

길을좀더걷다다시성곽안으로들어오면곧왼쪽으로‘곡장’이라는곳으로갔다올수있다고방향이정표가가리킨다.갔다가다시돌아와야하지만곡장에서만볼수있는수려한풍광이백악마루의그것보다한수위이므로꼭가보도록한다.곡장이란성을방어하기위해바깥으로돌출시켜서만든성곽으로둥그런곡선을이루고있는것은곡장(曲墻)혹은곡성(曲城)이라고부르고,네모나게각을이룬것은치성(雉城)이라한다.

곡장을지난이후로는완만한내리막을이룬다.내리막역시계단이많은편이므로무릎이좋지않은이는스틱을효과적으로사용하는것이좋겠다.곡장을지난지얼마되지않아서울한양도성의북쪽대문인숙정문(肅靖門)문루로들어서게된다.숙정문이대문이기는하지만산속에있는탓에실질적인문의역할을한것은아니었고,음양오행에따른전각과문의배치에따라지어진상징적인문이었다.

▲혜화문의홍예.주변에새가많아서그피해를줄이기위해봉황을그려넣었다고한다.

숙정문은음의기운이강해이문을열어놓으면장안부녀자들이바람이난다고하여문을닫아두는것이다반사였다.그러다가뭄이들면이문을열고숭례문을닫았으며,비가너무많이내리면숙정문을닫았다고한다.그랬거나말았거나지금숙정문문루에서바라보는북악스카이웨이방면의풍만한숲은한동안눈길을잡아끈채놓아주질않는다.풍요로운숲안에섬처럼떠있는삼청각과북악스카이웨이팔각정은전통건축양식이어떻게자연과조화를이루는지를교과서처럼보여준다.

숙정문~와룡공원~혜화문

아,아파라!석축사이에낀성돌들

다시성곽을따라도성안쪽을걸으면말바위쉼터를지나고곧바로말바위안내소에서창의문에서받았던탐방표찰을반납한다.이곳에식수대와화장실등이있으므로잠시쉬어가도좋겠다.10분정도더걸으면성곽밖으로나갈수있는나무계단이있다.성곽길을계속이으려면와룡공원방향으로가야하는데오래전부터방향안내판이이상하게서있어서헷갈리기쉽다.일단나무데크계단을이용해성곽밖으로나와걷는다.

지금부터10분간걸을성곽길은서울한양도성전구간을통틀어가장운치있는길이다.인위적인느낌없이온전히숲속으로난흙길에서성벽을길벗삼아걷는이잠시동안의낭만은느릿느릿팔자걸음으로즐겨도좋을것이다.성북동에서서울성곽을끼고조성된와룡공원을만나면성곽탐방로는다시성곽안쪽으로들어와서이어진다.

▲1서울도성의북대문인숙정문.산속에있던탓에정상적인문의역할을하지는못했다./2숙정문에서바라본북악스카이웨이방면의봄풍경./3북한산연봉의위용을바라보며가는재미가쏠쏠하다./4와룡공원은수수꽃다리를비롯해철쭉,연산홍등다양한관목과활엽수가있어늘싱그러움이넘친다.

와룡공원에서바라보는성북동은남향의부촌과북향의빈촌으로극명하게갈린다.북향의경우성곽에가까이기대어자리를잡았기때문에바짝다가와있고,부유한마을은멀리아득하게자기들만의영토를지킨다.수수꽃다리가만개하는계절에걸으면더욱좋을와룡공원의끝은서로원조임을주장하는왕돈가스집들이경쟁하는곳이다.진짜원조인금왕돈가스는성북동수현산방부근으로이미오래전에이사갔고,그아류들이원조를자처하고있다.

아무튼가야할방향은서울왕돈가스오른쪽골목이다.이길로접어들어오른쪽을보면학교담장밑석축기단으로서울성곽의성돌이사용되었음을알수있다.소중히보존해야할문화재가이리함부로쓰였다는것이가슴아프지만혜화문까지가는내내이러한현상은목격된다.심지어혜화문부근의서울시장공관도여러논란속에서울성곽위에오래전부터자리를잡았다.이것이문제가되어공관이전을추진하고있지만여러가지여건이맞지않아조금씩연기되고있다.이코스의종착점인혜화문은높다란석축의서울시장공관옆에자리한다.다음호에는혜화문을출발해좌청룡에해당하는낙산을지나흥인지문을거쳐광희문까지닿는길을소개하겠다.

▲서울성곽길을가며바라본남산방면의서울.경복궁의건물배치도한눈에들어온다.
글·사진/윤문기걷기여행작가,(사)한국의길과문화사무처장,-

—-———월간산6————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