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여행작가의 <유럽에 미치다⑩-이탈리아 나폴리>

그들은오늘도외친다"나폴리를보고죽어라"

▲나폴리산타루치아항구.세계3대미항으로유명하지만,그미항이라는말에는특별한조건이있다.배를타고들어오며보는항구의모습이어야한다는것이다.ⓒ이석원 ‘SantaLucia’

Sulmareluccical’astrod’argento(은색별이바다위에빛나고)
Placidae’l’ondaProsperoe’ilvento(물결도조용하며바람도순풍이네)

Sulmareluccical’astrod’argento(은색별이바다위에빛나고)
Placidae’l’ondaprosperoe’ilvento(물결도조용하며바람도순풍이네)

Veniteall’agilebarchettamia(오라,경쾌한나의배로)
SantaLucia,SantaLucia(산타루치아,산타루치아)

세상에서나폴리칸초네를가장잘부르는남자루치아노파바로티가부르는‘산타루치아’를들으며지중해에서들어오는배들은나폴리(Napoli)의첫얼굴인산타루치아항구를바라보며이곳이왜세계3대미항인지를실감한다.멀리바라보이는베수비오화산으로부터뻗어내려온산줄기가서서히낮아지면서도시를만들고,눈앞의해안선은1년365일선명한빛의오렌지를매단가로수로이어져세상에서더없는환상적인풍경을만들어낸다.정리되지않는도시는거친듯하지만그나름의묘한질서를지니고있고,그탓에눈에보이는것이모두신비로운보물상자처럼아름답고강렬한지중해의태양빛으로환해진다.

▲이탈리아반도의지도(구글)

하지만이와같은장면을감상하기위해서는반드시지중해를거쳐나폴리만을통해산타루치아항구로들어와야한다.육지에서바라보는나폴리항은결코그런아름다움을선사하지는않는다.그냥평범한,다만조금넓은항구가눈앞에펼쳐지고,도시에서이어진퇴색한빛의건물들이그저해안까지시선을밀어내고있을뿐이다.다만바다위에떠있는엄청난규모의유람선이나점점으로박힌흰색요트들이“그래도여기가지중해나폴리항이구나”하는생각을가능하게해줄뿐이다.

나폴리는이탈리아반도남부의중심도시이자,로마와밀라노에이은이탈리아제3의도시다.캄파니아지방의주도이면서인근시칠리아나소렌토등으로통하는길목이기도한나폴리의역사는무려2500년전으로거슬러올라간다.기원전6세기경그리스의식민지였던쿰마인이도시를세우고는‘신도시’라는의미로‘네아폴리스(Neapolis)’라고부른것이나폴리의시작이다.이후나폴리는동고트왕국과비잔틴왕국의지배를받다가노르만족의시칠리아,독일의호엔슈타우펜왕가,그리고아라곤왕국과스페인에이어오스트리아와프랑스계인나폴리-부르봉왕조의지배를받는등그야말로외세에거의모든역사를지배당해왔다.

▲나폴리는지중해를감싸안은나폴리만으로이뤄진해안도시다.(구글맵)

그러면서도18세기부르봉왕가의지배를받던시절엔이탈리아반도에서로마나밀라노,베네치아와피렌체보다도훨씬강력한힘을가진왕국이되기도했다.1861년가리발디장군에의해이탈리아가통일된후에도나폴리는이탈리아도시중가장콧대세고‘잘난’도시로군림한다.

바다를통하지않고나폴리로들어갈경우다소험한경험을하게해준다.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항구도시나폴리는,세상에서가장지저분한도시의이름이기도하다.

▲나폴리중앙역부근은,나폴리에서가장발달한지역이라고하면서도서울의1970년대를보는듯한낡은아파트들이즐비하다.게다가역주변은늘수많은자동차들로혼잡을이루는도시지옥이다.ⓒ이석원


▲나폴리중앙역부근의거리는쓰레기로가득하다.나폴리를가보기전에는모를일이다.기차로나폴리를처믐접하는여행객들이나폴리에대해좋지않은인상을지니게되는이유중하나가되고있다.ⓒ이석원

나폴리중앙역을빠져나와처음맞게되는나폴리는,숨도쉴수없을정도로복잡한교통과거리청소라고는100년동안은한적이없는듯한지저분한거리,그리고적지않은경찰이두눈시퍼렇게뜨고있는대낮에도뻔뻔히외국의여행객들의가방을터는소매치기떼로치장돼있다.지도한장이면그어디라도찾아갈수있다는‘꽃할배’이순재도눈앞의길이어디로이어지는지종잡을수없고,성능좋다는네비게이션조차도제스스로길을읽어버릴지경의복잡한거리는한동안나폴리여행을후회하게만들기도한다.

▲식당바로앞풍경이지독한쓰레기라면나폴리를어떻게생각하게될까?심지어도심의나폴리시민들은지중해연안도시의낙천적인느낌보다불친절하고폭력적으로보이기까지한다.ⓒ이석원

나폴리에왔으면당연히정통나폴리피자를먹어야한다는생각도또하나의고통일수가있다.할리우드스타줄리아로버츠가주연한영화‘먹고사랑하고기도하라(EatPrayLove)’에등장한탓에나폴리에한번도가본적없는사람조차익숙한정통나폴리피자집인‘다메켈레(PizzeriaDaMickele)’를찾아가는길은차라리고행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낡고지저분한건물들사이사이,지도와맞지도않는거리표지판을더듬거리며찾아가는길은세계최고의관광지인지쓰레기하치장주변인지분간이안간다.거리에서만난사람들은불친절하다못해두렵기까지하고,선한사람과소매치기의구분도모호하다.

그렇게찾아간‘다미켈레’는식사시간이아님에도불구하고줄선사람들이가득하다.TV맛집프로그램에나온다음날서울의어떤맛집마냥길게늘어선사람들사이로길바닥앉아서커다란피자를들고먹는사람들도그다지정겨워보이지는않는다.

▲블란디와함께나폴리에서가장유명한피자집인’다미켈레’.대대로이집에서는마르게리따피자와토마토소스와마늘과오레가노향신료만으로만든마리나라피자만을판다.번호표를받고줄선것은익숙한장면이다.ⓒ이석원

한두시간을불필요한고집하나로줄서있다가들어가면겨우엄청나게큰마르게리따피자를맛볼수있다.나폴리를대표하는마르게리따피자는대단히단순하다.크고얇은도우위에토핑이라고는단지모차렐라치즈와토마토소스,그리고바질잎몇개가전부다.언뜻봐도흰색치즈와붉은색토마토소스,그리고녹색바질잎이마치이탈리아국기의색깔을떠오르게한다.이단순한피자에마르게리따라는명칭이붙은것은왕후의피자이기때문이다.19세기후반나폴리민중들에대한특별한애정을지닌사보이아왕가의마르게리따왕후가만들게한이피자는먹을것이부족한이들에게값싸고배불리먹을수있는양식으로유명했다.

▲나폴리피자의가장큰특징은단순한토핑과화덕이다.그래서도우가살짝타는경우가많고,또그런피자가더맛있다고한다.하지만이마르게리따피자는너무짜다.ⓒ이석원

나폴리에서피자는무조건1인당한판이룰이다.그런데어지간해서는한판을혼자먹기가쉽지않다.단지크기때문만은아니다.나폴리피자는정신없을정도로짜다.짜지않게해달라고부탁해도소용없다.알았다하고나오는피자는머리가흔들릴정도로짜다.그러니크기때문이아니라짠맛때문에한판다를먹는것은어려운일이다.지금의이피자가19세기후반마르게리따왕후가먹을때보다더짠것은아닐것이다.그러니이파자에자랑스레자신의이름을붙인왕후는엄청입맛이짠편이었을것이고,그래서이피자가너무도맛있었을것이다.그렇지않고서야주방장의목을치지않고피자에제이름을붙였을까?

▲나폴리두오모입구는주변거리의지저분함과는거리가있는깨끗함이돋보인다.ⓒ이석원


▲유럽의그어느성당과비교해도뒤지지않는내부의아름다움을간직하고있는두오모.성당에들어서는순간자기종교와는상관없이엄숙함이몸을감싼다.ⓒ이석원


▲두오모의주보성인인성제나로를모신제대.화려한장식이돋보인다.ⓒ이석원

다미켈레에서크고짠마르게리따피자에지친여행객들은멀지않은곳에있는나폴리두오모(NapoliDuomo)를찾는다.영어로돔(Domb)이라는뜻의두오모는이탈리아에서는그지역에서가장큰성당,즉주교좌대성당을뜻한다.이탈리아에서가장유명한두오모로는밀라노두오모와피렌체두오모등이꼽히지만나폴리두오모또한이곳사람들의신앙의중심이다.이성당의주보성인은나폴리의수호성인인성제나로.성당안에모셔져있는성인의피가1년에2번액체로변하는기적이일어난다고해서유명하다.매년5월첫째토요일과9월19일이를기념하는성대한축제가열린다.하지만해당하는날나폴리의두오모를찾은들성인의굳어진피가다시액체가되는것을확인할수는없을것이다.

두오모바로앞쪽에서시작해산마르티노언던아래까지이어지는좁고어두운골목이스파카나폴리(SpaccaNapoli)다.‘둘로나눈나폴리’라는뜻의스파카나폴리는나폴리에서가장오래된평민주거지역으로,나폴리서민들의생활을적나라하게목격할수있는곳이다.높고낡은건물사이로좁은통로같은골목이길게뻗어있는데,이곳에서가장인상적인것은건물과건물사이줄에걸린빨래들이다.그리고건물높은층에서부터두레박처럼아래로드리워진바구니,그바구니에든돈을받고물건을올리는장면은낯선듯낯설지않는정겨움을준다.

▲스파카나폴리는유럽골목예술의정점에있다.특히다른중세도시들이주로귀족들의주거지로인해형성된것이라면스파카나폴리는서민들의삶으로그려진소박한수채화다.ⓒ이석원


▲복잡한듯하지만잘정리된구획처럼일정한규칙을가지고있는것이스파카나폴리의특징이다.ⓒ이석원


▲스파카나폴리한켠에있는스파게티재료가게.이집의주인인살바토레할아버지는3대째이곳에서장사를하고있다고한다.외국의여행프로그램에도많이소개가돼제법유명해진탓에여행객들을맞는살바토레할아버지는유머감각도상당하다.ⓒ이석원

조금전중앙역부근도로에서봤던지저분한거리와건물들과별로다르지않는풍경이면서도스파카나폴리의모습은마치우리의어린시절서울의골목풍경을닮은그리움이풍겨나기도한다.스파카나폴리는전혀꾸미지도,가꾸지도않은나폴리의완벽한민낯임에도불구하고지저분하다는느낌보다는소박하다는느낌으로,복잡하다는느낌보다는다양하다는생각이머무는곳이다.군데군데나폴리의고대와중세유적들이아무렇지도않게놓여져있는풍경은,문화유적이특별하다는생각보다2500년의시간이늘공존한다는이상한일체감으로작용한다.

▲몬테산토선푸니콜라레의플랫폼.ⓒ이석원


▲푸니콜라레를타면차내에서루치아노파바로티가부르는’푸니쿠니푸니쿨라’가들릴법도한데,결코그렇지는않다.ⓒ이석원

스파카나폴리를천천히걸어서포르첼라거리(viaForcella)까지나오면나폴리의고지대인산마르티노언덕이나온다.언덕이라지만경사도급하고길이도짧지않아그곳을오르려면‘푸니콜라레(Funicolare)’라는특별한교통수단을이용해야한다.산엘모성이있는산마르티노언덕을오르는푸니콜라레는모두3개노선이있는데,그중사람들이가장많이찾는것이몬테산토선(FunicolarediMontesanto).루치아노파바로티가불러서잘알려진나폴리칸초네‘푸니쿠니푸니쿨라’가바로이푸니콜라레를홍보하기위해만들어진노래다.나폴리의한부자는1879년나폴리인근베수비오화산을오르는최초의푸니콜라레를만들기로했는데,당시그곳의관광가이드들이푸니콜라레설치를극렬히반대했다.그래서시공자인부자와투자자들은가이드들을설득하고시민들에게푸니콜라레를홍보하기위해서루이지덴차라는사람이만든노래가‘푸니쿠니푸니쿨라’다.

▲나폴리에서가장높은위치에있는산텔모성과산마르티노국립박물관.산텔모성은오랜시간동안감옥으로사용되던곳이다.이곳에서바라보는석양은유럽최고라고극찬받기도한다.ⓒ이석원


▲나폴리의든든한’기댈곳’인베수비오화산이멀리보인다.해발1281m로유럽대륙유일의활화산이다.산꼭대기에는지름500m,깊이250m의분화구가있다.서기79년8월의대분화로폼페이를죽음의도시로만들었다.ⓒ이석원


▲산타루치아항구근처에떠있는요트의모습.ⓒ이석원


▲산마르티노국립박물관정원에서바라본산타루치아항구의모습이다.ⓒ이석원

스파카나폴리에서부터나폴리에대한조금전의부정적인식이바뀌기시작하는데,푸니콜라레를타고오른산마르티노언덕의광장에서는비로소나폴리가다시보이기시작한다.더럽고복잡하고무서운도시가넓은그림으로잡히기시작하면이내과거와현재가공존하고,중세도시의정겨움이펼쳐지는매력적인도시로바뀐다.게다가한쪽으로는베수비오화산을품은대도시에서,또다른한쪽으로는지중해를품은멋진해양휴양지가되기도한다.산마르티노국립박물관앞광장과그위에있는산텔모성(CastelSant’Elmo)은나폴리를가장아름답게만날수있는곳이다.그래서많은여행자들은굳이산마르티노국립박물관안에서유물을감상하기보다광장을둘러싸낮은담벼락에앉아나폴리시내를감상하기도하고,젊은사랑을만끽하기도한다.특히산마르티노광장에서보는나폴리의석양은특별하기로소문이나있다.

그리고마침내만나게되는잘다듬어지고꾸며진,곱게화장한나폴리.산마르티노언덕에서천천히걸어내려오면산타루치아항구부근에도달하게되는데,그곳엔플레비쉬토광장을중심으로레알레궁전과움베르토1세아케이드,산프란치스코성당등이잘정돈된근세의신도시를이룬다.

▲움베르토1세아케이드는1890년에세워졌다.이아케이드를세운움베르토1세가마르게리따피자의주인공인마르게리따왕후의남편이기도하다.ⓒ이석원


▲아케이드의내부에는고급부티크에서부터기념품가게까지다양한상점이들어서있다.특히이곳에는세계적인명화들의모사화상점이많다.ⓒ이석원


▲움베르코1세아케이드는단순히상업의공간이아니라젊은이들의유희의공간이기도하다.ⓒ이석원

1890년도시를정비하면서세운거대한상가건물인움베르토1세아케이드는예나지금이나나폴리를대표하는쇼핑타운이다.철제구조물이받치고있는청정은유리로만든돔으로돼있고,아케이드의내부는늘상사람들로가득하다.상점들이문을닫고나서도아케이드의내부는젊은이들의유희로가득하다.

소렌토와카프리,시칠리아의팔레르모등으로갈수있는항구인모로베베렐로항구에접한누오보성(CastelNuovo)는나폴리에서만날수있는가장거대한건축물이다.1282년프랑스앙주가문의왕샤를1세가나폴리를점령했을때처음건설한누오보성은그거대함때문에일종의위축감이들기까지한다.특히해질무렵성바로아래에서성을올려다볼때목격하게되는연붉은하늘은,짙붉은성벽과묘한조화를이루며사뭇괴기스럽기까지하다.

▲프랑스앙주가문의샤를1세가처음만들고에스파냐아라곤왕국의알폰소왕이완성한누오보성.’새로운성’이라는뜻의누오보성은샤를1세가나폴리왕국의수도를시칠리아팔레르모에서나폴리로옮기면서세운것이다.ⓒ이석원


▲누오보성은19세기벽두나폴레옹이나폴리를점령했을때는나폴레옹의사령부와집무실로사용하기도했다.ⓒ이석원

앙주가문이건설한누오보성은200여년뒤에스파냐의아라곤왕국의손에떨어지면서르네상스양식으로보완된다.특히성의정문으로쓰이는개선문은아라곤의왕알폰소가자신의모습까지새겨넣으며나폴리지배에대한자긍심을드러내기도했다.

우리나라의통영을가면늘듣는말이‘한국의나폴리’라는말이다.도대체나폴리가어느정도로아름다운항구도시길래통영위에나폴리를덮을까하는생각을하는사람이적지않다.그런사람들은나폴리에대한꿈을꾸게된다.하지만실제겪은나폴리는완벽하게2개의얼굴을지니고있다.세계3대미항이라지만,배위에서바라본것만따져서는감히세계제1의미항이라고할수있는도시.하지만쓰레기와도둑,무질서와혼돈이여행자들의마음을불편하게하고,이탈리아를피곤하게만들기도하는도시이다.

▲나폴리에는기원전의시간과고대를거쳐중세를통과해근세를지난현재의시간이공존한다.멀리중앙역부근높은빌딩들의무리는나폴리가현재도성장을계속하고있는도시임을보여준다.그래서이탈리아사람들은"나폴리를보고죽어라"고말하는지도모른다.ⓒ이석원

하지만이탈리아사람들은말한다.“VediNapoliepoimuoia!”,“나폴리를보고죽어라!”는뜻이다.그들은왜나폴리를보고죽으라고했을까?나폴리를보기전에죽는것은억울하다는의미일것이다.또는나폴리로보고나면죽어도여한이없을것이라는뜻도될것이다.그들은우리에게그렇게외치고있다.“나폴리를보고죽어라”고.

-글이석원여행작가/기자<유럽에미치다⑩-이탈리아나폴리>

완벽한2개의얼굴을지닌2500년된신도시/201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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