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피니즘, 그들은 왜 오르는가 [1] *-

알피니즘,그들은왜오르는가[1]

“산에있을때가장행복하고자기다움을느낀다”
한국산악인들이고산에가는큰이유들

대한산악연맹(회장이인정)은창립50주년을맞아한국알피니즘의현주소를짚어보는심포지엄‘알피니즘,그들은왜오르는가’를개최했다.9월14일오후3시서울세종문화회관세종홀에서열린이심포지엄에는300여명의산악인들이참석,높은관심을보여주었다.주제발표를한김창호(몽벨기술자문역·서울시립대OB),박경이(대한산악연맹이사·고려대체육과강사),조용헌(불교민속학박사·원광대동양학대학원교수)세사람의발표문을싣는다.<편집자주>

왜사람들이죽음을무릅쓰거나신체를손상해가며고산등반을하는걸까?그간국내외적으로많은학자들이왜사람들이위험한스포츠를하는지를밝혀보고자했다.가장많은건심리학적접근이고,뇌신경학적연구와개인체험적연구가있다.

학문적연구는서양에서먼저이루어졌고1980년대이후미국을중심으로주로심리학자스포츠사회학자들의노력이있었다.암벽등반을포함한지상모험스포츠,패러글라이딩과같은항공모험스포츠,스쿠버다이빙과같은수중모험스포츠참가자들을포함하는연구들이대부분이다.그들이말하는결과로는다음과같다.

▲9월14일열린알피니즘관련심포지엄.많은산악인들이참석,깊은관심을보였다.

인간이탐험을시작한동기와같은맥락에서어떤호기심차원이있다.또모험스포츠참여자들은객관적·주관적위험을인지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환경에대한자신의유능함을시험해보기위한장으로모험스포츠에참여하고있거나자신들만의독특한행동양식,규범이나사회적연결망을형성하려는경향을보이고있다고한다.모험스포츠참여시자신이선택한활동에대한강한정체성확인이나소속감,자기실현,그리고소속감의혜택을추구하고자한다는결과도있다.

학자들은주로감각추구성향,최적각성이론,반전이론,몰입이론,운동중독,동기이론등으로설명하고있다.위험한상황에도전하는행동에대해설명하기위해개인의성향차이에주목했는데,가장많은연구가이루어진것이감각추구성향이라는인간의심리특성이다.비슷한개념으로각성추구성향이있는데둘은유사한개념으로보면된다.

감각추구성향은신체및사회적위험을무릅쓰고새롭고신기한경험이나감각을추구하려는개인적욕구로서새로운상황이나위험에도전하는행위를측정하거나설명하는기준이다.결론부터말하면모험스포츠참가자는일반스포츠참가자보다각성추구와감각추구성향이높다.

도전과기술이조화이루었을때큰행복감느껴

감각추구성향이높은사람은경험의변화를강하게추구하려는경향이있다.더욱많은능력과대처기술을학습하려는경향이있고도전적,창의적및진취적행위를하는경향이높다.한편이들은위험평가를낮게한다.일반인들이생각할때너무위험스러워보이는상황을등반가들은별로위험하지않게평가하는것을예로들수있다.그러므로이들은낮은감각추구자들보다위험한상황을좀더효과적으로,간단히대처한다.

주커만은감각추구성향을‘신체적,사회적,법적,그리고재정적위험을기꺼이감수하면서다양하고신기한,그리고복잡하고강한감각이나경험을추구하려는욕구’로정의했다.그에따르면,감각추구자는적정한자극혹은흥분수준을유지하기위해다양하고복잡한경험을추구하며동일한자극과경험이반복될때쉽게지루함을느낀다.

따라서이러한감각추구자들은그렇지않은사람들보다적정한각성수준이더높으며도전을즐긴다.이들은등산이나서핑,급류타기등신체적으로위험한활동을좋아하고,낯선장소여행,약물경험,여러사람과의성경험등을통해감각추구성향을만족시키려한다.

몰입이론은상당히유명한이론이며칙센트미하이교수의저서가국내에도번역되어있다.간단히말하면도전과기술이조화를이루었을때자유스러움과긍정적정서등의발생을촉진시켜최고의행복감을느낀다는것이다.몰입으로느끼는행복감,즐거움은강한내적동기가되어계속적으로스포츠에참여하게된다는것이다.

▲설악산조난10동지40주기추도회.먼저간악우에대한감정또한주요한등반동기로작용하고있다.

실제많은등반가들이몰입의순간을이야기한다.그러면어떤때몰입이찾아오고행복감을느끼는가.도전과기술사이에서로균형을이루는활동이되었을때라고한다.만약등반자가8,000m벽등반을할수있는정도의기술수준인데트레킹피크를오르는상태라면지루함을느끼겠고,도전과기술사이에서로균형을이루는활동이되었을때몰입이발생하는것이다.

그렇기때문에등반가는자기의경험이쌓이고기술수준이향상되면더고난도의도전과제를찾게되는것이라고볼수있다.기술이부족한초보자가5.11을등반하면불안한데열심히트레이닝해기술수준을높이면플로의상태로갈수있기때문에계속도전하고등반훈련을하는것이다.

그렇다면,단지감각추구의특성이높으면열중하게되는것일까.동기와정서를빼고감각추구성향만으로설명하기에는한계가있다.그래서각성과정서의관계로설명하려는이론도있다.쉽게말하면인간이최대로행복하기위해서는너무과하지도,모자라지도않은적정수준의각성이필요하다는것이다.여기서각성이라함은특정시간에개인이스스로격앙되었다고느끼는정도를말한다.

모험스포츠가높은각성을전제로하기때문에스포츠활동을즐기는과정에는불편함이따르지만이를성공적으로수행했을때는비교적모험요소가덜한스포츠에서보다더큰즐거움을느끼게된다.

러너스하이(Runners’High)란통상30분이상달릴때얻어지는도취감,혹은달리기의쾌감을말하며러닝하이(runninghigh),조깅하이(jogginghigh)라고도한다.러너스하이는마라톤뿐만아니라스키·서핑·레슬링·축구등을즐기는사람들에게도나타난다.이때의느낌은마약같은약물을투여했을때나타나는느낌,또는그상태와유사한것으로알려져있다.

산악인의정서로는좀더고차원적인이야기를하고싶겠지만,운동중독차원에서는고통이극에달했을때단순히뇌에서마약보다강한물질인베타엔돌핀이나오피오이드펩타이드증가로황홀경에빠지게되는것일뿐이다.이러한상황을다시금맛보고자운동을계속하게된다는것이다.

이물질은통증에대한민감성을감소시켜황홀감과중독성행동성향을가져온다.위대한산악인으로손꼽히는쿠쿠츠카나크리스보닝턴등도이런이야기를그들의저서에서하고있다.그러므로‘클라이머스하이’라는용어도증명될날이있을것으로본다.

알더퍼의이알지이론에의하면우리가등반하는이유도존재욕구나관계욕구,성장욕구로설명할수있다.동기를내적동기와외적동기로구분할때내적동기는더지속적으로운동에참가하게하는결과를가져온다.내적동기의예를들자면어떤보상을바라지않는즐거움이나몰입등이있다.

▲에베레스트를등반중인실버원정대.

최근들어자결성(自決性·self-determination)이론으로도스포츠참여동기를연구하고있다.이것은인간이스스로의유능함과자결성을느끼려는본능적욕구를갖는존재라는것이다.감각추구경향이높은사람은이러한욕구가유난히강하다고할수있다.

1985년노르웨이에베레스트원정대원7명을대상으로이루어진연구가있다.역시개인성향의차이에주목했고원정등반가들이다른비교집단보다감각추구척도(SensationSeekingScale),경험추구(Experienceseeking)그리고권태감정(BoredomSusceptibility)의평균점수에서다른모든집단의점수보다매우높았다는결과를얻었다.

그간뇌신경과학과장비가발달하면서뇌를들여다볼수있게되었다.심리학자들도이런장비를사용해서인간의욕구와성향들을뇌를통해밝혀내고있는시대다.감각추구성향도이런연구를통해생물학적요소에그뿌리를두고있음이밝혀지고있다

최근의어느미국박사학위논문을보면,익스트림스포츠참가자들의체험을현상학적으로해석했다.단순한설문지나검사도구를이용해통계를내는양적연구방법이아니라익스트림스포츠참가자들과오랜시간심층면담과참여관찰을해서그들의체험을분석·해석하고기술한연구다.

참가자들은마음의속삭임으로부터오는휴식(이완)을말하고있다.사회·문화적인것을초월하는자유뿐만아니라진정한통합등에영향을주는심오한내적변화를말하고있다.또한참가자들은형언할수없는순간을묘사하고있는데,향상된감각적·정신적및육체적기량,시간이천천히가는인식,원시상태로돌아감,떠있거나날아다니는느낌,그리고자연세계와의깊은친밀감등을말하고있다.

<마운틴익스피리언스>라는리처드미첼교수의단행본은국내에도소개되어있다.그중3장‘왜사람은산을오르는가’는특히관심을가질만하다.미첼교수는등반가들이펴낸책60여권을읽고알피니즘의역사에서시대별로사람들이어떤생각과배경으로산에가는지를정리했다.

먼저간악우들에대한정신적부담감도크게작용

조영미씨는심층인터뷰와참여관찰을통해암벽등반동호회의사회문화적특성을연구했다.이연구에의하면,암벽등반에참여하는가장큰이유는등반자스스로가느끼는재미와즐거움,격렬하고힘든훈련의경험,체력과건강의향상이다.또새로운사람을만나고친분을유지할기회를얻고일상생활의긴장과스트레스를해소하는것이암벽등반에참여하는주된이유라고밝혔다.

필자가연구한바에의하면,산악인들이가장많이이야기하는것은산에있을때가장행복하고자기다움을느낀다는점이다.다른분야에서는찾아보기어려운산악인들만의특징적인이유로먼저간악우들에대한정신적부담감이있다.이부분이좀더깊은고찰이진행되어야하는부분이라고생각한다.

필자는현재국내에서활동중인8,000m거봉등정위주의등반가3명과6,000~7,000m거벽등반위주등반가3명을대상으로면담을진행했다.많은사례를대상으로설문지나측정도구를사용한것이아니라깊이와본질을추구하는질적연구로진행했다.

8,000m봉등정을추구하든거벽알파인등반을추구하든하나의문화적사회적현상이기때문에왜오르는지를알고자한다면생생한체험을근간으로하는현장중심의실제적연구가되어야한다.간단한단답형설문지나인터뷰로는표층적인판에박힌이야기만들을수있다.

지금까지범주화한것중에서특징은두그룹간에분명히다른목소리가있다는것이다.산악인들의음주문화와집단의결속력등을보면그집단에소속되어있다는소속감이매우강하고전우애에버금가는진한인간관계를맺고있다.이것이하나의큰등반동기가되고있음을알수있다.친구따라강남간다는말이있듯,연구대상자중한사람은처음부터끝까지제일중요한동기로‘사람’을들고있다.

대한민국산악계의주목할만한등반을하는이들은대부분업체에서후원을받는다.이부분에대한이야기를들어보면등반도하나의스포츠로여기는것을알수있었다.

등반을스포츠로본다면스포츠의특성대로도전,경쟁,기록,보상같은개념들을혐오할이유는없다고생각한다.그동안우리산악계의오피니언리더들이산악문화를이끌어왔는데.현재산을오르는분들의생각은좀달랐다.사람은자기가경험한만큼만보이는것이다.그러므로서로다른차원과다양성을인정하면서각자의길을걸었으면좋겠다고생각한다.

글·박경이대한산악연맹이사·고려대체육과강사-

-대한산악연맹창립50주년기념심포지엄-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