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시바 여왕’ 발굴현장 리포트(2)

고세진특별기고

에티오피아’시바여왕’발굴현장리포트(2)

3000년전’시바여왕’은단발머리에사각형얼굴

고고학은인내와고난의학문

시바여왕의땅이라는악숨의어느지점에시바의여왕,그여인의자취가남아있을까?고고학은때로는대숲에서바늘을찾는여인처럼‘그주변’일것이라는심증만가지고시작한다.고고학에서신묘자(神妙者)는사기꾼이다.구멍뚫린골리앗의두개골을찾아냈다느니,아직도젖어있는예수의피를찾았다느니,모세의무덤을발견했다느니….이런자들은헐리우드가만들어낸인디애나존스영화보다더허황하다.비록인디애나존스의배경이필자의모교인시카고대학교이긴하지만영화와고고학현장사이의벽은엄연하다.고고학의정수를모르는사람들은로맨틱한감성으로고고학을말하지만,고고학자는거친현장이주는도전과도서관에숨어있는자료들사이에서몇년이고씨름하며참된답을찾아내야하는고난을감수해야한다.

옛사람들의기록에담겨있는사실

시바여왕의흔적을찾아서악숨땅을밟고지나간유럽과아메리카사람들이있었지만그들은고고학적으로탐사를하지는않았다.아시아사람으로아프리카의벌판에삽을들고선나는어떻게할것인가?옛사람들의기록에는반드시진실이들어있다는믿음을버리지않는것이내가할일이다.희랍시인호머(Homer)가읊은트로이전쟁을누가사실이라고믿었던가?그러나영국인프랭크칼버트(FrankCalvert)와독일인하인리히슐리만(HeinrichSchliemann)은터키의서쪽끝에서서기전12세기의전장(戰場)트로이를발굴해내었다.

요세푸스가단한줄로써놓은,악명높은헤롯대왕의무덤이베들레헴남쪽의헤로디움에묻혔다는기록을누가그러리라고수긍했던가?신약성경에나나오는헤롯이라는인물의역사성을평가절하하는사람들도있었다.그러나히브리대학교교수에후드네쩌(EhudNetzer)는헤로디움의기슭을샅샅이뒤지며청춘을보냈다.그는고독한탐사기간35년만에서기1세기의헤롯대왕무덤을찾아내어그화려함으로사람들을놀라게한다음에삶을마감하였다.

잘알려지지않은아프리카와악숨(시바)의역사

시바에대한연구를하는데걸림돌이있다면,인류는아프리카의역사를잘모른다는사실이다.역사와지리에관심이많은사람들도아프리카하면대개이집트역사에서멈춘다.이집트에서남쪽으로고대이집트인들이쿠시(Kush)라고부른누비아지방이나푼트(Punt)라고부른에티오피아와그주변나라들에대해서,아니아프리카의다른어떤나라들의고대사에대해서도우리는잘모르고있음이현실이다.

이집트제18왕조(서기전15세기)의하쳅수트여왕이푼트(에티오피아)에보낸배에푼트에서생산되는보물들을싣고있는장면.배의중간에줄에묶이지않은원숭이들과상아들이있다.상단에는소쿠리에담겨있는몰약나무들을인부들이나르고있다.배밑바다에는물고기들이헤엄치고있다.이벽화가서기전15세기상황이므로10세기인시바의여왕때에도이와같은교역이있었다고할수있다.(이집트의디르엘-바흐리에있는하쳅수트무덤신전벽화)

따라서시바’(Sheba)라는왕국이에티오피아의악숨(Aksum,Axum)이었다는것도몰랐다.또한시바의여왕이역사적인물이라기보다는가공의이야기속에나오는인물로여기는경향도있었다.그러나악숨왕국은서기전1세기부터서기6세기까지로마,중국,페르시아에필적하는대국이었다.서기전7,8세기에이미악숨과그주변에도왕국이있었다.해발2300미터산악지방에위치한악숨은동쪽으로는홍해,북쪽으로는현재의수단과이집트,서쪽과남쪽으로는아프리카의본토로연결되는요충지에있었다.홍해에서나는소금을대륙으로운반하며큰돈을버는길목이었다.

악숨은지금도벽돌처럼잘라낸소금덩어리들을대량으로유통하고있다.또한금과유향이나몰약같은향료들을유통하는무역에서부를축적할수있었다.고대에향료는그무게만큼금을달아주어야살수있었으니판매이익이방대하였다.이렇게볼때에기원전10세기에도악숨은시바라는이름으로번영하고있었음을추정할수있다.시바의여왕이이스라엘왕을방문한배경에는무역이라는경제이슈가도사리고있었던것으로추정할수있다.

창고에쌓여있는홍해의소금덩어리들.고대에악숨은홍해와아프리카내륙사이의무역로를관장하며소금과여러물품을팔거나세금을거두며부를축적하였다.오른쪽은악숨국립대학교에서강연후에에티오피아국영TV인터뷰에답하는필자.

시바의여왕이이스라엘까지약8000km를왕복할수있었던것은그러한국력과경제력의뒷받침이있었기때문으로볼수있다.그런데악숨에서고고학적으로서기전10세기의층을발굴한적이없는것이다.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지정된악숨의유적들은5%정도도연구가되어있지않다는사실은이곳이고고학적으로무궁무진한보고라는이야기를실감하게한다.

오벨리스크공원,교회,박물관,수도원

악숨시의중심가의서쪽부분에큰교회가있다.성마리아찌욘교회라는이교회는에티오피아가기독교화된서기4세기부터존재한교회의후신이다.따라서이교회는에티오피아정교회의본산(本山)이라고할수있는교회이다.이교회에서북쪽을보면거대한비석들이줄지어서있는오벨리스크공원이있다.이교회건물의남쪽에세건물들이이어져있다.남쪽으로약50미터이내에에티오피아정교회박물관이있다.박물관의남쪽으로50미터이내에고대에이스라엘예루살렘에서가져온법궤를모시고있다는성소(聖所)가있다.그성소에서남쪽으로50미터이내에수도원이있다.그러므로북쪽에서남쪽으로보면,오벨리스크공원,에티오피아정교회,교회박물관,수도원이대략일렬로있는것이다.

돌에새겨진시바여왕마케다의초상

그박물관에는에티오피아정교회의유물들이좁은진열장들안에조밀하게전시되어있다.그중에는돌판에송곳이나칼로젊은여자의얼굴옆모습을새겨놓은것이있다.박물관안에서설명을하는안내자는이것이시바여왕의초상화라고한다.

필자는이돌판에대해서몇년간궁금한마음을지니고있었다.우선이돌판의출토지와연대가궁금하였다.이박물관에서는사진촬영이금지되어있다.사진촬영신청서를수도인아디스아바바에있는에티오피아정교회의총대주교앞으로내어허가를받으면사진을찍을수있다고한다.그렇게해도허가가나온다는보장도없이길고긴여정이될것이뻔했다.실제로단한번이라도박물관안의유물들에대한사진촬영이허가된적이없다고한다.그래서필자는여러경로를통해서어렵사리이특이한돌판의사진을입수할수있었고역사상처음으로그것이조선일보에공개되는것이다.그러나박물관에보관되어있는이유물의족보를열람하는허락은받지못했다.다만이돌판이둥그루에서발견이된것이라는사실만확인할수있었다.둥그루는지난회에말한대로서기8세기의큰궁전이있는곳이다.그주변에는발굴되지아니한유적들이많이있는데,지표조사중에발견된유물들중의하나라는설명이었다.

‘시바여왕의초상’이새겨진돌판(왼쪽).악숨에있는에티오피아정교회의박물관에소장되어있다.머리모양이퍽현대적이고젊고행동적인모습의얼굴이다.의지가굳어보인다.에티오피아박물관은이돌판이시바여왕의모습이라고설명한다.여행조건이열악한3000년전에왕복으로8000km를여행했다니젊고건강한사람이었을것이다.오른쪽사진은아디스아바바에서만난젊은사람의옆얼굴.돌판의얼굴과많이비슷해보인다.

그렇다면이돌판의연대를정하는것은불가능하다고생각된다.젊은여자의초상이므로‘시바여왕의초상’이라는제목을붙여서전시하고있는것이다.둥그루는필자가발굴하고있는악숨왕궁에서서쪽으로걸어가면15분정도걸리는곳이다.필자가둥그루지역을직접걸어다니며살펴보니돌무더기들과토기조각등많은유적들이널려있었다.앞으로이돌판의족보를보고발견지점을확인하여발굴을한다면어떤놀라운결과가나올수도있을것이다.

이돌판은이지역에서흔한석회암이다.크기는대략손바닥두개를위,아래로맞댄정도이다.날카로운도구로새긴옆얼굴은모양이사각형이다.이마가넓고코가오똑하고바르며입술의윤곽이선명하다.턱은직각이며귀밑까지수평으로흐르다가각이져있다.입을다물고있으면고집스럽거나의지력이강해보이는그런형이다.머리카락은굵은빗으로빗은듯이결이굵게흘러내려뒷목윗부분에서멈추고있다.이마와귀가드러나게머리가짧아서활동적인젊은여자의이미지를풍긴다.필자가이얼굴에관심을가지게된이유는에티오피아에서이러한사각형의얼굴을본적이없기때문이다.

마케다의인종과다른부족들의인종

필자는약오천명정도의신자들이매주출석하는그교회의정문에여러날앉아서사람들의얼굴을관찰하였다.열이면열모두얼굴이길고턱은수평으로흐르지않고사선을그리면서귀밑으로올라가는형이었다.악숨의시내에서도여러날현지인들의얼굴들을관찰하였으나결과는마찬가지였다.돌판에새겨진젊은여자의얼굴은현대에티오피아사람들의긴얼굴형과는다르다는결론이가능하였다.

그것은무엇을뜻하는가?서기전1세기부터존재하였던악숨왕국이나그보다오래된시바왕국의인구는산악지방의부족들의혼합이었다.이여자의얼굴은그어떤부족의두상을나타내고있는것이아닐까?그녀의얼굴은왕복약8000km의험한여행을완주할만큼,그리고아들을혼자기르고왕으로만들만큼의지가강하고젊고활동적인여자의모습을상상하게한다.

나중에말하겠지만,시바의여왕을경유하여발생한흑인유대인들의후손들은약십만명이1980년대에이스라엘로이민을갔고현재는약사천명정도가악숨에서가까운지역에거주하며이스라엘로갈날을기다리고있다.즉,현재에티오피아사람들은흑인유대인들과다른인종계열인것이고돌판에새겨진여자는행여시바의여왕이아닐지라도어떤인종적진실을나타내고있는것이다.필자는이러한이유때문에그돌판에관심을가지고있으며앞으로악숨에서고고학층이깊어질수록이돌판의연대를시사할그어떤단서가나올수도있을것으로본다.

어느날,악숨에서남쪽으로900여km떨어진아디스아바바에있는명성교회병원대합실에서필자는한젊은여성의얼굴을보고깜짝놀랐다.그녀를설득하여옆모습을촬영하여돌판의얼굴과비교하여보았다.가족들이지켜보는데,그여자는자기의얼굴이시바의여왕의얼굴일지도모르는얼굴과비교될것이라는데흥미를느낀것같았다.그여자의얼굴은돌판에새겨진얼굴과많이비슷하였다.혹시악숨출생이아닌가하여어디출생이냐고물었더니그여자는아디스아바바에서태어났다고하였다.“시바의여왕을꼭만나시기를바랍니다”하며싱긋웃는그녀의얼굴에태고적건강미가넘쳐보였다.

고세진/대한성서고고학회회장/PremiumChosun/입력: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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