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에게산은무엇인가
오랜세월산책과접하고산사람들과만나면서근자에새삼느껴지는것이있다.산악인에게산은무엇인가하는생각이고물음이다.그저그런이야기가아니고이상하게머리를떠나지않는다.얼마전대산련창립50주년을기해알피니즘에관한심포지엄이있었는데,열띠고심각한그분위기속에서나는혼자우리에게산이란무엇인가생각했다.산과사람과의우연한만남으로시작된길고긴역사를나름대로알고있기때문에이문제는그저넘어갈수가없었다.
반평생북한산과도봉산이보이는곳에살다가후년에수락산자락으로옮기며언제나산이보이는것이늘주거를정할때조건이었다.산에오르는것은그다음이야기였다.산은볼수록좋고마음을편하게해준다.인공이아니고천연이어서그럴까.산은자연의대명사로되어있다.산·천·초·목넉자가자연을말하고있지만거기에서도산이자연의대표격인것을우리는안다.그리고산은단순한돌과흙의덩어리가아니다.
우리인생에게는하나의상징이고비유이기도하다.우리가산을좋아하는것은누구나그것을느끼고있기때문이라고필자는본다.사람에인격이있듯이산에산격이있다는이야기다.일본에서고전·명저의하나로되어있는<일본백명산>의저자는산을고르며이산격에주목했다.그가그들의최고봉으로누구나오르려고하는후지산(3778m)을빼면서우리백두산(2744m)을세계100명산속에넣은것도오직그산격을보고했으리라.
250여년의역사를가진세계등반사는알피니스트들이산과싸운기록이다.미지의고봉에대한견딜수없는매력에끌려정열과투지를쏟았던과정이다.알피니즘이라는새롭고색다른인간문화가그옛날서구사회에서시작한데는상당한의미가있다.산이라는자연에대한새로운인식이있었던것이다.그들은등산선진국이고우리는뒤늦게산을알았지만세상이하나가되고국제사회가되다시피한지금도그들과우리사이가좀처럼좁혀지지않고있다.
그것은이른바등산문화에서느껴진다.우리가세계무대에진출하고같은자연을상대로같은장비와별차이없는기술로활동하고있는작금이다.기록면에서도상당한수준까지올라가고있는것도사실이다.그런데그들과우리사이에는언제나이질적이고미흡한느낌이있다.외모는같은데내면에서그러한차이가있어보인다면하나의편견일까.
등산이란산을오르는일이다.그런데산악인으로그들선진과우리후진의생각과태도가다른것같다.한마디로그들은산을보는데우리는산에오르기만한다고나할까.산악인에게산은전제고등산은예상이다.산을보지않고오르기만하면그것은정도가아니고외도나다름없다.알피니즘의정신에서멀리이탈한다고필자는생각한다.사람들은설악산을기를쓰고오른다.누구나오르는대청봉에나도서고싶어서다.좋은일임에틀림없는데여기궁금한것이있다.그들은올라가서무엇을느끼고무엇을보고내려오는가.
설악의어프로치는길도풍치도다양하다.다만정상에서의감회와소득은사람마다다를것이며,그것도일반등산애호가와산악인과는큰차이가있음직하다.그렇지않고서는산악인이라고할수가없지않을까."산악인은저마다산에고향을가지고있다”고말한사람은일본산악계의선구자였지만,그옛날에드워드윔퍼는마터호른초등때의대참사로오랫동안알프스를떠났다가노후에마터호른이그리워돌아왔으며,프루겐산릉을초등한귀도레이는마터호른을잊지못해노후에마터호른이잘보이는곳에산장을세우고혼자조용히살았다.
보나티역시자기생애에걸친등반기를정리하며끝장에몽블랑을다시찾은이야기를잊지않았고,가스통레뷔파는<별과눈보라>에서그랑드조라스가저녁놀에빛나고있는장엄한모습을산장에서바라보고있었다.이와같은이야기는모두반세기도훨씬전의서구알피니스트들이산과대하던모습이다.근자에히말라야자이먼츠14봉을무산소로오른첫여류등산가,칼텐브룬너의책을펼치다눈이간것이있다.베이스캠프주변에야생화가만발하고가까이내가흐르며,저녁놀에아마다블람이어딘가이세상것이아닌것처럼빛나고있었다고했다.
극한적인원정에서어떻게그러한주변에눈이갔는지새삼놀랍다.하기야순간을모르는극적인인생한가운데있다보니더욱주위의모습이그토록그녀에게다가왔는지도모른다.나는에베레스트를다녀온그많은산악인들입에서쿰부빙하가까이있는만고의고요를간직한빙하호이야기를들어본적이없다.그곳은1952년스위스원정대가모든것이불확실했던당시베이스캠프로삼았던역사적인곳이기도하다.
산악인은일반사회인과다르다.그들의배타적이고독선적인특권의식을나는긍정하고싶다.그정도의자부와긍지가없이우리는이른바한계도전이니죽음의지대이야기를입에담을자격이없다.그런데여기한가지조건을달고싶다.산악인은무조건산을오르는것이아니고언제나산을보아야한다.즉산악인은알피니스트인동시에휴머니스트며더욱나투어킨트(자연아)여야한다는이야기다.도전자만으로서는의미가없다.그옛날토니히벨러는마터호른과친숙해지려고르마트에일터를마련했다.볼수록그북벽이무서웠기때문이었다.
오늘날우리산악인들은멀리히말라야오지를다녀오며많은체험을했다.남다른소중한체험들을.높이2000m도안되는저산지대에서자란우리자신을생각할때더욱놀랍다.그런데이런과정에서우리가얻은것은무엇일까.성취는분명한데남은것이불투명하다.고작해서산행보고서고멋진등반기가눈에띄지않는다.산행보고서와등반기는다르다.전자는단순한행동기록이고후자는산과의접촉기록이다.여기에는산과자기와의관계즉그자연에몰입했던자기인생의모습이그대로담겨있어야한다.
고전중의고전으로되어있는에드워드윔퍼의<알프스등반기>에나오는짤막한한토막의글은산악계거인윔퍼의남다른인생을잘보여주고있다.그것은이런글이다.‘극이끝났다.막이내린다.독자와헤어지기에앞서산에서얻은소중한교훈을말하고싶다.저높은산을보라.아주먼곳에있다.‘오를수없다.’는말이저절로튀어나오더라.그러나등산가는‘그렇지않다!’고말한다.‘확실히멀다.오르기어렵고위험할는지모르나할수있으리라.길이있을테지.산친구들을만나서그산에오른이야기를듣고어떻게위험을피했는지알아보자.’세상사람들이밑에서잠자고있을때등산가는산으로떠난다.길이미끄럽고힘이들것이다.그러나신중과인내가승리를얻어낸다.마침내정상에오른다.’
윔퍼의마터호른초등은19세기후반의이야기다.그러나그의당시의등반기가영원한산악문헌의하나로남은데는그만한이유가있다.남의글을읽지않고자기것도남기지않는오늘의우리처지를새삼생각한다.진정한모험과개척의시대는지나갔다.이제우리에게남은것은한낱모방이다.그리고산악인의의식과행위는언제나독창적인것이있기마련이다.그독창성은각자의재산이다.나는그들의독창성이보고싶다.ⓜ
-글김영도_원로산악인/월간마운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