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 아줌마들의 유쾌한 히말라야 등반기 *-

유방암아줌마들의유쾌한히말라야등반기

아홉명의아줌마들이히말라야에다녀왔다.랑탕-코사인쿤드코스중가장높은봉우리인해발5,003m체르코리다.일반인도오르기어려운이봉우리에도전한이들은한국유방암환우회합창단원들.이들의믿지못할도전기를전한다.

한국유방암환우회합창단의히말라야행은농담처럼시작됐다.화요등산모임중누군가가“히말라야가그렇게아름답대.”라고말했고,그말에또다른누군가는“우리도그산에갈수있을까?”라고말했다.그날이후산에오를때마다이들은“히말라야도가봐야되지않니?”라고농담반진담반으로이야기하곤했다.

농담처럼시작한‘히말라야’이야기는현실이됐다.“그래,가보자!”“구체적으로생각해보자!”하더니,“다른환우들에게희망을줄수있는프로젝트를짜서다녀오는것이어떨까?”로발전했다.이들의꿈은구체적으로윤곽이잡히기시작했다.유방건강재단과아모레퍼시픽에낸사업계획서가채택됐다.1천만원의지원비가나왔고,13박14일로일정도잡혔다.그런데정작제일중요한체력이의문이었다.
“히말라야에간다는기대만가득찼을뿐,실전을생각하니걱정이한두가지가아니었어요.북한산도못가본제가히말라야를….다행인지몰라도동네뒷산조차못가본사람들도있었어요.”(주광재)

히말라야등반을4개월앞두고일명‘사전체력훈련’시간표가세워졌다.주말마다북한산으로,도봉산으로등반훈련이이어졌다.강원도산악훈련도두차례다녀왔다.사전체력훈련기간동안스무명의지원자중아홉명이남게됐다.김명자·김지윤·동신영·박경희·윤종숙·이갑녀·이병림·이순영·주광재씨다.49세동신영씨가막내고,63세박경희씨가맏이다.여기에신발끈여행사한왕용산악대장과서울대암병원노동영원장도합류했다.한산악대장은히말라야14좌를세번이나오른전문가이고,노원장은한국유방암의권위자로손꼽히는명의다.단원들모두노원장에게수술을받고건강을되찾았다.사실노원장이따라나선건기적과도같은일이다.하루에외래환자만1백여명을보고,수술스케줄도빡빡한그가2주의시간을낸다는건불가능한일.그러나환우들의제안에그는흔쾌히“함께갈게요.”라는답을보내왔다.

항암치료만큼이나힘든고산병

김명자씨는“‘다녀올수있을까?등반하다가죽는사람도있다는데…’하는두려움이있었지만,‘내가암도이겨낼수있었는데못할게뭐있어?’하는자신감이있었기에도전할수있었다”고말한다.동신영씨는“모르고갔다”며웃었다.“히말라야는평소동경했던산이고,환우들이가는쉬운코스라고해서덜컥지원하게됐어요.암투병을하면서자신감을잃었고위축된마음이있었는데,산행을하면서히말라야를오를수있다면뭐든할수있겠다는생각이들더라고요.”

시작은쉬웠고진행은순조로웠지만,히말라야는결코만만한상대가아니었다.최대복병은고산병이었다.산소부족으로인해두통과구토,메스꺼움등이단원들에게엄습해왔다.김명자씨는단원중가장먼저고산병을앓았다.“산을오르다보니숨이안쉬어졌는데,그게고산병인줄몰랐어요.고산병은각자약한부위로오는지제경우에는눈이빠지도록아팠어요.머리가띵하고걸음을뗄수없을정도였는데,결국에는쓰러졌죠.언제회복될지도모르는상황이됐어요.그런데고산병에는약이없대요.고도에맞춰서내몸이적응해가는거라고해요.”

이갑녀씨도히말라야등반3일째되던날,속이메스꺼워졌다.고산병의전조였다.
“일행들이하나둘정상에오르는모습이보이는데,저는창자가꼬이는것처럼뒤틀리듯아팠어요.그래도참고걷다도저히못참겠기에몇번이나토하고또토하며기다시피적당한바위에앉아하늘을봤어요.고산병이너무고통스러워서‘여기가내무덤인가보다.’하는두려움도느꼈죠.정상이100m앞이었지만포기하기로결정할수밖에없었어요.”

고산병은누구나겪은병이었지만,단원마다조금씩차이는있었다.어떤단원은고산병으로인해일치감치산행을포기하고내려갔고,또어떤단원은여느때와다름없이산행을했다.죽을만큼힘든고통도서서히적응되어갔다.가장먼저고산병을앓은김명자씨는웃음으로고산병을이겨냈다.

“고산병이심했을무렵,프랑스에서온트래커들과어울릴기회가있었어요.제병으로단원들에게누를끼친것에대한미안함을보답하고자네팔민요를부르기시작했죠.노랫소리에네팔포터가일어나춤을추기시작했고,사람들의환호소리에저도나서서춤을추기시작했어요.노래를마치자프랑스트래커들은노래를했고,저희는‘아리랑’으로화답했어요.그렇게댄스배틀을벌이다보니,어느새고산병이사라져있더군요.”

김명자씨에게는노래와춤이명약이었다.그녀는“아마노래하고춤추고웃는동안몸이활성화되면서산소공급이된것같다”고추측했다.노동영원장도고산병에서예외가아니었다.그는고산병을호되게앓으며오히려환우들의도움을받기도했다.고산병을먼저겪어서서히적응하고있던김지윤씨가노원장을도왔다.

“히말라야정상에오르던날은제가암진단을받은지8년되는날이었어요.정상에오르니8년전그때처럼눈물이났어요.하지만그때와는다른성분의눈물이었죠.그동안저희가노동영박사님의도움을받아건강을되찾았는데,히말라야등반에서는저희가모시고간격이됐어요.제가박사님께나름의방법을가르쳐드리기도했죠.‘나도박사님께해드린것이있네.’하는뿌듯한마음이들었어요.”
동신영씨역시고산병으로고생하면서암투병당시를떠올렸고힘을낼수있었다.

“처음에는고산병인줄몰랐는데,너무도고통스럽더라고요.그걸겪으면서‘내가병으로고통을겪었지만,산행에서도겪을수있구나.’하는생각을하게됐어요.”
이병림합창단대표는고산병을이겨낸단원들의이야기를이렇게정리했다.
“고산병증세는항암치료받을때의고통과비슷해요.치료때의힘든고통을이겨냈기에고산병을더잘극복했을거예요.”

히말라야의고통은삶의희망으로

이갑녀씨는“히말라야에다녀오고나서우리의가슴은삶에대한희망으로채워졌다.세상에살아남는것이내가족에게해야할최소한의의무라는생각이들었다”고했다.정상에올랐든오르지못했든,히말라야에다녀온환우들은모두자신감을얻고돌아왔다.병으로인해움츠러들었던마음은‘나도뭔가할수있다!’는자신감으로변했다.

이들의이야기는《핑크히말라야》라는책에담겼다.히말라야등산기뿐아니라아홉명의생생한투병기까지실려있다.핑크는유방암조기검진캠페인을상징하는색이다.이들은책을펴내고서울대암병원로비에서출판기념회와사진전을열기도했다.아홉명의등반가들에게이책은단순한책이아니었을것이다.김지윤씨는자신이한자한자써내려간책을받아들고는눈물을흘렸다.

“한줄도대필하지않고노력과땀으로썼어요.머리에쥐가날정도였죠.그동안치료비영수증에만올라가던제이름이책에올라가서감격스러워요.제이름이적힌책이시골이든어디든있을수있다면좋을것같아요.몸이아파서넘어진사람뿐아니라마음이아파서주저앉고걸음마를못떼는사람들에게원동력이되는책이되었으면해요.”다리를다친상태에서히말라야등반을하느라고생했던동신영씨역시자신들의이야기가환우들에게위로가되길바랐다.

“책을내게되면서그간있던일들을다시한번생각하게됐어요.어려움속에있는환우들이저희책을읽고한줄기작은빛이라도발견하면좋겠어요.그렇게된다면정말감사한일이죠.”
김명자씨는최근트레킹을하다가넘어져이가빠졌다.그런데부러진이를들고기념촬영을할정도로여유가생겼다.히말라야등반이후달라진점이다.

“이가부러진건아무것도아니에요.지난번에는넘어져서얼굴에상처가났어요.여기보세요.화장을하지않으면코흘린것처럼보여요.(웃음)히말라야에다녀오고나서삶의어려움에대한자신감이생겼어요.제일높은봉우리에오를때는어둠속에서랜턴켜고출발해16시간을걸었어요.‘어떻게도전한건데.포기할수없어!’하는마음뿐이었죠.저희의도전과이야기가사람들에게긍정의바이러스가되면좋겠어요.”

암환자의고통,직접몸으로체험
노동영서울대학교암병원원장

서울대암병원노동영원장은국내유방암권위자로통한다.그는유방암환우회가설립되었을당시부터많은도움을주었던인물이다.그래도히말라야를오르기로한환우중그가선뜻따라나설거라고생각한사람은없었다.“일주일정도학회가는일정이외에이렇게길게시간을내본건처음이에요.휴가도제대로가본적이없었죠.그동안암병원을오픈하고힘든과정을거치며6~7개월이지났을때라‘쉬고싶다’는생각이들던차였어요.저자신에게휴가를준거예요.마침히말라야에오르자는제안을받게된거고,‘웰컴!’하고받아들였죠.”

노원장에게도히말라야행은큰용기가필요한일이었다.그러나아무런준비나계획이없는결정이었다.“컴퓨터처럼리셋할시간이필요하다는생각외에는아무생각이없었다”고했다.그는환우들과함께사전체력운동에도참여했다.지리산,설악산,한라산,백두산….천지가폭발한다는뉴스에백두산산행을주저하고있는단원들에게“수백년만에화산이터지는데,그순간우리가함께있다면얼마나영광인가?”라는말로설득한사람도그였다.그가환우들과히말라야를등반한다는소식을들은한심장병전문의는“높이올라갈수록숨이차고,고산병으로사망한사람도있다”며협박어린충고를해주기도했다.그런말에흔들릴노원장이아니었다.그러나그도고산병에서무너졌다.

“4천m정도부터고산병을심하게앓았어요.숨이많이찼고,머리가깨질듯아팠고,배속을꺼내고싶을정도로구토증세를심하게느꼈죠.”이런과정에서그는환자들이겪는고통을경험했다.그동안진료를통해간접적으로는암의고통에대해잘알고있었지만,직접몸으로겪은건처음이었다.그러나히말라야에는그고통을뛰어넘을만한아름다운자연이있었다.

“가보지않은사람은느낄수없는청결하고도깨끗한느낌이있어요.또고지에올라섰을때의성취감과충만감은아마단원들모두똑같이느꼈을거예요.일상에서벗어나전혀색다른경험을했어요.하늘을바라보면빈공간이없을정도로별이가득했죠.자연의순수함을느낄수있는소중한시간이었네요.”노원장은암환자들에게등산을적극추천하면서,자신의건강이허락하는한에서도전할것을권했다.

“등산도본인의체력에맞는도전이라면건강에도움이된다고생각해요.실제로규칙적인운동은암을예방하고치유하는효과가있죠.건강을위해서도권하고싶고,일상에서벗어나또다른삶을여는데도움이된다는점에서도권합니다.”

-여성조선/취재두경아기자|사진신승희,이콘|참고도서《핑크히말라야》(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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