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헤세가피렌체에두고온것은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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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찬란한문화를만들어내고꽃피운도시피렌체.역사와문화를이야기하기보다감동적인사랑의이야기가더깊이배어있는듯한도시다.ⓒ이석원
“꿈에서본것을말해주랴?
햇빛반짝이는고요한언덕에
어두운나무숲과누런바위그리고하얀별장
골짜기에놓인도시.
하얀대리석성당들이있는도시하나가
나를향해빛을발한다.
그곳은피렌체
지금그곳좁은골목에둘러싸인오래된뜰안에서
내가두고온행복이아직나를기다리고있으리.“
독일의시인헤르만헤세는그의시‘북쪽에서’에서피렌체를‘두고온행복’이라고애기한다.그리고그‘두고온행복’이아직도자신을기다리고있다고믿고있다.그런데그믿음이어찌헤세만의것일까?피렌체는그곳으로향할때도,또그곳을떠나올때도늘그곳에나의행복몇개를두고오게한다.그‘두고온행복’이없으면다시는그도시에갈수없을까하는두려움때문에.그리고그곳에다시갔을때그‘두고온행복’을다시만난다는그윽한설렘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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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강에어둠이내리기시작하면피렌체는더선명해진다.피렌체에서는시간이가는것이아프다.ⓒ이석원
아르노강위로태양이내려온다.강뒤로끌려들어가는태양이비명을지른다.태양의비명에놀란피렌체는가뜩이나꽃처럼붉은도시의지붕들이더선명하게소스라친다.세상에그어떤자연이라서이처럼아름다운황혼을보여줄까?사람이만든것과하느님이만든것중더아름다운것을굳이찾아야한다면하느님이만드신것에사람의손이더한것이라고얘기하면위선일까?하지만하느님이만든자연에더해진사람이만든피렌체는감동이너무벅차숨을쉬는것이부끄러워질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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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강과피렌체역사지구의야경.감히신과인간의조화라고얘기하고싶다.ⓒ이석원
미켈란젤로언덕에서바라보는석양의피렌체는왜사람들이이곳을‘연인들의도시’라고부르는지알게해준다.이탈리아북부비옥한토스카나지방의주도인피렌체는그렇게‘연인들의도시’라고불린다.세상의수많은연인들은그도시에서의사랑을꿈꾼다.우연이든계획된것이든그곳에서꽃처럼화사하고봄처럼아름다운만남을그리워한다.굳이헤세가‘두고온행복’이아니더라도수많은연인들은그곳에서행복을만들고,그리고그행복의일부를두고와다시그곳으로돌아갈것을꿈꾼다.아련한스크린속쥰세이와아오이처럼.
“피렌체의두오모는연인들의성지래.영원한사랑을맹세하는곳,
언젠가함께올라가주겠니?”
“언제?‘
“글쎄…”
“한10년뒤쯤?”
“약속해주겠어?”
“좋아.약속할게”
이짧은영화대사는이후피렌체를,특히피렌체의심장인두오모(Duomo)쿠폴라를‘세계연인들의성지’로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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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심장이라고애기할수있는두오모,산타마리아델피오레대성당.화려한꽃밭에도드라지게피어난꽃중의꽃이다.ⓒ이석원
두남녀작가인에쿠니가오리와츠지히토나리의동명소설을나가에이사무감독이2001년스크린으로옮겨놓은영화‘냉정과열정사이’는피렌체와세상의아픈사랑을하는연인들에게바쳐진영화같다.
“피렌체의두오모는연인들의성지래.영원한사랑을맹세하는곳”이라는대사로영화가시작하면조용하고낮게깔리는피아노소리.영화의주테마곡인요시마타료의‘WholeNineYards’가이내관현악으로바뀌면서남쪽에서부터헬기로항공촬영된피렌체의전경은왜사람들이그많은세월동안피렌체를꿈꾸고,또그곳에서사랑하고자하는지를보여준다.붉은도시의지붕들을지나카메라가아르노강을비추면서피렌체의아름다움이절정에이르면정체모를깊은탄식의신음을내뱉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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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골목은여느유럽중세도시의골목과비슷해보이지만도시의전체전이분위기와어우러지는특별한매력이있다.ⓒ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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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세이가자전거를타고누볐던그골목들은피렌체의낭만을더돋보이게한다.ⓒ이석원
몽환적인아일랜드분위기물씬나는뉴에이지음악가엔야(Enya)의‘Celts’가깔리면서쥰세이는자전거를타고피렌체곳곳을달린다.하늘에서본피렌체와는사뭇다른분위기를뿜어내는피렌체의골목골목은한껏퇴색된돌바닥과건물외벽이따스하게달려든다.그러다가갑자기넓게트이는두오모광장,사랑스러운아르노강변,그리고폰테베키오를가장잘볼수있는폰테그라지에를건너다시좁은골목들.쥰세이를따라움직이는카메라는피렌체의가장평범하지만그래서가장친근한공간들을쓰~윽훑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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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끝에서시작한골목은다른쪽끝에서또다른이야기를시작한다.그이야기가무언가로이어져끝이없다.ⓒ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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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깊을수록피렌체에숨겨진이야기들은더은밀하고그윽하다.얼기설기엮여진이야기는시간과함께내용을더해가고있다.ⓒ이석원
피렌체의골목이다른유럽도시의골목보다더아름다운것은골목사이사이로보이는다른것들의모습때문이다.피렌체여행자들이대부분중앙역(피렌체SMN역)에서천천히걸어두오모,즉산타마리아델피오레대성당쪽으로걸으면서좁은골목사이로보이는두오모에매료되는데,이는비단두오모의경우뿐만이아니다.골목과골목에서보이는모든풍경들이마치그모습을노리고계획적으로구성된그림마냥아름다워보이는것이다.
피렌체의중심이되는두오모광장이다.산타마리아델피오레성당에들어가고자하는사람들의길고긴줄서기,단테가세례받은곳으로유명한산지오반니세례당동쪽문인‘천국의문’에부조된그림을보자고몰려든사람들,지오토의종탑꼭대기를쳐다보다가목이아픈나머지아예바닥에누워종탑을올려다보는사람들로언제나그득한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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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리아델피오레대성당으로들어가기위해길게늘어선사람들.두오모광장은이런사람들로가득하다.ⓒ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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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뇨리아광장과중앙역등으로이어지는두오모광장은피렌체에서가장대표적인만남의광장노릇까지해주고있다.ⓒ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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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세레를받은곳으로유명한산지오반니세례당의’천국의문’.산지오반니세례당은두오모보다100년앞서세워진것으로두오모가세워지기전까지는피렌체의대성당역할을했다.’천국의문’은로렌조기베르티가만든것으로미켈란젤로가"천국의문"이라고감탄한후부터천국의문으로불린다.ⓒ이석원
두오모광장은중앙역으로가는길과시뇨리아광장을거쳐아르노강으로통하는길이교차하고있는탓에사람들의발길이더욱번잡한곳이다.물론영화속쥰세이는이른아침아직한가한두오모광장을지나고있지만.
아펜니노산맥에서발원해서피렌체와피사를거쳐지중해와만나는이탈리아북서부리구리아해로흘러들어가는아르노강.이강에놓은다리중에가장오래된것이폰테베키오(PonteVecchio)다.하지만영화는폰테베키오를직접터치하지는않는다.쥰세이의자전거는-영화후반부스쿠터로바꿔탄쥰세이도마찬가지지만-폰테베키오바로옆폰테그라지에를건넌다.아마도이유는폰테베키오를잘비추기위해서였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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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젖줄인아르노강.강양안의오래된집들이너무아름답다.제2차세계대전때피렌체를공격했던독일군이이아르노강변의건물들만은폭파하면안된다고해전쟁의피해를피해갔다고한다.ⓒ이석원
폰테베키오는’신곡’의저자인단테가그의영원한연인베아트리체를만났던곳으로유명하다.단테가베아트리체를처음만난것은그의나이10살때.아버지와함께피렌체의실력자인폴코의집을방문했던단테는당시9살의베아트리체를만난다.어린나이지만베아크리체를처음본순간가슴에담아버린단테.그리고나서9년후단테는폰테베키오를걷다가우연히베아트리체와재회한다.하지만두사람은의례적인인사만을나누고헤어지고,얼마지나지않아베아트리체는24살의젊은나이로죽음을맞게된다.그래서지금도폰테베키오에는단테와베아트리체처럼아픈사랑을하지않겠다는의미로연인들이자물쇠를잠그고열쇠를아르노강물에버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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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강에놓인다리중가장오래된다리인폰테베키오.다리위에는금은보석가게들이즐비하다.ⓒ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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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오다리곳곳에는전세계젊은이들이걸어놓은자물쇠가즐비하다.피렌체시는정기적으로이자물쇠들을잘라서폐기처분하는데,자신들의사랑을잠그고열쇠를아르노강물에던졌던연인들은자신들의자물쇠가그렇게무참히끊겨져서폐기되는현실을알까?ⓒ이석원
폰테베키오에는또다른안타까운사랑도있다.푸치니의오페라‘잔니스키키’에나오는라우레타와리누치오가주인공이다.잔니스키키의딸인라우레타는리누치오를사랑하지만아버지의반대에부딪힌다.그러자라우레타는아버지에게애원반협박반으로매달린다. 그때부르는아리아가‘Omiobabbino,caro(오사랑하는나의아버지)다.
이노래에는재밌는게있다.소프라노아리아인아름다운이노래는국내에서는어버이날클래식라디오프로그램에서가장많이신청되고틀어진다.아름답고서정적인멜로디는아버지에대한절절한사랑을담은딸의영혼이담긴소리로들리기때문이다.하지만정작이탈리아어가사를번역해보면그렇지않다.사랑하는리누치오와결혼하지못하게하면베키오다리에가서아르노강에몸을던져죽어버리겠다는내용이다.“사랑하는나의아버지”라고했지만결국아버지를협박하는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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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가르는강물들은저마다많은이야기를간직하고있다.피렌체의아르노강도수억년의세월동안이곳을흐르면서엄청난이야기들을담고유유히흐르고있을것이다.ⓒ이석원
영국의문호에드워드모건포스터의소설‘전망좋은방(ARoomWithAView)’도피렌체에서피어난아픈사랑의이야기다.1900년대초피렌체여행중만난영국의아름다운아가씨루시와젊고쾌활하고당찬사회주의자조지는금새사랑을느끼지만보수적인영국상류층의분위기탓에긴시간을돌고돌아서야결혼하게된다.하지만조지는세계제1차대전에참전했다가전사하고,10여년의세월이지나루시는조지와처음만났던아르노강이내다보이는피렌체의호텔에돌아온다는얘기다.
다시‘냉정과열정사이’.1994년유학온쥰세이는자전거를타고피렌체의속살인좁고깊은골목을부드럽게애무한다.간간히들려오는성당의종소리들은살포시잠에서깬연인의귓불을살짝물어주고,쥰세이의손길이닿아되살아나는아름다운미술품들은깊은신음을뱉어내며피렌체와깊은키스에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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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피어로르는꽃처럼피렌체시내를뒤덮고있는붉은꼴잎들.피렌체가사랑의도시인것은내려다본피렌체에서여실히느껴진다.이석원ⓒ
1997년쥰세이가피렌체생활을포기하고일본으로돌아갈때까지영화는이렇게피렌체를담는다.아무리시간이흘러도사랑하는아오이를잊지못하는쥰세이마냥피렌체를다녀온사람들은오랫동안피렌체에대한그리움으로몸살을앓는다.
쥰세이는아무리잊으려고해도잊을수없는아오이에대한그리움처럼그렇게피렌체로돌아온다.2000년아오이의서른번째생일,아오이와의약속에이끌려쥰세이는홀로두오모쿠폴라로향하는464개의좁고긴계단을오른다.그리고거짓말처럼쥰세이는그곳에서아오이를만난다.마침내두오모는연인들의성지가돼버린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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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오모쿠폴라에오르는계단은모두464개다.두사람이동시에지나치기어려울정도로좁고갚른계단은세상을보기위해서행하는고행같이느껴진다.ⓒ이석원
이탈리아에서는그지역에서가장규모가크고중심이되는주교좌성당을두오모라고부른다.피렌체두오모의정식명칭은앞서언급했듯이‘산타마리아델피오레(SantaMariadelFiore)대성당’이다.‘꽃의성모대성당’이라는뜻이다.피렌체가네덜란드암스테르담처럼화훼산업이발달해서꽃의도시라고부르는것이아니다.순백의대리석과붉은지붕,산타마리아델피오레가1년365일곱고찬란한꽃으로피어있기때문에꽃의도시라고부르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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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중간중간밖으로통하는창살이달린창문을통해보이는피렌체는묘한감동을준다.마치갇혀있는곳에서세상을보는듯한.ⓒ이석원
두사람의교행도힘겨운좁고어두운계단464개를걸어쿠폴라의맨위로오르려는것은꽃봉오리의일부가되기위함이다.그리고두오모와함께화사하게핀수백,수천송이의피렌체꽃들을내려다보고자함이다.붉은지붕들이온도시를덮고있는것을보고,피렌체가왜진정아름다운도시인지깨닫기위함이다.그러면서그꽃봉오리에는쥰세이와아오이의사랑만큼곱고애틋한사랑이수없이많음을확인하기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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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106m높이에있는두오모쿠폴라의전망대.저위에서서서세상을지배라도하는듯한착각은계단을오르는내내세상에대한겸손함으로바뀐다.ⓒ이석원
미켈란젤로광장(PiazelleMichelangelo)에서카메라줌렌즈를잔뜩당기면쿠폴라의전망대가거의수평으로보인다.그곳에오른수많은연인들은아무런거리낌도,누군가가자신들을바라보고있다는의식도없이464개의좁고가파른계단을힘겹게올라온이유를보여준다.동서양의문화의차이는있을망정,그들이표현하는제나름대로의사랑의행위는‘보기에아름다운’공통점을지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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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리아델피오레대성당바로옆에있는지오토의종탑이작게느껴진다.ⓒ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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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는사랑과함께겸손함을가르친다.신의권위에모든것이눌렸던중세를벗어나인간중심으르네상스를이룩한도시피렌체.인간이중심이기에더더욱세상에대해겸손한인간을가르치는지도모른다.멀리르네상스최고의문호단테가묻혀있는산타크로체성당이보인다.ⓒ이석원
모든종류의사랑을,피렌체는그사랑을소중하게품어준다.비단쥰세이와아오이가아닐지라도피렌체에서는이미시작한사랑을완성할수도있고,차마시작하지못한사랑을시작하게해줄수도있다.엉망으로어그러진사랑도치유가되고,끝났다고생각한사랑조차다시살아나게해주기도한다.이곳이바로르네상스의발상지인피렌체이기때문이다.
헤르만헤세가‘두고온행복’은‘언제고찾아가야할사랑’이기도하다.그사랑을찾으러다시피렌체에갔을때훨씬더커지고아름다워진,그동안의힘겨움과아픔이순식간에사라질수있는그런사랑과행복이마중나올지모른다.
이석원여행작가/기자<유럽에미치다⑫-이탈리아피렌체1>’연인들의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