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파는 사람 [3] / 고미숙 고전평론가 *-

생각을파는사람-열여덟번째인물

삶의해답찾은공부의달인고전평론가고미숙 셀러(seller)고미숙고전평론가
셀러유형공부의달인
대표상품‘동의보감–몸과우주그리고삶의비전을찾아서’
최신상품‘나의운명사용설명서’
공부의달인의셀링포인트


1)앎과삶을일치시켜라.
2)생사문제를풀고싶으면고전을펼쳐라.
3)글쓰기가가능해지면공부는밥이된다.

▲고전평론가고미숙씨/photo한준호영상미디어차장대우 우리회사에는24시간불이켜져있는‘감옥’이하나있다.이름하여영운옥(盈雲獄).뜻그대로하면구름을채우는감옥인데,여기서구름은곧청운의꿈을뜻한다.종합하자면‘꿈을채우는감옥’쯤되겠다.이설렁탕집이름같은집필실은실제로창마다방범용쇠창살이드르르박혀있다.지난해나는이곳에갇혀서못나왔다.‘김미경의드림온’을집필하느라강의할때빼고는죄수아닌죄수가됐다.그러나아이러니하게도생각하고글만쓰는감옥에있을때가나는가장자유로웠다.그날도마지막원고를넘기고감옥안에서망중한을즐기는데탁자위에책한권이눈에띄었다.이름하여‘나의운명사용설명서’.

“고미숙선생님이라고유명한고전평론가가쓴책인데요,내공이장난아니에요.신기한건,사주명리학을풀어쓴내용인데원장님이평소에하시는말씀이랑겹치는게많다는거죠.”

나의‘감방동료’인콘텐츠팀장의말이다.도대체뭐라고써있길래?몇장넘겨보는데도저히진도가안나간다.생각하고쓸게너무많아서다.갑자기강호의고수를만난기분이다.

“사주팔자를뽑아보면오행상어느쪽으로든다기울어져있다.심한경우한오행이고립이거나아니면아예없기도하다.…그럼판을포기해야하나?그렇지는않다.좀위험성이있긴하지만또패가골고루들어온경우에는누릴수없는스릴이있다.그스릴이오히려인생역전의발판이되기도한다.불급의극단인고립의경우에도마찬가지다.고립은다른오행에가로막혀서순환이불가능한경우다.하지만그카드는존재의무게중심이된다.…즉가장문제적인곳이지만그것이구원처일수있다.”

나는오랫동안수많은사람들을만나면서각자에게‘인생의추’가있음을알게됐다.누군가의추는망가진허리에매달려있었고누군가는아픈자식이,누군가는못된남편이무거운추였다.추가없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다만지혜로운이들은그추를불행으로해석하지않았다.나를겸손하고인간답게만들어주는무게중심으로감사하게받아들였다.그런데이를음양오행으로도설명할수있다니….이구절을읽으면서나는직감했다.선생과의만남은운명이구나!

생로병사문제풀려면몸부터알아야
“요즘애들,싸가지없는게아니라신장약한탓”


그리고한달여후,우리는드디어만났다.서울남산골필동에서도안쪽으로한참들어가면선생이벗들과함께배우고가르치는‘감이당’이있다.이곳에서만난고미숙(52)선생의첫인상은비구니,혹은수녀와교수를합친분위기랄까.수행자와스승의절묘한콜라보레이션이다.앎과삶이일치된사람들에게서나오는특유의맑은아우라가풍긴다.공부만하시는분이나를알까싶었는데인연이라는게묘하다.

“제가원래TV는예능이나조금씩보지강의프로같은건바로채널을돌려요.그런데그날따라제가그강의는계속봤어요.신기하게그때말씀하셨던단어라든지표정,몸짓까지다기억이난다니까요.”

선생이유일하게리모컨을돌리지않았다는강사가바로나였다!역시우리는만날수밖에없는운명인걸까.

선생이몸담고있는감이당은‘인문의역학’표방하는지식공동체다.인문학은요새워낙대세니까알겠는데의역학(醫易學)이라는게뭘까.의역학은말그대로의학과역학을말한다.몸을탐구하는의학과우주를탐구하는명리학,주역을다룬다.한의사될것도아닌데민간인이의학은배워서뭐하냐고?사주카페차릴것도아닌데명리학은배워서어디에쓰냐고?그런데따지고보면이두가지는우리인생과직결돼있다.우리가살면서제일괴로울때는몸어딘가에탈이났을때,또한인생에서생각지도못한불행이닥쳤을때다.

그러나우리에게는이두가지를해석할수있는능력이없다.몸이괴로우면의사를찾고,마음이괴로우면점집에가거나종교에매달린다.그러나만약공부를통해내몸에닥친병과,내게일어난시련을재해석하는혜안이생긴다면어떨까?고미숙선생은동의보감을공부하면서같은현상도전혀다르게보는눈을갖게됐다.예를들어중고등학교에강의를하러가면애들상태가가관이다.너는떠들어라,나는잘테니.아니면대놓고옆에앉은녀석들과장난을친다.그러면대부분이아이들의‘싸가지’를탓하거나가정교육을개탄한다.그런데고미숙선생은전혀다른진단을내린다.

“신장이약한거예요.신장의수기운이올라와야척추가튼튼해지고뇌가촉촉해지면서누군가의말도경청할수있는데이네트워크가깨진거죠.아이들이공부하느라앉아만있지하체를안쓰잖아요.게다가이어폰.이게아주치명적이에요.귀에있는물이다말라버리는거죠.그러니지금아이들의몸상태로는누군가의말을경청하는게너무어려운거예요.”

그렇구나.듣고보니아이들탓만할게아니다.그동안고등학생인아들녀석에게왜엄마말은귓등으로도안듣냐고소리질렀던게미안해진다.몸공부를하면저절로마음공부가되나보다.역학도마찬가지다.그녀처럼‘배운여자’가명리학을공부하는이유는지혜를얻기위해서다.모르는사람들은미신이니어쩌니하지만선생은몇천년간검증된과학이라고말한다.천문학자들은혜성이언제지나가고일식이언제일어나는지정확한시간을맞힌다.

따지고보면하늘에서일어나는움직임을계산해서맞힌다는게놀랍지않은가?그런데그게가능한것은우주에는고유의리듬이있기때문이다.우주의일부분인인간의운명도마찬가지다.명리학이라는프로그램에넣어서계산을해보면내운명의리듬도정확하게나온다.길거리에서만원주고보는사주도,공짜로보는인터넷사주도큰틀에서는엇비슷하게맞는이유다.재미있는것은재벌이나정치인중에는전용역술가를끼고있는경우가많다는사실이다.겉으로는미신이라고돌을던지면서뒤로는자기들끼리독점하고있는형국이다.

내게닥친불행재해석하는힘은공부에서나온다

고전은생사문제푸는최고의지름길


고전평론가고미숙씨
명리학을공부하면자신이타고난사주팔자가보인다.나도몰랐던나를발견하게되는것이다.“명리학을배우면내사주가제일궁금하잖아요.(웃음)배워서보니까그동안내가한짓이이해가되는거예요.내안에이런리듬이내재돼있었구나.그래서그런‘또라이짓(?)’을했구나.한편으로는굉장히이해되면서편안해지죠.그것에대해서용서할줄도알고.감추는것도별로없어졌어요.”

살다보면자기도자기를모를때가얼마나많은가.질러놓고도내가왜이랬을까후회하는적이한두번이아니다.그러나알게되면적어도이해는된다.타인에대해서도마찬가지다.타인의사주를보면그의욕망이어떻게배치돼있는지보인다.상대를이해하는다양한채널을갖게되는것이다.무엇보다명리학공부를제대로하다보면좋은팔자,나쁜팔자란따로없다는진리를알게된다.주변에보면이런사람들이꼭있다.

젊었을때는너무총명하고잘나갔는데40~50대가되면서확고꾸라지는이들.고미숙선생의말에의하면대부분이런사람들은‘대운(大運)’이바뀐이들이란다.애초에예전의영광역시자기혼자서의힘으로한게아니라는것이다.그것역시우주가허락해서된것이다.그러나대부분내가잘나서잘됐다고만생각한다.그러다가리듬이바뀌고대운이끝나면팔자탓,남탓으로상황이더꼬인다.이제정말내힘으로이겨내야할때나를돕지못하는것이다.대운이끝나면팔자가꼭나빠지는것인가?각종살들이드글드글하면나쁜운세인가?그것은전적으로내가해석하기에달린문제다.

“우주는질량불변의법칙이에요.어디서펑펑나는게아니고,이미존재하는것들이도는거예요.누가태어나면누가죽고,누가부자가되면누군가는가난해지죠.나한테오는운도언젠가반납해야하지않겠어요?그렇다고불운이꼭나쁜것만도아니에요.이길이막히면반드시저길이열리거든요.향후10년을준비하는새로운도약기가될수있어요.”

내가이번책에서드림워커(Dreamworker),즉‘꿈이시키는일을하는사람’이라고정의했던사람들의공통점도바로이거다.하루하루내꿈과함께열심히일하는사람들은하나같이초년운이지지리도박복했다.팝핀현준은부모사업이망해서10대에노숙자가됐고,국제사회복지사인김해영씨는척추장애도모자라집에서쫓겨나식모가됐다.그러나그들은이를상처혹은불행으로해석하지않았다.오히려그덕에지금의자신이있을수있었다며감사해한다.고미숙선생은상처받았다는것도상처로해석하도록현재를살고있기때문이라고말한다.현재가바뀌면과거도재구성된다는것이다.이얼마나멋진통찰인가!

내운명의리듬을파악하고,팔자로드러나는차별상들을원망없이볼수있는지혜를주는공부.이거야말로인생의‘전공필수과목’이다.지금까지우리에게공부는지식과정보에불과했다.고등학교때머릿속에엄청구겨넣은것같은데기억이하나도안난다.그래서우리에게공부는곧스트레스였다.그런데선생은고전공부를통해진정자유로워질수있다고말한다.

“미래에대한불안을없애려면결국생사의문제를탐구해야해요.이방면으로는2500년동안누적된지혜인고전이최고죠.예전에책이귀하던시절에는그걸얻기위해삼장법사와손오공일행이목숨걸고서역까지간거잖아요.왜?훨씬빠른길이니까.우리는부처나공자가했던고생을리바이벌할필요없이얹혀가면된다고요.(웃음)”

물론얹혀가는일도말처럼쉬운것은아니다.고려대학교에서독문학을전공했던고미숙선생은대학원(고려대학교국문학전공)에가서야한자를쓰고처음논어를배웠다.사서삼경을통달한천재선배들은어디서저런‘띨띨이’가들어왔냐며혀를찼다.5년동안고난의묵언수행이이어졌다.당시그녀는버티는자신이대견했을뿐아무것도바라는게없었단다.그런데10년걸려박사논문을쓰고나오니까그많던천재들은다사라지고없었다.그리고다시10여년이흐른지금은그어떤공부도두려워하지않게됐다.특히동의보감을만나면서지식의경계가허물어졌다.몸을알려면오장육부는기본이고생물학,진화론,물리학,천문까지다알아야하기때문이다.학문이서로연결되는고리가잡히니이해가쏙쏙되고그게기초가된다는생각에매순간이즐겁고충만해진다는그녀.

“내가전생에얼마나착한일을많이했길래이런부(富)를누릴까싶어요.”

선생의행복한표정을보니질투가날정도로부럽다.

공부가밥이되려면글쓰기배워야
삶과깨달음의일치가21세기최고의융합


그런데이곳감이당에는그녀와상태가비슷한사람들이수백여명에달한다.의역학을배우겠다고사방에서찾아오는학인들이점점늘고있는것이다.그중에는대기업에다니는회사원부터편의점주인,유한마담(?),중고등학생등계층과나이도제각각이다.정규과정은무려1년동안,일주일에이틀씩나와서‘빡세게’공부한다.특히이곳에는글쓰기수업이필수다.감이당이특별히글쓰기를강조하는데특별한이유라도있는걸까?

“공부배움터의핵심은모든사람이배움의주체라는전제예요.한번강사는계속강사이고학생은계속학생만해야한다면그건대중지성이아니죠.자기를뭔가생산하는사람이라고생각해야해요.그래서글쓰기가중요합니다.글을써서저자가되고강사가될수있다는걸꼭느끼게해줘요.공부를통해서경제적으로자립할수있다는것도요.이제는사유와지성이경제적으로제일중요한시대가됐어요.아직사람들이그것의경제적가치를모른다는게참신기하긴하지만요.”

그녀의혹독한수업에처음에는벌벌떨던사람들도1년,혹은2년만에수준높은글을완성한다.그렇게열심히공부하면서자신의인생숙제도풀고,남의인생숙제도도와주는스승이되어가는것이다.내인생도구원하고남의인생구원하는것도조금보탬이된다.그런면에서보자면공부는곧종교이자깨달음이다.지금까지우리사회는종교와세속이분리돼있다.세속적인공부는대학가서하고,근원에대한물음은종교로해소했다.그러다보니나에게묻지않고자꾸스펙에기대고신에게매달렸다.막스펙쌓다가막기도하다가이도저도아닌것같으니중간에있는각종힐링에빠져든다.그러나그렇게해서는답이안나온다.선생은그답을‘성속의융합’에서찾고있다.삶에서,일상에서공부를통해깨달음이일어나야한다는것이다.부처도,노자도말했듯이결국나를구원할수있는것은오직나뿐이므로.그녀의말마따나이것이야말로21세기의진정한융합이아닐까.

김미경

스피치전문가및동기부여강사.‘김미경의아트스피치’원장,‘W.insights’대표.연세대음대졸업,이화여대정책대학원석사.MBC‘희망특강파랑새’,KBS‘아침마당’등방송출강.저서로‘한달에한번,12명의인생멘토를만나다’‘내안의스티브잡스를깨워라’‘2012년자기계발을위한트렌드키워드’‘언니의독설’‘김미경의아트스피치’‘꿈이있는아내는늙지않는다’등이있다.

김미경이만난생각을파는사람/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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