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위해 떠나라
BY paxlee ON 5. 14, 2013
걷기위해떠나라
TREKKING
시간을소비만할것이아니라자신에게선물해보는것은어떨까.‘살아왔다’는감격보다‘살아냈다’는씁쓸함이느껴지는기분을떨치고인생의후반전을제대로맞이하기위해서말이다.여태껏세상이요구하는삶을수동적으로살아왔다면인생의중반을지나는지금부터는자신이진정으로원하는삶을능동적으로살아가야하지않겠는가.지금이바로당신이떠나볼차례이다.분주한일상의삶을잠시벗어나길을걷는데몰두하다보면자기안에서변화를위한공간이열리는것을느낄수있을것이다.떠나라그리고내면의외침에귀기울여보라.
“인생의아침프로그램에따라인생의오후를살수는없다.아침에는위대했던것들이오후에는보잘것없어지고,아침에진리였던것이오후에는거짓이될수있기때문이다”라고심리학자칼융은말했다.10대나20대때세운계획이나마음가짐으로인생의후반전을살아서는안된다는것이다.패러다임이그사이에바뀌고,자신의삶의이유와목적이바뀌고,세상이가만히멈추어서서기다려주지않기때문이다.이렇다보니인생의오전과오후를가르는시기인40대는이런저런고민이많은때이다.인생을살면서혁명이필요한시기이자가장큰변화가필요한시점인것이다.
인생의절반정도를살아왔으니이제삶의방식을바꾸어야한다.축구에서도전반전과후반전의전략이달라야이길수있듯인생도그와마찬가지이다.인생의전반전은총력전이었다면후반전은유연한사고의기술전이되어야한다.그러나전반기와후반기를정확하게구분해서그에따라삶을사는사람이얼마나되겠는가.일반적으로생활속에서스스로변화에대한필요성을감지하고,어떤모습으로어떻게살아야할것인지고민하게된다.
떠나기전자문하라
◆내인생의최우선목적은무엇인가?
◆나는그목적을이루기위해얼마나의식적으로노력하고있는가?
◆목표를이루기위한올바른방향을어느정도알고있는가?
◆바쁜일상을잠시쉬어가고싶다는소망을언제처음깨달았는가?
◆변화가일어나지못하게막는장애물은무엇인가?
- ?염동우(C.영상미디어)
기억하라.인생은무조건빨리가야하는경주가아니며,무조건수익을남겨야하는비즈니스도아니다.인생은여정이다.그렇기때문에그러한여정에서우리는무엇보다도우리자신을만나야한다.자신을만나기위해서는용감해야한다.복잡한세상과작별할줄아는용기와지혜와결단력이필요하다.그러나우리는무엇을해야한다는강박관념때문에지금이순간을즐기거나누리지못한다.그래서마음을비우는것이필요하고,속도를늦추고한템포느리게살아가는것이필요한것이다.
“여러가지감미로운공상들이나의동행이되어주고있었다.내뜨거운상상력이내게이처럼멋진공상들을안겨준적은한번도없었다.나는한번도이렇게많은생각을해본적이없었으며이렇게뿌듯하게존재하고살아본적이없었다.나는그때혼자걸어가면서했던생각들과존재들속에서만큼나자신이었던적은한번도없었다”라며장자크루소는걷기에대해예찬했다.
가도가도아무도없으니
이길은무인(無人)의길이다.
그래서나혼자걸어간다.
꽃도피어있구나.
친구인양이웃인양있구나.
참으로아름다운꽃의생태여.
길은막무가내로자꾸만간다.
쉬어가고싶으나
쉴데도별로없구나.
하염없이가니
차차배가고파온다.
그래서음식을찾지마는
가도가도무인지경이니
나는어떻게할것인가?
한참가다가보니
마을이아득하게보여온다.
아슴하게보여진다.
나는더없는기쁨으로
걸음을빨리빨리걷는다.
이길을가는행복함이여.
-천상병시인의‘길’
- ?정진홍
사람들은때때로현실에서벗어나자신을찾아떠나고싶은마음이생긴다.걷기는사물들의본래의미와가치를새로이일깨워주는인식의한방식이며세상의제맛을찾아즐기기위한수단이다.따라서걷기여행을떠날때에는일정이너무촉박하지않고,여유로운마음으로가는것이좋다.최단시간내에주파하고자서두를필요도없으며자신에게알맞은속도로천천히걷는시간을갖도록하라.
보행자에게왜고독이절대적으로필요한것인가.걸어서여행하는사람은누구에게무엇을보고해야할의무같은것은없는자유인이다.그야말로기회와가능성의인간이요흘러가는시간의예술,길을따라가며수많은발견을축적하는변화무쌍한상황의나그네다.이러한걷는맛을제대로즐기려면혼자여야한다.순례가좋은이유중하나는익숙한것에서한동안떨어져지낼수있는시간이라는점이다.걷기여행을통해삶의속도를늦추어자기성찰이라는내면의연금술을부려보는것은어떨까.
콘텐트크리에이터정진홍…내려놓아야들어올릴수있다
인문학적깊이와날카로운통찰력으로대한민국리더들을감동시키는정진홍.일간지논설위원,여러권의인문학서적을쓴저자,TV방송진행자로삶을종횡무진누비던그가어느날일상에‘정지’버튼을눌렀다.그리고지난4월,배낭을꾸려산티아고로향했다.47일간의도보여행을통해그가얻은것은무엇일까.
10년전이었다.“직(職)으로삶을마감할래아니면업(業)으로삶을다시살래?”라고자문한뒤안정적인대학교수직을버리고콘텐츠크리에이터로서의새로운도전을시작한것은.그리고10년후어느날,그의마음속에서또다시본능이그를일깨웠다.객관적으로평가하자면성공이라는범주에포함되는삶이었지만,정신과마음에비계가낀채안락한소파에앉아있는듯한느낌이들었다.이런기분을털어내고싶었다.그래서그는산티아고도보순례길로향했다.
- 정진홍.콘텐츠크리에이터/사진이경호(C.영상미디어)
“비행기를타고가는데스크린에‘현재항속900km/h라는문구가나타났다.비행기로1시간이면가는거리를나는왜한달넘게걸어가려는걸까.내가산티아고가는길900여km를걸은것은다름아닌‘마음검진’이었다.사람들은나이가들수록건강을챙기고매년정기적으로건강검진을받으면서도마음검진을받을생각은안한다.앞으로의10년,그이상의미래를나아가려면당시나에겐마음검진이필요했다.”
떠나기전우리나라에도좋은길이많은데굳이해외로가야하느냐,산티아고는이미많은사람이다녀왔는데왜하필그곳이냐는반응을보이는이들도많았다.그렇지만,그는말도안통하는낯선곳에서자신을오롯이마주하고싶었다.여차하면집으로쉽게되돌아올수있는여지를남겨두지않고,치열하게분투하며살아온지난시간을되돌아보고자했던것이다.길을걷다보면자기인생을마주할수밖에없고,걸으면서그동안은피해왔던일들을생각하고,떠올리고,자신을돌아보게된다고한다.그런데,과연그렇기만할까?걷고,먹고,자는패턴이반복되면서그자체의매너리즘에빠질수도있지않겠는가.
“산티아고한번걸었다고사람이바뀌겠나.물론그렇지않다.산티아고길을걷는다는건자기를확인하는것이라고생각한다.도보여행을떠나기에앞서길게는1년전,아니면몇개월전부터체력을단련하는경우가많다.그러나산티아고는육체적으로준비해서가는길이아니다.무작정걷기전에삶을정면으로직면하는게필요하다.살아온게달랐기때문에같은길을걸어도얻고느끼는것은다르다.열심히살아온사람이라면그길에서더많은것을얻을수있다.”
- 01손수레를끌고순례길에올랐던동갑내기프랑스인세르주의손수레에달려있던경적.바퀴축이부러져길가에버려진손수레가마치중년남성의자화상같아보여수레의일부인경적을떼어서가져왔다.02산티아고순례길완주증서와무사완주를기원하는마음의조개껍데기.03걷기여행내내글을썼던탭.마지막날떨어뜨려액정이모두망가졌다.04산티아고로가는동안일기쓰듯기록했던내용을책으로펴낸<마지막한걸음은혼자서가야한다>(문학동네).0547일간의대장정으로뒤축이모두망가진트레킹화는도보여행의상징물이다./이경호(C.영상미디어)
그는산티아고에가는동안고독과극한으로스스로를내몰았다.새벽에숙소를나서서길을걷다가오후에숙소에가서쉬고,다음날새벽다시길을나서는정형화된형식을따르지않았다.방향을안내하는노란화살표만믿고헤드램프로앞길을비추며야간산행을감행했고,눈보라치는피레네산에서추위에떨며동트는새벽을맞이하기도했다.이는의도하거나계획했던것이아니라선택의결과였다.‘산티아고로간다는것외에는정해놓은바가없었기에그때그때마음이내키는대로따랐고,예상치못한상황을마주할때의감동은배가되었다.
“페르돈고개에서동이트는것을기다릴때에는마치땅속으로꺼져버릴듯추웠다.온몸이얼어붙고핏속까지얼어버릴것같은추위에떨며‘이밤에내가미쳤구나’라는말이절로나왔다.그러나그곳에서점점날이밝아지는새벽을맞는순간,그느낌을잊을수가없다.자기를가장옥죄는것은자기자신이다.나역시그랬다.지난시간동안스스로를몰아세우듯살아왔기에지금의내가존재하는것이지만,한편그런자신에게연민이느껴지며울컥눈물이났다.”
그가글로도썼듯살면서웃는것못지않게우는것도필요하다.그러나어른이되면,게다가남자의경우에는더욱이울곳을못찾아자기안에눈물을감추고있지만,때로그것을쏟아내야한다는것.이번걷기여행에서그는많이울었다고한다.그동안내면에쌓여있던‘숙변같은눈물’이었단다.얼마나후련했을까.
도보여행은이처럼자신의바닥까지모두드러내보이는시간을가지는데에의미가있다.따라서그는여럿이함께가기보다는혼자걷는것을권한다.혼자여서외롭고힘들기도했지만,그이상으로자기자신을,자신의삶을더볼수있는시간을가지게된다고.이렇게산티아고로가는길을정직하게걸어내면(중간에택시타지않고)대단한철학자가아닌그누구라도자신을돌아보는경험을하게될것이다.
“예외없이누구나늙는다.하지만그것은결코슬퍼할일만은아니다.담담한늙음은때로젊음보다멋지다.그담담하게늙어가는것이곧삶아니겠는가.멋지게나이든다는건결국자기다워지는것,그사람다워지는것이다.산티아고를걸으면서내삶의마음밭을깊이팠다.씨앗을뿌리려면밭을갈아엎어야하듯인생의밭고랑을갈아엎은것이바로이길이다.900km라는길을걸은것은인생이싫어서도아니고,극기훈련삼아간것도아니고,도전하기위해간것도아니다.뭔가다시하고싶어서걸은거다.같은글을쓰더라도이전에비해더새롭게,더깊이있게할수있는마음으로말이다.”
이번걷기여행으로그는새로이삶을리셋(Reset)했다.그러나언젠가그의삶에다시비계가끼고,삶이안락한소파처럼되면주저없이또떠날것이다.
도보여행가김효선이추천하는걸어볼만한길5
세계적으로도보여행을이끄는주역이바로시니어다.고속도로나고속철도를이용하는여행대신그들의호흡대로천천히구부러진산길들길을걷는이유는무엇일까.‘빠름빠름빠름’을외치며속도전으로치닫는21세기를살아가고있지만우리의몸은여전히아날로그적인감성을추구한다.세계여러나라의은퇴자들이가장가고싶어하는곳들을위주로,무엇보다안전하고그리고인문의역사와대자연의아름다움을즐길수있는길을소개한다.
산티아고로가는길
- ?김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