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시의아름다움은사람을병들게하고,정신을잃게한다” 그렇게신을위해과감히희생되던인간이세상의중심이고,최고의가치가되기시작한것이15세기중엽이고,역사는혁명과도같은이시기를중세에서근대로넘어가는길목,즉르네상스시대(RenaissanceAge)라고부른다.그리고이흐름은1000년이상철저히신의땅이었던이탈리아북부피렌체에서시작됐다. 피렌체의역사는무척길다.기원전59년까지거슬러올라가니까2000년이훨씬넘는다.고대로마율리우스카이사르는아르노강에식민지를세우면서보라색꽃으로뒤덮힌이곳을‘꽃피는마을’이란뜻의‘플로렌티아’라고불렀다.피렌체가영어로‘플로렌스’인것도여기서유래한다. 고대로마의병영도시였던피렌체가이탈리아반도내에서가장막강하고강력한공국으로 바로그코시모와로렌초의시기,메디치가문은당시피렌체출신의천재예술가들을적극지원했고,그천재들에의해인간의삶을최고의가치로여기는르네상스가시작된것이다.그리고그중심에는레오나르도다빈치,미켈란젤로,브루넬레스키,단테,마키아벨리등르네상스를만들고빛낸이들이있었던것이다. 피렌체SMN역.정식명칭은피렌체산타마리아노벨라역이다.역바로옆에있는‘산타마리아노벨라성당(CheistadiSantaMariaNovella)’때문에붙여진 피렌체중앙역에도착한여행자들의99%는천천히걸어서한곳을향해간다.그곳으로가는판자니거리(ViaPanzani)양옆에는피렌체의장인정신이살아숨쉬는진정한명품가게들이즐비하다.예컨대‘보욜라(Bojola)’와같은수제가죽제품가게는흔한명품처럼돈만있으면세계그어느곳에서도살수있는것이아니다. 그렇게찬란하게빛나는피렌체고유의명품가게들을지나다보면길이끝나는저편에서엄청나게크고아름다운,진정피렌체를피렌체라고불리게만드는꽃봉오리가피어오른다.‘산타마리아델피오레(SantaMariadelFiore)대성당’,즉‘두오모(Duomo)’가저멀리에서보인다.이쯤되면여행자들은심박수가갑자기올라가기시작하고,주위를찬찬히둘러볼여유없이발걸음이빨라진다.마치피렌체에온유일한이유가저‘꽃의성모성당’을만나기위해서인것처럼. 그리고마침내도착한두오모에서여행자들은놀라운광경을목격한다.순백의새하얀 르네상스가채시작하기도전인1296년 하지만두오모가처음지어졌을때부터르네상스의정신이담긴것은아니다.원래이자리에는산타레파레타성당이있었는데,이를허물고세상에서가장크고아름다운성당을지으려했던것이다.그때까지만해도인간이아닌신의의미가더강조된.그러다가두오모가거의다완성된후맨마지막으로피렌체가낳은천재건축가필리포브루넬레스키(FillippoBrunelleschi)가손대기시작한것이쿠폴라(Cupola)다.당시건축기술로는내부에버팀목을설치하지않고공의반쪽모양을한거대한쿠폴라를만들수없었다.그런데브루넬레스키는로마의판테온을 특히쿠폴라의안쪽면을장식하고있는바사리(Vasari)의천정프레스코화‘창세기’와‘최후의심판’은로마바티칸의시스티나경당에있는미켈란젤로의천정화‘천지창조’와 두오모앞의광장은피렌체에서언제나가장많은사람들이모여있고,또지나가는길이지만그들은거기에머물기만하지는않는다.15세기르네상스를그대로품고있는거리에현대적인화려한상점들이즐비한칼자이우오리거리(ViadelCalzaiuoli)를흥겨운마음으로걷다보면과거피렌체정치와사회의중심지역할을한시뇨리아광장(PiazzadellaSignoria)이나온다. 아무리르네상스라고해도두오모가신의공간이라면시뇨리아광장부터는진정한인간의공간이다.이곳은과거피렌체시민들이 무엇보다도시뇨리아광장에서눈에띄는것은미켈란젤로의3대걸작중하나로통하는다비드상.물론다른조각품들과마찬가지로모작이다.진품은인근피렌체아카데미아미술관에있다.하지만원래이자리에진품이있었던것이사실이다.다만오래전강풍에날아든판자에다비드의왼손이부서지고,한정신병자가왼쪽엄지발가락을망치로부숴버리는사건이발생한후이자리에모조품을세워놓은것이다.우스운것은,모조품이세워진이후모조품에대해사람이든자연이든그어떤위해도가하지않았다는것. 베키오궁전을바라보고오른쪽에는우피치미술관(GalleriadegliUffizi)이있다.보티첼리의‘비너스의탄생’을비롯해르네상스를빛낸위대한미술가들의작품2500점이 우피치미술관을통과하면비로소피렌체의젖줄인아르노강이나오고,단테와베아트리체의사랑의이야기가깃들여있는베키오다리(PonteVecchio)가여행자를맞는다.아르노 14세기에만들어진베키오다리위에는원래보석상이아닌푸줏간들이즐비했다.그런데너무비위생적이고냄새가지독하다보니당시피렌체의지배자였던페르디난도1세가푸줏간을전부없애고금은세공품과보석상이들어서게했다.이때문에피렌체가세계최고의금은세공기술을갖게됐다.지금도전세계에서금은세공을배우려는이들이피렌체를찾는이유다. 베키오다리와이어진귀치아르디니거리(ViaGuicciardini)는피렌체먹거리의천국이다.길양옆으로수없이이어진젤라토(Gelato)가게,길거리에서잔술로마실수있는와인가게,진한향이멀리서부터사람을잡아끄는노천 이길의한쪽에서만날수있는웅장한르네상스양식의건물이피티궁전(PalazzoPitti).두오모근처에있는메디치가의정궁인메디치리카르디궁전(PalazzoMediciRiccardi)에대적하기위해부유한은행가인루카피티가브루넬레스키에게의뢰해지은이궁전은,그러나메디치가를이겨보겠다는피티의야무진꿈과달리루카피티의죽음과그후손들의파산으로결국메디치가로팔리게된다. 피티궁전안으로들어가면전형적인이탈리아양식의정원인보볼리정원(GiardinodiBoboli)이있고,정원을산책하며걸어위로올라가면피렌체를방어하던군사시설인벨베데레요새가있다.피렌체에서가장멋진전망대역할을하는곳중하나가벨베데레요새다.지금은미술관으로사용되는데,정작미술품에대한관람보다도요새이맨꼭대기에서피렌체시내를내려다보는것이더멋진여행이되기도한다. 베키오궁전왼쪽골목인콘도타거리(ViadellaCondotta)를거쳐앙귈라라거리(ViadellaAnguillara)를걷다보면각양각색의기념품가게와중세시대노트와필기도구를파는멋들어진가게들이늘어서있다.또피렌체를대표하는가죽제품의명가인페루자의상설매장을지나다보면시뇨리아광장만큼은아니지만제법넓은산타크로체광장(PiazzaSantaCroce)이나오고,또다시순백의아름다운대리석파사드가눈부신산타크로체교회를보게된다. 이곳엔피렌체의위대한천재미켈란젤로의무덤이있다.뿐만아니라갈릴레오갈릴레이,마키아벨리,그리고작곡가로시니의무덤도있다.피렌체에서추방돼객지를떠돌다가객사해라벤나의교회에묻힌‘신곡’의저자단테는이곳에무덤은없지만기념가묘가있다. 그런데산타크로체교회에는유명한이야기가있다.흔히뛰어난미술품이나예술작품을봤을때순간적으로아찔한기분이들면서정신이혼미해지고,심지어는몸에 해가질무렵이되면피렌체사람들이든피렌체를여행하는사람들이든약속이나한듯한곳으로모인다.산타크로체교회부근,영화‘냉정과열정사이’의남자주인공준세이가자전거로넘나들던그라지에다리를건너서높지않은언덕을오르면시뇨리아광장에서봤던것과는또다른다비드상이있는넓은공간이나오는데,바로미켈란젤로광장((PiazzaleMichelangelo)이다. 마치열병이라도앓듯,또는몽유병에걸린사람이자기의의지와는상관없는곳으로홀리듯끌려가는곳.해질무렵이곳에오지않으면사랑이산산조각이날것같은연인들부터잃어버린사랑이가슴아파홀로울곳을찾아야하는슬픈사람들까지도슬며시모여드는곳.사람들은너무나자연스럽게피렌체여행의마무리를위해이곳을찾는다고도한다.그렇게끌리듯찾아간미켈란젤로광장에서목격하게되는것은,‘왜피렌체가꽃의도시인가?’라는질문에대한답이다.그리고그꽃은해가지고도시에어둠이드리워도지기는커녕더찬란하게피어난다는놀라운사실이다. 아르노강위의베키오다리에서부터산타마리아델피오레대성당과베키오궁전의첨탑을거쳐산타크로체교회에이르는파노라마를한눈에담을수있는행복이거기에있다.왠지그곳에서피렌체를바라보면오래전에잃어버렸던사랑까지되돌아올것같은착각으로한없이행복해지는곳.그래서사람들은미켈란젤로광장에서간직한사랑을확인하기도하고,다가올사랑을기약하기도하고,떠나간사랑을그리워하기도한다. 독일의시인라이너마리아릴케는피렌체에대해서이렇게애기한다.“피렌체는베네치아처럼스쳐지나가는사람에게는그모습을드러내지않는다”고.2주동안피렌체에있었던릴케는그짧은시간이못내아쉬웠으리라.그는피렌체의속살을채들여다보지못하고신음했을것이다.그러면서신을위한인간이아닌인간속에서존재하는신으로위대해진피렌체를더그리워했으리라.피렌체를떠나는사람들이붉게피어오른꽃의도시에대한심한상사병을앓듯이. 이석원여행작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