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에관한상상과편견
우리나라에서는전통적으로남녀간의우정에상당히회의적인시각을갖고있지만서양에서는남녀간에도우정은엄연히존재한다.그러나오늘날의한국사회를보면청소년이나젊은세대들이갖고있는남녀간의우정에대한인식은서양의것과별반다르지않아보인다.그만큼한국사회에서도성의정체성에대한고전적개념이급속도로변화하고있다고이해된다.
일반적으로남녀간의친구관계나인맥은결혼을하게되면그모양새가달라진다.그현상은한국에서는거의절대적인것이고,서양에서는물론이고세계에서성이가장개방된북유럽사회에서도분명하게나타난다.한국사람은결혼과동시에좀은애매했던관계의이성친구를‘싸이월드’나‘페이스북’등에서정리할것이다.물론숨기는사람도더러있겠지만.반면에서양에서는그관계를소멸시키기보다는더욱더투명하게만들어나가는것이일반적이다.
서양사람들은남편이나아내에게자신의이성친구를소개하고심지어는이전의연인관계에있었던사람까지도인사시킨다.과거가평생족쇄가되기도하는우리나라와는달리이들은과거에했던사랑을숨기지도않고,숨길이유도없다고생각한다.상대의과거를문제삼지않는다.그래서유럽에서는자녀를데리고유럽남자들과재혼한아시아여자들을어렵지않게볼수있다.
반면에성인이된지한참되었는데도사랑을했던과거가없으면오히려비정상적으로보거나인생의멋도맛도모르는사람으로오해받기쉽다.어쨌든사랑하는사람의과거마저도포용할수있는,참된의미의사랑을할줄아는이들의넉넉한가치관은참부럽다.
이세상에서내가가장신뢰하고좋아하는나의베스트프렌드는나와정반대의성(性)을가진남자다.그것도아내가있고자녀가있는유부남에아빠라는신분을가진,세련되지도않고,잘생기지도않고,부자도아닌듯,그러나사람됨됨이하나만은끝내주는,아주평범한이웃집아저씨같은친구다.나는여전히그친구의직업이뭔지,가방끈이얼마나긴지,연봉이얼만지알지못한다.확실한것은우리가초등친구이니동갑이라는것과서로를인간적으로신뢰한다는사실이다.
나는보편적인한국적정서를가졌지만남녀간의우정을믿는다.그러한우정이성립되자면동성친구와의관계와는사뭇다른각종변수의작용과영향을고려해야한다.내가그유부남초딩이와베스트프렌드가될수있었던것은서양문화에서습득한‘관계의투명성’과한국적정서를고려한‘도덕성’을복합시켜나름대로만든몇가지항목을꾸준히실천하였고,그친구또한나의의사와의지를존중해주었기에가능하였다고생각한다.
서양사람들이남녀간의관계를어떻게투명화시키는지에대해서는위에서이미언급하였다.이는쉽게말하자면숨길것도없고,캥기는것도없는그야말로순수한관계를유지하는것이다.이를위해실제내가했던노력은초딩이의아내를비롯한가족모두와유대관계를맺는것이었다.
나와그친구는주로초딩이모임을통해만났지만,둘만만나는문제에있어서는분명한한계를설정해두면좋다.늦은시간의만남이나술을마시는것등은신중히고려해봐야할사항이다.또한상대에게‘순수한친구관계’를원한다는자신의의사를분명히해둘필요가있다.
‘도덕성’을고려하는문제는친구의아내또는친구의남편입장에서생각하고행동하면쉽게해결이된다.그러나아무리순수한친구사이라고해도아내나남편의입장에서는불쾌할수도있다.만에하나그런문제로가정에불화가생긴다면그우정은더이상의미가없게된다.이는남녀간의우정을쌓아가는데있어가장도전적인문제라고여겨진다.특히한국사회에서는더욱그렇다.
이모든과정과검증을거쳐나의베스트프렌드가된그친구와의우정은일반인의상상과편견을뛰어넘는다.한국에가면나는화려한관광지보다시골구석구석을다니길좋아한다.그런곳에서는이전에내가알고지내던순박하고따스한한국사람들을만나볼수있기때문이다.여행중,그친구가사는가까운곳에하룻밤을묵었던적이있었다.
어둠과함께외지에도착한친구의안전이염려되었던지그친구는한걸음에달려왔다.내가여장을풀호텔방까지따라들어와여자혼자서자기에안전한지문과창문을확인하는것이었다.한국실정을잘모르는내게성범죄가자주일어나니조심해야한다고주의까지단단히일러주었다.그리고우리는호텔주변의한식당에서좀은늦은저녁을먹었다.나는밥을먹었고그친구는수다를떨었다.나는백세주를두잔마셨고,그친구는물을마셨다.
앞으로한국에서도남녀간의우정은점점더일반화될것이다.지금의청소년이나젊은세대들은그문화에이미익숙해져있지않은가.비록결혼을하더라도남녀간의우정을계속유지하는사람도점점많아질것이다.그관계에투명성과도덕성이유지된다면남녀간의우정은분명히가능하다고믿는다.
나는이전에인종차별주의자였다.특히이슬람문화권의남자들과아프리카인에대해편견을많이갖고있었다.이러한나의사고가패배주의에기인한다는것을깨닫게되었던것은아이러니하게도바로그들과우정을주고받으면서였다.그래서오늘날,나는카다피와무바라크를닮은쿠르드족친구들과소말리아해적을닮은에리테리아출신의친구들을통해국경과인종을초월한인간의보편적삶에관해얘기할수있어행복하다.
풍성한인간관계는사고의폭을넓혀주고사고의유연성을갖게한다.다양한배경의다양한사람을이해하고수용할수있는마음의자세는세계화시대에꼭필요한요건이다.상호간에투명성과도덕성을존중하면남자와여자간에도우정을나누는친구가될수있다.남자와여자라는‘관계’를초월하면‘인간’이보인다.
아!참,그리고그날,호텔에서는아무일도없었다.그모든상상과편견을뛰어넘을수있었다.외국생활을하면서가끔한국을방문할때마다변화해가는조국을바라보는마음은한국도많이발전해가는구나하는느낌을종종받는다.이제한국에서도전통문화를고집하지않고,인터넷과사이버세상의영향으로남여간에도우정을나눌수있는관계가형성되어가는현상은삶의질을향상시키고,인간관계를풍요롭게하는역할을해줄것이다.
-출처/sitdown,please!blog.chosun.com/sahi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