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0일,알라르차국립공원으로가는사이수도비슈케크(Bishkek)시내끄트머리에흰산이보였다.현지한국인가이드엄아사씨가가르쳐준다음에야악사이산군이희미하게바라보였다.비슈케크시내에서내리1시간을달렸다.흰산이점차다가와알라르차국립공원에이르렀다.계곡건너로다채로운색깔의집들이일률적인모양으로자리했다.과거이곳이사회주의공화국이었다는것을느끼기에충분했다.
1인당60솜(한화20~25원)의부담스럽지않는입장료를지불하고서공원으로들어섰다.버스는한동안덜컹대며다소거친흙길을내달렸다.창밖으로는부드러운능선과가냘픈강줄기너머로소와말,양떼가풀을뜯고있다.삼나무숲이나오더니고개를반대로돌리자크리스마스트리에어울릴듯한구상나무가촘촘히서있다.높은산만큼국립공원의규모를실감케하는대자연이다.더이상차가진입할수없는곳에이르러트레킹이시작되었다.비슈케크에서40km거리였다.
처음이산에갈때의문이하나생겼다.낮선키르기스스탄땅에‘프리코리아’,‘스보보드나야까레야(4,740m)’라고도불리는암봉이있기때문이다.게다가‘해방한국’의뜻이라니.프리코리아봉우리는1952년6·25전쟁당시러시아인들에의해서초등됐다.구소련통치하에키르기스스탄산악인들이자본주의세력으로부터해방시키고자명명한이름으로‘북한을지지한다’는뜻이담겨있다.그렇다면프리코리아로붙여진이름이그들과큰관계가있을까?제대로이해하기위해서는지난역사를되짚어봐야한다.
며칠전이곳시장에서장을보는길에어떤노인이말을걸어왔다.그가‘까레야’라고했을때바로알아듣지못했다.한국에서왔다고했더니그가자기를가리켜‘까레야’라하며미소를지었다.책에서만보고듣던고려인,까레이스키였다.그러고보니검은눈과머리카락,이목구비가우리와닮았다.
그들의채취를느끼며프리코리아봉우리를향해트레킹에나섰다.그곳에뭐가숨어있을까싶은숲속으로들어서자빙하수를흐르는계곡과하늘을찌를듯치솟은삼나무숲이펼쳐진다.우거진나무,그나무를타고오르는덩굴은우리나라와차원이다른원시림이다.계곡따라잘정돈돼있는등산로는많은사람들이다닌듯했다.
두갈래의길.악사이워터폴트레일(WaterfallTrail·3.75km)과알라르차리버트레일(RiverTrail·1.3km)이표시된안내판이서있다.우리팀이등반할프리코리아로이어지는좌측의워터폴트레일로걸음을옮긴다.3.75km길이의다소짧은트레킹코스였다.하지만시작에불과했다.막상걸어보니이정표상의거리는폭포까지였다.우리가목표로한프리코리아를보기위해서는라첵산장(3,200m)까지3km를더가야한다.
안으로들어갈수록숲은더욱원시림으로변한다.편백나무같이쭉쭉뻗은아름드리나무들이군락을이룬다.간혹넘어져있는고목은자연상태의숲을그대로보여준다.인간의손때가전혀묻지않은산같다.
트레킹시작후첫계곡을만났다.쉬고있던트레커들이더이상올라가면물이없다고일러준다.마실수있는물은처음이자마지막이다.일제히계곡물을그대로한모금씩마셨다.속이시원하다.
저멀리악사이워터폴이보였다.약20m높이의물줄기는가느다랗게떨어지면서하늘에흩날리고있었다.사진에서봤던웅장함은없었다.폭포까지는어림잡아1시간.이것을보기위해여기오겠나싶은생각이들었다.하지만폭포로이어지는길은노랗게물든풀이하늘거리며운치가있었다.풍광이유럽알프스에버금갈정도다.
알라르차국립공원은‘아시아의알프스’라불린다.산행코스가전체적으로완만해초보자나어린이와노약자도무리없이트레킹이가능하다.이루말할수없는깨끗한자연환경,깊은협곡과만년설을이고있는산,거기에빙하탐방에이르기까지아기자기한맛을볼수있기때문이다.
폭포를지나올라갈수록가파른너덜지대가연속으로나타난다.주위에는바람을막아줄나무와풀이없는탓인지바람이거세다.300m길이의가파른산길을땀을뻘뻘흘리며걸어겨우능선위로올라섰다.V자협곡사이로팻말이눈에들어온다.‘라첵산장’이라적힌나무팻말뒤로여러사람이쉴수있는널찍한공터가나왔다.캠핑하기에충분하고도남을공터였다.안으로더들어가자트레커들이텐트촌을형성하고있다.그리고그너머로악사이의최고봉코로나(왕관봉·4,860m)가만년설을이고있었다.드디어라첵산장에도착했다.트레킹시작5시간만이었다.
풍광을눈에담으려텐트촌앞쪽능선에올라섰다.말발굽처럼휘어진파노라마가펼쳐진다.좌측의코로나와우측의복스피크(4,240m)가가장먼저눈에들어오더니멀리중앙에악사이빙하위로하얗게빛나는벽이나타났다.프리코리아였다.언제나그자리를지키고있는모습이정말알프스의풍경과닮아있다.
프리코리아를향해조금더가까이다가서다저절로발걸음이멈춰졌다.너덜지대위에놓인이름모를식물이눈에들어왔다.고산지대에서돌과돌사이로싹을틔우는것만해도힘들겠다싶었다.발길을옮기다다시한번되돌아본다.거친환경에도끈질긴생명력을보이는식물을통해까레이스키가오버랩된다.러시아인들이초등하고이름을붙인프리코리아.이길의끝!그들은무엇을떠올리고무엇을생각했을까.그시대를회상하니가슴이뭉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