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파는 사람 [2] / 이덕재 *-

생각을파는사람-열일곱번째인물

셀러유형생각의검투사(ThoughtGladiator)

이덕재tvN콘텐츠기획담당국장
대표상품드라마‘응답하라1997’편성기획
최신상품‘김미경쇼’
생각검투사의셀링포인트


1)콘텐츠기획단계부터마케팅을포함시켜라.
2)결핍은때로엄청난독창성을만들어낸다.
3)생각을팔기에앞서구매자의생각부터제대로사라.

이덕재tvN콘텐츠기획담당국장
photo한준호영상미디어차장대우

솔직히이정도일줄은몰랐다.요즘엔초딩부터80대할머니들까지다나를알아본다.얼마전에강연하러백화점에갔더니남자고등학생들이나를발견하고일제히외쳤다.“야!김미경이다!!”며칠전에는서울동대문시장에옷을사러갔는데가게사장님들이하도알아보는통에쇼핑은제대로못하고인사만하다왔다.이렇게인생이피곤해진이유는단하나,tvN‘스타특강쇼’때문이다.내가그동안지상파에서강연한것만해도거의200편.그런데이정도의반응은아니었다.적어도중고등학생까지나를알아보진않았다.그런데스타특강쇼이후상황이완전히달라졌다.첫번째강연이동시간대시청률1위를하자아예2편더찍었고몇달동안끊임없이재방송됐다.우리딸도케이블TV를틀기만하면내가나온다고할정도였으니말다했다.

나는그때tvN을다시봤다.채널이가진영향력도상상이상이었지만케이블TV임에도콘텐츠를프로듀싱하는솜씨가지상파못지않았기때문이다.최근강연열풍을타고공중파부터케이블TV까지너도나도강연프로를만들고있다.그러나그어떤프로도스타특강쇼처럼찍지않는다.일단카메라수부터다르다.보통강연프로는4~5대로찍지만스타특강쇼는9대가동시에돌아간다.편집도3초마다끊임없이장면이바뀐다.그것도모자라CG까지넣어강연프로임에도예능같은느낌이든다.이렇게공들여만드니시청률이안나오면이상한거다.

얼마전tvN에서새로운제안을해왔다.내이름을건‘김미경쇼’를만들자는것이었다.강사가아닌MC로서토크쇼는한번해보고싶던터라직접만나보고결정하겠다고말했다.그때CJE&M본사에서만난사람이바로이덕재(44)tvN콘텐츠기획담당국장이다.그의첫인상은일단‘국장님’치고너무젊다는것.그리고자신만의독특한생각테크놀러지가있다는것이었다.나는10년가까이방송에출연했지만이렇게말하는사람은처음봤다.“‘김미경쇼’를성공시키려면이프로그램의정체성부터확실히다지고들어가야합니다.그러려면무엇을할까에집중하지말고무엇을하지않을까부터생각해보는게중요합니다.”

나는이말을듣는순간,그에게‘캐스팅되기로’결심했다.동시에우리인터뷰에그를‘캐스팅하기로’마음먹었다.대부분의프로듀서는다른프로들의이런점이좋으니이걸가져와서해보자고말한다.그런데그는거꾸로다.무엇을안할지부터지워보자는것이다.생각의출발자체가다르다.나는그의이런‘두낫(Donot)발상법’이무척이나마음에들었다.재료를일부러최소화시킨뒤생각을발전시키는것은아무나할수있는일이아니다.수많은생각전투를치러낸배짱두둑한고수들만이감히도전할수있는방식이다.한마디로그는‘생각의검투사’였던것이다.


홈쇼핑서시청자들과‘밀당’하는법배워
콘텐츠기획부터마케팅담당자들들어가홍보전략논의


이덕재국장은현재tvN의콘텐츠기획과편성은물론마케팅과내부살림까지총괄하는대표적인브레인이다.물론여기까지오면서그도별별산전수전을다겪었다.예능PD출신인그의첫직장은종합오락채널이었던현대방송.그곳에서4년동안다종다양한프로를다만들어봤단다.여성출연자들이나와신나게수다를떠는토크프로를만들기도하고,음악프로도맡아보고교양프로도연출하는등다양한프로그램을골고루경험했다.이덕재국장은그4년동안의시간이자신에게는큰행운이었다고말한다.그중에서도가장큰행운(?)은IMF외환위기때회사가없어진사건이었다.

“당시현대방송은다른케이블채널과다르게지상파출신이많았어요.그분들에게지상파의눈높이를배웠고보는시각도많이넓어졌죠.그런데IMF때회사가망하는걸보면서정말중요한걸배운거예요.‘케이블TV를지상파처럼운영하면이렇게되는구나.나는철저히비즈니스PD로다시태어나야겠다’고다짐했습니다.”

이후다른케이블방송에서그가맡았던프로중에는홈쇼핑도있었다.그곳에서이덕재국장은실시간으로시청자들과‘밀당(밀고당기기)’하는법을제대로배웠다.스튜디오에서모니터속의매출그래프와분당시청률이어떻게움직이는지,언제매진자막을때려야매출그래프가치솟는지도알게됐다.그때의경험으로CJE&M에와서만든것이바로격투프로그램.국내최초로라이브방송을도입했고채널로고옆에디데이(D-Day)를넣었다.마치홈쇼핑처럼마감이임박했음을알리며시청자들을압박해TV앞으로끌어들였다.‘위험신호’도훌륭한마케팅이될수있음을보여준것이다.

공중파에비해태생적으로플랫폼과콘텐츠가약할수밖에없는케이블TV는시청률1~2%에목숨을건다.종편을비롯한수십개의채널이동시에경쟁을벌이는이세계는흡사전쟁터와같다.지금이야‘막돼먹은영애씨’‘화성인바이러스’‘코미디빅리그’‘SNL코리아’같은간판프로그램덕택에영향력이많이올라갔지만tvN역시몇년전까지빈약한플랫폼을메우기위해보릿고개를견뎌야했던시절이있었다.그의표현에의하면“지상파는죽어도이해할수없는DNA”로자라온것이다.

지상파출신PD들이tvN에와서가장놀라는것이바로마케팅의개념이다.예전엔프로그램만제작하면됐는데여기서는기획단계에서부터마케팅,영업담당자등까지모두들어와홍보전략을함께논의한다.이미만들어놓은뒤에마케팅을하면너무늦다는것이다.예를들어‘로맨스가필요해’라는드라마는키스장면을대본에넣을때부터아예짜장면키스,담벼락키스,코알라키스등다종다양(?)한키스장면을만들었다.이를찍어방송전부터SNS와각종언론을통해미리화제를만들어놓는것이다.또한tvN의‘360제작팀’은모바일,캐릭터,책출판,OST제작등하나의콘텐츠를360도로돌려팔수있는모든방법을만들어낸다.

케이블은특성상콘텐츠만잘만든다고해서살아남을수없다.시청자들을TV앞으로끌고와리모컨을돌리지못하게하는것까지온전히책임져야한다.물론세상의모든콘텐츠제작자들의운명이다들비슷하지만방송은특성상‘실시간시청률’이나온다.내생각이어떻게돈이되는지매초,매분계산되는것이다.그래서방송만큼살떨리는현장이없다.특히케이블TV는시청률이안나오면바로아웃이다.비즈니스프로듀서로서성장하기에최적의조건인셈이다.

‘응답하라1997’의성공이유?돈이부족해서…
자본아닌생각이이뤄내는창작은한계가없어

▲김미경원장과인터뷰중인이덕재국장.photo한준호영상미디어차장대우
올해tvN이만든최고의히트상품은뭐니뭐니해도‘응답하라1997’이다.케이블최초로6%에달하는시청률을올린기념비적인드라마.나도몇번본적이있었는데주연배우들의사투리연기와1990년대에즐겨불렀던추억의노래들,삐삐같은물건들이깨알같은재미를선사했다.이덕재국장이분석한이드라마의성공요인이흥미롭다.

“처음에드라마들어갈때신원호PD한테말했어요.‘정말미안한데16부작찍을예산이없다.8부만찍어라.’왜냐하면신원호PD는KBS에서‘남자의자격’을연출한예능전문PD였기때문에CJ에와서도예능프로를만들거라고예상했지드라마를찍겠다고할줄은몰랐거든요.드라마예산자체가아예없었던거예요.그런상황이니빅스타를쓰는게불가능했죠.게다가4~5일정도의촬영분을2~3일만에찍어야하는어려움도있었고요.그런데결국은이모든걸뚫고16부작을만들어내더라고요.만약넉넉한예산과시간을줬다면지금의그맛이안나왔을수도있어요.결국궁함에서크리에이티브가나오더라는것이죠.”

그역시한때아주작은채널에서아주작은프로를만든적도있다.처음에가서봤더니PD들의생각이돈과정확히비례했다.예산이적으면생각의폭도자동으로작아졌던것이다.그래서아예그는생방송을만들었다.생방송은오히려돈이적게들면서프로그램을활력있게만드는기폭제가됐고시청률도올라갔다.이처럼때로결핍은창의력을만들어내는어마어마한에너지원이되기도한다.결핍은이전에남들이한번도안해본생각,이전에한번도써보지않았던밑바닥힘을꺼내도록만든다.인생에도,꿈에도,창작에도결핍이최고다.자본이이뤄내는창작은한계가있지만생각이이뤄내는창작은한계가없기때문이다.

실제로‘응답하라1997’뿐만아니라tvN대부분의프로들이스타나스타작가를기용하는경우는거의없다.잘팔릴만한출연자에게기대는것은그들에게‘지상파스러운’일이다.이덕재국장은이런방식이지상파와차별화가안될뿐더러비용대비비효율이라고말한다.스타가시청률을끌어내는부분이있고콘텐츠자체의힘이있는경우가있는데tvN은후자에초점을맞춘다.

유명한스타나유명한드라마작가만믿고가는것은상대적으로쉬운일이다.그러나검증되지않은신인이나별로유명하지않은출연자들로시청률을끌어내려면웬만한기획으로는안된다.생각의힘이열배는강해져야한다.오랜시간동안피터지는생각전투에단련돼야만가능한일이다.그래서나는그가처음에‘두낫(Donot)’을말했을때안심할수있었다.생각의하수들은‘투두(Todo)’를먼저생각하지만고수들은‘두낫(Donot)’으로시작한다.하지않아야할것에대한감각이생겼다는것은이미그가생각의고수라는증거다.‘두낫(Donot)’은기존의콘텐츠에대한분석이이미끝났다는얘기고완벽한차별화를하겠다는전략이섰을때가능한접근법이기때문이다.

이덕재국장의3가지생각분류법
시청자의생각도시스템으로사들여라


또하나,이덕재국장이남다른점은생각을팔기전에생각을제대로살줄안다는것이다.물건도원재료를먼저사야가공해서팔듯생각도마찬가지다.시청자들의생각과감성을먼저사서팔거리를만들어야한다.많은사람들이“어쩜내얘기를하느냐”고얘기하면얘기할수록제대로산거다.그런데이덕재국장은사는데도일종의시스템이있어야한다고말한다.

“평소에자주들어가는블로그를지정해놓고정기적인책자,메일알림기능으로지속적으로정보가들어올수있게만들어둡니다.그뒤정보가들어오면세가지로분류해요.첫번째는버릴것,두번째는참고만하고버려도되는것,세번째는프로그램기획소재로바로활용할것.”

그는tvN의주시청자층이2030인만큼밥먹는시간을활용해사내의20대들을틈나는대로만나는편이다.20대가요즘뭘고민하고,무엇에관심이있는지직접들어보고기획단계의아이템을시뮬레이션해보기위해서다.그는회사차원에서시청자들의생각을과학적으로구매하고분석하는역할을포함하는R&D센터격인‘콘텐츠이노베이션팀’도직접만들었다.요즘에는모든기업이구매자의생각을사는고객설문조사나FGI(FocusGroupInterview·집단심층면접)를중요시여긴다.특히주요타깃층의정확한생각을파악하는것은꽤나비싼일이되고있다.그런면에서시청자들의다양한생각을과학적으로해체·분해·재조립하는과정은프로그램의생명을연장하는데필수조건이다.

난다긴다하는생각고수들이모여작품을만들어도지상파건케이블이건성공확률은20~30%에불과하다.이덕재국장은이를50%이상올리는게목표다.성공할수있는모든조건들을과학적으로통제해최대한이겨놓고싸워야한다는것이다.한번이겨볼까하고시도하면이기기힘들다.이길수밖에없는걸갖고오는사람들이늘있기때문이다.

그는처음케이블TV에입사할때부터한가지‘끝그림’이있었다.지상파를넘어서서케이블이성공하는모습이었다.여기서이긴다는개념은꼭시청률만을의미하는것이아니다.작은프로그램하나하나가시청자의반향을일으켜거대한물결을일으키는것이다.그런의미에서최근tvN의약진은그의끝그림과점점비슷해지고있다.아마지금까지그가생각을제대로팔았다는증거일것이다.그렇다면20여년가까이생각의검투사로방송계를누비던그가총괄하는‘김미경쇼’는과연어떤모습일까.갑자기나도궁금해진다.독자여러분도궁금하다면?매주금요일밤10시,tvN채널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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