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파는 사람 [5] / 김희재 *-

생각을파는사람-열네번째인물

셀러(seller)김희재올댓스토리대표
셀러유형스토리사업가(Storybusinesswoman)
대표상품‘실미도’‘공공의적2’
최신상품올댓스토리
스토리사업가의셀링포인트


1)스토리를완성품이아닌원재료로보라.
2)생각을고가에팔려면형식을바꿔라.
3)감동을파는최고의방법은스토리텔링이다.

김희재올댓스토리대표

“이번에쓴책으로노래가사쓰고음반도내보자.아이디어죽이지?”지난해나는‘언니의독설’(21세기북스)이라는책을썼다.내가만들었지만콘텐츠가너무괜찮다.책과강연으로만팔기에는아까울정도로.그래서노래로만들자고했는데직원들반응이영썰렁했다.“에이,무슨책으로노래를만들어요?”라는뚱한(?)표정이다.

1년만에소원성취했다.이번에꿈을주제로새책이나오는데그내용으로직접가사를쓰고노래를만들었다.심지어여기에어울리는코믹댄스까지만들어지난10월부터내파랑새강연회의오프닝무대에올렸다.

이참에내년에는아예공연까지만들어볼생각이다.강연과토크,노래에연극적요소가가미된종합예술을만들어대학로소극장에올린다.하나의콘텐츠로다양한출구를만드는일종의실험인셈이다.바쁜내가이러는이유는하나.한국시장에서는‘말값’이너무싸기때문이다.가수들은한번무대에서면수천만원이기본인데강사는아무리유명해도수백만원이상받을수가없다.몇년내내해결책을고민하다가요즘에서야실마리를찾았다.내콘텐츠를책,강연같은완제품이아니라‘원재료’로보는것이다.청중의마음을움직이는원천콘텐츠라면강연이나책이외의다양한출구로내보내도시장성이있지않을까?얼마전내가했던고민을붙잡고4년넘게치열한사투를벌여온한사람을만났다.올댓스토리김희재(42)대표다.그녀는현재한국에서전무후무,유일무이한‘스토리사업가’다.


스토리와비즈니스연결하는모든일다뤄
국내최초…스토리매니지먼트부터에이전시·컨설팅까지


초가을의서울종로구혜화동은여전히운치가있었다.대학로거리가환히내려다보이는건물꼭대기층에그의사무실이있다.저녁시간임에도십여명이넘는직원들이분주히일하고있다.활기넘치는회사분위기를보니괜히반갑다.한국처럼생각이헐값으로팔리는나라에서는나하나먹여살리는것도보통일이아니다.그런데남의아들딸까지데려와월급주는게어디만만한일인가?그것도영화,연극,공연도아닌‘스토리’라는원재료로.

그는‘올댓스토리’라는회사이름처럼스토리와사업을연결하는거의모든일을한다.요즘에는기업의스토리텔링관련프로젝트가많다.예를들어새로운브랜드를내놓는다면아이덴티티를만드는것부터마케팅차원에서활용할수있는스토리까지몽땅만들어준다.

얼마전올댓스토리에서진행한프로젝트중에‘한라수’라는프리미엄생수가있었다.클라이언트는기존의수많은생수들과차별화할수있는아이덴티티와이를홍보할수있는색다른스토리를원했다.“한라(漢拏)의어원을찾으니까은하수를잡는다는뜻이있더라고요.그래서우리는한라수를‘은하수의기운을머금은물’이라고정의했어요.여기에스토리를넣어설화도만들었고요.실제로과학책을찾아보니까지구에속한모든물질은지구에서만들어졌는데유독물만은우주에서만들어졌다는과학적근원도있더군요.”

이모든과학적팩트와스토리텔링요소,이를시장에효과적으로어필하는방법까지종합한‘스토리바이블’도만들었다.고객사가마케팅과홍보전략을수립할수있도록그제품이가진모든스토리소스를집대성해주는것이다.고객사가스토리로애니메이션,만화,애플리케이션등을만들기를원하면제작까지다해준다.그야말로스토리의처음부터끝까지프로듀싱하는셈이다.

콘텐츠가필요한엔터테인먼트업계와작가를연결해주는에이전시기능도올댓스토리의주요한일이다.괜찮은스토리를발굴해이를영화,방송국,공연기획사와연결해주기도하고,다양한매체에걸맞게스토리를재가공하기도한다.또한영화사에서기획중인작품에가장걸맞은작가를섭외한다.최근에는스토리가갖고있는문제점을컨설팅해주는‘닥터링’서비스도자리를잡았다.지금이야컨설팅이지예전에는“밥한번살테니봐줘”가전부였다.그거보고몇마디해주는데인정머리없게무슨돈을받냐는것이다.그래서희재씨는오랜시간을들여생각이돈이될수있는방법을찾았다.전문가들의진단·처방회의를거쳐수백장에달하는결과리포트가나오는프로세스를만들었다.

“시나리오작가한사람에게맡겨서기다리는시간,비용생각하면여기서컨설팅을받는게훨씬더정확하죠.밥한번얻어먹고해주는훈수는한사람의의견이다보니잘못얘기할수도있지만저희는오차를최대한줄일수있는방안을제시합니다.설사프로듀서나감독이바뀌었다할지라도시나리오의본질적가치를훼손하지않고발전시킬수있는설계도를드리는셈이죠.”


시골군수부터대통령까지스토리텔링외치는시대
“감동절박해질수록스토리는더중요해질것”


그는여성스럽다.가냘픈외모도천생여자인데다목소리에는도도한지성미가흐른다.‘실미도’‘공공의적2’‘한반도’처럼선이굵은작품을쓴시나리오작가라고는믿기지않을정도로.게다가오지랖(?)은또얼마나넓은가.만화계에서10년,영화계에서10년을보냈고중간중간드라마,에세이,소설,뮤지컬등게임빼고는글로먹고사는모든분야를다해봤다.그렇게20여년을보내고그가얻은결론이바로‘스토리비즈니스’다.이는그자신이매체나장르에관계없이‘스토리자체를좋아하는사람’이라는깨달음에서시작됐다.한편에는열악한한국시장에서시기를잘못만나,혹은매체를잘못선택해묻혀버린스토리들이세상에나올수있도록돕고싶다는사명감도있었다.처음에그녀가올댓스토리를창업했을때주변에서는우려의목소리들이있었다.나역시걱정스러운부분이적지않았다.아직까지한국에서생각이얼마나헐값에팔리고있는지누구보다잘알기때문이다.

한편에서는‘잘되면대박’이라는기대도있었다.스토리콘텐츠야말로하루가다르게폭풍성장하고있는비즈니스이기때문이다.일단스토리를전달하는플랫폼들이엄청나게늘고있다.모바일기기가발전하면서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카카오스토리,애플리케이션등스토리를실어나르는미디어들이다양해졌다.동시에이런뉴미디어에민감한지식사회의소비자들은새로운플랫폼에맞는다양한스토리를구매한다.

예전에는10편짜리장편소설로읽던스토리를지금은짧은웹툰으로,애플리케이션게임으로,유튜브로즐긴다.때문에콘텐츠기업들도각플랫폼에맞는스토리들을신속하게대량으로확보하는데사활을걸고있다.스토리비즈니스야말로전도유망한블루오션인셈이다.

실제로요즘은시골군수부터대통령까지모두들‘스토리텔링’을말한다.스토리라는말이단군이래이렇게대중적으로쓰인적이없었다.도대체스토리가가진힘이뭐길래?

김희재대표에의하면스토리란“상대방의정서적반응을목적으로의도적으로배열된모든것”이다.정보전달을위해서가아니라상대방에게기쁨,분노,놀람,감동을끌어내기위한이야기라는것이다.예를들면‘A와B가사귀다가깨졌다’라는건팩트다.스토리는이런것이다.

“언니,그얘기들었어?A말야.그렇게죽고못살것처럼굴더니결국B를찼대.언니도알지만B가A한테얼마나끔찍하게잘했냐고.공부하느라몸축난다고주말마다고기사다바쳐,철마다옷사주고,힘들다고투정부리는거다봐줘.그랬는데시험붙자마자B를차버리고돈많은여자랑결혼한대.걔정말나쁜놈아냐?”

여자들은이런얘기를들으면다함께흥분한다.남자에게헌신하는여자의모습과,매몰차게여자를차버리는나쁜놈이드라마의한장면처럼머릿속에서시뮬레이션된다.상상하다보면비극의여주인공이어느새내가되면서분노가치솟는다.스토리가강력한것은저절로감정이입을일으키기때문이다.스토리는스피치에서도굉장히중요한요소다.큰소리로가르치지않아도스토리만강력하면사람들은그속에서스스로깨닫고,스스로정리한다.그래서나는1시간반강연에보통10개이상의스토리를준비한다.평소에도TV나신문에서괜찮은스토리가있나뒤지는게일일정도다.

“사람의마음을움직이는데는스토리만큼좋은게없어요.예전에야교육수준이높지않고먹고살기힘들때니까반복해서주입하거나,공짜로물건나눠주면서사람들을움직이는게가능했지만,요즘은그런방법이안통하죠.우리시대에감동이절박해질수록스토리는점점더중요해질겁니다.”


한국인에게는유명배우도화려한CG도안통해
무조건잘짜여진스토리가흥행

▲김미경원장과인터뷰중인김희재대표.

김희재대표는요즘한국의스토리를해외에수출하는프로젝트도진행중이다.온라인을통해소설,뮤지컬,영화로얼마든지가공이가능한원천스토리를파는것이다.이미각종영화제등을통해한국의스토리가가진저력을보여주기는했지만본격적으로판매를시작했을때과연시장성이있을까?그는당연히있다고확신한다.스토리에관해서는한국인이전세계최고수준이라는것이다.

“우리는아무리영화나드라마에한류스타가나와도,아무리CG(ComputerGraphics)
가현란해도스토리가재미없으면안봐요.‘트랜스포머’같은영화는사실스토리는별거없는데CG가워낙화려하니까미국시장에서는먹히거든요.그런데한국에서는안통하죠.하고싶은얘기가분명해야하고주제,소재,인물,사건이딱들어맞게짜여있지않으면외면당해요.”

게다가드라마보다더드라마같은근현대사를보냈다는것도무시할수없는요소다.전쟁과분단,급격한산업화를겪은우리어머니들의인생은다들‘책으로쓰면10권’이다.스토리가현실보다100만배세지않으면눈길을끌수없다는것이다.일본작가들이“당신들은역사속에서가져다쓸이야기가얼마나많으냐”고부러워할정도다.게다가전국방방곡곡태고때부터5000년동안쌓인이야기는또얼마나많나.구미호같은이야기를외국프로듀서들에게들려주면재미있어미친다.

김희재대표가해외수출을고민하게된또하나의이유는한국의열악한사정때문이기도하다.한국은기본적으로콘텐츠시장이너무작다.이건나도정말오랫동안고민해왔던문제다.영화는그나마천만대작이가끔씩나오지만음반은많이팔려야10만장,책도베스트셀러가10만부수준이다.구매력을갖춘타깃소비자만따지면천만도안되는시장을놓고무한경쟁하는형국이다.

게다가아직한국의소비자들은문화콘텐츠를돈주고사보는데인색하다.웹툰은무료가당연하고음악은앨범전체를다듣는데3300원을넘어서는안된다.너무작은시장에서너무치열하게경쟁하기때문이다.그러다보니수년동안피와땀으로써낸작품이빛도못보고사라지거나,헐값에팔리거나,심지어는쉽게카피되기도한다.아직까지도우리사회에는남의상상력을훔치는데죄의식이없는사람들이너무많다.그러다보니이모든대가는온전히창작자개인의고통으로돌아간다.몇년전이슈가되었던한작가의죽음처럼생활고를이기지못해극단의상황에내몰리거나자살하는작가들이지금도있다.우리가지금즐기고있는화려한문화산업들은원작자의눈물을먹고자란것이다.

나는올댓스토리가잘됐으면좋겠다.외국처럼한국도창작자가가장많이돈을버는나라가돼야한다.중간상인이아니라원작자가돈을제대로벌어야문화산업이제대로클수있다.

그런데문제는대부분의작가들은창작에만소질이있지사업마인드가없다는점이다.소설가면소설,시나리오작가면시나리오가최종완성품이지이것을스토리원재료로보지않는다.생각이원재료가돼야원소스멀티유스가가능해진다.스토리를바라보는발상자체에따라서스토리를가진사람의파워도훨씬커질수있는것이다.

그런면에서김희재대표는한가지스토리를다양한출구에맞는최적의제품으로만들수있는흔치않은사람이다.그녀자신이워낙가지각색의창작경험을한데다가,비즈니스마인드는물론,선후배들을아끼는따뜻한마음이있기때문이다.나역시생각쟁이들이잘먹고잘살수있는세상을위해,그녀를응원한다.올댓스토리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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