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들만 모르는 세 가지 *-

한국인들만모르는세가지

개발도상국관료들의한국評
‘자기들이잘산다는사실과위험한대치상황에놓인것,中·日얼마나두려운지몰라’안보무감각증속히고치고당당하고신중한주변외교를

김대중고문

자원(資源)외교차개발도상국에자주출장을가는정부관계자가근자에이런말을전해줬다.개도국,특히아프리카나라의관료들이"우리가보기에는한국이부럽기짝이없을만큼고속성장을이뤘는데정작한국인들은그런인식이없는것같다"며자기들은알고있는데한국인들만모르고있는세가지를지적하더라는것이었다.

한국사람들은첫째,자기들이얼마나잘사는나라인지모르는것같다.둘째,한국이얼마나위험한대치상황에놓여있는지모르는것같다.셋째,이웃인중국과일본이얼마나대단하고두려운존재인지인식하지못하는것같다는것이다."개도국입장에서보면대단히무서운존재인중국과일본을양쪽에두고있으면서그들을우습게보는국민은한국인밖에없는것같다"는것이다.

피식웃음이나오다가다음순간섬뜩한느낌이드는관찰이다.어찌보면우리가처한상황을가장정확하고신랄하게표현한것으로우리로서는정곡을찔린기분이다.첫째는우리가잘먹고잘사는문제,즉경제에관한것이며,둘째는화약고를끼고사는우리의안보상황에관한것이고,셋째는우리가인접외교에서살아남을수있느냐에관한것이기때문이다.

우리가과연잘사는나라인지에관해우리국민가운데는동의하지않는사람이있을것이다.그래도개도국사람들의눈에우리가OECD회원국으로1인당국민소득2만달러이상의’살만큼사는나라’로보이는것은있을수있다.잘먹고잘사는것에대한기준은상대적이지만우리스스로10~20년전과비교해볼수는있을것이다.그래서못산다고불평불만하면서도’호강에겨워한다’는소리를듣는것이그리기분나쁜일은아니다.

문제는둘째의관찰이다.세계사람눈에는우리가아주위험한’동네’에살고있는데정작장본인들은위기의식과불안감을느끼지않는것이기이하게느껴진다는것이다.위험한것에오래노출되거나익숙하다보면누구나그상황에무신경·무감각해지는것이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는하지만자국의안녕이걸린안보적’위험’에무감각하다는것은국가존립에관한문제이며국민자긍에관한문제다.

60여년전국지전(6·25전쟁)으로는유례가드문사상자를내고도아직도’휴전’상태에있는나라,휴전선남북으로100만명규모의병력이실전(實戰)대치하고있는나라,그들뒤에미국과중국이라는세계최강국(G2)이도사리고있는지역,북핵의위협을머리에이고살아가는무핵(無核)의한국,선군(先軍)정치로무장한세습독재국가가수시로국지도발(천안함·연평도)을일삼는지역,그리고이런상황에도남쪽에친북(親北)또는종북(從北)이더욱기승부리는’이상한나라’,우리는세계인들에게그렇게비친것이다.

그런데도새정부가들어서는마당에국회가통과시킨예산은정부가요청한것보다3000여억원을삭감한것으로국방예산이여러예산항목중에서가장삭감폭이크다.이것은액수의문제가아니라국방예산이가장만만한대상이라는안일한안보의식을반영한것이다.삼면이바다인나라에서반드시필수적인해군기지(제주)하나세우는데온갖고초를다겪고있는이어처구니없는상황을개도국은물론어떤선진국이이해할수있을까?정권마다북한권력자들과’악수’를못해안달이면서돈으로’평화’를사려는남쪽위정자들의포퓰리즘에세계사람들이의아심을갖는것은있을수있는일이다.

셋째,동북아의역사를잘모르는세계인,특히개도국사람들이한국의대일(對日)·대중(對中)관계를염려하는것은무리가아닐지도모른다.중국·일본과몇백~몇천년에걸친굴욕의역사를경험한한국으로서중국과일본을경원하고불신하며민족적거부감을갖는것이때로그들을경멸하는것으로비칠수도있다.그리고그것이별실리(實利)없는허장성세로비칠수도있다.그러나우리는우리의미래까지과거의연장선상에두는우(愚)를범하진않을것이다.그들자신식민의역사를체험한약소국·개도국이기에살아남기위해서는오늘의강자에의존하지않을수없는현실에살고있다.다만그들이우리의대중·대일외교를주시하는것은곧자신들의강대국외교의교본으로삼고싶어서인지도모른다.

그런의미에서우리는아무런우회로나퇴로없이그저’성질부려보는’과시성외교에머물러서는안된다.시대가바뀐이상우리가중국에조공을바치고일본이우리땅을강점하는따위의역사는반복되지않을것이다.그러나그런섣부른결론이경제적식민화와영토분쟁이라는또다른형태의재앙과갈등을불러올수도있다.세계인들이우리의경제·안보·외교에관심을표시할만큼우리는세계에두각을나타내고있다.이제우리는그들이우리만모른다고생각하는문제에우리스스로대답할수있어야한다.

[김대중칼럼]-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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