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파는 사람 [8] / 프로듀서 구범준 *-
BY paxlee ON 2. 12, 2013
생각을파는사람-여섯번째인물
셀러(seller)프로듀서구범준
셀러유형굿네트워커(GoodNetworker)
대표상품‘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굿네트워커의셀링포인트
1)강사와청중의장벽을없애라.
2)비영리적인영리성을추구하라.
3)자발적네트워킹으로한계를넘어서라.
▲프로듀서구범준
얼마전한방송사의공개녹화강연에초청을받았다.일찌감치도착해메이크업을하고있는데대기실밖분위기가심상치(?)않았다.어마어마한박수와함성,웃음소리가끊이질않았다.호기심에나와봤더니이건완전교회부흥회다.‘I’llsayyes!’라는노래에맞춰수백명의청중이다함께춤춘다.그것도진심을다해,신나게.
한바탕축제가끝나자청중의표정은눈에띄게밝아져있었다.강연전에이미마음의빗장을열고완벽히감동받을준비를한것이다.이날무대에올라온스피커는총6명.대학생,사진가,CEO등다수가강의경험이많지않은분들이었지만분위기는오히려뜨거웠다.‘당신의이야기를듣고싶다’는청중의눈빛과리액션이무대위까지그대로전달되는듯했다.이날나는맨마지막순서에등장했다.‘청춘,불공정거래하지마라’는주제로20·30대의일과결혼에대해강의했는데2~3분마다박수가터져나왔다.심지어마지막에는수백명이일제히일어나기립박수를쳤다.순간나도울컥할뻔했다.한국사회에서노래가아닌강의로사람들을제자리에서일으킨다는게어디보통일인가.그것도단15분만에.그러나막상무대에서보니15분은서로의고정관념을깨고생각을넘나들기에충분한시간이었다.그야말로프로그램이름처럼‘세상을바꾸는15분(이하세바시)’이었다.
유튜브누적조회수650만건돌파한‘세바시’
‘한국형TED’로불리며선풍적인기
바야흐로지식강연의전성기다.몇년전부터토크콘서트가유행이더니청춘콘서트,삼성의열정락서등오프라인강연이줄을잇고있다.방송국에서시청률을이유로기피하던강연프로도요새는tvN‘스타특강쇼’,KBS‘강연100도씨’등앞다퉈선보이고있다.그중에서도지난해시작한CBS의세바시는‘한국형TED’로불리며젊은직장인과대학생들사이에서돌풍을일으키고있다.미국에서처음시작한TED는전세계지식형콘서트의원조로평가받는강연회다.전세계모든분야의전문가뿐만아니라평범한사람도콘텐츠만있다면누구나말할자격이주어진다.강연시간은18분내외.그리고모든영상은무료로인터넷과전용애플리케이션을통해배포된다.세바시역시마찬가지다.나같은전문강사뿐만아니라할얘기가있다면누구나스피커가될수있다.강연시간은15분.모든영상은유튜브와애플리케이션IPTV등으로무료로볼수있다.세바시는현재까지유튜브누적조회수만650만건에달한다.인기강연의조회수는수십만건에달해웬만한아이돌가수의영상조회수와맞먹을정도다.녹화가월요일저녁임에도450석에달하는강연장(목동KT챔버홀)은언제나만석이다.
“지난해5월처음시작했을때는조마조마했죠.우리가공중파도아닌데과연사람들이올까.돈을주고방청객을데려올까도했는데돈이없어도저히못하겠더라고요.그런데의외로청중이200명이나온거예요.어,이거되겠다싶었죠.6개월넘으면서부터는강연장이꽉차기시작했어요.”
프로듀서구범준(40).그는입사14년차에접어든CBS의베테랑프로듀서이자세바시의‘창조주’다.서글서글한인상과달리처음에세바시를만들때선배들하고독하게싸웠단다.기독교방송인CBS에서갑자기‘목사님이안나오는’강연프로를만들겠다니회사입장에서는어리둥절할만했다.게다가내부스튜디오도아닌외부강연장을빌리겠다,돈이들더라도HD로촬영하겠다고하니반대가만만치않았다.그러나그는끈질기게설득했다.
구범준PD가내부반대를무릅쓰면서까지강연프로에‘꽂혔던’이유는무엇일까.그가주목한스피치시장의트렌드는첫째,대중의자발성이었다.테드(TED),이그나이트(Ignite)등외국강연들의특징은대중이스스로강연을조직해서만들고이를공유한다는데있다.국내에도테드지역별모임인테드x의숫자는전세계적으로3위에달한다.겨우인구5000만인나라가.오죽했으면테드의큐레이터인크리스앤더슨이“한국인의지식욕구는정말놀랍다”고했을까.둘째는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발달로이러한자발적강연네트워크가무한확장되고있다는사실이다.강연을만들고싶고,하고싶고,듣고싶은사람들이SNS를통해손쉽게만나고커뮤니티를형성하는것이다.이런움직임을눈여겨본구범준PD는그어느방송사보다빨리강연콘텐츠시장을선점할수있었다.
전문강사아닌일반인도무대설수있어
청중과강사따로없는지식의선순환구조
20여년간강사라는직업으로살아온나에게도세바시는꽤나신선한플랫폼이다.동시에몇가지생각해볼만한화두를던져준다.첫째는강사와청중의장벽을무너뜨렸다는것이다.지금까지강사와청중은수직적관계였다.직업으로말하는강사와학점,혹은자격증을위해수동적으로강연을듣는청중.특히강사로무대에오르기위해서는사회적으로인증받은학위나스펙이있어야한다.그러나세바시에서는스승과제자가따로없다.세바시의전제는이거다.‘누구나인생살면서15분정도들려줄콘텐츠는있다.’옆집할머니도,대학생도,평범한직장인,심지어어린이도.(실제TED에는어린이들도등장한다.)
이전에세바시에서‘스마트시대,행복의진화’라는제목의강연을본적이있다.평범한직장인인그는강의앞머리에이렇게묻는다.
“스마트폰2300만명시대,여러분은과연행복하십니까?”
좀더행복해지기위해그가택한방법은TV를보지않는것이었다.대신그는가족의사진을찍고마인드맵을배우고,그림을그리기시작했다.그리고자신이배우고얻은노하우를플리커,유튜브,블로그에올려공유하고,사람들을직접만나나눠주었다.덕분에성공적인이직은물론,일상에서의행복감도더커졌다는내용이었다.
어쩌면세상을바꾸는것은이처럼평범한사람들의발견,소소한일상이아닐까.나와비슷한사람들의이야기속에서청중은위로받고,영감을얻고,새롭게도전할힘을얻는다.그러다보니시청자들에게세바시는언제나올라가고싶은‘꿈의무대’다.구범준PD에게“나도세바시무대에서내경험과지식을나누고싶다”는내용의이메일이나댓글을보내는이들이셀수없을정도다.실제로이들중에서차기스피커가나오기도한다.청중과강사가따로없는지식의선순환구조야말로세바시의차별화포인트이자인기비결인셈이다.하긴,장벽을허무는데는구범준PD자체도일가견이있다.그는방송사PD가안하는일만골라한다.매번녹화때마다현장에서티셔츠차림으로박수를유도하고,강연자들의프레젠테이션을띄워주고,책선물도직접나눠준다.녹화가시작되면청중과함께울고웃는다.
“직접옆에서강의를듣다보면무릎을탁칠때도많았고눈물이날때도꽤있었어요.그래서지금도섭외할때마다이메일에이렇게써요.‘프로듀서로존재해야할저도매번강의를들을때마다감동하고삶의의미를찾는다.관객의한명으로세바시에와주시길진심으로부탁드린다.’”
공익위해영리포기하자오히려수익증가
사내교육에세바시활용하겠다는기업들줄서
둘째화두는세바시가갖고있는‘비영리적영리성’이다.세바시는‘결핍’으로부터출발한프로다.공중파가아닌케이블TV에서시작해시청률이낮을수밖에없고,이는광고시장에서소외될수밖에없다는사실을의미한다.그러나처음부터구범준PD에게시청률은관심밖이었다.대신그는세바시가가진태생적단점을장점으로바꾸는데집중했다.
“이름만대면알만한아나운서도없다,다른토크콘서트처럼가수도못부르고유명강사도섭외하기힘들다.그렇다면최대한심플하게만들어서무료로오픈해버리자.이건공중파에서는절대불가능한시나리오죠.일단세바시처럼단순한포맷으로는안만들어요.뭔가재미있거나색다른장치를붙이려고하죠.시청률이나와야제작비를건지고,광고가붙으니까요.그러다보면15분을훌쩍넘겨유통이어려워질수밖에없어요.게다가수익을내야하는방송국에서무료로콘텐츠를배포한다는건말도안되니까요.”
그러나처음부터시청률과영리성에서자유로웠던세바시는유튜브등을통해과감히오픈해버렸다.‘가치있는생각을모든이들과공유한다’,오픈콘텐츠정신을보여준것이다.그러자재미있는현상이벌어졌다.세바시는지금껏CBS에서만든모든콘텐츠중에가장큰수익을내는프로가됐다.세바시가젊은직장인들사이에서인기를끌면서사내교육에세바시를활용하겠다는기업들이점차늘어난것이다.유튜브동영상에광고를붙이는방식으로후원하겠다는기업들도생겨났다.
요즘은출판사에서저자를출연시켜달라는요청이끊이질않는다.세바시출연자들을저자로모셔가는경우도적지않다.학교에서교재로쓰고싶다는요청도끊이지않고있다.수업시작전,매일세바시하나씩보고수업을시작하는고등학교도늘고있다.물론학교에는무상으로모든콘텐츠를공급한다.세바시는지금지식콘텐츠시장에서‘비영리적영리’라는새로운경제트랙을만들고있다.공익을위해당장눈앞의영리를포기하면그것이선한영향력이되고마침내자본과권력이되기도한다.‘돈이선이되는게아니라선이돈이될수있는’새로운가능성을보여준것이다.
세바시의진정성,대중을움직이다
무료로앱만들어주고SNS홍보도다함께
셋째는자발적네트워킹이다.세바시는스승을잃어버린시대를살아가는우리들에게새로운대안을보여주었다.나와비슷했지만조금더노력하고도전해서뭔가를경험하고,이루고,깨달은수많은멘토들을.세바시의영향력이높아지고있다는것은세바시로인해인생이바뀐사람들이많아졌다는증거다.그리고대중은각자자신들만의방식으로빚을갚는다.누군가는입소문으로,누군가는정성스러운블로그포스팅으로,누군가는무료애플리케이션을제작했다.다음같은거대포털사이트도영상페이지에세바시영상을올리고적극적으로홍보해주기도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돈을주고살수없는것,오직진정성으로만살수있는것이대중의자발성이다.좋은콘텐츠를만들어모두와공유하고싶다는세바시의진정성이있었기에대중은스스로움직였고SNS와입소문을통해세바시의영향력을두배,세배높였다.그런의미에서나는구범준PD를‘굿네트워커(GoodNetworker)’라부르고싶다.사람과콘텐츠를연결시켜선한영향력을만들어내는사람.
“밤하늘의별을보면밝게빛나는별도있고,희미하게빛나는별도있어요.그러나어두운별일지라도주위의별들과연결하면하나의별자리가되잖아요.한국처럼역동적인사회에서는밝게빛나는별하나로사회가움직이지는않아요.어둡더라도주변의별들과네트워킹하면충분히새로운가치를만들수있죠.그래서저는스스로를‘별자리를만드는사람’이라고생각해요.(웃음)”
세바시는요즘하루가다르게진화하고있다.이제얼마후면뉴욕으로도진출한다.7월19일세바시1주년을맞아‘세바시토크인뉴욕’강연회를연다.한국에서섭외할수없었던명사들이대거출연할예정이란다.
지금까지축적된강연은대략160여개.구범준PD의소망은세바시가거대한‘지식영상데이터베이스’가되는것이다.삶을통해살아있는지식을알려주는데이터베이스를만들고싶다는것이다.푸석푸석하지않은,인간적인얼굴을한지식콘텐츠.그때가되면세바시는15분마다더많은사람들의삶을바꾸지않을까.그리고그렇게자신의인생을바꾼사람들이모여세상을더살기좋게바꾸지않을까.얼마전,세바시청소년특집에왔던고등학생은종이비행기에이런글을적어무대위로날렸다.
“저정말힘을얻었어요.요즘많은생각이들었는데제목숨을건져주셔서감사합니다.저한번해볼게요.세바시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