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여행작가의 유럽에 미치다①-이탈리아 아말피>
BY paxlee ON 6. 9, 2014
아말피해안도로,죽기전에왜가야되는데?
|
▲아탈리아반도남서쪽조그맣게튀어나온소렌토반도남쪽에위치한아말피(구글맵)
요즘국내모항공사의CF중‘내가사랑한유럽톱10’이라는게있다.그중한동안눈길을끌었던것이‘달리고싶은유럽’이다.빠르게지나가는화면속에서10위헝가리부다페스트트램,9위크로아티아해안마을캠핑카여행,8위스위스알프스산악열차,7위헝가리야간침대열차,6위체코프라하스쿠터투어,5위스위스푸르카패스드라이빙,4위이탈리아베니스곤돌라,3위크로아티아아드리아해요트항해,2위스위스알프스산악자전거가나온다.그리고마지막1위로등장하는것이이탈리아아말피오픈카일주다.순전히이광고때문에한국인들에게새롭게주목받는곳이이탈리아남부의아말피다.
아말피(Amalfi)는이탈리아캄파니아주에속한아주작은도시.나폴리에서남동쪽으로47km에위치했고,소렌토반도남쪽에위치해지중해를온몸으로안고있는어촌이다.
아말피는4세기경유럽사람들에게알려지기시작해로마제국보다도비잔틴인들에의해발전하기시작했다.9세기경에는제법강력한해군력을바탕으로해상강국으로성장해이탈리아의다른도시인제노바나피사등과어깨를나란히했지만,12세기시칠리아와피사에잇따라정복되고,십자군전쟁때동방으로향하는베네치아나제노바등의해상로가발전하면서아프리카나스페인쪽으로향해있는아말피는상대적으로쇠퇴하기시작했다.
|
▲이탈리아캄파니아주에속한아말피의중심부인선착장ⓒ이석원
지금은인구5000명이조금넘는아주작은어촌마을로쇠락했지만,대신아름다운해안과최고절경의해안도로,그리고1년내내온화하고쾌적한기후로이탈리아는물론유럽최고의휴양지가되고있다.마을여기저기의고급별장들은할리우드의톱스타들이소유하고있고,바다에떠있는요트중에는안젤리나졸리와브래드피트의것도있다고한다.
내가아말피를처음접한것은일본영화‘아말피여신의보수’였다.우리나라에도제법알려진일본배우인오다유지가주인공으로등장하는이영화는그다지재밌는영화라고할수는없었지만영화에등장하는아말피라는작은어촌마을이뇌리에깊이박힐만큼아름다웠다.그러고보면일본영화때문에가본곳이세번째다.그유명한‘냉정과열정사이’때문에이탈리아피렌체를갔고,‘카모메식당’때문에헬싱키를갔으니…
아무튼아말피로가는방법은차를빌려서가는것말고는대단히제한적이다.가장흔한방법이나폴리에서사철(Circumvesuviana)이라고불리는지방열차를타고소렌토로가서,거기서시타버스(SITABus)를타고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해변도로를따라가는것이다.물론나폴리산타루치아항에서배를타고소렌토를가는방법도있고,또사실은시간적여유가있으면그것을추천한다.사철은,이제껏내가타본모든기차중최악이었기때문이다.1980년대간현이나대성리를가기위해탔던비둘기열차는사철에비하면차라리KTX다.
|
▲나폴리에서소렌토로가는길에폼페이를덮쳤던베수비오화산이한눈에들어온다.ⓒ이석원
|
▲나폴리에서인근여러지방을연결하는사철은비좁고더럽고,사람들로북새통을이루는열악함이가장큰특징이다.심지어운행중고장이나중행을정지하는일이다반사다.ⓒ이석원
나폴리중앙역지하에서탄사철이나폴리를빠져나갈때쯤이면손에잡힐듯베수비오화산이보이고,그베수비오화산이서기79년대폭발을하면서집어삼킨도시폼페이를거치면1시간30여분만에소렌토역에도착한다.
이사철,좁고딱딱한의자와냄새나는실내에서온갖장사치와구걸꾼들의시끄러운소음을들어야한다.특히여름에는에어컨도없이좁은창문으로들어오는지안들어오는지도모르는바람을쫓아다니며맞아야할지경이다.게다가걸핏하면정차한역에서움직이질않는다.고장이잦은편이다.내가탔던사철도에르코라노(Ercolano)라는역에서서더니한참을움직이지를않다가결국운행중지.그다음에오는열차로그많은승객이갈아타는참변을일으키기도했다.
|
▲유명한이탈리아칸초네’돌아오라소렌토로(TornaaSurriento)’의창작자로알려진잠바티스타데쿠르티스의동상이소렌토역앞에세워져있다.ⓒ이석원
천신만고끝에소렌토역에도착하면상황은완전히달라진다.이탈리아칸초네’돌아오라소렌토로(TornaaSurriento)’로유명한소렌토는아름다움이거리곳곳에넘쳐흐르고,이탈리아남부의낭만과정취가온도시에뭍어있는그런곳이기때문이다.SITA버스를타고소렌토중심가를벗어나산으로오를때쯤이면드넓게펼쳐진지중해가최고의찬사를받으며펼쳐지고,그리고그유명한아말피해안도로에접어들면당나라이백의시에등장하는’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인지안견의’몽유도원도’인지,아무튼인간세계가아닌듯한극한의절경이펼쳐진다.
소렌토에서아말피에이르는이절벽해안도로는영국BBC방송이선정한’죽기전에꼭가봐야할곳’중으뜸이라고한다.좁다란왕복2차선도로중일부구간은이미900년가까이된길이다.중간중간돌로된다리는무너지지않고버티는게신기할정도로오래돼보이기도한다.
|
▲소렌토에서아말피로향하는해안절벽도로.BBC가선정한’죽기전꼭가봐야할곳’이며대한항공이선정한’달리고싶은유럽’1위의길이다.ⓒ이석원
|
▲아말피해안도로를달리는내내오른쪽으로보이는지중해는현실감이떨어질정도로아름답다.ⓒ이석원
|
▲아말피해안도로의아스팔트는현대에와서덧입혀지고보수되기를반복했지만아스팔트밑의도로원형은이미900년이넘은경우가허다하다.사진속작은독교량도900년을버텨오고있다고한다.ⓒ이석원
|
▲아말피해안도로를달리면서바라볼수있는절경의절정.바다로달려나간자그마한반도의꼭대기에아슬아슬하게얹혀져있는건축물도나이가예사롭지않아보인다.ⓒ이석원
이좁다란해안도로는곡선이심해2대의버스가한꺼번에지나기도버거워보인다.또운전험하기로소문난이탈리아버스기사들은곡선주로에서도속도를줄이지않고달려차가절벽으로밀려떨어질까오금이저리기도한다.SITA버스를타는사람중노약자나임산부,그리고모험을즐기지않는사람은절대버스의오른쪽좌석에앉지말라고할정도다.오른쪽자리에서는수십에서수백미터끝에있는깊고시퍼런지중해바다가눈앞으로달려들기때문이다.
|
▲아말피는경사가가파른지형을그대로살려사람들이사는집과호텔,그리고별장을지은형태다.단한채도같은모양을하지않은집과호텔들이,비록화려하지는않지만아말피를이루는가장아름다운풍경이되고있다.ⓒ이석원
그렇게다시1시간30분을달려도착한아말피는아주소박하면서도말로표현이안되는아름다움이눈을시리게하는곳이다.깎아지른절벽위에위치한각양각색의호텔들,화려하지않지만단하나도똑같은모양이아닌부자들의별장들.아기자기하면서도’지중해스럽다’는표현을그냥하고싶어진다.그리고거의모든호텔들은객실이한방향이어서창문을열면그앞에펼쳐진지중해는또한’별유천지비인간’이라는말이절로나온다.바다에접한낮은곳에있는호텔과별장중에는쪽문을열고그대로지중해로뛰어들어수영을즐길수있는곳도적지않다.
사실아말피는아주작은도시다.유럽관점에서도시라고하지사실우리관점에서보면경상남도통영시에속한작은리단위마을정도의어촌이다.그유명하다는아말피해변이라고해봐야총연장길이가채500m도안되고,느릿한걸음으로돌아다녀도1시간이면마을어지간한곳은모두다닐수있을정도다.
|
▲아말피해안절벽맨아래에있는한호텔은수영장쪽문을열면바로지중해바다로뛰어들수있다.ⓒ이석원
|
▲경사가파른절벽을그대로깎아길을내다보니여러곳이막혀터널을뚫기도한다.자연의상태그대로인짧은터널은그자체로도훌륭한풍경이되고있다.ⓒ이석원
|
▲호텔들이모여있는지역에서해안선착장으로향하는절벽계단.내려갈때의까마득함과는또다른아찔함을다내려가서느낄수있다.ⓒ이석원
그러나아말피를제대로눈에다담자면얼마의시간이걸릴는지모르겠다.눈에담는것이아니라마음에담는다면사실수년이걸려도다담기지않을것이다.
선착장이있는아말피중심가로천천히걸어내려오면서보이는여러호텔들이나별장들,그리고굽이굽이좁은도로와암벽을그냥뚫어서만든동굴같은터널은,왜수많은유럽인들이나돈많은미국인들,그리고일본인들이이곳을극찬하며이곳에오려고하는지를알게해준다.
작지만아름다운아말피해변에있는,1935년부터이곳에있었다는레스토랑‘마리나그란데(MarinaGrande)’에서맛본스파게티와리조토는,그앞에펼쳐진풍광을반찬으로더해이제껏먹어본그어떤이탈리아음식중단연최고다.그리고해가떨어지면서사위가어둠으로덮히는아말피의절벽집들은그냥아름다운수채화고,새로운천국의일상이다.밤이되면더욱아름다운아말피는밝게빛나는보석같은상점들,거리의예술가,너무행복하게뛰어노는아이들로가득했다.
|
▲해가지기시작한아말피는또다른얼굴로여행자를맞는다.언덕위에하나둘씩켜지는불이촛불을많이닮았다는생각이든다.ⓒ이석원
|
▲어느해안가인들야경이아름답지않겠나마는아말피해안의야경은인공과자연이어우러진묘한조화를만들며지친여행자를행복하게해준다.ⓒ이석원
아말피에유명한건축물이라고는성안드레아대성당뿐이다.베드로성인과함께갈릴리호수에서고기를잡다가예수님의제자가된것때문에어부들의수호성인이기도한안드레아성인은아말피의수호성인이다.그래서아말피의광장문화는성안드레아대성당앞광장에서이뤄진다.사람들은자연스럽게이곳에모이고이곳에서즐겁게이야기하고놀고있었다.
|
▲아말피의중심이되는성안드레아대성당.아말피의두오모라고도불리는이성당을오르는계단은밤이면아말피주민과여행객들로가득찬다.ⓒ이석원
|
▲아말피의수호성인인안드레아성인의동상.왜연인들은다른장소많은데꼭여기서서로들의사랑을확인하곤할까?ⓒ이석원
|
▲성안드레아대성당앞광장에서한행위예술가가판토마임을선보이고있다.어린아이들도거리낌없이이예술가와함께하는모습이인상적이다.ⓒ이석원
아말피해변에서성안드레아대성당을지나고지대로오르는골목길양옆엔보석처럼빛나는카페와레스토랑,그리고각양각색의기념품가게와토속품판매점들이즐비하다.그냥멋지다고표현하기위해서‘보석처럼빛나는’이라고하는것이아니라,밤에오르내리는그골목의양옆가게들은그야말로‘반짝반짝’빛나고있다.
|
▲밤이되면더욱아름답게반짝이는아말피의골목.고지대로오르는양편은각종토산품과카페레스토랑으로늦은밤까지도흥겨움을만끽하게해준다.ⓒ이석원
|
▲아말피에는도자기류의토산품이많다.항아리나술병모양의도자기는물론특히모자이크양식의접시는고가의예술품을보는듯하다.ⓒ이석원
|
▲소렌토지역은지중해의눈부신태양을온몸으로받아낸레몬이유명하다.소렌토와카프리,포지타노와살레르노일대도레몬과레몬을응용한제품들이많은데,특히아말피에서가장유명한레몬제품은레몬술이다.ⓒ이석원
특히아말피를대표하는레몬과도자기류는이골목을아름답게빛내는다이아몬드다.아말피뿐아니라카프리,포지타노,살레르노등소렌토지역어디를가나흘러넘치는게레몬이다.생레몬열매는물론이지만특히아말피에서가장흔하게접할수있는것은레몬으로만든술과레몬비누다.아말피를찾은관광객이라면가방이미어터질정도로사들고간다는데,그래서일까?아말피골목을거니는내내코끝에서레몬향이떨어지지를않는다.새콤달콤한레몬향과함께아말피의밤이깊어간다.
아말피의지중해를가장멋지게감상하기위해서는조금부지런을떨필요가있다.어느바닷가든해뜨는장면이야다멋지겠지만,아말피의여명은회색이깊게감도는지중해와바다로달려간자그마한반도들,그리고어둠이채가시지도않은바다에서고기를잡는어부의작은배와함께최고의절정을맛보게해준다.
|
▲해가뜨기직전,아말피앞바다에서이른새벽부터고기잡이를나온자그마한배한척.아련해보이면서도아름답다.ⓒ이석원
|
▲사진왼쪽에보이는반도때문에아말피에서해가뜨는장면을보긴쉽지않다.하지만여명이밝아오기시작할무렵아말피의해안은새로태어나는파란새벽을선사한다.ⓒ이석원
아말피에해가뜨기직전여명이몰려오는바로그시간,그지극히고요한지중해바다에떠서새벽물고기를잡고있는작은배한척,저멀리에서비쳐오는새벽의푸른그림자,하나둘띄엄띄엄불이켜지면서부지런한아침을맞는절벽위의집들.이모든것은이번여행에서가장아름답고행복한추억이돼서그새벽콧속으로밀려들어온다.
그리스신화에서가장위대한영웅으로그려지는헤라클레스에게는사랑하는여인이있었다.그러나이여인은헤라클레스를남겨놓고일찍세상을뜬다.그슬픔에헤라클레스는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곳에연인의시신을묻고,그무덤을지키려고마을을만든다.그여인의이름이아말피이고바로이곳에그녀가묻혀있다.
그래서,단언컨대아말피는가장완벽한세상이다.
<유럽에미치다①-이탈리아아말피>지중해품은별유천지비인간/2014-03-22
Share the post "이원석 여행작가의 유럽에 미치다①-이탈리아 아말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