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파는 사람 [6] / 팝핀 현준 *-

생각을파는사람-두번째인물

셀러(seller)힙합공연예술가팝핀현준
셀러유형셀프디벨로퍼(self-developer)
대표상품팝핀댄스
최신상품국악인아내와의크로스오버퍼포먼스
셀프디벨로퍼의셀링포인트


1)스스로콘텐츠를만들고숙성시켜라.
2)나만의원천기술로다양한장르와크로스오버하라.
3)배짱과고집으로나를차별화하라.

▲힙합공연예술가팝핀현준/photo김승완영상미디어기자

첫만남,아차싶었다.노랗게물들인모히칸스타일(양옆을밀고가운데부분만살린)의머리,목과팔뚝의여러문신들,시종일관춤추듯건들거리는몸짓….이인터뷰자리는내가아니라대학생인내딸이마주하면어울릴것같았다.그런데이남자,이야기를하면할수록매력적이다.외모는힙합인데생각은산전수전다겪은고집센늙은이다.34세가아닌50대에나나올법한통찰과연륜이묻어났다.

길거리에서노숙하며혼자익힌춤
이름넉자가브랜드이자대명사


얼마전MBC주말프로그램‘나는가수다’에서조관우의구슬픈노래보다그옆에서춤을추던한청년에게관심이쏟아졌다.그가바로팝핀현준(본명남현준)이었다.슬픈발라드에힙합이라….뭔가엇박자일것같지만상상외로무대는대성공이었다.

팝핀댄스(PoppinDance),말그대로온몸의관절과근육을‘튕기듯’사용하는스트리트댄스의일종으로팝핀현준은팝핀의대명사다.지난4월28일늦은밤서울홍익대앞의한카페에서직접만나본그는말투도스타일도‘popping’그자체였다.

“저요?이바닥에서는거의신이죠.(웃음)”

팝핀현준은스트리트댄스계에서팝핀댄스의대중화를이끈창조주,그의말처럼댄서들에게는‘신(神)’과‘옹(翁)’이라는수식어로통칭된다.어디이뿐인가.대한민국을대표하는각문화공연및행사에빠지지않는아이콘이요,국악과양악등여러분야의공연에서러브콜을보내는공연예술가다.2006년에는한국의비보이문화를널리알린‘비보이코리아’의안무를감독했고최근엔평창스페셜올림픽의홍보대사가됐다.인터뷰며칠전에도오스트리아에서공연초청을받았다고한다.무엇이그를댄서에머물지않고국가브랜드적공연예술가,그것도크로스오버퍼포먼스의대가로꼽히게했을까?

팝핀현준.나는그에게‘셀프디벨로퍼(self-developer)’라는이름을붙이고싶다.제도권밖에서자가발전한사람.그는머리가아닌몸으로길거리에서스스로무르익은아티스트다.팝핀현준이어린시절부터춤을배운곳은댄스학원이아닌거칠고척박한길거리였다.그의최종학력은얼마전까지만해도중졸이다.(올해서야뒤늦게고등학교를졸업하고대학에입학했다.)아버지의사업실패로홀로3년여간노숙생활까지했다.여름엔한강시민공원에서자고겨울엔교회나병원응급실,아파트단지보일러실에서추위를피했다.배가고파슈퍼마켓에서빵을훔쳐먹으며살아야했던시절,그의유일한탈출구는춤이었다.거울대신쇼윈도를마주보면서스스로춤을만들고,또연습했다.세상의시선과는아랑곳없이20년가까이자신만의춤세계를만들어온팝핀현준은국내댄스계는물론세계적으로도특별한존재가됐다.

자가발전한비주류들의반란
원천기술의무한한가능성보여줘


지금도서울강남구대치동학원가는밤늦게까지불을밝히고있지만,길거리한편에서는스스로자신을단하나밖에없는자체명품으로키워가는이들이있다.‘가난에한맺힌개천용(龍)’이아니다.‘21세기형자발적길거리용(龍)’들에가깝다.얼마전에는길거리용이만들어내는선율에대한민국전체가취하기도했다.음원차트를올킬한‘버스커버스커’의얘기다.

밴드의리더장범준은‘슈퍼스타K3’로뜨기전까지무명의길거리가수였다.홍대도아닌고향천안에서혼자노래를만들었고,길거리공연으로감성과목소리를단련시켰다.정식으로화성학을공부한적이없어서‘코드는많지않게,멜로디는쉽게’만들었다는그의노래들은인디음악과아이돌음악사이에서독자적자리를차지했다.그어떤형식과틀에얽매이지않는이런비주류들의반란은신선함그자체다.그러나길거리용들의진짜강점은딴데있다.그어떤콘텐츠와도멋진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공동작업)을이뤄내는‘원천기술’이바로그것이다.

세상에는두가지생각기술이있다.원천기술과가공기술.원천기술은콘텐츠를스스로창조하는기술이고,가공기술은누군가의생각을시장에팔리도록가공하는기술이다.평생강의로먹고살아온나에게말잘하는능력은가공기술일뿐이다.원천기술은세상의모든재료를강의콘텐츠로만드는일이다.가공기술을배우는데는시간이오래걸리지않는다.때문에시장에서싸게팔린다.말만잘하는강사는전국에넘쳐난다.하지만청중의요청에따라서어떤주제든강의콘텐츠로만드는강사는손에꼽힐정도다.원천기술을만드는데는오랜시간과경험,통찰이필요하기때문이다.

팝핀현준의춤사위는신기에가까울정도로현란하다.하지만그것은그가가진가공기술의일부다.그의진정한원천기술은‘생각하고느낀것을춤으로만들어내는능력’이다.

“항상미리선곡을하고안무를짜지만길거리든무대든공연당시에는애드리브를넣어서변형해요.(동작을보여주며)어린아이앞에서는친구처럼보여주고,할아버지앞에서는예의바르고수줍은학생처럼움직이죠.그러면다들웃으면서마음을열어요.(웃음)”

팝핀현준의원천기술은누가심어준것이아니다.오랫동안뿌리부터스스로만든것이다.때문에얼마든지자유롭게변형될수있고크로스오버가가능하다.조PD,인순이등당대의유명가수들과의작업은물론,때로는국악,현대무용,뮤지컬,연극,발레등수많은장르와의무대에서함께어우러졌다.

지난2006년에는현대무용과힙합이어우러진‘닻을내리다-피터를위한’이라는무용극에서주인공피터팬을맡아대성공을거뒀다.독일주정부의초청으로뒤셀도르프와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초청됐고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올해의예술상’을수상하기도했다.그가가진원천기술의무한한가능성을보여준케이스다.

▲김미경원장(왼쪽)이팝핀현준부부와이야기를나누고있다.부인박애리씨는MBC대장금주제곡을부른국악인이다.photo김승완영상미디어기자

스스로가치높인콘텐츠에고집은필수
최고의콘텐츠파트너,국악인아내박애리씨


팝핀현준은스트리트댄스의한국산뿌리다.그만큼댄서로서의자부심과길거리문화에대한애착이강하다.대한민국비보이(스트리트댄서)인구는약2000명.그중톱(Top)이라할수있는10여명은모두외국에서활동하고있단다.길거리에서춤을추면노는아이들이지,예술가로봐주지않기때문이다.TV에나오는댄서들은죄다아이돌뒤에서서춤추는백댄서들뿐.춤이독자적예술로인정받기에한국은아직문화도의식도역부족이다.

“댄서면댄서지왜백댄서냐고요….아,오늘말하면서왜자꾸화가나지?”

세상과1대다수로배틀을벌여온그는영락없는‘힙합전사’다.묻고,따지고,싸우려는의지가보통이아니다.실제로예전에는한때‘방송국출입불가’통보를받기도했다.

“모가수의요청으로제가안무짜서후배들데리고방송국에간적이있어요.그런데가수가좀늦게와서일정에차질이빚어지니까감독이화풀이한다고우리애들한테욕을하더라고요.백댄서라만만하다이거죠.같이욕하면서싸우고그길로애들데리고나왔죠,뭐.(웃음)”

지금도그에게는공연러브콜이끊이지않지만,정작20%정도만간다.아무리돈을많이줘도‘행사분위기나띄우라’는식의공연은사절이다.돈은적어도취지가좋거나,자신이기획에참여할수있는공연위주로잡는다.아티스트로서,크리에이터로서남는게있기때문이다.

“고집세죠?”
“네….저진짜고집세요.”

대놓고물어봤는데의외로순순히인정한다.하지만생각해보면당연하지않나?지금의나를만든스승이이미내안에있는데.나는팝핀현준의이런배짱과고집이맘에든다.셀프디벨로퍼들이승부를벌이는데있어고집은선택이아닌필수다.

내콘텐츠에자부심과확신이있다면,나만의색깔을지켜가야한다.돈의유혹혹은유명세가콘텐츠의영역까지거침없이침범하기시작하면나만의독특한차별성이사라지기때문이다.물론세상에서제일어려운게돈에초연해지는일이다.받을때는한두가지이유로받지만거절하려면100가지도넘는이유가있어야한다.하지만팝핀현준은시장이부르는가격을,갑(甲)의논리를거부했다.“내가치는내가정한다”는똥고집이없었다면,당장의돈때문에유명가수의뒤에서병풍처럼춤만췄다면오늘의팝핀현준은없었을것이다.

이날인터뷰에는그의아내이자국악계스타인박애리씨도자리를함께했다.미안한얘기지만한눈에봐도참‘안어울리는(?)’부부다.국악과힙합만큼이나스타일도극과극이다.자유분방하면서고집센남편과참하고지성적인아내라….화목한가정에서귀한막내딸로자란박씨는국립창극단의차세대대표주자다.MBC드라마대장금의불멸의히트송(!),‘오나라’를부른장본인으로팝핀현준과도무대위에서만났다.

“극단선배님들이힙합에대한편견이있으셨는데,어느날단체로제신랑공연을보러오신거예요.다음날출근했더니제예술감독님이그러시더라고요.‘애리야,네신랑은진짜인간문화재다.성격이좀까다로워도네가이해해!’(웃음)”

어려운환경에서도춤으로자신만의예술을만든남편을진심으로존경한다는아내.그리고아내의노래를들을때마다어쩌면저렇게맑고투명하게노래할수있는지신기하다는남편.얼마전딸‘예술’이를낳고도두부부는연애초기의커플마냥서로를칭찬하기에바빴다.

남극과북극만큼이나머나먼이들이이토록서로에게끌리는이유는무엇일까.둘사이에는남녀,부부의애정보다더진한무엇이있었다.서로의콘텐츠에서부족한점은채워주고장점은키워주고싶은일종의‘스승본능’이랄까.부부는때로는스승이다.우리부모들이완제품으로만들어서보내준게아니기때문에살면서서로가르치고키워가야한다.그런면에서두사람은서로에게완벽한스승이다.집안한쪽벽을커다란화이트보드로만들어놓고5개년계획을함께적어간다는팝핀현준부부.두사람은지식사회에서서로의생각을키워가는이상적인콘텐츠파트너였다.

예술가로살아가기위한남은과제
콘텐츠는물론,시장까지창조하라


대중문화,예술이라는시장은무척이나험난한곳이다.대중은늘새로운스타,신선한콘텐츠를욕망하고트렌드는눈깜짝할사이에바뀐다.가수로시작해서가수로죽는사람이적고,배우로시작해서배우로죽는사람,춤으로시작해서죽을때까지춤꾼인사람이거의없는이유다.많은이들이경제적이유로본업과는상관없는레스토랑주인을택한다.그러나세상의수많은콘텐츠중에서도예술·문화콘텐츠는무르익어야하는분야다.20년,30년숙성될수록향기가강해지는술처럼연륜과경험,통찰이무르익을수록가치있어지는것이바로예술이다.때문에나는이런콘텐츠장인들을만날때마다특별한능력하나를더키우라고조언한다.

“콘텐츠만드는김에시장도같이창조해봐요.”

팝핀현준도자신이좋아하는힙합을평생하려면다른방법이없다.힙합을산업화해서스스로시장을키우는수밖에.SM엔터테인먼트가아이돌댄스음악을통해국내는물론해외까지새로운시장을개척했듯이그도자기만의시장을개척해야한다.힙합인재와콘텐츠를키우고이를시장과연결해새로운수익모델을창출해야한다.

그러지않으면한국에서는장르자체가비주류인댄스,그중에서도가장변두리취급받는힙합을계속하는것은힘들다.그자신은물론이고‘제2의팝핀현준’을꿈꾸며매일구슬땀을흘리는자발적길거리용들의미래역시불투명하다.스스로자가발전한셀프디벨로퍼들은이미시장에서자신의브랜드를만든이들이다.시장이어떤식으로돌아가고,어떤콘텐츠가먹히는지몸으로부딪치고깨지면서얻은귀중한통찰이있다.수많은사람과장르,생각을묶어공연을만들정도의기획력이면시장을만드는것도어려운얘기만은아니다.

팝핀현준도스트리트댄서들의맏형으로서나름의구상을갖고있었다.그가화이트보드에적어둔5개년계획에는예술학교형태의재단을설립한다는목표가있다.음악·춤·체육·미술네가지분야를기초로한예술학교다.재능은지녔지만경제적·환경적으로힘든아이들을모아키우는시스템을만드는것이다.지금도공연으로바쁜와중이지만고양문화재단의대안교육프로그램인토요창의학교에참여하면서아이들의재능을키워주고있다.

34살에이정도의콘텐츠와실행력을가졌으니20년뒤,그의모습은어떨까.배나온아저씨도좋고지금처럼노란머리에힙합바지도좋다.자신과세상을바라보는저형형한눈빛만그대로라면.

-글/김미경아트스피치원장/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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