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흥행에빠뜨릴수없는성공요인이하나더있다.2010년발간돼20만독자의마음을사로잡은
지난4월2일저자이근후씨와엮은이김선경씨를이근후교수의연구실인‘가족아카데미아’에서만났다.서울종로구신영동에있는가족아카데미아는이근후씨와아내이동원(75·전이화여대사회학과교수)씨의놀이터다.부부는매일아침15분거리의구기동집에서걸어서이곳에출근해나란히붙어있는각자의방에서책을읽고원고를쓰고사람을만난다.가족아카데미아는인왕산자락에있는건물꼭대기에있었고,이근후씨방에서는인왕산의둥글넓적한바위가손에잡힐듯접해있었다.바위의형세가이근후씨의옆모습을꼭닮았다.
“책이안팔릴까봐굉장히걱정했어.나때문에출판사가손해보면안되잖아.내일상의이야기가사람들한테무슨감동을줄수있을까싶었지.이렇게사람들이,많은사람들이책을사가는게신기해요.내가김선생(김선경작가)을잘만났지.허허허.”
이근후씨의삶은조명을받을만한요소가많다.우선그는한국정신의학계에서큰획을그었다.정신과폐쇄병동을개방병동으로바꾸고,사이코드라마치료법을도입하고,정신과병동에환자를위한체력단련실을만들었다.나눔의삶에서도빠지지않는다.해외여행이자유롭지않았던30여년전부터매년네팔로의료봉사를다니고,40여년전부터해온보육원봉사도거르지않는다.퇴직직후에는다섯가족이한지붕아래사는실험적인삶으로화제가됐고,76세이던2011년에는고려대학교사이버대학문화학과를졸업하면서최고령졸업생이자문화학과수석졸업생으로또한번화제가됐다.
처음이책은회고록이나자서전으로기획됐다.그러나자료가미비해시작이쉽지않았고,이근후씨의문체가일반인에게먹힐지가관건이었다.그래서방향을기획으로틀었고,실력있는대필작가를섭외했다.대필작가로낙점된김선경씨는2011년겨우내주말마다아카데미아에와서이근후씨의삶이야기를듣고갔다.3개월넘도록하루4~5시간동안녹음기를틀어놓고노학자의삶속으로빨려들어갔다.김선경작가는“요즘같은핵가족화,1인가족시대에3대다섯가족이한지붕아래산다는게신기해서선생님의삶이궁금했다”며“접근하다보니생각지도못했던보물같은이야기들을너무많이가지고계셨다”고말했다.
애초출판사측은김선경씨에게그저대필작가역할을주문했다.국내에서출간되는유명인의저서대부분이그렇듯저자뒤에숨어책을쓰고,판권에도이름을올릴수없는‘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로말이다.그러나출간직전이근후씨의전격적인제안으로김작가가엮은이로전면에등장했다.“내가말한내용이지만내가직접쓴게아니라저자가엄연히따로있는데,어떻게단독저자로이름을올릴수있겠어요.김선생이요즘사람들한테어필할수있는명쾌한문체를써서그게큰도움이됐어요.”(이근후씨)“이근후교수님의제안을듣고깜짝놀랐어요.내이름이전면에등장하리라고는상상도못했지요.주말마다선생님이야기듣는시간이즐거워이책을쓰는것만으로도영광이었습니다.”(김선경작가)김작가가“개인적으로힘든일이있었는데선생님덕분에치료가됐다”고하자이근후씨는“그럼치료비내야겠네?”하며또“허허허”웃었다.
“아침에눈을뜬순간‘아,오늘또하루를벌었구나’하는기쁨을매일느껴요.젊었을때에는몰랐던기쁨이에요.생물학적여명이얼마남지않았다는것을의식하면서부터뭔가를할수있다는자체가사치인것같아요.젊어서의재미만생각하면노년은불행해요.나이들어느끼는재미는젊은시절과는달라요.등산을예로들어보죠.젊어서는산정상에오르는일이재미있었다면지금은멀리서바라보는것만으로도충분히재미있어요.”
김선경작가는마흔살이되면서‘서른살엔미처몰랐던것들’을썼다.그는월간‘좋은생각’‘행복한동행’‘문학사상’에서특유의따뜻하고깊은시선을살려실력있는편집자로인정받았다.출판사를차려잡지를창간하는등과감히도전을했으나적자를내고문을닫았다.그는“‘서른살엔…’이마흔살이되어되돌아본이야기라면이책은‘마흔살엔미처몰랐던것들’을쓰기위한선행학습”이라고말했다.그는마흔이“나이를의식하기시작하는나이”라고했다.
“‘마흔살엔미처몰랐던것들’을언제쓸거냐는질문을많이받아요.앞으로어떻게살아야할지에대한두려움이먼저밀려왔죠.그런데선생님이야기를들으면서삶이만만해졌어요.‘아,너무겁먹을필요없구나.이런마음가짐으로살아도되겠구나’하는안도감이라고할까요?”
두사람에게“
이근후씨는왼쪽눈이실명됐고당뇨,고혈압,관상동맥협착,담석,통풍,허리디스크등일곱가지병이있다.그러나“나이들어아프고병을앓는것은자연의이치”라면서“삶이다하는날까지즐겁게살고싶다”고했다.김선경작가역시“40대가되니몸의변화도확느껴지고좋은것보다나쁜것이더많다”고말을뗐다.“하지만선생님의삶을통해서
다섯가족14명이한지붕아래산다는것은쉬운일이아니다.억지정성과사랑없는행위가서로를힘들게하고상처를주는경우가얼마나많은가.그는가족이함께행복하게더불어살수있는대원칙을세웠다.
가족의독특한삶은화제가돼각종매체로부터숱한취재요청을받는다.부인이동원씨는이를일언지하에거절한다.네자녀가원하지않기때문이다.
이근후씨는이책에서너무치열하게살필요가없다고한다.목표를정하고앞만보면서달려가는삶이아니라,
인터뷰가끝난후이근후·이동원교수부부,김선경작가와다함께식사를했다.이동원씨는책에드러나지않은남편의실상(?)을하나둘들려줬다.부인은물욕이없는남편때문에겪은고충을털어놓았다.“빨랫비누열장을싸게사기위해먼시장까지걸어서낑낑대고다녀왔지요.그런데시어머니가여덟장을남한테줘버렸어요.이양반퍼주는건유전이에요.네팔봉사가면서도죄다자비로가고.내가속끓인건말도마세요.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