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낭파라 라운드 트레킹 (1) *-

[네팔트레킹]

쿰부히말과롤왈링히말의조망대고쿄리,낭파라라운드트레킹

한국최고의고산등반가중한사람으로손꼽히는김창호씨가네팔로신혼여행을다녀왔다.오로지고산등반만을위해드나들었던네팔쿰부히말,롤왈링히말등지를아내와더불어보름간돌아보았다.수많은등반을통해쌓아온그의네팔에대한식견은남다를것인즉,그의네팔트레킹얘기를들어본다.<편집자주>

▲쿰부히말의두드코시계곡원두에는히말라야에한국인이첫진출한1962년이래세계초등정의꿈을이룬고줌바캉(7,806m)이있다.이를시발로지금까지한국은7,000m급8개봉우리를초등정했다.마체르모근처를걷고있는뒤로왼쪽의초오유(8,201m)와마니석장대우측의너른정상이고줌바캉1봉이다.
네팔카트만두에서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로의들머리루클라공항으로가는헬리콥터에탑승했다.5월22일이른아침,태양을마주하고동쪽으로30여분비행하자북쪽으로가우리샹카르(GauriShankar·7,135m)를비롯해롤왈링히말의산봉들이수묵화로나타난다.

옆에앉은5명의탑승자는한국에서출국한김재수대장(8,000m급14좌등정자)과동행자,그리고우리부부2명과가이드다.김재수대장은남체바자르까지갔다가돌아오는7일간의일정이다.우리둘은신혼여행.통상허니문투어의여행트렁크속에는해변리조트에서필요한수영복과얇은셔츠가챙겨졌을테지만,25kg씩무게가나가는우리카고백2개에는텐트,침낭등의야영장비와동계용의두꺼운우모복에아이젠까지,그리고직접취사해서먹을4일치의식량이꾸려졌다.

디디(‘아가씨’라는의미의호칭)와나는처음이여행을구상할때무언가색다른일에함께도전하기로했었다.우리에게주어진여행기간은15일.디디는고쿄리(GokyoRi·5,357m)에올라에베레스트를보고,나는쿰부히말(KhumbuHimal)에서렌조고개(RenjoPass·5,360m)를넘어롤왈링히말(RolwalingHimal)로연결해낭파라고개(NangpaLa·5,716m)까지갔다오는라운드트레킹으로잡았다.쿰부히말에네번째방문인데도나는그동안원정등반일정에쫓겨가보지못했던곳들을답사하는의미도있었다.

▲에베레스트정상에서서쪽으로바로본쿰부히말과롤왈링히말의파노라마.이번트레킹은고쿄리에서렌조고개를넘고낭파라고개를연결하는라운드트레킹이었다.
자원풍요롭지만정치불안때문에내일을약속할수없는나라

경비행기보다느린헬기의속도는롤왈링히말의더많은은빛설산들을바라볼기회를주었다.손가락으로가리키며하나하나산이름을불러본다.쉬바의삼지창을닮은저것은멘룽체(Menlungtse·7,181m),정상부가둥근초부체(Chobuche·6,685m),쐐기모양은타카르고(Takargo·6,771m),독수리가하늘로비상하는산세는리쿠출리1봉(LikhuChuli1·6,719m),한굽이능선을돌자눔부르(Numbur·6,958m)와카탕(Khatang·6,790m),카료룽(Karyolung·6,511m)의연봉을마지막으로하늘에서본장엄한파노라마는한시간여만에끝이나고헬기는방향을북쪽으로틀어계곡깊숙이들어간다.아침햇살이들지않은루클라(Lukla·2,843m)다.

싸늘한공기에정신이번쩍들었다.카트만두호텔에보관되어있어야할카고백이왜여기에내려진단말인가.우리짐이라야달랑카고백2개인데,가이드템바를쳐다보며웃음밖에안나왔다.수십명의로컬포터들을대동하는대규모원정대에서도이런일은없던터였다.일은터진것,수습이먼저였다.잘못온짐은이곳루클라에맡기고카트만두호텔에남겨진카고백은남체바자르에서하루더머무는동안에모레까지올려보내라고연락을취했다.

우리가타고간헬기는곧바로계곡위로날아가서서울농생대에베레스트원정대의오영훈등반대장과서정환대원을싣고내려왔다.에베레스트남봉까지올랐다내려온정환은폐수종기운이있다고했다.이들과차를마시며등정소식과5월19일등정중에일어난각국원정대조난·실종사고의과정을들었고,그중에는충남고OB팀대원도한명있었다.충남고팀은8,400m높이의발코니근처에실종된대원의시신이있을것이라추정했고,수습을위해날씨가좋아지기를기다리고있다고했다.

출국전나는서울농생대팀이정상등정일을잡을때기상예보를받아주는역할이어서베이스캠프의오대장과통화를한적이있었다.또충남고팀의김영일등반대장으로부터도같은내용의통화를했었다.축하의말도건네지못하는이어색한분위기.‘왜’라는질문이소용없는,논리적사고로판단할수없는곳이바로8,000m위의세상이다.

▲에베레스트를등정하고내려온서울농생대팀을루클라에서만났다.왼쪽부터김재수,오영훈등반대장,서정환대원,그리고김창호.
오늘은루클라에서쉬엄쉬엄세시간정도걸어팍딩(Phakding·2,610m)까지다.7,000~8,000m급설산의빙하에서발원한임자계곡(ImjaKhola)과두드코시계곡(DudhKoshi),보테코시계곡(BhoteKoshi)의강물이모여흘러내리는계곡을거슬러오르나,200m가량높이를낮추며내려가는숲길이라고소적응에도좋다.돌로지은민가근처에바나나가자라고있다.

20대초반에히말라야를동경하던나는네팔이라는나라에비행기를타고내리면곧장빙하와눈의세상이펼쳐지리라상상했던적이있었다.그런데상행캐러밴도중바나나를본생경한모습이아직도기억에또렷하다.디디는2년전나와함께인도라다크의스톡캉리(StokKangri·6,153m)를등정한경험이있어어느정도히말라야를이해하고있었고,또트레킹에서가장중요한높은고도에대한적응에도걱정은없었다.

후텁지근한더위를피하기위해이른아침팍딩을출발한다.계곡은바위협곡으로바뀌어마치설악산천불동계곡을오르는풍경이다.종종네팔의어느산골로트레킹을가면원주민들중에한국말로인사를건네는사람들을만난다.이들은취업비자를받아한국에돈을벌러왔던사람들이다.한국인은꿈을찾아네팔로가고네팔사람들은꿈을찾아한국에온다고했다.

현재네팔은가난과정치적혼란까지겹쳐있다.우리가카트만두에도착했을때번잡해야할타멜거리는한산했다.마오이스트들이한정기간노동자전체파업을하는빤다(Panda)기간이었다.근무해야할낮시간은정전으로매일도시는마비되었고필요한전력을수급하려는곳은자체발전기를가동하고있었다.

네팔은한국보다많은자연자원을보유하고있는나라다.2009년카트만두에서캉첸중가로가는비행기에서바라본네팔땅의풍요로움에감탄하지않을수없었다.끝없이펼쳐진토지는네팔인들을먹여살리고도남을만큼넓었다.해발고도30여m의테라이(Terai)평원으로부터8,000m높이의흰설산까지천연의자연경관을품어‘동양의스위스’로부상할잠재력을가진나라로보였다.그러나내일의희망을약속할수없는나라,정치적안정과리더십이필요한때라고네팔인들은입을모은다.

지금은5월말,예년같으면여름계절풍몬순이시작될때다.오전9~10시가지나면계곡에는습기를머금은구름이자욱하게흘러들어오후에는으레비가내리기마련이다.올해는음력3월윤달이끼어서인지계곡에걸린폭포는말랐고질퍽거려야할길도마른먼지가피어오른다.

▲이제더이상셰르파족들은무거운짐을지지않는다.대신남체바자르에필요한생활필수품은라이,구룽,타망족이등짐운반하고있다.
벵카르(Bengkar)부터조르살레(Jorsale)마을가는콩데(Kwangde)쪽산허리는얼마전산불로많은수목이붉게말랐다.원인모를발화로산불은1주일동안계속됐고이때피어오른연기때문에맑은날에도위험천만인루클라공항으로의로컬항공은산불기간동안결항되었다고했다.또겨울시즌강풍으로인해가파른사면의나무들이부러지거나뿌리째넘어졌다.

몬조에서사가르마타국립공원(SagarmataNationalPark)입장료(1,000루피/1인)와트레커정보관리제도(TrekkersInformationManagementSystem,20달러/1인,사진2장)비용을내고운행을계속한다.

두드코시계곡의양쪽절벽사이50m높이에아찔하게매달린출렁다리를건너면남체바자르까지고도500여m를올라야하는된비알이나타난다.곧고소증세가슬며시찾아오는곳이다.그래서인지오르는힘든길을원정대는‘남체페이스’,트레커는‘깔딱고개’라고부른다.

-글|사진김창호몽벨자문위원·월간산기획위원/월간산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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