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산악인이다. [1] *-

나는산악인이다.

수많은봉우리가기다리고있는…산,산,산”

쿰부히말과롤왈링히말의조망대고쿄리,낭파라라운드트레킹

한국최고의고산등반가중한사람으로손꼽히는김창호씨가네팔로신혼여행을다녀왔다.오로지고산등반만을위해드나들었던네팔쿰부히말,롤왈링히말등지를아내와더불어보름간돌아보았다.수많은등반을통해쌓아온그의네팔에대한식견은남다를것인즉,그의네팔트레킹얘기를들어본다.<편집자주>

안달이나올랐던곳에서호기심을채운후의하산길은뻥뚫린가슴속으로세찬바람만이스친다.고쿄로내려왔다.사라진호기심은다른열정으로살아난다.토마토수프와달밧으로늦은아침식사를마친뒤디디(네팔히말라야신혼여행에나선아내)와가이드,포터는로지에서휴식을취하기로하고나는12시께초오유와고줌바캉남면베이스캠프로오를채비를한다.베이스캠프는6번째빙하호숫가에있다.로지주인은거기까지왕복하는데잰걸음으로하루는족히걸린다고했다.

곧비가쏟아질듯날씨는음울하다.둘이와서혼자또어디론가가야하는내뒷모습을보는디디의표정도날씨와같다.나는산악인이다.수많은봉우리들이기다리고있는이곳까지와서오후한나절이라도쉴수는없다.빙하의언저리를따라내달린다.파키스탄을홀로돌아다니던옛모습그대로다.

▲낭파라가보이는캉충은룽덴에서캠핑을하며3일거리인데하루에다녀오는계획으로바꿨다.‘치고빠지기’작전이다.캉충에서하산중이다.

몬순의가스로어둑한사이로네번째호수(ThonakTso·4,834m)가나타나고키높이의케른에‘82한국고줌바캉원정대장박동규를추모하며…’라고적힌동판이붙어있다.연이어다섯번째(NgozumbaTso·4,950m)호수가나타나고언덕을오른곳의상부빙하퇴석분지에여섯번째호수(GyazumbaTso·5,215m)는거의말라있다.아무것도볼수없다.단지서쪽구름밑으로숨나고개(SumnaPass·5,510m)의얼음빙하가모습을드러내고있다.저고개를넘어숨나빙하를횡단하면서낭파이고숨세연봉을지척에두고곧장루낙(Lunak·5,090m)에도착하는길이다.원래트레킹계획의일부분이었으나남체바자르에서1차계획을변경해서갈수는없다.

바위에올라앉자초오유남벽에서흘러내리는빙하가발아래로보인다.화창한날보다시야를가린오늘이오히려자연의광활함을느끼게한다.눈이내린다.하산을시작해단번에고쿄로내려갔다.디디와템바가보온병을들고마중나와있다.저녁은숙소에서준비한닭백숙으로푸짐히먹었다.날씨는제법쌀쌀해씻지도못하고물티슈로대충닦고침낭에기어들어간다.뜨거운물을담은수통을품고잠자리에든다.디디는고소에적응될만하면고도를더높여,컨디션은좋아졌다나빠졌다반복한다.깊은잠을이루지못한다.

렌조고개에올라자이언트봉과6,000~7,000m급미봉들감상

5월28일날씨는맑았다.오늘은500m의고도를올라렌조고개(RenjoPass·5,345m)를넘어룽덴(Lungdhen·4,380m)까지고도를1,000m낮추어야하는긴운행이다.아침이른시간숙소에서싸준삶은감자를챙겨넣고호수를빗겨나간다.길은마른초원과가파른언덕을에둘러5,000m급바위장벽으로둘러쳐진상부플라토에닿는다.붉은색바위안부에룽다가펄럭이는렌조고개가눈에들어왔다.

두시간반동안느린걸음으로상쾌하게고갯마루에올랐다.돌로단을쌓은전망대다.동쪽으로에베레스트,로체,마칼루등의자이언트봉우리와6,000~7,000m급의미봉들,그리고서쪽으로보테코시계곡너머로루낙연봉(Lunag·6,895m),멘룽체동봉(MenlungtseEast·7,181m),캉코롭(KangKorob또는Pangbuk·6,705m),드랑낙리(DrangnagRi·6,801m),텡기라기타우(TengiRagiTau·6,938m)등미봉들이자태를뽐내고있다.

▲초오유정상부근에서남서쪽으로바라본롤왈링히말의봉우리들.

내려가는길은돌단을쌓은바위절벽,빙하호수,초원이다.시원한맞바람에디디는양팔을벌려어릴적에비행기놀이를하듯이리저리뛴다.오후1시작은마을룽덴(Lungdhen·4,380m)에도착했다.내일이남체축제일이라마을은텅비었고로지한집만문을열었다.우리짐은웅추사촌이좁교(야크와소의교배종)에실어와도착해있었다.

이제두번째답사목표인낭파라(NangpaLa·5,716m)까지어떻게갔다올것인지가문제다.난로가에로지주인부부,가이드템바,그리고낭파라를넘었던경험을가진웅추사촌이둘러앉았다.먼저로지주인은낭파라를넘는야크대상행렬은6월에서9월까지운행하는데올해는중국측에서국경을폐쇄했다는소식과도중에길이많이무너져야크에짐을싣고갈수없다고했다.

룽덴에서30여분위쪽의아례(Arye·4750m)를떠나면로지는없고야크카르카에서캠핑해야한다.고개까지올라가는데이틀반,내려오는데하루반거리다.짐은카고백3개다.야크가운행할수없고포터로일할주민들은남체에다내려갔으니낭패다.엎친데덮친격으로루클라공항이26일부터로컬항공편이악천후로결항되어트레커와관광객들이빠져나가지못하는상황이다.루클라에서대기중인많은사람들을생각하면루클라에지체될이삼일의여유를두고내려가야비행기를탈수있다는계산이나온다.김재수대장팀도로컬항공을타지못했고결국26일오후2시경밍마가보낸헬리콥터로카트만두로나갔다고했다.

우리는‘치고빠지기’(HitandRunaway)작전으로바꿨다.내일새벽에출발하여낭파라가보이는캉충(Kanchung·5,200m)까지갔다가되돌아오고,모레남체,다음날루클라에가서빨리탈출해야할위기였다.모든건날씨에달렸다.

▲붉은바위절벽밑으로렌조고개에서내려서고있다.디디,

낭파라향하면서영국의인도출신‘지리첩보원’떠올려

29일새벽,어둠이채가시기전에커피한잔을마시고템바,웅추사촌,나는룽덴을출발했다.3일운행거리를하루에갔다오려면카메라셔터를누르는시간외에는지체할수없다.아례그리고출레(Chhule)를지난다.강건너출레마을위쪽으로1951년영국에베레스트정찰대의대장이었던에릭십튼팀이첫탐험을했던멘룽고개(MenlungLa·5,877m)가보였다.디디와포터는룽덴로지에서느지막이출발해저계곡의봉우리들을촬영하고되돌아갈것이다.멘룽고개뒤쪽에서십튼이설인예티(Yeti)의발자국을촬영했던곳이다.

보테코시빙하말단옆으로들어간다.무너져내리는흙절벽길이다.자욱한몬순구름이계곡을빠르게타고올라와우리를덮었다.너무빨리구름이몰려왔다.6시반이다.이런자욱한구름이계속되면캉충으로가면서수많은미등의봉우리들을볼수없다.시야가5m도안되는구름속을계속걷는다.

다행히숨나빙하(Sumna)를횡단하면서구름은마법이라도부리듯없어져버렸다.숨나빙하와낭파빙하가만나는Y자계곡에봉우리들이나타났다.작년초오유북면베이스캠프에서낭파라위로불쑥솟은설봉이무엇일까등반내내궁금했었다.그때가지고있던지도에는표시되어있지않았다.지금내눈앞에선루낙이다.

▲렌조고개(5,345m)를오르는뒤로검은피라미드에베레스트가보인다.

1885년어느날,한무리의대상이낭파라를향해길을터벅터벅지나가고있었다.그들은세계에서가장높고외진곳에위치한티베트를향해가는중이다.주로면화와담배를싣고라싸로향하는이들은가져간물건들을야크털이나붕사,염소등과교역하려는상인들이다.이일행중에불교순례자차림의잘생긴젊은이가보인다.한손에염주를들고깊은생각에잠겨나지막이“옴마니밧메훔”을읊조리며걷는이젊은이는영락없이신앙심깊은수행자의모습이다.

그러나만일다른일행들이좀더주의깊게살펴본다면이수행자의행색에서뭔가이상한점을발견하게될것이다.보통염주는108개의알을꿰어만들게마련이지만,이순례자의손에들린염주는알이100개인데다열번째마다다른것들보다조금큰알이꿰어있다.젊은이가불경을새겨손으로돌리는마니차의갈라진틈새로조그만종이쪼가리를밀어넣는모습도예사롭지않다.이를수상하게여긴일행들이마니차를조사한다면아마도나침반을발견하게될것이다.그가들고있는순례자지팡이에는작은온도계가감춰져있다.

다행히아무도이인도출신의판디트(Pandit또는Pundit는지식이있는사람,또는학자라는뜻)하리람(HariRam)을주시하지않는다.싱은불교승려가아니다.영국첩보당국은그를‘넘버×(No.×)’이라는암호명으로부른다.영화속에나오는007처럼준수한외모에최신첩보장비를갖춘그는죽음도두려워하지않는용기를지닌사람이다.실제007의작가이안플레밍의외삼촌로버트쇼(RobertShow)는19세기중후반야르칸트등중앙아시아로가는외교사절단을이끌며스파이활동을했으며그의친형피터플레밍(PeterFleming)은중국서역의천산남로를횡단했던탐험가였다.

인도를지배해오던영국은19세기후반에인도의거의전지역을측량해지도를완성했다.그러나세계에서가장높은히말라야산맥이가로막고있는북쪽끝,티베트만은지도에그려넣을수없었다.중앙아시아에눈독을들이는러시아도영국이티베트지역을지도로그리는데큰장애물이었다.

한편중국은러시아든영국이든,티베트의지형을먼저파악해지도를만드는나라는곧이어그땅을집어삼킬것이라는사실을잘알고있었다.따라서중국황제는당국의허락없이티베트로잠입하는외국인,특히유럽인은어느누구를막론하고사형에처한다는칙령을공포했다.

당대의가장야심찬지도제작계획이라고할수있는‘인도대측량사업’을지휘하던영국은북쪽의티베트일대를빈공간으로남겨두고싶지않았다.그래서그지역사람들로부터닥치는대로지도를사들였지만,여전히더정확한정보가필요했다.영국정부의입장에서는영국인측량사가티베트에들어갈수없는상황이라면현지인을훈련시켜서라도그지역을직접측량해야했다.

▲일몰지는콩데리연봉

[해외트레킹|네팔]글|사진김창호몽벨자문위원·월간산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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