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여행작가의 <유럽에 미치다⑪-스웨덴 웁살라>

‘자유로움’과‘올바름’의철학이있는도시

▲아직도우리에게웁살라는생경한도시다.그곳이얼마나매력적이고아름다운지는아직우리에게낯선이야기인것이다.ⓒ이석원

웁살라(Uppsala).이생소한도시가지구상어디에붙어있는지를처음알게된것은거의9년전이다.하지만그이후에도주위사람들에게“웁살라라는도시알아?”라고물었을때100명중95명에게서되돌아오는대답은“몰라”였다.9년여동안제법꾸준히주위사람들에게‘웁살라’라는도시에대해이야기를했음에도불구하고,아직대한민국에서웁살라가어느나라의도시인지아는사람은극히드물었다.

2005년7월11일,출장으로스웨덴을처음갔을때웁살라는잠시스쳐지나가던곳이다.그래서웁살라라는낯선지명도머릿속에각인되지않았다.몇번을되새기고,겨우겨우기억해내야생각날듯말듯했던도시.

하지만2010년어느날우연히서점한귀퉁이에서집어든소설가박수영의‘스톡홀름,오후두시의기억’이라는책에서그웁살라를다시만났다.실은스톡홀름이라는제목때문에책꽂이에서빼냈지만이책은스톡홀름의이야기가아닌웁살라의이야기였다.단번에이책에깊이빠져들었고,책장의마지막페이지를덮는순간웁살라가마치여러번다녀온적이있는익숙한동네처럼여겨졌다.그리고무작정웁살라로의여행을꿈꿨고반년이채지나기전그웁살라에다시갈수있었다.

▲웁살라신역사.최신식시설로이도시가젊음의도시라는것은이역에도착하면서부터느낄수있다.ⓒ이석원

▲웁살라의구역사.지금은카페와레스토랑,그리고미술관으로사용되고있다.ⓒ이석원

웁살라.지금도네이버나다음에서이단어를검색해도충분한정보를얻을수없다.어지간해서는웁살라를여행했다는여행자의글도볼수는없다.다만간간히웁살라에서공부유학생들의이야기가눈에띌뿐이다.그정도로우리들에게는낯선도시웁살라.

스웨덴의수도인스톡홀름에서북서쪽으로약65km떨어진곳.스톡홀름중앙역에서교외선기차를타면불과40여분만에도착할수있는웁살라는사실스웨덴에서스톡홀름예테보리,말뫼다음으로큰제4의도시다.물론제4의도시라고해봐야15만명남짓한인구가고작이지만.도시전체넓이가서울의12분의1,서대문구와은평구를합쳐놓은정도니우리의사고방식으로는도시라고하기에도민망한크기다.

하지만웁살라는16세기이전스웨덴의수도였고,바이킹의역사가고스란히숨쉬고있는곳이다.11세기기독교가스웨덴에전파될때기독교의침입을온몸으로거부하며항전했던‘이교도’스베아(Svea)인들의고향이자스웨덴의전설적인고대왕국윙링왕조의본거지이기도하다.즉,웁살라의역사는스톡홀름의역사보다훨씬앞선다.그래서스웨덴에서는웁살라를사실상스웨덴역사의시작으로보는이들도많다.

▲웁살라는스톡홀름에서북서쪽으로65km떨어진곳에있다.(구글맵)

게다가1477년설립된웁살라대학교가도시의중심이자전부라고할정도로스웨덴은물론북유럽학문의중심지라는점에서독일의하이델베르크와비교되기도한다.전인구의15%가웁살라대학생이고,나머지도웁살라대학교의교직원이거나또는그대학에기댄삶을사는사람들이니전인구가웁살라대학교의직접영향권에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웁살라는20세기가장위대한작가주의영화의거장으로불리며‘제7의봉인’,‘화니와알렉산더’등의작품으로영화학도들의멘토가되고있는잉마르베리만감독의고향이기도하다.즉,도시전체를휘감고있는학구적이고진중하면서도스톡홀름보다도더젊은정서가가득한묘한고대의도시인셈이다.

▲웁살라역의자전거전용주차장.웁사라에서는자동차를구경하기가쉽지않다.시내버스이외의자동차는거의보이지않는다.시민들의발노릇은자전거가대신하고있다.ⓒ이석원

웁살라의첫얼굴은중앙역이다.몇년전에디자인강국스웨덴다운감각으로새로지어진신역사는바로옆에있는구역사와묘한앙상블을이루면서이곳이1000년이상의오래된도시라는것을잊게해준다.특히역바로옆에는수없이많은자전거가보관된자전거전용주차장이,이도시는고도가아닌젊은감각의도시임을애써소리치고있다.스톡홀름도자전거도로가잘발달됐지만웁살라는거의완벽한자전거환경이갖춰져있다고자랑할만큼자전거가주민들의가장중요한교통수단이되고있다.

▲화려한모양을자랑하는건물은호텔이지만실상은웁살라대학교의기숙사로쓰이는곳이다.ⓒ이석원

▲호텔뿐아니라일반적인아파트도기숙사로쓰이는곳이많다.웁살라시내의거의모든건물들은웁살라대학교의부속건물이라고봐도지나침이없다.ⓒ이석원

웁살라의도심을이루는주요한건물들은거의대부분이웁살라대학교라고해도지나침이없다.웁살라대학교는캠퍼스가울타리안에다소곳이모여있는형태가아니고,도시전체가캠퍼스다.사실웁살라에살고있는주민이나웁살라대학교의학생이아닌다음에는어느건물이대학의강의실과기숙사고,어느건물이일반주민들의주거지이며,어느건물이관공서이고호텔인지를구분할수없다.이곳에서유학생활을하고있는한한국인대학생은“그냥여기있는건물은모두대학교시설이고,여행객들도그대학교의시설에의탁해숙식을제공받는다고생각하면된다”고말하기도한다.

그런가운데서도유독눈에띄는,무언가특별해보이는건물은있다.그대표적인것이북유럽최고의고딕건축물이라는웁살라대성당(UppsalaDomkyrkan)이다.1260년건축되기시작해1435년웁살라의대주교였던야코프울프손에의해무려175년만에완성된웁살라대성당은그규모면에서도북유럽에서가장큰규모를자랑한다.16세기스웨덴이루터교를국교로받아들인이후에도웁살라대성당은가톨릭성당으로남아있다.

▲대단한위용을자랑하는웁살라대성당의전면부.첨탑꼭대기를보려면그자리에눕는것이한결편하다.ⓒ이석원

▲북유럽최대의고딕양식건물인대성당은,스웨덴이루터파를국교로삼은이후에도북유럽가톨릭의중심역할을하고있다.ⓒ이석원

이성당공사에는파리의노트르담대성당건축에동원됐던석공들이대거참여한것으로유명하다.성당앞쪽2개의첨탑과북쪽한개의첨탑은웁살라어디에서도잘보일정도인데,불행히도앞쪽2개의첨탑은1702년화재로불탄후200년가까운시간이흐른후다시재건축된것이다.북쪽의탑에는웁살라의대표적인보물들을전시한박물관이있다.

대성당의내부는깔끔하고새것같은느낌의외부보다오래된성당의느낌이강하다.웅장한고딕양식의전형을보이면서도화려한스테인드글라스등으로인해성당내부가따뜻한느낌으로다가오기도한다.

▲유럽의여느대성당과크게다르지않은모습을보여주는웁살라대성당의내부.하지만크게화려하지않지만극도의고급스러움을뿜고있다.ⓒ이석원

▲대성당내부를따뜻한빛깔로만들어주는스테인드글라스.ⓒ이석원

▲웁살라대성당의파이프오르간.ⓒ이석원

성당안에는스웨덴역사에있어서상당한의미를지닌2명의무덤이있다.1523년당시스웨덴을지배하던덴마크세력을몰아내고강력한왕국을건설한구스타프1세바사왕부부의무덤이있다.원래바사왕은스톡홀름에묻히려고했는데,그가죽을때까지새로운왕도인스톡홀름은채완공이되지않았다.그래서그는그의권위에걸맞는장소를선택해웁살라대성당에묻힌것이다.

▲스웨덴을덴마크의지배에서벗어나게한,사실상건국의아버지인바사왕부부의석관.웁살라시민은물론스웨덴국민들이가장사랑하는공간이라고한다.ⓒ이석원

▲웁살라대성당안에있는카를린네의무덤.ⓒ이석원

또하나의무덤은‘식물분류법’을만든세계적인식물학자카를린네의무덤이다.성당안뒤쪽에있는린네의무덤에는언제나꽃이가득하다고한다.린네의의미가무언지는정확히알수없지만스웨덴국민,특히웁살라시민들에게린네는역사속의인물이상의특별함이있다는것을느낄수있다.

▲린네공원은유럽에서도가장잘정돈되고표본이많기로유명한식물원이기도한다.멀리보이는건물은린네박물관이다.ⓒ이석원

그들의린네에대한특별한애정은웁살라대성당에서멀지않은곳에있는린네박물관과공원에서도알수있다.원래1655년에만들어진스웨덴최초의식물원이었는데,1743년부터1778년까지린네가재건해이곳에서식물연구를했다.1937년에와서린네의업적을기리는뜻으로현재의박물관과공원으로조성됐다.이곳에는1300여종의식물이린네의분류법에따라전시돼있다.그러나박물관의의미보다는웁살라시민들이가장사랑하는휴식공간이고,산책즐겨찾기로더각광을받고있다.

▲웁살라대학교의역사박물관인구스타비아눔.크지는않지만세계에서가장오래된인체해부학강의실로유명하다.ⓒ이석원

대성당바로앞에있는구스타비아눔(Gustavianum)은1622년가장강력한스웨덴왕으로통하는구스타프2세아돌프왕이설립한것으로,웁살라가얼마나학구적인도시인지를보여준다.이곳은인체해부학강의실이유명한데,수술장면을참관할수있는현대적인의미의수술실구조를갖추고있다.이건물은현재웁살라대학교의역사박물관이다.건물지붕위의원형조형물이마치지구를그린듯해인문학보다는자연과학의공간이라는인상이짙다.

구스타비아눔에서서쪽으로큰잔디밭을지나면1880년에지어진네오클래식양식의고풍스런건물하나가나타나는데,바로웁살라대학교본관건물이다.1477년50여명의학생으로처음설립된후수백년동안북유럽최고의권위와규모를자랑하는스웨덴학문의보고다.

▲웁살라대학교의본관건물.이곳에서는1년내내세계적인학술세미나가열린다.이곳에서세미나가열릴때는여행자들에게행복한날이다.무료로간식과물을마음껏먹을수있기때문이다.ⓒ이석원

▲웁살라대학교본관건물1층에있는대강당.ⓒ이석원

이대학의설립자도대성당을완성한야코프울프손대주교다.1397년덴마크가주도해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가결성한칼마르동맹국은실상덴마크가스웨덴과노르웨이를지배하는형태였다.스웨덴의끊임없는독립에대한의지의또다른모습으로태어난것이웁살라대학교다.정치적으로덴마크의지배를받고있지만문화와학문적으로덴마크로부터독립을취하고있다는자존심의발로였다.1523년스웨덴이독립을이루고난후재정적인어려움때문에잠시폐쇄될위기에놓이기도했지만,구스타프2세아돌프왕은대학교에엄청난토지를헌납하고,이곳에스웨덴이필요로하는인재양성을맡겼던것이다.아돌프왕의바람이이뤄진걸까?20세기에들어서서웁살라대학교에서는무려11명의노벨상수상자가나왔다.

웁살라대학교본관건물에들어서면1층대강당입구머리에경구하나가적혀있다.

“자유로운사고는위대하다.그러나보다더위대한것은올바르게사고하는것이다.”

▲본관건물대강당입구에쓰여져잇는경구.’자유로운사고는위대하다.그러나보다더위대한것은올바르게사고하는것이다’라는뜻이다.ⓒ이석원

이경구는지금까지도스웨덴의정신과학문,그리고양심의세계를단적으로이야기해준다.자유롭게사고하되올바르게사고해야한다는,올바르다는것또한주관적판단일수있지만사고의기본으로삼는다면인간의이기심에학문이지배당하고,그이기심에사람들의가슴이갈갈이찢기는불행은생기지않는다는진리가존재할것이라는생각.스웨덴사람들은나름의합리성을갖되그합리성에는인간에대한차별이나남의생각을지배하려는아집,그리고남을밟고서라도성공해야한다는몰염치를철저히배격한다는것을알게해준다.

▲중앙도서관인카롤리나레디비바.이곳열람실에들어갈때는재학생이라도겉옷과가방을보관함에넣고들어가야하는까다로움이있다.ⓒ이석원

500만권의장서를보관하고있는웁살라대학교의중앙도서관인카롤리나레디비바(CarolinaRediviva)에는인문학의위대한흔적이있다.프랑스의철학자이자정신병리학자이기도한미셸푸코가1950년대카롤리나레디비바에서위대한저서인‘광기의역사’를썼다.어느인터뷰에서푸코는“웁살라의카롤리나가없었다면난‘광기의역사’를쓸수없었을것이다”라고애기한적이있는데,카롤리나레디비바가보유하고있는방대한양의고대에서중세까지의인문학과정신병리학에대한자료를이야기한것이다.영국의대영박물관도서관이칼맑스의‘자본론’의산실이라면,카롤리나레디비바는푸코의‘광기의역사’의산실인셈이다.

웁살라의가장높은곳에는웁살라성(UppsalaSlottet)이있다.1550년경구스타프1세바사왕이건설한스티르비스콥요새는웁살라시내를내려다보며지금도이도시가안전한지를늘지켜보는듯하다.하지만여행자들은이곳에서웁살라시내를내려다보며지친몸을쉬게한다.늘적당히불어오는바람과신선한햇살은,웁살라라는아주작은도시를여행하면서온몸에스며든정체불명의편안함에휴식이라는행복을더해준다.

▲웁살라성에있는스티르비스콥요새.과거덴마크로부터웁살라를지키는역할을했다.ⓒ이석원

▲16세기거닐라왕비가기증한종으로,원래는루터파예배당의종이었다.매년4월30일이되면이종이요란하게울리고봄축제인발보리가시작된다.ⓒ이석원

그런데이웁살라성이1년중가장요란해질때가있다.4월30일이다.이날은하지축제와더불어스웨덴국민들이가장열광하는날인발보리(Valborg).북위60도이북에위치한스웨덴은긴겨울의왕국.그래서그겨울이끝나는날인4월30일이되면스웨덴국민들은24시간동안쉬지않고독한술을마시면서마음껏취한다.특히웁살라대학교의학생들은웁살라성에있는거닐라종(GunillaBell)을치면서발보리를알리고축하한다.이종이요란하게울리면학생들과시민들은거리로뛰쳐나온다.스웨덴정부가독점으로운영하는독주전문주류상점인‘시스템블락’은술을사려는사람들로인산인해를이루고,그리고웁살라시내는그야말로‘광란의축제장’이되는것이다.

웁살라를가로질러흐르는퓌리스(Fyris)강은,강이라고하기에도계면쩍을정도로작아개울처럼보이지만웁살라시민들에게는편안한휴식의공간이고,삶의원천이다.퓌리스강변에길게늘어선노천카페레스토랑은아름답다.가게자체도아름답지만마치전세계인종전시장처럼다양한웁살라대학교의학생들의자유롭고활기찬모습으로더아름답다.스웨덴이외국이나유색인종에대한차별이거의없다는것은어지간하면다아는얘기인데,특히강의의대부분이영어로진행되는웁살라대학교에는스웨덴내국인보다도훨씬많은외국인들이유학생으로와있기때문에그들에게서뿜어져나오는전세계적인정서는퓌리스강을중심으로웁살라의전체공기를구성한다.

▲웁살라를동서로가르는퓌리스강은웁살라가존재할수있는근원이된다.ⓒ이석원

▲퓌리스강이여행자들이나웁살라시민들에게인기가높은것은강양옆으로길게늘어선예쁜카페와레스토랑때문이다.ⓒ이석원

▲다양한인종과국가의젊은이들이합리적이면서도인간의냄새가깊이배인스웨덴학문을배우기위해웁살라대학교에모인다.그들은자기나름의자유로운사고속에서자기나름대로의올바른사고를하는일에힘을기울이고있다.ⓒ이석원

자유롭게사고하는것을위대하게생각하면서도올바르게사고하는것에더큰가치를부여하는웁살라.그들은세계에서가장크고완벽한자유를누리는국민이면서도그자유가올바르지않다면가치가없는것이라고생각하는사람들이다.그래서백인이아닌흑인이거나또는황인종이거나,유럽사람이아닌아시아인이거나아프리카인,그리고아랍인과아메리카인이라도자유로운사고를위해,그리고그자유로움을더욱위대하게만드는올바른정의를위해함께숨쉬고,함께공부하고,또그렇게함께즐기고있는것이다.

-글이석원여행작가/기자

<유럽에미치다⑪-스웨덴웁살라>’자유로움’과‘올바름’의철학이있는도시/201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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