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파는 사람 [10] / 국제사회복지사 김해영 *-

생각을파는사람-열번째인물

셀러(seller)국제사회복지사김해영
셀러유형리치헝거(richhunger)
대표상품‘청춘아가슴뛰는일을찾아라’
최신상품아프리카희망사업프로젝트
리치헝거의셀링포인
1)내적동기생길때까지성취데이터를쌓아라.
2)결핍으로문제의본질에접근하라.
3)자만하지말고결핍으로밸런스를잡아라.

국제사회복지사김해영

나는직업의특성상부자들을자주만난다.부자들은‘한말씀’할기회가많기때문에알아서들아트스피치를찾아온다.가끔이들과만나식사를하곤하는데맨정신일때는자식자랑이끊이질않는다.우리애가외국에서유학중이라는둥,2세수업을열심히받고있다는등등.그러나몇시간지나취기가오르면진실(?)을고백하기시작한다.

“도대체가이자식은헝그리정신이눈곱만큼도없어요.공부도싫다지,하고싶은건없다지맨날집에서빈둥거리길래미국으로보내버렸어요.이놈한테회사를물려줄수있을지요즘은밤에잠도안옵니다.”부자들의하소연이다.

상황이이렇다보니요즘잘사는집들은다들고민한다.그들은자식들에게가장중요한한가지가빠졌다는걸안다.바로‘결핍’이다.
너무고생스럽지않을정도의결핍을‘살짝’넣어줄방법은없을까?그래서생각있는부자들은함부로자식들군면제를시도하지않는다.일부러말단사원이나공장현장직원으로위장취업시키는경우도꽤있다.아이러니컬하게도가진자들이가장결핍을느끼는것이바로‘결핍’인것이다.

동서고금을막론하고결핍의효용가치는유효하다.미국대통령오바마,오프라윈프리,반기문사무총장등전세계적으로유명한이들은어렸을때모두가난하거나불우한시절을보냈다.내가아는CEO들,한분야에서뚜렷한족적을남긴사람들중에서도어린시절찢어지게가난했거나못배운사람들이의외로많다.어찌보면결핍이야말로성공의필수요소같기도하다.과연그안에어떤비밀이숨겨져있는걸까.

사고로134㎝에서멈춘키
오갈데없는식모서최고의편물기술자로


나는이문제를풀기위해한사람을떠올렸다.국제사회복지사김해영(47)씨다.아프리카,부탄등세계곳곳을돌아다니며크고작은기적을일구는사람.요즘에는한방송사의후원으로밀알복지재단의아프리카현지법인을세우는일을맡고있다.마침그녀는후원자들을만나고미국에서막돌아온참이었다.

“앞으로일년의절반정도는아프리카에머물것같아요.아프리카에대해서는누구보다잘아니까일도재미있고보람있죠.나머지일년의절반정도는한국에있는데요새강의요청이꽤들어오네요.(웃음)”

최근그녀의책‘청춘아가슴뛰는일을찾아라’가베스트셀러가되고방송강의등에잇따라출연하면서그녀의남다른스토리를직접듣고싶어하는사람들이많아졌다.그녀의삶자체가사람들에게는기적과같은감동이기때문이다.

해영씨는탄생자체부터남들과달랐다.완고하고보수적이었던할아버지는첫손주가딸이라는사실에분노했다.미역을사들고온친척들에게오히려역정을낼정도였다.화가난그녀의아버지가술을먹고태어난지며칠되지않은그녀를방바닥에던졌다.그날의사건으로해영씨의키는134㎝에서멈춰버렸다.척추장애로허리가끊어지는듯한고통도안고살게됐다.

그러나이정도재앙은예고편에불과했다.서울로상경한해영씨네가족은지독한가난과다툼으로하루도편할날이없었다.무기력했던아버지,그리고힘겨운시집살이에정신이온전치못했던어머니는하루도거르지않고싸웠다.집안살림은온전히그녀의몫이었다.겨우8~9살밖에안된아이가고사리손으로밥을짓고어린동생들을업어키웠다.그러나그런해영씨를향해어머니는저주를퍼부었다.

“너때문이야!네가태어나는바람에내가이렇게됐어.너같은건낳지말았어야했는데!꼴도보기싫으니당장나가!”

어머니는유독해영씨를모질게대했다.그러다초등학교를졸업한직후그녀는아버지가어둠속에서있는것을발견했다.왜그러냐고말을시켜도아버지는미동도하지않았다.방안에서목을맨것이다.그날이후어머니의폭력은더심해졌다.어느날어머니는풀린눈으로식칼을들고그녀를쫓아왔다.그대로집을나와아는사람소개로한의원집식모가됐다.그녀나이15살때의일이었다.

학교에다니는또래들을창문너머바라보던그녀는스스로에대한강렬한결핍을느꼈다.몇달후해영씨는직업학교를찾아가편물을배우기시작했다.결핍의강도가높아질수록선택의폭은좁아진다.그리고강한동기로그한가지에몰입하게만든다.그녀는편물기능사로하루10시간에서14시간씩일했다.끊어질듯한허리통증으로밤마다울면서도해영씨는다음날이면어김없이기계앞에앉았다.편물기술은날로늘기시작했다.몇년후그녀는전국기능대회1등과세계장애인기능대회1등을거머쥐고철탑산업훈장을받았다.

가난·장애와같은결핍은강력한외부적동기가된다.그로인해한가지일에몰두해서일정한성취를이루면한가지선물을덤으로받는다.‘자존감’이다.자존감이한번형성되면내적동기가작동한다.이제외부적결핍이없더라도스스로“나라면이정도일은해내야해”“이정도수준은높여야해”라는기준이생기는것이다.그녀는내적동기로수많은일들을해냈다.일본에파견근무도나가커리어우먼으로인정받고중고등학교과정을일사천리로끝냈다.그녀에게결핍은현실에안주하지않고스스로를지속성장하게만드는뜨거운엔진이었다.

아프리카보츠와나서시작한두번째삶
인생의본질가르쳐준결핍의힘


또하나,결핍은인생의본질을꿰뚫어보게한다.해영씨는10대시절극한의고통속에서삶과죽음에대해스스로에게수없이물었다.어느날지친몸을이끌고숙소로돌아가는데친구들이빨리오라고손짓했다.아무리걸어도따라갈수없는스스로에게절망하며밤하늘을올려다봤다.

“그때는이놈의세상,콱죽어버리자는생각밖에없었어요.그런생각으로밤하늘을보는데문득그런생각이들었어요.‘나는앞으로내몸아픈건면할수없겠구나.그런데마음까지아프게하면나자신한테너무불공정하지않은가,앞으로내마음만큼은아프게하지말자.’”

이후그녀는누군가를시기하거나미워하거나스스로에게불평하는일을멈췄다.나에게닥친고통의의미를그녀만의방식으로결론내리면서해영씨는한결자유로움을느꼈다.그렇게생활도어느정도안정되어가던어느날그녀에게또한번의고통이찾아왔다.대학입시에낙방한직후이름모를병으로끙끙앓아누운것이다.아무리약을먹고치료를받아도낫지않아이러다죽는게아닌가싶을정도였다.그렇게몇주간병마와싸울때그녀의눈에어떤글이들어왔다.거창고등학교의직업십계명이었다.

‘나를필요로하는곳으로가라’.

그글을보면서해영씨는깨달았다.‘지난10년동안나는내가필요한일만하고있었구나.내욕심만채우면서살았구나.돈,대학,성공….이렇게아파서죽고나면아무쓸모없는것들을위해살았구나.’

한달뒤그녀는아프리카에있는가난한나라,보츠와나로가는비행기안에올랐다.그리고그곳에서아이들에게편물을가르치기시작했다.몇년뒤자금사정이어려워지면서모든한국인선생들이떠났지만그녀는홀로남았다.27살이라는나이에교장이되어쓰러져가던학교를다시세웠다.당시보츠와나의사정은말이아니었다.학교건물이제대로없어수업이끝나면아이들과함께공사장에서삽을들어야만했다.전기도없어몇년동안밤이면촛불하나에의지하기도했다.보츠와나는말그대로나라전체가결핍의땅이었다.그곳에서는삶과죽음이종이한장차이였다.에이즈등의질병으로멀쩡히인사하고헤어졌던아이가며칠뒤죽었다는소식만들려오는경우가다반사였다.그허허로운벌판에서해영씨는모든욕심을내려놓았다.그리고하루하루를,현재를충실히사는데집중했다.

우리는가끔인생의어려운숙제를풀때이런식의질문을한다.

‘오늘이살아있는마지막날이라면나는뭘할까?’

죽음이라는최후의결핍앞에서삶의본질은적나라하게드러난다.그러나동시에우리는안다.실제상황이닥치기전까지모의테스트에서는절대이질문에절박해질수없음을.

우리엄마는독실한기독교인이다.언제나새벽4시면일어나새벽기도를드린다.“우리미경이하나님의살아계심을깨닫고교회로나가도록인도해주세요.”3년전기도다.얼마전부터는기도가바뀌었다.“우리미경이하나님의매로쳐서라도교회로인도해주세요.”그때마다난질겁한다.하나님의매라는게결국고난,역경,뜻하지않은불행등오싹할일이라는것을잘알기때문이다.그래서엄마랑타협을봤다.내가시간내서꼭교회에나갈테니제발하나님께그런끔찍한주문은넣지말아달라고.

인간은살만하면절대인생의방향을바꾸지않는다.내가제대로가고있는지생각하지도,멈추지도않는다.나역시그렇다.아마인생에감당치못할고난을당해바닥을내려가서야비로소물을것이다.지금까지나는무엇을위해살아왔느냐고.그것은결핍만이가진힘이다.풍요,만족,열정등행복한단어들로는절대알수없는인생의또다른문이열린다.이미어린시절부터감당할수없는고난을당했던해영씨는당시의경험으로전혀다른길을택했다.수많은편물기술자중하나에서보츠와나에하나밖에없는편물기술자로.그리고아이들에게사랑받는직업학교교장이자인생의스승으로.

모두가불가능하다던컬럼비아대입학
“결핍은겸손과감사일깨우는소중한존재”


14년간의보츠와나생활에익숙해질무렵,그녀는또다른내적결핍을느꼈다.사회복지를체계적으로배우고싶다는것,그리고아프리카에더많은지원과협력을위해좀더큰무대로진출해야한다는것이었다.40살이다된나이에해영씨는뉴욕에날아갔다.

뜻있는한인들의지원으로대학을졸업하고,미국최고명문인컬럼비아대학에서석사까지마쳤다.컬럼비아대에지원한다고했을때사람들은모두말렸다.하지만그녀는당당히입학통지서를받아들였다.한국사람들의로망(!)아이비리그에진출하는순간이었다.

이쯤되면아무리사막에서도닦던그녀라도스스로를내세울법하지만해영씨는변함이없다.

“사람이성공에취하게되면옛날일은일부러라도잊으려고하지만저는그럴수가없어요.예전에식모살이하던저를떠올리면미국에와서공부도하고전세계를돌아다니며일할수있다는게얼마나감사한일이에요.결핍은제인생에서밸런스를잡아주는저울같은존재죠.”

남다른고난속에서나와세상의이치를깨달은사람들은결핍의가치를안다.그때는무척이나아팠지만그로인해현재의내가존재할수있음에감사한다.해영씨는서른이넘어서야자신의얘기를사람들에게들려주기시작했다.열등감이나자격지심때문이아니었다.“아까워서”그랬단다.내가그처절한고통속에서도내마음을지켜왔다는게얼마나큰자산인데,그소중한걸왜공짜로주냐는것이다.지금은그녀가스스로만든다이아몬드를사람들에게아낌없이나눠주고있다.리치헝거(richhunger).결핍으로가장가치있는마음의부(富)를이룬사람.나는해영씨를마음속으로이렇게부른다.실제나역시그녀를만날때마다소중한깨달음과영혼의휴식을얻는다.

해영씨는모든인간에게있어고난과역경은‘밥값’이라고말한다.

“제가살아보니까인생이너무공평해요.고생을모르고산애들이어른이되면다고생하고.어렸을때고생을많이하면뒤에좀편하게살더라고요.인간에게공짜는없어요.밥먹고살았으면밥값을해야죠.그밥값이바로역경이고결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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