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파는 사람 [13] / 구글러 김태원 *-

생각을파는사람-열세번째인물

셀러(seller)구글러김태원
셀러유형관점의얼리어답터(PerspectiveEarlyAdopter)
대표상품MBCTV희망특강‘파랑새’
최신상품생각을선물하는남자
관점얼리어답터의셀링포인트


1)나를어떻게포지셔닝할지답을구하라.
2)창의성은능력이아니라태도에서나온다.
3)생각은나눌수록더커진다.

구글러김태원

“뭐?저런심심한친구가강의를한다고?”솔직히말하자면그랬다.몇년전MBCTV희망특강‘파랑새’에서그를처음만났을때나는그렇게생각했다.워낙20년가까이강의를하면서수많은이들을만나온지라나는사람을보면자동으로10초안에‘스캔’하는습관이있다.표정,몸짓,말투,그리고옷차림까지.

그런데그는스캔결과로만보면전형적인모범생이었다.부잣집엄친아같지는않고단칸방앉은뱅이책상에서부모님의바람대로열심히공부한착한아들느낌?게다가젊은구글(Google)청년의스타일이라고보기에는패션마저따로놀았다.얼굴만잘생겼지동네이발소에서자른듯한머리에옷도전형적인공무원스타일.게다가말투까지‘교회오빠’였다.저렇게얌전한청년의입에서는도무지착하고심심한얘기밖에나올것같지않았다.

그런데30분후그의강의녹화가끝나자마자신나게박수를쳤다.예상을뒤엎는대반전이었다.톡톡튀는생각이무척재미있고신선했다.나이는이제갓서른을넘겼지만콘텐츠로보자면40~50대도갖기힘든통찰이담겨있었다.

김태원(32)씨는
상당히특이한사람이다.보통남과다르게생각하고창의력이뛰어난사람들은일단튄다.자기주관이뚜렷한데표현과태도도직설적이라서남들보기에는약간삐딱하고특이해보인다.말하자면존레넌,스티브잡스,백남준같은이미지다.그래서보통이런사람들은팬도많지만적도많다.좋아하는사람은좋아하지만싫어하는사람은싫어한다.그런데태원씨는적이되기가쉽지않다.잘생기고젠틀하니여성팬들이엄청나고,예의바르고깍듯하니중장년층에도인기최고다.동네형처럼조언해주니어린중딩부터대학생들까지그를멘토로여긴다.

열정의구글러로알려진청춘멘토김태원
사람들에게참신한관점을선물하다


이번인터뷰를위해태원씨가직접우리회사로왔는데여직원들이사인을받겠다고줄을섰다.여전히헤어스타일과옷차림은교회오빠인데인기는아이돌급이다.부럽다고하자선비같은얼굴로말한다.“어휴,원장님한테비하면저는한참멀었죠.요즘도원장님강의보면서얼마나많이배우고있는데요.”이러니안좋아할수가없다.똑똑하고남다른데예의바르고반듯하니누구에게나잘통한다.남녀노소모두가그의말을착하게받아들이고즉시따라하고싶게만드는묘한마성이랄까.튀는행동과스타일로“나처럼세상을갖고놀아봐”가아니라“저는이렇게생각하는데,여러분은어떠세요?”라고묻는,겸손하지만강력한카리스마.나는그게참신기하다.저렇게조용하고성실한사람이어떻게남과다른것을볼수있을까.저렇게조근조근말해도그의말이잘들리는이유가뭘까.내가갖지못한장점을갖고있다는점에서그는내게도훌륭한멘토다.

김태원씨는2년전‘생선남(생각을선물하는남자)’이라는책을썼다.그가사람들에게선물하고싶은생각의핵심은‘관점’이다.다른생각은곧다른관점에서나온다는것이다.예를들면이런것이다.그는구글에서팀장으로일하면서틈틈이책을쓰고강의를하러다닌다.그렇게만난많은사람들이이메일을보낸다.70%는대부분그의강의나책에감사하며자신의의지를다지는내용.30%는시급한고민을담은내용이다.되도록그는후자에는빠르게답을하려고노력했지만나머지70%에는어떻게답을해야할지한동안고민에빠졌다.하루에10명씩에게만답을해도50분이걸리는데최근에는50명에육박하면서무려4시간을빼야하는상황이된것이다.그는고민끝에문제해결의관점을바꿨다.‘시간’이아니라‘그들이원하는것’으로.방법은간단했다.몇달후에독자가쓴메일을그대로다시전달한다.그리고짧게한마디만덧붙이는것이다.

‘안녕하세요?이이메일은6개월전에독자님이저에게보내주신메일입니다.이이메일에담겨있는마음과의지가아직도변하지않았다면틀림없이누구보다즐겁고열정적인하루하루를보내고계실거라는생각이듭니다.힘내세요.김태원드림.’

그는독자들이메일을일종의‘자신에대한약속’처럼생각하고있다는것에주목했다.결국그들에게궁극적으로필요한것은답장이라기보다는그들의의지가변함없이유지될수있는자극이나따뜻한관심이었던것이다.그의깜짝메일로많은사람들이약해져가던의지를다시되살릴수있었고태원씨는시간을벌었다.관점하나를이동시켰을뿐인데그자신은물론많은사람들에게좋은선물이된것이다.

스스로를‘생각의리더’로포지셔닝
나를보는관점에따라생각과행동결정


▲김미경씨(오른쪽)와인터뷰중인김태원씨.

태원씨는구글러다.디지털세계를이끌어가는거대글로벌기업이자대학생들이가장들어가고싶어하는창의력과아이디어넘치는집단의일원.모든구글러가다그처럼밖에서강의를하거나책을쓰는것은아니다.태원씨는30대직장인중에서도특이한존재지만회사안에서도남다른존재다.물론아무리구글이자유로운조직이라고해도당연히회사업무가최우선일수밖에없다.때문에그는인간이가진에너지가100이라면자신은200을만들어150을온전히회사일에쏟는다고말한다.그래야나머지50을자신의개인적인일에쓸수있는자유가생긴다는것이다.보통사람들처럼100중에서70을회사에쏟고30을개인일에쓰는분배의관점에서보면실패한다는얘기다.

실제그는회사안에서도무척이나열정적이다.각종프로젝트에자발적으로지원하고틈만나면다른부서사람들과교류하면서그들의이야기도듣는다.인사관리는어떻게하는지,재무회계에서가장중요한것이무엇인지배운다.쉬는날에도회사에나가전세계구글직원들이정성들여만든리포트들을읽는다.

“옛날같으면비싼돈주고사서봐야하는고급자료를구글직원이라는이유만으로마음껏볼수있다는게정말좋죠.시간날때마다하나라도더보고싶어요.”

회사밖에서는대학생들의멘토지만회사안에서는여전히똘망똘망한학생이다.그건그스스로가자신을직장인이라는관점으로보지않기때문이다.태원씨는스스로를생각의리더(ThoughtLeader)
라고포지셔닝한다.앞에서‘돌격!’을외치는행동대장이아니라생각으로다른이들을리드하는관점에서나와세상을보는것이다.사람은자신을보는관점에따라생각의폭과행동양식이결정된다.

중·고등학교때는대부분의아이들이자신을입시준비생으로포지셔닝한다.수능외에다른곳에는관심도흥미도갖지못하고천편일률적지식만습득한다.대학생때는취업준비생으로,회사에서는직장인의관점으로자신을본다.그러니성공여부를떠나사는것자체가즐겁지않다.스스로를생계를위해어쩔수없이일하는노동자,그이상도이하도아닌존재로보기때문이다.회사가지겨운일터일수밖에없고꿈을자꾸회사밖에서찾게된다.그러나정말꿈을이루고싶다면관점을바꿔내가24시간발딛고있는이곳부터꿈터로만들어야한다.사람은어제살아왔던모습그대로오늘을살기때문이다.일터에서꿈처럼일해보지않은사람은창업을해도일처럼한다.

반면모든일을꿈처럼하는사람은밖에나와서도그렇다.실제태원씨는회사일과개인일이결코다르지않다고말한다.회사에서일하면서강의에쓸수많은콘텐츠와새로운영감을얻기때문이다.회사에서열심히일하고배울수록‘생각리더’가되어누군가에게좋은영향을주고싶다는자신의꿈도함께성장할수있다.이처럼‘나를어떤관점으로볼것인가’‘나를어떻게포지셔닝할것인가’라는근원적질문이야말로우리가살면서꼭한번은풀어야할생각숙제다.

창의성은능력이아닌온전한태도의문제
‘문제해결경험’에서창의성길러져


많은사람들이태원씨에게묻는창의성이라는것도관점을바꾸면전혀다르게보인다.그는창의성을‘능력’으로보는관점은틀렸다고말한다.그것은온전히‘태도’의문제라는것이다.

“지금까지일본여행을몇번했는데특별히기억에남는여행이별로없었어요.그래서이번에는좋아하는사케를테마로여행을하기로했어요.미리사케에대해공부하고3박4일동안사케만맛보면정말기억에남고독특한여행이되겠죠.창의력이라는것도마찬가지예요.우리가일에서도다양한테마를갖고있어야독창적결과물이나오는데그러려면평소에많이읽고배우고다양한경험을하려는태도가전제돼야합니다.”

워낙요즘세상전체가창의력을부르짖으니까극성엄마들은아이를창의력학원에보낸다.그러나국영수와달리창의력은학원에간다고늘지않는다.애초에변화가싫은아이들은창의력이생기려야생길수가없다.사는데불필요하기때문이다.끈기가없는아이들도마찬가지다.자본주의사회에서30초짜리창의력은가치가없다.팔리는생각,즉콘텐츠가되려면30초짜리아이디어를3개월혹은3년간숙성시켜마지막까지완성해내는뚝심이없으면안된다.창의성은도전과끈기라는태도가오랫동안축적된결과라는것이다.

그는창의적태도를기르기위해서는무엇보다‘문제해결경험’이중요하다고강조한다.어차피사회라는시스템은문제해결에대한대가를주는모델이다.그러나우리아이들은어렸을때부터웬만한문제는부모가다해결하고공부만하면된다.그러니창의성이자랄틈이없는것이다.

사람이가장창의적이될때는당장생존의문제가닥쳤을때다.우리엄마는‘논노’라는기성복이처음나와양장점이문을닫을위기에처하자정말놀라운창의력(?)을발휘했다.일단동네아줌마들200여명을다모아서내장산으로여행을가자고꼬드겼다.그러면여자들이항상이구동성으로말한다.

“아유,여행가려고보니입을옷이없네?”

그러면기다렸다는듯이말하는것이다.

“그라믄단체로빨간바지나맞추면되겄네!”

그렇게빨간바지200벌을만들면자식들한학기대학등록금이고스란히떨어졌다.결국창의성이라는것은삶을헤쳐나가는나의태도와직결돼있다.새로운도전과제가떨어졌을때회피하지않고얼마나끈질기게문제를해결하는가.이제는얄팍한지식이나능력의관점에서벗어나태도의관점에서창의성의비밀을풀어야한다.

지식나눔도디지털컨버전스로재해석
생각은타인과나눌수록더커진다


태원씨가강의를처음시작한것은졸업을앞둔대학4학년때였다.공모전이니인턴이니하는것들이막나오기시작할때였다.선배의도움없이‘맨땅에헤딩’하면서준비하다보니힘들고서러웠던적이많았다.그래서후배들만큼은내경험담을들려줘야겠다는생각으로첫강의를했다.생각외로반응이좋아인근학교까지소문이퍼졌고강의요청이줄줄이들어오기시작했다.책도구글에입사한뒤바빠지자강의를듣고싶어하는후배들을위해쓴것이다.이렇게그의생각은탄생부터출구까지나눔과밀접하게연결돼있다.물론그의행보에대해일부에서는“그만좀나대라”는식의비아냥거림도없지않다.태원씨는다르게생각한다.우리사회의문제는자기를위해서만나대지‘남을위한나댐’이부족한게문제라는것이다.

“지방에서올라온대학생들을만나여러가지얘기를해줬는데그친구들이걱정이참많더라고요.기회도별로없는것이사실이고.더도와주지못하는것이미안했어요.그래서그친구들을만나고오면서트위터에썼어요.‘작은도움이라도되기위해그동안더열심히나대지못했던게미안하다’고요.”

태원씨는자신의지식나눔을컨버전스(Convergence)의관점으로재해석한다.구글이나페이스북처럼디지털비즈니스를이끌어가는회사들은참여·공유·개방등열린비즈니스모델로승승장구하고있다.지금까지는기득권을유지할때가치가발휘되는시대였다면앞으로는남에게나눠주면서더성장하는시대라는것이다.그러려면컨버전스가학문과학문사이에만이뤄지는게아니라지식을가진자와지식을갈구하는이들사이에서도이뤄져야한다.태원씨자신도많은이들과지식을공유하며부쩍성장하는자신을발견하곤한다.거래처에갔을때고객이만나자마자그의책에사인부터해달라는경우도많고팀장김태원이만날수없는CEO들과도자주만난다.무엇보다아이들의천진한눈속에서자신삶의궤적은어떻게흘러가야하는지답을찾곤한다.

가난한시골촌놈에서,반지하에서꿈을키워가던학생으로,새로운관점을먼저찾아내고이를널리퍼뜨리는관점의얼리어답터(EarlyAdopter)로성장한김태원.앞으로도세상을향한그의열정적‘나댐’이살만한세상을만들어가길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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