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파는 사람 [11] /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
BY paxlee ON 2. 15, 2013
생각을파는사람-열한번째인물
셀러(seller)한경희생활과학한경희대표
셀러유형우먼이노베이터(WomanInnovater)
대표상품한경희스팀청소기
최신상품한경희뷰티진동파운데이션
우먼이노베이터의셀링포인트
1)한가지로여러마리토끼잡는멀티적속성을넣어라.
2)자율적관계를만들어창조성을극대화시켜라.
3)입소문낼수있는나만의스토리를만들어라.
한경희생활과학한경희대표
참,미스터리하다.그동안몇번만났지만어딜봐도산전,수전,공중전다겪은CEO(최고경영자)같지가않다.촬영하는사진기자한테애교섞인부탁을할때는그야말로귀하게자란공주님이다.
“이사진나중에포토샵해주실거죠?예쁘게해주세요!”
촬영한다고꽃단장하고나타났을때부터알아봤다.그녀는‘천상여자’였다.그것도느린여자.밥을먹을때도느릿느릿,뭘물어봐도금방대답이나오는경우가거의없다.골똘히생각하다가신중하게할말만딱한다.저렇게느려서야도대체사업을어떻게하나.그러나가만히그녀가하는말을들어보면온통일얘기뿐이다.“이건일급비밀”이라며새로출시될제품을얘기할때는영락없이첫사랑에빠진소녀다.
한경희(48)대표는내가그동안보아왔던여성CEO들과전혀다른스타일을가졌다.10대소녀와느려터진(?)워커홀릭의오묘한조화랄까.그러나이미스터리한여인의분위기보다더미스터리한것은한경희생활과학의놀라운성장이다.
1999년회사를창업한지6년만에스팀청소기하나로매출1000억원을돌파했다.그야말로국내가전업계의지형을바꾼것이다.이후까다롭기로유명한미국시장에HAAN이라는브랜드로진출해메이시스,시어스등미국백화점에입점했다.2011년5월에는미국의홈쇼핑채널인QVC에서방송한번으로55억원의매출을올리는등신기록을경신하기도했다.
2008년‘월스트리트저널’이선정한‘주목해야할여성CEO50인’에포함되고미국경제전문지‘포춘’의‘2009가장영향력있는여성서밋’에초청받는등글로벌여성CEO로서의입지도탄탄하게다져가고있다.10여년만에‘한경희’라는자신의이름을브랜드로만든여자.남자도버티기힘들다는제조업에서여자의생각이담긴제품으로여자의삶을업그레이드시키는여자.한경희대표는그야말로글로벌하게공인된‘우먼이노베이터(WomanInnovater)’인셈이다.
여성은동시에여러가지조건만족시켜야
뛰어난성능에디자인,가격까지착해야지갑열린다
시장에서여성이갖는파워는날이갈수록커지고있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따르면전체가계지출액중여성이직접소비하거나여성이소비에끼치는영향력은미국과유럽이70%이상,일본은63%에달한다고한다.패션이나화장품은물론이고전통적인‘남자의물건’이었던자동차나디지털제품도그렇다.영국의‘USN&WR’보고서에의하면자동차68%,가전제품,컴퓨터등도51%나여성이결정한다고한다.사실상남성은골프채나게임기정도만고른다는것이다.
이런추세는앞으로더하면더했지덜하지는않을것이다.돈버는여자들이점점늘고있기때문이다.게다가돈버는여자들은남자들보다돈을훨씬많이쓴다.기업입장에서보면여성들이야말로‘알짜고객’이다.게다가제품이마음에들면시키지도않았는데입소문을내준다.요즘에는블로그나페이스북,카톡으로널리널리홍보해주니이런고마우신분들이어디있나.때문에여성의마음을사로잡는제품만만든다면어떤불황이든살아남는대박상품이될수있다.한경희생활과학은이런여성시장을정면으로겨냥해놀라운성과를거뒀다.여자의눈으로찾아낸여성시장의공략포인트는과연무엇일까.
첫번째는‘멀티(multi)’이다.이미잘알려졌다시피여자들은멀티태스킹능력이뛰어나다.밥하면서애들숙제봐주고,드라마보면서친구랑전화한다.여자는이같은멀티태스킹능력이뛰어나기때문에제품이나서비스에대해서한가지만좋다고오케이하지않는다.레스토랑에갔다면남자들은음식만맛있으면최고지만여자들은다르다.서비스도좋아야하고인테리어도촌스러우면안되고무엇보다화장실이깨끗해야한다.제품을볼때도마찬가지다.남자들은청소기를볼때고장안나고튼튼하면된다.그러나여자들은청소기가내마음을다각도로이해해주길원한다.그래서한번의청소로바닥청소와물걸레질까지해결되는한경희스팀청소기가나올수있었다.한경희대표는자신이일상생활에서느끼는불편함을멀티적속성에서바라보고해답을찾았던것이다.청소를많이안해본남자들은절대모른다.바닥청소기로집안전체를돌리고또다시대걸레나손걸레로바닥을닦을때의그귀찮음과뻐근함을.스팀청소기는청소의아픔을절절히(?)느껴본여자만이발명할수있는물건이다.
최근에한경희생활과학에서출시된스팀청소기는심지어유리창청소까지다된다.전용브러시만바꿔달면스팀으로창문을반질반질하게닦을수있다.창틀구석구석은물론,싱크대기름때,비데노즐까지스팀을분사해깨끗이청소할수있으니주부들에게인기만점일수밖에없다.
그러나멀티는단순히복합적기능만의미하는것은아니다.품질대비가격도여자에게는놓칠수없는멀티적속성이다.뛰어난제품성능과디자인에저렴한가격까지받쳐줘야지갑을연다.특히여자는남자보다가격에굉장히민감하다.모든엄마가갖고있는스트레스가‘알뜰증후군’이다.똑같은물건을샀는데옆집여자보다5000원더비싸게사면자부심이일시에무너진다.여자에게좋은물건을싸게샀다는것은곧‘능력’을의미하기때문이다.가격이야말로주부효용감과자부심을느끼게하는중요한요소인셈이다.한경희대표는이런여성의마음을너무잘안다.
“제품을출시하기전에저는항상대표한경희가아니라주부한경희에게묻죠.나라면이걸이가격에살까?그때아니라는대답이나오면가격을다시조정합니다.물론더낮은가격에품질은유지해야하니까초기개발비가더많이들수밖에없지만더많은고객에게최선의제품을제공한다는게저희원칙이니까포기할수없죠.”
“빈부격차없이누구나삶의질을높일수있는제품을만드는것”이오랜철칙이었다는그녀.실제로한경희생활과학제품들은주부들사이에서품질대비가격이착한것으로유명하다.그러나내가더감동을느꼈던것은가격에대한‘오너의감각’이다.기업CEO로10년이상살다보면돈에대한감각을잃어버리기쉽다.나도강의에,회사일에바쁘다보니요새물가가얼마나하는지,청소기가격이어느정도인지감이없다.그러다보니우리회사의스피치과정을신설할때에도투입한인원과시간을기준으로가격을산출한다.고객중심의가격산정이말처럼쉽지않은것이다.그런데한경희대표는아직도주부의눈으로가격을보는‘날’이서있다.실제로한경희대표는회사에서도‘짠순이’로통한다.직원들과회식을해도늘찌개에백반이다.대신제품개발에들어가는비용은몇억원이들어도쓸데쓴다.이처럼한경희대표는품질과가격모두포기하지않는여성의멀티적속성을스스로분명히보여주고있다.
신입사원과상무가동등하게아이디어내는조직
남자엔지니어들도말랑말랑한‘언니적사고’로문제해결
▲한경희대표와인터뷰중인김미경원장(오른쪽).
두번째는‘관계’다.여성은사회적관계를맺는방식이남성과다르다.남자들은위계와권위가중요하다.그들에게는심지어생각과창조에도위계가있다.신입사원의말값이1000원이면상무의말값은10만원이다.그걸모르고브레인스토밍하다가는정말‘폭풍’을맞는수가있다.그러나여자들은위계에대한감각이선천적으로떨어진다.그래서상무가“사장님말씀은정말액자로걸어야한다”고아부하는순간에도여자들은겁없이말한다.
“그건이미3년전에유행이지난아이템인데요.”
브레인스토밍의기본은겁없음이다.그걸인정해주는조직에서창의성이나올수있다.상무든신입사원이든말값을똑같이1000원으로쳐주고채택되면10만원으로돌려주는회사.그런회사에서아이디어가샘솟을수밖에없다.그런면에서한경희생활과학은창조에최적화된조직이다.신입사원들도아이디어를직접내볼기회가무궁무진하다.150명의직원들은1년에2번씩새로운팀에소속된다.타부서사람들과함께프로젝트팀을꾸려신제품아이디어를구상하는것이다.여기서뽑히면상을받는다.만약직원이제안해서낸아이템이제품화되면초년도수익의3%를아이디어낸사람이가져간다.매주금요일에는인트라넷으로전직원이아이디어를나누는시간을갖는다.회사운영에대한개선사항이든,생산공정의문제든,자기업무와관련이없더라도CEO와함께다같이머리를맞대고치열하게고민한다.
엔지니어들도마찬가지다.한경희생활과학의엔지니어들은전부남자다.그런데생각이여자들처럼말랑말랑하다.이회사엔지니어들은“기술적으로그건안돼요”라는말을안한다.엔지니어특유의고집역시하나의기술적위계다.자기전문분야에대한자부심이지나치다보면생각하기도전에독자적으로단정지으려는속성이생긴다.그러나한경희생활과학은이런분위기가엔지니어들까지전이돼어떤의견이든일단들어주는‘언니적사고’로꽉차있다.
회사분위기가이렇다보니가끔씩진풍경이벌어진다.한경희뷰티의야심작인히팅뷰러마스카라를개발할때는여직원은물론이고남직원들까지책상에거울을꺼내놓고마스카라고대기로눈썹을올렸다.누나들이사용하는제품을모니터링하기위해몰래훔쳐왔다가이상한오해를받기도했다.적정한온도를찾기위해실핀을달궈눈썹올리는테스트를하다속눈썹이탄직원,실핀에눈이찔려병원신세를진직원까지있었다.
이처럼보통의중소제조업체에서는찾아보기힘든자율성이한경희생활과학의창조력을뒷받침한원동력이었던셈이다.누군가는그녀에게‘모성적경영’이라는말을붙여주기도했다.남자경영자들은대부분‘앞으로돌격!’을외치며성공으로돌진하는경우가많다.그래서단기적전략에치중해당장성과가나지않을때는‘정리해고’라는극단의카드를쓰는경우도비일비재하다.그러나그녀는언제나느리더라도함께가는길을택했다.
“주변에서상장하면현금을확보할수있는데왜바보처럼가만있느냐는얘기를많이들어요.그게저희직원들에게도움이되고지속성장할수있다면하겠죠.그런데저는지난10년간하루아침에부도를맞아직원들이길거리에나앉는회사들을너무많이봤거든요.돈보다는가족을지키는게최우선이죠.(웃음)”
스토리로여성스스로드라마를쓰게하라
“여자가만든청소기”로입소문효과만점
마지막세번째는‘스토리’다.여자들에게는여자의말로설명해줘야한다.어떤중년여성이은행에찾아왔다.직원이펀드가입을권유하는상황이라면이여성에게어떻게말해야할까?
“고객님,이렇게투자하시면연이율이은행보다2.4%정도더이익입니다.”
무슨말인지는대충알겠다.그러나꼭가입해야겠다는확신이서지는않는다.여자를아는직원은이렇게말한다.
“고객님,지금이렇게매달50만원씩5년정도를가입하시면주식이크게빠지지않는이상은손해는보지않으실거예요.아드님유학자금은걱정안하셔도되겠네요.”
여성에게무엇인가를팔려면여성이자주쓰는말,여성의경험이들어간말을사용하는것이좋다.가전제품도마찬가지.여자들은딱딱한매뉴얼을읽는것을싫어한다.노즐이어떻고,브러시가어떻고,스팀분사방식이어떻고라고설명하면머리로는알겠는데가슴에와닿지가않는다.
“이스팀청소기,한경희라는여자가우리처럼청소하다힘들어서만들었다잖아.여자가만들어서그런지너무너무편해.무겁지도않고바닥잘닦이고스팀청소하고나면마음까지얼마나개운한지몰라.우리친구도집에와서보더니청소기바로바꿨잖아.”
여자들은이런얘기를들으면머릿속으로바로드라마를쓴다.우리랑똑같이집안청소하던한경희대표가스팀청소기를떠올리는장면,스팀이나와서가슴속까지개운해지는바닥,믿을만한입소문.이모든스토리와이미지가혼연일체되어가슴을때리면게임끝이다.
특히‘여자가만든청소기’라는스토리는여성에게는그자체로강력한설득포인트다.‘날개없는선풍기’와‘먼지봉투없는청소기’로유명한영국의다이슨사역시괴짜CEO인제임스다이슨의발명스토리를책으로엮어마케팅에활용했다.이처럼여자를타깃으로만드는제품은제품그자체보다스토리가동시에팔려나가야소비자의공감과신뢰를얻을수있다.
그런데그녀를만나면서나는더재미있는스토리를알게됐다.주부가만든청소기라고하니한경희대표가마치‘주부9단’처럼묘사되는일이많은데,실상은거꾸로다.그녀는너무느리고굼떠서살림은젬병이었다.다른여자들은한시간이면끝날청소를그녀는하루종일해야만했다.그래서어떻게하면청소를빨리할수있을까고민하다가스팀청소기를생각해냈다.만약그녀가마사스튜어트같은‘살림의여왕’이었다면지금의한경희생활과학은없었을거란얘기다.
이회사는앞으로도성장가능성이무궁무진하다.한국은물론전세계적으로봐도여자의생각을파는생활가전기업은없기때문이다.여자의감수성에,느리고집요한엔지니어적기질로생활가전의역사를다시쓴한경희대표.느리지만결코느리지않은그녀의미스터리한저력이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