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은좁다.하늘을다가릴만큼높은중세의건물들때문에골목은더좁고어둡다.거친돌바닥은얇은 신발을뚫고 표정은행복해보인다.그래서그골목은늘행복한시간이흔하게널려있다. 여행자에게말을거는깊고푸른골목들 스톡홀름감라스탄(GamlaStan)의골목을올때마다왁자지껄떠드는사람들의모습을보면서넓은광장에서웃는것과는다른행복을읽는다.크지않은가게들을보면서희한해하는사람들,아무렇게나튀어나와있는작은간판이예쁘다고눈을못떼는사람들,그러다가자그마한동상이라도발견하면달려들어사진찍는다고법석을떠는사람들을보면그저행복해보인다. 감라스탄대광장을중심으로복잡하게씨줄날줄로얽힌골목들은높이가10여m가넘는건물들사이로비좁게나있다.한눈이라도팔다보면갑자기달려드는나무에부딪히기도하고,벤치에서쉬고있는여행자의발에걸리기도한다.그래서일까?감라스탄의골목들은아주어린시절동네골목여기저기를뒤지고다니며셜록홈즈놀이를하던시절로기억을되돌려놓는다.비록그시절의골목이가난과지저분함으로깨끗한감라스탄의골목과는다르다고해도이골목들을올때마다내기억은40년가까이타임워프된다. 골목들은저마다많은이야기를담고있는듯하다.전설처럼사람과사람사이로전해지는이야기가아니더라도,그곳에서살고있는사람들,그곳을지나치는사람들마다제각각다른이야기들이500년의시간동안그골목여기저기에들러붙어다시그곳을지나는사람들에게들려주고있다. 감라스탄에서가장사람들이북쩍이는골목은‘서쪽에있는긴거리’라는뜻의베스테르롱가탄이다. 베스테르롱가탄과평행을이루는동쪽의바로옆작은골목은프레스트가탄이라고불린다.‘사제의길’이라는뜻이다.19세기까지는이길을통해루터교사제들이대성당이나독일교회등으로다녔다.그래서그때나지금이나이골목길은늘조용하다.한블록떨어진베스테르롱가탄과는사뭇다른분위기다.골목양옆으로이어진노란색벽의건물들은제각각여러가지이야기를담고있는듯하다.아니면,사제들이지나갈때마다숙연히손모아기도를했을까?자극적이지않은노란색벽은들뜨지않고오히려더차분하다. 베스테르롱가탄의서쪽끝부분에서프레스트가탄으로이어지는아주작은골목이감라스탄골목의절정인모르텐트로치그그렌이다.사실스웨덴어로‘가탄’은골목이라기보다거리라는뜻이다.골목보다는좀큰개념이다.진짜우리말로골목이라고표현할단어가‘그렌’이다.모르텐트로치그는16세기독일에서온이민자다.돈을많이벌어감라스탄에건물을짓고그건물사이의골목에자기이름을붙였다.감라스탄골목길들중에서가장흥미로운이골목은너비가90cm에불과하다.19세기중엽양쪽끝을막았다가100년쯤지난1945년다시길을열었다.베스테르롱가탄에서프레스트가탄으로이어지는야트막한경사의36개계단에는무슨이야기들이잠자고있을까?그이야기때문인지이골목을지나는사람들은길을지나걸어가는것이아니라무심히계단을바라보며자기이야기를이속에재우는듯보인다. ‘상인의광장’으로불리는곳으로이어진골목을쾨프만가탄이라고부른다.쾨프만가탄은감라스탄에서도가장아름다운골목길이다.이골목길에는감라스탄에서도가장오래된상점들이군데군데있다.주로오래된물건을파는골동품가게들이다.가게에들어서면아주오래된물건들에서나는특유의냄새가코를자극한다.운이좋으면15세기이전바이킹시대의물건도볼수있다.가게마다취급하는품목이다르지만금은세공품에서부터오래된은제식기,그리고스웨덴의엣문양이그려진카페트등이여행객들을유혹한다.하지만어지간해서는그저구경만할뿐이다.값은거의보물수준이다.그런가하면귀한고서적을제법싸게구입할수있는서점도있다. 쾨프만가탄을수놓고있는또다른멋진곳은갤러리다.할리우드스타들의그림만을 자그마한의자를꺼내들고나와골목사이에서작게들이치는햇볕을받고있는한노인은“감라스탄의골목은언제나황금으로빛난다”고얘기한다.건물3,4층자그마한유리창문에 사실그골목들이나에게무엇을얘기하는지는모른다.그저내가느끼는대로그이야기를듣고있을뿐이다.그골목은때로는시끌벅쩍한수다를떨기도하고,또때로는외마디고함을지르기도한다.어떤때는잘들리지도않게조용히속삭이는가하면,아무소리도없이그저지나가는여행객의귀를쉬게해주기도한다.그런골목의이야기소리에왜귀를기울일까?그것은적어도우리인생에서편안한마음으로지나칠수있는길도있음을느끼기때문이리라.내가스톡홀름에올때마다반드시여러차례감라스탄의골목을찾은진짜이유가바로그것이다.거기엔끊이지않는이야기가있지만,또아무런소리없는휴식을주기때문이다.서울의북촌과북아현동의,그리고내가자란응암동후미진골목이개발이라는이름으로처참하게부숴지고정비되는것이더욱아픈이야이기도하다. 스톡홀름에서는감라스탄의골목말고도걸어서행복한길이또있다.섬과섬을넘나드는호숫가의길들이그렇다.맑은날이면늘눈이시리도록파란호수,그호수위에편안히떠있는크고작은배들,그호수를내려다보듯점잖게서있는고풍스런건물들.그사이사이를걷다보면편안한문명의이기인다른교통수단이처량해보이기까지한다. 푸른호수가내뿜는소나타를들으며걷는다 스톡홀름시내를편하게돌아다닐수있는방법은여러가지다.트램을탈수도있고,2층으로된사이트시잉버스를탈수도있다.지하로다니는메트로는밖을볼수없으니그렇다고쳐도.심지어는버스처럼5개정거장아무곳에서나타고내리며멜라렌호수위섬들을이어주는운하를따라천천히유람하는‘타고내리는보트투어(Hop-on,Hop-offBoatTour)’를할수도있다.그러나뭐니뭐니해도스톡홀름을제대로즐기는방법은두다리에의지하고눈을이용하는것이리라. 스톡홀름의랜드마크는시청건물이다.스톡홀름중앙역에서서쪽으로약5분정도걷다보면시청사가나온다.내셔널로만양식의시청사는멜라렌호수라는뛰어난풍광을그대로안고있어그아름다움이극에달한다.파란호수를바탕으로한검붉은시청사는1923년건축가인라그나르오스트벨리의작품이다.이탈리아의베네치아궁전에서영향을받았다는시청사는모두800만개의붉은벽돌로지어졌다.전체적으로는내셔널로만양식이지만창문은고딕양식의영향을받았고,외부와내부엔비잔틴양식의영향을받은금박장식이화려하게수놓아져있다.106m높이의탑에올라가면스톡홀름시내가완전히조망된다.스톡홀름시청1층블루홀에서매년12월그해의노벨상수상자들의축하파티가열린다. 시청사2층에서가장눈길을끄는것은황금의방이다.정면에는스웨덴의평화를상징하는여신의그림이무려1800만개의금박으로모자이크돼있다.뿐만아니라방의천장과맞닿은사면도금박으로장식된그림이그려져있었다.1층블루홀에서 지금은서울시청도나름시민들의휴식공간역할을한다.시청앞서울광장의잔디밭이나시청건물지하의시민청이그렇다.하지만그건최근의일이다.그이전까지서울시청건물은권위의공간이었다.시민과공무원의차단이철저하게이뤄진곳이었다.그런데스톡홀름시청은이미이건물이완공된그날부터시민들의휴식공간이다.공무원들의 스톡홀름시내를천천히걸어서다니는것이행복한또다른이유는,그저발닫는대로가면굳이감라스탄이아니더라도고풍스런건물이줄지어등장한다는것이다.그건물의용도가호텔이건미술관이건또는 시청사에서별생각없이호수가에줄지어선요트며보트며고기잡이배들을보면서동쪽으로걷다보면스웨덴의또다른자랑거리인유르고덴섬이나온다.그곳은박물관의섬이다.바사호박물관과세계최초의야외민속박물관인스칸센,그리고북방민족박물관과가장최근에지어진아바박물관등무려100여개의크고작은박물관으로가득한섬이다. 바사호박물관은,스웨덴의전설적인전함인바사호를전시한곳이다.현존하는세계에서가장오래된전함인바사호는스웨덴이최강의해양대국이던구스타프2세아돌프왕때건립된것이다.전체길이가62m에달하고,최대폭이11.7m,높이가50m인거대한이전함은30년전쟁(1618~1648)에참전하기위해1628년8월10일건조됐지만항해를시작한지불과20분만에32m깊이의바다로침몰했다.대포를너무많이실은탓이었다. 그바사호는300년이상바닷속에서잠들어있다가1961년인양됐다.300년의시간동안전설로만전해지던바사호가세상에모습을드러내자스웨덴은물론전세계가그아름다움에놀랐다.바사호는분명전함이었지만180개의조각품을비롯해마치호화로운유람선같이엄청난장식으로치장하고있었던것이다. 바사호박물관에서다시동쪽으로10여분을걷다보면세계최초의야외박물관인스칸센(Skansen)이나온다.스웨덴의민속학자인하셀리우스라는사람이1891년자기사재를털어서만든민속박물관이다.이곳엔16세기부터19세기에이르는스웨덴의전통가옥150채가들어서있다.그것들은박물관개관당시새로지은모조품이아니고,스웨덴방방곡곡에서마차로실어온당시의실제건물들이다. 스칸센에서나오면그일대가스톡홀름시민들이가장사랑하는산책길이다.그산책길을따라다시서쪽으로걷다보면웅장한자태의북방민족박물관이모습을드러낸다.이박물관또한하셀리우스가1907년자기돈을들여서세운것이다.이박물관은북유럽후기르네상스양식으로지어졌다.스칸센이15세기이후스웨덴의풍속을보여준다면,북방민족박물관은15세기이전바이킹의풍속과다양한문화를전시하고있다.특히스웨덴의유명한조각가인칼밀이조각한구스타프바사왕의기마상이눈에띈다. 감라스탄과유르고덴섬에서스톡홀름의지나온역사를느낄수있었다면세르옐광장(Sergelstorg)주변에서는디자인강국스웨덴의현재를느낄수있다.감라스탄입구국회의사당건너편에서세르옐광장에이르는보행자전용도로인드로트닝가탄(Drottninggatan)과그주변은스톡홀름최대의쇼핑가다.웅장한규모의NK백화점을비롯해디자인이돋보이는갤러리안백화점등이오가는이들의발길을붙잡고,특히젊은층의관심을사로잡고있다. 스톡홀름젊은이들의 현재스웨덴국왕인칼구스타프16세와그의가족이살고있는드로트닝홀름궁전(DrottningholmPlace)은차를타고갈수도있지만시청사앞보트정거장에서배를타면더멋진입장을할수있다.1756년에 그러나드로트닝홀름궁전의압권은뒤쪽으로난멋진정원이다.그런데이정원,어딘가눈에익는다.자연스럽게프랑스파리의베르사유궁전과오스트리아빈의쇤부른궁전이떠오른다.17세기‘왕의정원사이자정원사의왕’이라는수식이붙는‘태양왕’루이14세의정원사앙드레르노트르의영향을받은바로크풍정원이기때문이다.물론베르사유나쉰부른의그것에비하면작고소박하다고할수있지만,그와중에도멋들어지게꾸며진정원은시민들의편안한휴식처노릇을톡톡히하고있다. 스톡홀름은행복한도시다.긍정적인사고를가진사람들의천국이다.정형화되지도않고,획일적이지도않은삶의다양성을최대가치로여기는시민들의공간이다.그들은남의간섭을의식하지도않지만,그러면서도체질화된나름의질서로이도시를지난500년간아름답게꾸미고있다.삶의치열함속에열심히일하지만잘쉬고,바쁘게움직이지만순간순간충분한여유도만끽한다.아침출근길에호숫가에잠시들려낚시를하는여유로움도있다.점심을먹으러나왔다가자기보트에갈매기의분비물이떨어진것을보고호숫물을떠대청소를하기도한다.그렇게그들은거리에서자신들의여름햇살을닮은미소를잠시도얼굴에서떼내지않는다. 늘푸른공원은젊은아이들의왁자지껄한움음과노래로떠들썩하고,사방을뛰어다니며행복한비명을연신질러대는어린아이의웃음으로가득하다.세상에서가장완벽한자유를누리면서도그것이남에게피해가되지않는삶.사고가구속되지않다보니별의별희한한발상으로아무것이나멋진것을만들어내는기발한 한없이즐기고누리되,도시를구성하는그어느것하나개인의것이아닌모두의것이라고인식하는도시.굳이세계최고의복지를누리고,자연환경속에산다고강조하지않아도그들의삶그어디에도행복하지않은얼굴은없어보이는스웨덴스톡홀름.그곳은행복을아는사람들이이방인에게까지도그행복을전염시키는낙원이다. 글·사진이석원여행작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