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낭파라 라운드 트레킹 (2) *-

[네팔트레킹]

로지와호텔만해도70여호의큰타운으로변신한남체

하늘에는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로분주히오르내리는헬기들이아침부터굉음을울린다.땅에는무거운건축용목재나로지에서판매할음료와식재료를포장한100kg이넘는짐을지고오르는짐꾼들,자글자글주름이진그들의이마에서구슬같은땀방울이마른바닥에뚝뚝떨어진다.짐진사람들의얼굴은셰르파족이아니다.고산등반셰르파를제외하고이제더이상셰르파족들은무거운짐을지지않는다.

외국관광객과트레커들이몰려들어지갑을열고가는쿰부나안나푸르나지역은네팔에서도많은경제적부를누릴수있게됐다.야크를치고감자를경작하던셰르파족은자기집을개조해호텔과로지,가게를운영한다.등짐으로올려야할물품은아래쪽평원이나힐에거주하는라이,구룽,타망족이대신나르고있다.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가는길의텡보체사원위로솟은파릴랍차(6,017m).
사가르마타국립공원연도별,월별탐방객인원수를보면10월이가장많은데,1998년5,987명에서2011년에1만392명으로두배이상늘어났다.이러한세태를풍자한얘기로현대의네팔에는세가지종교가있다고한다.그첫째가인구의90%이상을차지하는힌두이즘(Hinduism힌두교),다음이부디즘(Buddhism불교),셋째는근자에탄생해가장강력한믿음을갖게한투어리즘(Tourism관광산업)이라고네팔인들은혼란스러워한다.

이제디디도만나는사람들을향해두손을모아고개를살짝숙여“나마스테(Namaste)”라는인사말에익숙해지고,마니석을지나칠때면‘옴마니밧메훔’이라진언도읊조린다.걷고있는일행중웅추는남체바자르에서로지를운영하고있는데일행을위해루클라까지마중을나와함께걷고있다.중턱쯤에서웅추의막내여동생이밀크티와콜라등간식을싸들고내려왔다.아직한시간은더가야하는거리여서그정성이고마웠다.

숨이깔딱깔딱둔덕배기로오르면처음으로에베레스트와조우한다.한모퉁이를돌았더니눕체와로체사이의바위와눈의거대한벽이계곡앞을막고있었다.그위로는에베레스트의피라미드정상이치솟아있었다.그것은30여km밖에떨어지지않았으나우리보다5,500m위였다.

남체바자르마을의어귀에서그곳의촌장이우리를환영했다.마을의크기에무척놀랐다.1951년에베레스트등반의남측접근로,일명쿰부아이스폴이라고불리는빙하계곡을정찰했던에드먼드힐러리는저서〈HighAdventure〉에‘경사를계단식으로만든곳에60여호의집과화려하게채색된큰불교사원이있었다’고적고있다.

망태기모양의경사지에남향으로앉은남체바자르(NamcheBazaar·3,440m)의좁은길목을들어서자우리를환영한것은화려한등산복을파는가게,유명브랜드커피집간판과카페에서흘러나오는하드록음악이었다.남체바자르는그이름에걸맞게예부터쿰부지역교통의십자로이자교역의중심지였다.티베트의소금,버터,가축의모직물이,남쪽낮은곳의곡물,향료,목재가서로거래되던곳이다.지금도토요일에난장이열린다.힐러리의첫방문당시남체는60여호였으나지금에는원정등반대트레커관광객을위한숙박시설인로지와호텔만해도70여호의큰타운이형성되었고물가또한4년전방문에비해많이올랐다.

▲팍딩으로가는민가의구멍가게.

▲단페(Danphe)암컷은연한갈색을띠고수컷은화려한무지개색을띠어무지개꿩혹은비단꿩으로도불린다.조류이나뇌조처럼날지못한다.
마을의아래쪽중앙광장에는1953년5월29일텐징노르게이와에드먼드힐러리가에베레스트를최초로등정한날을기념하는에베레스트데이남체축제(EverestDayNamcheFestival)준비가한창이다.천막을치고국내외손님들을맞을준비에여념이없다.27일부터29일까지3일간열리는남체축제의하이라이트는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5,364m)를출발해로부체(4,930m)~페리체(4,252m)~텡보체(3,867m)~남체까지42.195㎞를달리는텐징-힐러리에베레스트마라톤(Tenzing-HillaryEverestMarathon)이다.고소적응과훈련을위해뛰는선수들도보인다.

전쟁으로고향등지고새로운땅찾아온셰르파들

남체에서하루를쉬며가까운셰르파마을을찾아나섰다.샹보체를거쳐세계에서가장높은곳에위치해기네스북에등재된호텔에베레스트뷰(HotelEverestView)로먼저갔다.에베레스트가보였다사라지고,북쪽으로보이는셰르파족의성산쿰비율라(KhumbiYulLha·5,765m)가신비로움을숨기려는듯구름에덮였다.

나무숲속의비탈길을따라쿰중마을로내려간다.돌담위에노간주나무로향불이피워져있다.가이드템바는집주인아들이이번시즌에베레스트로등반을떠난다음날부터매일향을피워무사기원을빈다고했다.셰르파족은대승불교인라마교를믿어부처를가장높은신으로모신다.그다음으로불교현자,고대힌두교신,그리고현지티베트신등여러종류의신들을모신다.어떤신은하늘이나세상모든곳에있다.산에사는신같이어떤신은한장소에산다.쿰부의네산에는신이산다고이들은믿는다.초모룽마(에베레스트),초오유(8,201m),체링마(가우리샹카르),그리고쿰비율라다.

다른세봉우리는흰눈을이고하늘위로솟아있어그외관상으로도신의거처임을느끼게하지만,거무튀튀한색깔의바위산쿰비율라가신으로추앙받는것에대해여기에정착해삶을영위하지않은외지인은의아해할수도있다.하지만쿰비율라산의남쪽발치에위치한쿤데(Khunde)와쿰중(Khumjung)마을을돌아보면의구심은해소된다.

▲단페(Danphe)암컷은연한갈색을띠고수컷은화려한무지개색을띠어무지개꿩혹은비단꿩으로도불린다.조류이나뇌조처럼날지못한다.
이곳원주민의할아버지에서그할아버지로부터전해져오는얘기에는이들셰르파(Sherpa)족은티베트동부캄(Kham)지방에서왔다고한다.‘셰르’는동쪽을,‘파’는사람들,즉동쪽에서온사람들이라는뜻이다.이들의조상들이원래의정착지를떠난이유에대해서는신빙성있는기록은없으나전쟁으로인해고향을등지고새로운땅을찾아나섰다고전해진다.

이들은티베트고원을서진해서팅그리에서남쪽으로히말라야대산맥의능선이툭갈라진눈덮인고갯길을넘어왔다.전설속낭파라고개(5,716m)다.동토의고갯마루를넘어와농사를지을수있는너른땅을찾은곳이바로쿰비율라의품에안긴쿰중과쿤데였던것이다.

높은곳을향한고소적응차하루더머무른남체를나선다.에베레스트원정대2팀과김재수대장은모두아래로내려갔다.가이드와포터1명을포함한우리일행은이제4명으로줄었다.말썽이었던카고백은잘도착했고,짐을분리해다시두개로만들었다.여기서부터운행계획은복잡해졌다.낭파라고개에갈때필요한캠핑장비와식량은웅추가포터한명을고용해27일경남체에서출발시킨다.타메를거쳐이틀째룽덴(Lungdhen·4,380m)에서,렌조고개를넘어온우리와만나기로했다.이포터는반드시낭파라고개를넘었던경험이있는사람으로웅추가고용하기로하고고쿄에서다시전화연락하기로했다.

출발하면서디디는어제밤잠을설쳤다고했다.어제저녁충남고팀대원두명이베이스캠프에서내려와우리와함께소주잔을기울였다.옆에서지켜보던그녀가마신맥주반잔이화근이었던모양이다.고소에서술은독이된다는사실을다시한번확인했다.

캉주마(Kangjuma·3,550m)에서텡보체를거쳐칼라파타르로가는길과고쿄로가는길은갈라진다.가파른바위언덕을치고오르자멀리고갯마루날등에올라앉은몽라(MongLa·3,973m)가사막의신기루같다.잰걸음한번에닿을것같은거리인데산허리를감싸고쭉뻗어오르는길은지루했다.한시간은족히걸렸다.디디는걸으면서다시생기를되찾았다.

▲진달래과에속하는상록관목인랄리구라스는네팔의국화(國花)로히말라야에30여종이자생하고있다.
우리는걷다가시간단위로물을마시며쉬었고,로지가나타나면누가먼저라할것도없이쉰다.전망좋은로지에서블랙티를마시며느긋하게게으름을피운다.로지사우니(안주인)의어린두딸이‘아마,아마’하고부르며군것질거리를달라고엄마에게보챈다.디디가사탕몇알을쥐어주자신난아이들은아예마룻바닥에뒹굴기까지한다.

창밖으로아마다블람(AmaDablam·6,814m)이쿰부의미봉답게아름다운자태로섰다.그정상부에걸린얼음세락의세로방향균열이지(티베트인들이신성하게여기는돌로고가의보석취급을받는다)그리고유(터키석),산호로낀어머니의목걸이를닮았다.달밧으로배를든든하게하고는두드코시계곡바닥에있는포르체탕가(PhortseThanga·3,680m)까지약300m의고도를곤두박질친다.

통바(Tongba·3,950m)로오르는길에계곡저쪽의포르체마을주위로는붉은랄리글라스가,걷는이쪽은흰색의랄리글라스가만발했다.꽃잎주위에더부살이가흩날린다.진달래과에속하는상록관목인랄리글라스는네팔의국화(國花)로30여종이히말라야에자생하고있다.그중에서한국에도자생하는만병초(Rhododendronbrachycarpum)와닮은것도보인다.

마른초지만있던몽라의언덕,그리고두드코시계곡으로고도를낮추면서나타난침엽수림의숲,그리고다시고도를높이자붉은껍질이허물을벗는자작나무숲,다시이어지는완만한초원지대.이렇게산의식생은고도에따라하루에도수번바뀌었고그모습에디디는눈망울을반짝인다.

그녀는조경설계가다.나는산을보면어떤등반루트가있고루트가날만한벽과암릉을살피며분석적으로보는반면,그녀가보는산은풍경속의하나였고사물을한컷의사진처럼이미지화하여받아들였다.쿰비율라의동쪽에서흘러내린물은폭포가되어바람에흩날린다.디디는네팔에들어온후처음으로생수병이아닌폭포밑의맑은계곡물을마셨다.

짙은가스가낀돌레(Dole·4,110m)에오후2시경도착했다.차를마시고점심을먹어도시간은남는다.보통은피곤이찾아오면낮잠을자기마련,우리는안개속으로산책을했다.일몰이지고어둠이찾아들자한기가들었다.돌레로지의안주인은식당난로에마른야크똥을피워주었다.구수한냄새가피어오른다.

-글|사진김창호몽벨자문위원·월간산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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