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미치다⑭-핀란드 헬싱키>한 박자 느린 삶의 속도

<유럽에미치다⑭-핀란드헬싱키>한박자느린삶의속도

770년피지배역사위에쓴100년복지국가를가다

“핀란드의갈매기는뚱뚱하다.어릴적기르던고양이를생각나게한다.하지만음식을맛나게먹는통통한갈매기가나는좋다.”

오기가미나오코감독의잔잔한여성영화‘카모메식당’은이런내레이션으로시작한다.여주인공사치에의독백으로시작한영화는평화롭게아름다운푸른하늘을가진항구를따라카메라가돌아간다.이영화속항구가바로‘발트해의처녀’로불리는핀란드(Finland)의수도헬싱키(Helsinki)다.

▲핀란드지도.구글맵

세계최고의복지국가,가장올바르고행복한공교육의현장,가장뛰어난디자인천재들의나라,핀란드를수식하는말은여러가지다.하지만무엇보다도무민과산타크로스,그리고‘핀란디아’의시벨리우스의나라인핀란드는사실자신의역사를통틀어거의‘자신의역사’를가져보지못한불행한나라였다.

핀란드의정식국명은‘핀란드공화국’이다.하지만이는영어식이름이고,핀란드어로는수오멘타사발타(SuomenTasavalta)라고부르고줄여서수오미(Suomi)라고부른다.전국토에퍼져있는19만개가넘는호수,수오(Suo)가핀란드어로호수를뜻한다.즉호수의공화국인셈이다.국토의대부분이호수와침엽수림으로뒤덮힌나라,수도인헬싱키가북위60도선이북에있으니전국토가북극권에속한다고해도과언이아닌나라.천혜의자연환경을지니고있지만핀란드의역사는완벽한피지배의역사다.

▲1748년스웨덴이제정러시아로부터헬싱키를방어하기위해6개의섬을연결해지은해상요새수오멜린나.원래는요새를뜻하는스베아보리로불렸지만핀란드가독립한후1918년’무장해제’라는뜻의수오멜린나로이름을바꿨다.세계문화유산에등재돼있다.ⓒ이석원

12세기,좀더정확히말하면1150년경핀란드는스웨덴의지배에들어간다.스웨덴의국왕에리크9세와웁살라의주교헨리는스웨덴기독교의전파목적으로핀란드땅을침공해복속한다.그리고1809년까지무려660년동안핀란드는스웨덴의속국으로지낸다.1809년에핀란드가스웨덴의지배에서벗어나기는하지만그렇다고독립이된것은아니다.북유럽으로의진출을호시탐탐노리던제정러시아는스웨덴과이미18세기부터핀란드를놓고전쟁을벌였고,그결과1809년알렉산드르1세에의해핀란드의지배자는스웨덴에서제정러시아로바뀐다.그리고100년하고도8년이지난1917년에와서야비로소핀란드는소련의지배에서완전히독립하고제나라를갖게된것이다.

스웨덴에게660년,제정러시아를거쳐소련에이르기까지108년,도합770년가까운세월을제나라없이남의나라의속국으로지내온핀란드는,그래서분명세상에서가장불행한나라일수있다.하지만소련으로부터독립하고난후눈부신산업의발전과정치와경제민주화에성공한핀란드는오늘날에와서전세계에서가장완벽한복지를누리는가장행복한이들의나라가돼있다.

▲헬싱키중심부의지도.구글맵

그핀란드의정치경제문화의중심지역할을하는수도헬싱키는,사실유럽각국의수도중가장젊은수도다.스웨덴이지배하던시절핀란드의수도는헬싱키에서북서쪽으로160km떨어진곳에있는투르쿠(Turku)였다.1550년스웨덴의국부구스타프바사왕이스웨덴의러시아진출의교두보로삼기위해건설하기사직한게헬싱키다.그래서헬싱키는오랜시간스웨덴어로헬싱포르스(Helsingfors)로불린다.그러다가제정러시아의알렉산드르1세가스웨덴으로부터핀란드를빼앗은후투르쿠를너무싫어해1812년스웨덴의무역거점도시였던헬싱키로수도를옮겼고,현재의헬싱키남항을중심으로계획도시를세웠다.즉2000년의역사를지닌로마나,수백년의역사가숨쉬는파리런던빈등과는달리헬싱키는불과200여년의역사를지닌‘청년도시’인셈이다.

헬싱키로들어가는방법은여러가지다.우리나라의경우도비록국적기는아니지만핀란드국적기인핀에어가인천공항에취항하는덕에몇년전부터헬싱키까지직항으로오갈수있다.우리나라국적기가가는러시아의모스크바나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기차를타고들어갈수도있다.하지만나의헬싱키여행은스웨덴스톡홀름에서출발한대형크루즈바이킹라인으로시작했다.

▲스웨덴스톡홀름에서타는바이킹라인.실야라인과함께스톡홀름에서헬싱키,탈린,리가등을오가는호화유람선이다.ⓒ이석원

오후5시스톡홀름의슬루센(Slussen)항구에서출발한헬싱키행바이킹라인은,전에라트비아리가를갈때탔던실야라인과마찬가지로스톡홀름주변2만여개의섬들을누비는군도투어를거쳐발트해에접어든다.그리고밤새백야의발트해를달려다음날아침10시경짙푸른돔지붕을지닌헬싱키대성당이한눈에들어오는헬싱키남항으로들어간다.

▲바이킹라인이헬싱키남항으로들어서면헬싱키의랜드마크로불리는대성당이멀리서부터보인다.ⓒ이석원

여느항구가디그렇지만헬싱키항구도늘사람들로북적인다.스웨덴과러시아,에스토니아와라트비아에서들어오는호화유람선이타고내리는항구라고하기에는지나치게소박하고,한적한어촌의항구라고하기에는제법규모가큰,깨끗하게정돈됐지만활기차고행복한표정을지닌사람들로충분히시끌벅적한정겨운항구다.그러나무엇보다도헬싱키에첫눈길이닿는여행자들을휘어잡는헬싱키의매력은,배에서내리자마자펼쳐지는마켓광장(Kauppatori)이라고불리는항구시장의활달함이다.

▲항구시장을일컬어’헬싱키의부엌’이라고부른다.농산물에서부터해산물에이르기까지최고의신선함을자랑하는식재료들이가득하기때문이다.ⓒ이석원

▲특히항구시장의채소들은그빛깔이곱고아름다워서신선도가더욱높다는생각이들게한다.물론시장의상인들은무척친절하다.ⓒ이석원

▲항구시장의큰즐거움중하나는,독특하고아름다운다양한디자인제품을그야말로’시장가격’으로살수있다는것이다."진짜시장의노점에서파는물건이맞나?"싶은물건들이즐비하다.ⓒ이석원

‘없는것빼고다있다’는시쳇말처럼신선한과일과채소,생선등해산물을비롯해,투박하지만실용적인농기구나배에서쓰이는도구들부터노천시장에서파는물건이맞나싶을정도로아름답고찬란하게디자인된유리제품에이르기까지항구시장은그곳을둘러보는것만으로도헬싱키여행의절반은이뤘다는생각이들정도로신나는공간이다.

그러나무엇보다도항구시장을품은헬싱키항구를더멋지고정겹게만드는것은항구시장바로옆에있는항구식당이다.붉은천막아래정갈하게놓인흰붉은식탁들이먼저여행자의눈을끌고,아름다운핀란드아가씨가분주하게만들어내는음식냄새가결국잡아끄는항구식당은감히헬싱키최고의여행코스라고‘선언’하고픈마음이들게한다.

▲헬싱키항구에내리기전이미배위에서볼수있는붉은천막의항구식당은세상그어떤비싸고귀한음식보다맛있고정겹다.ⓒ이석원

▲헬싱키의아름다운아가씨들이분주하게만들어내는각종튀김과볶음음식들은냄새와모습으로도여행자의식감을자극하기에충분하다.ⓒ이석원

부산대변항에서맛볼수있는멸치회에쓰이는큼지막한멸치만한크기의생선‘무이꾸(Muikut)’는헬싱키시민들이가장좋아하는음식이다.먼저한번기름에튀긴후철판에살짝볶은무이꾸만간식으로먹기도하지만,거기에철판에서볶은밥과채소를곁들이면훌륭한한끼식사가된다.오죽했으면헬싱키시민들은사진을찍을때도“치즈”라고하지않고“무리꾸”라고한다니…

그런데항구식당에서무이꾸를먹다보면‘카모메식당’의안주인인사치에가말한‘뚱뚱한핀란드갈매기’가무슨이야기인지깨닫게된다.헬싱키항구를날아다니는갈매기가유난이뚱뚱해보이는것은바로사람들이먹는무이꾸를약탈해서먹기때문이다.특히헬싱키시민이아닌낯선여행자들은무이꾸의맛에반해정신못차리고있을때갈매기들은여행자의식탁을빠르고과감하게습격한다.무이꾸를놓고‘겸상’을하는셈이다.그래서항구식당여기저기에는‘갈매기에게먹이를주지말라’는경고문구가써있다.사치에가어릴적기르던고양이를생각하며좋아하던갈매기가사실헬싱키시당국에게는여간골치아픈게아니다.

▲커다란멸치같기도하고,자그마한청어같기도한무이꾸는한끼식사로충분하다.헬싱키에서먹은그어떤음식보다도헬싱키를온입안으로느끼게하는묘한매력이있다.ⓒ이석원

▲항구식당은늘갈매기와의전쟁을치른다.먹고살겠다고덤비는갈매기와그갈매기를쫓아내겠다고하는사람들이지만그래도그들간에서로에대한적대심은별로없어보인다.ⓒ이석원

이항구식당을유명하게만드는또하나는핀란드대통령들이다.핀란드의역대대통령들은종종이항구식당에나와무이꾸등으로식사를한다.대개경호원을대동하지않거나,극히최소의경호원만을데리고나온다.뿐만아니라핀란드를찾는외국의국가원수를이곳에데려와‘세상에서가장화려한’오찬을베풀기도한다.항구식당한켠의한천막카페에는조지부시전미국대통령등핀란드를방문한외국의국가원수나주요한정치인들이길에서서커피와도너츠를먹는사진을붙여놓기도했다.핀란드역대대통령들이이렇게할수있는이유는,항구식당길건너편에대통령궁이있기때문이다.

▲헬싱키항구에접해있는핀란드대통령궁.그러나아무리눈을똑바로뜨고봐도대통령궁을에워싸고있는군인이나삼엄한경비병들의모습은볼수없다.지척에그맛있고멋진무이꾸가있으니핀란드대통령은시시때때로항구시장에들러한끼식사를때우곤한다.ⓒ이석원

항구식당에서‘지상최고의오찬’을즐기고대통령궁과,대통령궁보다더크고웅장한스웨덴대사관을거쳐트램의선로를따라도심안쪽으로좀더들어가면갑자기넓은광장이나타난다.원로원광장(SenateSquare)이다.약40만개에달하는화강암으로바닥을깐정사각형의이광장은헬싱키에서가장오랜역사를지닌공간이면서중심이되는곳이다.제정러시아가스웨덴으로부터핀란드를빼앗은후수도를헬싱키로삼고곧바로새로운도시계획을세웠다.당시독일에서가장유명하다는건축가인카를엥겔을불러들인러시아의황제는그에게신고전주의양식으로새로운도시를만들것을주문했다.그리고하나의단서를붙인것이“상트페테르부르크와같은느낌의도시를만들라”는것이다.‘성베드로의성’이라는뜻을지닌상트페테르부르크는당시제정러시아의수도였고,‘유럽으로열린창(窓)’이라는별명을지니고있었는데,알렉산드르1세황제는헬싱키를상트페테르부르크와같은도시로만들겠다는생각을한것이다.

▲핀란드루터교의총본산이면서헬싱키시민들의정신적지주역할을하는헬싱키대성당.대성당앞계단은헬싱키젊은이들이가장좋아하는만남의광장이다.넓은원로원광장을바라보면서토론을하거나사랑을나누는젊은이들을쉽게찾아볼수있다.ⓒ이석원

원로원광장의가장높은곳에위치한헬싱키대성당(Tuomiokirkko)은헬싱키의등대같은존재이면서랜드마크다.이건물도카를엥겔의작품이다.특히하늘이맑아새파란날이면계단아래서올려다본대성당은,파란하늘을배경으로눈부신상아빛건물과밝은녹색의돔이어우러져환상의조하를이룬다.

▲대성당내부는다른가톨릭성당들과는달리비교적단조롭고깨끗한인테리어가돋보인다.내부벽까지도새하얀색으로밝은분위기를자아내고있어고정관념속의종교시설이라는생각이들지않게한다.ⓒ이석원

▲단조롭다고해서아름답지않다는것은착각이다.새하얀벽을바탕으로놓인조각상들과성화들은밝은분위기속에서도아름답게빛난다.ⓒ이석원

▲헬싱키대성당또하나명물중하나로꼽히는파이프오르간.ⓒ이석원

루터교가국교인핀란드의종교적중심이고루터교의총본산인대성당은1852년처음지어졌을때에는당시러시아황제의이름을따니콜라이교회라고불렀다.그러다가1959년에와서대성당이라는이름을갖게됐다.파리의젊은이들이몽마르뜨언덕사크레쾨르성당앞계단에,로마청년들이삼위일체교회아래스페인계단에모이듯헬싱키의젊은이들은대성당앞계단에앉아서원로원광장을둘러보는것을즐긴다.

▲대성당의계단과원로원광장이만나는부분에우뚝서있는제정러시아의황제알렉산드르2세동상.분명핀란드입장에서는지배자였지만절대계몽군주인그는핀란드인들에게자신의언어를사용하는것은물론고유의풍습을이어갈수있도록배려했다.ⓒ이석원

대성당앞계단맨아래에우뚝서있는동상은제정러시아황제알렉산드르2세다.그런데의아해할일이다.100년이넘는제정러시아의지배를받았음에도독립후헬싱키시민들은왜이동상을그자리에그대로놔둔걸까?사실핀란드국민들은알렉산드르2세황제에대해상당한존경심을가지고있다고한다.그도그럴것이스웨덴의지배하에서핀란드사람들은핀란드어사용을금지당했다.하지만알렉산드르2세는핀란드사람들에게자기들의언어를사용할수있도록허용했다.다른그무엇보다도이한가지의배려는핀란드사람들이피지배의아픈역사를기억하면서도유독알렉산드르2세에대해서만은존경심을버리지않는이유였던것이다.

▲원로원광장한쪽에있는헬싱키대학교.북유럽학문과지성의상징으로여겨지고있다.ⓒ이석원

대성당앞계단에헬싱키의젊은이들이많이모이는이유는또있다.계단에앉아서바라본오른쪽의건물이바로헬싱키대학교다.스웨덴지배때인1640년크리스티나여왕에의해설립된헬싱키대학교는북유럽에서스웨덴의웁살라대학교와더불어가장오랜역사와학문적업적을자랑하는곳이다.특히대성당정문과마주보는헬싱키대학교의도서관은핀란드지성의보고역할을하고,또지금은북유럽에서가장많은외국유학생들이공부하는공간으로유명한곳이다.

▲북유럽에서스웨덴웁살라대학교의중앙도서관과함께가장많은장서를보유한것으로유명한헬싱키대학교중앙도서관장서실.독특한내부인테리어에눈길이머문다.ⓒ이석원

▲헬싱키대학교중앙도서관은헬싱키에서도가장주목받는관광지중에하나다.다만다른관광지와는달리마치수도원을관광하듯행동과대화등에신경을많이써야한다.ⓒ이석원

헬싱키대학교에는우리나라의유학생들이유독많다.여러가지이유가있겠지만핀란드의언어와종족의특성에기인한바도있다.핀란드라는나라이름은핀(Fin)족의땅(Land)라는뜻이다.원래핀족은중앙아시아와우랄산맥지역에거주하던우랄알타이어족으로8세기경에스토니아를거쳐지금의핀란드지역으로이주했을것으로추정된다.그래서원래는검은머리칼과검은눈동자를지닌아시아계통의인종이었는데,이후스웨덴의지배를받는과정에서혼혈이생성돼지금은스웨덴등의게르만민족과거의구분할수없는상태다.하지만그들의언어는스웨덴등의유럽어족과는상당히다르고오히려우리말과어순이같다.헬싱키대학교에우리나라유학생이많은이유중하나도이런이유로추정된다.

▲디자인강국핀란드의면모를유감없이볼수있는매장들이에스플라나디공원주변에즐비하다.펜틱(PENTIK)이라는이매장도아름다운유리디자인제품들이여행객들의마음을설레게한다.ⓒ이석원

헬싱키의역사지구격인원로원광장주변을둘러보고나면가장현대적이고활기찬에스플라나디(Esplanadi)공원을중심으로한쇼핑가와박물관등을볼수있는곳에이르게된다.에스플라나디공원양옆길인포효이스에스플라나디거리와에텔레에스플라나디거리는‘세계최강의디자인강국’인핀란드의실체를여실히보여주는매장들이줄지어있다.그래서이길을걸을때여행자들은자신도모르게발걸음이느려지고,멈추기를반복한다.매장안으로들어가지는않는다고하더라도길가에서매장의쇼윈도우만쳐다봐도핀란드의독특하고섬세하며아름답고찬란한디자인명품들에넋을빼앗기게된다.

▲헬싱키시민들의최고휴식공간인에스플라나디공원.긴겨울이지나고나면이곳은일주일내내햇볕을즐기는시민들로가득하다.ⓒ이석원

▲에스플라나디공원은머무르며휴식을취하는사람뿐아니라스쳐지나가면서도여유와편안함을즐기는사람들이사랑하는공간이기도한다.ⓒ이석원

한여름평균기온이20도안팎인헬싱키에서도시민들이가장사랑하는휴식처는에스플라나디공원이다.특히헬싱키의긴겨울이끝나고본격적인여름이시작되는하지무렵에헬싱키시민들은집안에있는시간보다에스플라나디공원에나와있는시간이더많다고한다.짙푸른잔디위며,단아한디자인이돋보이는벤치,심지어는잔디밭과인도를구분한경계블록위까지빼곡하게앉은헬싱키시민들을보면낯선이방의여행자들은의아해하기도한다.

에스플라나디공원부근에서사람들이가장많이찾는공간중하나는,북유럽최대규모를자랑하는대형서점아카데미아(Academia)다.영화‘카모메식당’의또다른주인공인미도리가토베얀손의동화‘무민계곡의여름’을읽고있는카페알토도이서점안에있다.그런데북유럽최대의규모라고는하지만서점안을돌아다니다보면서울의대형서점등과비교했을때그다지크다는생각이들지는않는다.지상3층규모라고는하지만천천히돌아다니다보면오히려소박하다는생각까지들정도다.

▲북유럽에서가장큰규모를자랑하는대형서점아카데미아.ⓒ이석원

▲넓직한이서점의2층에는카페알토가있다.이건물을설계한건축가알바알토의이름을딴것이다.이건물은윗층으로갈수록넓어지는독특한구조를지니고있는데,특히지붕이열려있어서낮동안은자연채광으로서점안을밝히고있다.마치로마판테온의현대적재발견같은느낌이랄까?ⓒ이석원

이서점에서가장인기있는공간은동화코너다.위에서언급한토베얀손의‘무민’시리즈에몰리는사람들은비단헬싱키시민들만이아니다.세계각국에서온여행자들도‘무민’시리즈를사거나보기위해운집해있다.하마모양이지만딱히하마라고하기에도좀그런귀여운동물무민은핀란드의대표적인동화작가인토베얀손이탄생시킨상상의동물이다.1945년부터1970년까지25년을연재해그시리즈만해도엄청나게방대하다.핀란드사람들은‘무민’시리즈를보고자라자식들에게무민시리즈를물려준다고한다.그만큼핀란드사람들의사랑을한몸에받고있는동화인데,대부분핀란드어로돼있어서동화의내용이무엇인지는알수없지만,선한동물들의이야기가평화롭게그려져있다는것은충분히느낄수있다.

▲헬싱키를’발트해의처녀’라고부르게한이아름다운조각하비스아만다는모든여행자들을편하게하는요소가있다.여인의나체가언뜻선정적으로보이기도하지만오랜여행에지친이들에게는마치어머니의발밑에앉는듯한느낌을받게도한다.ⓒ이석원

에스플라나디공원을천천히걸어서다시항구쪽으로발길을돌리면분수대하나가등장한다.헬싱키를‘발트해의처녀’라고부르는이유가거기서있다.네마리의물개에둘러싸인아름다운나체여인의조각,하비스아만다(HavisAmanda)조각이다.핀란드조각가인빌발그렌이1908년프랑스파리에서만든것이다.19살의파리여성마르셀델큐니를모델로제작한것인데,나중에핀란드가독립한것을기념하기위해이곳으로옮겨놓았다.처음에는그냥‘인어’상이라고불렀다.나중에핀란드와스웨덴의신문들이‘하비스아만다’라는헬싱키탄생설화속의여인이름을붙였다하지만이조각이처음파리에서왔을때는너무선정적이라는이유로시민들이외면했고,심지어는‘파리에서온매춘부’라고부르기까지했다.

▲우스펜스키교회.전형적인동방정교회의성당인비잔틴양식에러시아정교회의슬라브풍이가미돼양파모양의돔이인상적으로보인다.ⓒ이석원

헬싱키에서가장가보고싶었던곳은따로있었다.루터교의나라인핀란드에서가장아름다운건축물로통하는우스펜스키교회(Uspenskin-Katedraali)다.헬싱키남항을바라보고오른쪽에있는이러시아정교회건물은헬싱키대성당과함께헬싱키를대표하는건축물이다.제정러시아가지배하던1868년완성된이교회는전형적인비잔틴슬라브양식으로강렬한적벽돌과황금색의화려한양파모양돔이눈길을끈다.러시아나동유럽을여행하지않고는좀처럼접할수없는것이동방정교회건축물이다보니그만큼의호기심이많았을것이다.

▲경이로운양파모양돔내부의모습.별도의조명이없이도몽환적이고우주적인환상이배어있다.ⓒ이석원

▲조각보다는아름다운이콘으로장식된우스펜스키내부는가톨릭성당이지니고있는웅장한아름다움보다는훨씬더인간적인단아함을보여준다.ⓒ이석원

전남대인류학과이기중교수는북유럽을소개한한책에서헬싱키여행을일컬어‘느린삶의미학’이라는말과함께‘한박자느린삶의속도’라고했다.실제헬싱키의여기저기를걷다보면사람들의몸짓이든,장사치들의움직임이든바쁘지않고서두르지않는것을느낄수있다.그들은수백년의시간남에의해지배당해왔고,19세기에이르러서민족주의정서가고양되면서독립을위해수천명이목숨을바친치열한삶을살았다.겨우독립을이루고난후세계최고의복지를위해또그들은잠시도쉬지않고부단한노력으로살아왔다.그런데도그들에게서는조금도서두르는듯한,급한듯한모습을볼수없는것은무엇때문일까?

주변다른나라들에비해찬란하고오래된문화유산을가진것도아니고,충분한인적자원을보유해풍요로움을누린것도아니지만,핀란드인들은열심히살아왔고,지금은그행복한결실을만끽하고있다.유럽속아시아인종이라는것,우리와같은어순을지닌언어를사용하는우랄알타이어계통이라는것,그리고나라의독립을위해거친저항의역사를극복하고오늘에이르렀다는등의요소가아니더라도유럽에서가장젊은도시헬싱키는충분하매력으로다음을기약하게만든다.

-이석원여행작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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