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미치다⑮-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사운드오브뮤직’의야외무덤을보니…
알프스의짙푸른정원에서모차르트를외치다
볼프강아마데우스모차르트의고향,소금하나로유럽최고의부자가된도시,북쪽의로마,유럽의심장,아름다운선율로움직이는도시,‘사운드오브뮤직’의원전,알프스의푸른정원…이수많은수식어는하나의도시를가리킨다.
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Salzburg).겨우15만의인구를가진도시로세계에서가장유명한도시가된잘츠부르크는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도시다.알프스의북쪽끝자락이라는자연환경외에도1년내내도시의골목골목을휘감는모차르트의선율,잘차흐
잘츠부르크의역사는결코짧지않다.서기700년경교황청의로마관구로주교청이설치되면서본격적으로건설되기시작했으니1300년이넘었다.하지만잘츠부르크가오스트리아의역사가된것은200년남짓.1803년합스부르크왕조에의해오스트리아로편입되기전까지이곳은로마의교회령으로대주교가다스리던곳이다.
인근잘츠감머구트(Salzkammergut)의암염광산에서생산되는질좋은소금이유럽전역아로수출되면서유럽최고의부자도시가되기도했던잘츠부르크는16세기말부터17세기초까지이곳을다스렸던볼프디트리히대주교시절최고의전성기를누렸다.당시유럽최강의합스부르크왕조도부럽지않은부와문화적융성을누린잘츠부르크는지척에있는바이에른공국의위협때문에도시의요새화까지이루면서난공불락철옹성으로발전하기도했다.
빈(Wien)에서기차를타고잘츠부르크로가는여정은,이웃한독일남부바이에른지방의주도뮌헨에서출발하는것보다오히려더멀다.빈에서300km떨어진반면뮌헨에서는150km떨어진곳이기때문이다.빈의서부역(Westbahnhof)에서이른아침기차를타고3시간30분동안오스트리아의전원을감상하다가도착한잘츠부르크중앙역은도시의명성과는달리한적하고호젓했다.
게다가세계최고최대를자랑하는음악축제인‘잘츠부르크음악제’가막끝난시점이라축제뒤의도시는다소썰렁하기까지했다.지난두달간이작은도시로전세계고전음악마니아들이몰려왔던게사실일까?모든거리에서,조그마한공간이라도있으면바이올린과비올라,첼로의현악삼중주가울려퍼지고,심지어는커다란그랜드피아노까지거리로들고나와모차르트의세레나데‘아이네클라이네나흐트무지크(EineKleineNachtmusik)를연주하던곳,하지만내가잘츠부르크에도착했을때그런분주함과요란함,그리고감격스런함성은간데없고그저낯선여행자들과한가한주민들이별다른갈등없이일상을즐기고있었다.
잘츠부르크는알프스에서부터흘러내려온잘차흐강이도시의북쪽에서남쪽으로흐르며갈라놓은양안에형성된도시다.강의서쪽이구시가지이고동쪽은신시가지.그러나굳이구시가지와신시가지로나뉘는의미가별로없다.신사가지라고해도대부분의건물들은바로크시대의건축물들로고풍스럽고,거리도트램과자동차로복잡하긴하지만여행자가걷기에안성맞춤이편안함이그대로남아있다.
잘츠부르크에서의주어진시간이길지않다는조급함탓에역에서부터서둘러길을물어잘차흐강남쪽구시가지로몸을움직인다.그런데중앙역에서조금몸을틀자건물들사이,트램의전선이얽힌너머먼풍경에호엔잘츠부르크성((FestungHohensalzburg)이보인다.마치예쁜케이크위에장식된장난감과자처럼언덕위에얹혀진모습이인상적이다.잘츠부르크에서가장높은곳에위치한탓에시내어디를돌아다녀도호엔잘츠부르크성은늘시야에서떨어지는법이없다.
잘츠부르크에서의첫여정은모차르트가세례를받은,그리고모차르트의오르간연주를라이브로들을수있었던구시가지의중심대성당이다.하지만아무리급한마음이라도발걸음을꼭붙잡는것이있으니바로잘차흐(Salzach)강이다.언젠가친구가이곳에서한달정도머물렀을때매일아침잘차흐강변에서조깅했던이야기를한적이있었다.잘츠부르크모차르트
경험은무서운것,한여름한국에서참혹하게목격했던어떤강들의녹조현상때문이었을까?잘차흐강의희한한물빛이녹조현상인줄알고깜짝놀랐다가알프스에서부터흘러내려온빙하에서녹은물이기때문이라는것을알고는혼자계면쩍어했다.오묘하고신비로운에머럴드빛강물은잘츠부르크가왜알프스의짙푸른정원이라고불리는지알게해준다.그래서신시가지에서구시가지로넘어가는스타츠브뤼케다리위에서한참동안을넋놓고서있는사람이비단나뿐만은아니었다.
다시발걸음을재촉해대성당으로향하는이유는,모차르트의향기를느끼며오스트리아식미사를경험하기위해서였다.좌우에뭐가있는지도확인하지않고서둘러겨우미사시간에맞춰들어선대성당입구는가히압도적이다. 대성당의현재모습은13세기후반에지어진로마네스크양식이다.원래744년잘츠부르크가교회령주교청이된직후세워진대성당은바실리카양식이었다.그러나지진과전쟁으로소실되고다시지어지면서외형은다소단조롭고소박한느낌이다.그러나내부로들어서는순간화려한조각과스터코(Stucco.치장벽토)기법의회화,그리고돔으로부터내리비치는강렬한태양빛을받은벽들로인해순간주눅이들지경이다.게다가제대왼쪽에놓인2개의 어떻게무슨정신으로미사에참례했는지깨닫기도전미사를마친사람들은그제사제대로성당의이곳저곳을보느라여념이없다.전인구의95%가가톨릭신자라는오스트리아사람들은오히려이탈리아로마사람들보다신앙심이더강하기로유명하다.특히잘츠부르크는과거대주교가다스리던땅이어서그런지더그렇다.그래서일까?단지구경을위해성당을찾은여행자들마저도경건한신심에빠져드는기분이라는표정들이다.수많은여행객들이성당을둘러보지만어느누구도높은소리를내거나,성가시게떠드는법이없다. 성당앞돔광장((Domplatz)과성당옆레지덴츠광장(Residenzplstz)은잘츠부르크거리예술의천국이다.평일이고주말이고할것없이늘악기를연주하는사람들로가득하다.현악삼중주를하는이들,피아노독주를하는이들,플룻이나오보에를들고나와연주하는이들,게다가기타나만도린,마림바등비교적현대적인느낌의악기를연주하는이들도많은데,그래도한결같이그들이연주하는것은모차르트다.모차르트가단한곡남긴클라리넷협주곡을연주하던한클라리네스트가이곡을더욱유명하게만든영화‘아웃오브 그런데이곳은교회라기보다 그런데이야외의묘지들,어딘지눈에익다.로버트와이즈감독의뮤지컬영화‘사운드오브뮤직’에도등장하는곳이다.영화후반부나치의눈을피해스위스로도망을치려던트랩대령과마리아가아이들과함께숨어있던곳.그래서눈에익었던것이다. 잘츠부르크에처음도착했을때부터단한번도시선에서떨어지지않았던곳,잘츠부르크에서가장높은곳에있어도시를굽어보며지키는파수대와도같은곳,호엔잘츠부르크성에오르는방법은2가지다.성페터교회를나와왼쪽오르막길을천천히걸어가는방법과,그오르막길이시작하는지점에있는케이블카승강장에서케이블카를타고오르는방법.많은사람들은올라갈때는케이블카를타고내려올때는걷는방법을선택한다. 호엔잘츠부르크성을오르는케이블카는이탈리아나폴리의푸니쿨라레를많이닮았다.아니거의흡사하다.또한규모는조금작아도우리나라전남해남에있는모노레일과도비슷한면이있다. 케이블카가도착한곳은호엔잘츠부르크성의담벼락바로아래.잘츠부르크의전경이한눈에들어오는곳이다.파노라마처럼눈앞에펼쳐진잘츠부르크는아래에서보는것보다훨씬아름답다.도시를관통하는잘차흐강을중심으로양편으로나뉜잘츠부르크의 호엔잘츠부르크성은1077년게브하르트대주교가바이에른공국을비롯한남부독일제후들의공격을막아내기위해도시의가장높은곳에세운요새같은성이다.세계1,2차대전을거치면서도파괴되지않고남은중부유럽최대규모의성인데,궁전의의미보다는요새의의미가강했기때문에겉으로보면상당히단단하고강인해보인다.그래서건축학적미보다는기능이한층강조된 이곳에도모차르트의흔적은있다.성안의식홀과황금홀은모차르트가어린시절대주교와잘츠부르크의귀족들앞에서연주를하던곳이다.창밖으로잘츠부르크시내의전경을내려다보며모차르트의신기에가까운연주를듣던대주교와귀족들의행복한탄성이아직도홀내부에울려퍼지는느낌이든다. 그런데유럽최고의부유함을자랑하던잘츠부르크대주교의성안에는귀한보물이라고할수있는것이거의없다.철옹성같던이성을점령한유일한인물이었던나폴레옹.그이전까지단한번도누군가의침범을허락하지않았던호엔잘츠부르크성을점령한나폴레옹은이곳에있는대주교의보물들을몽땅 가는곳마다모차르트의흔적을발견할수있는이도시에서진짜모차르트를느낄수있는곳은게트라이데거리(Getreidegasse).잘츠부르크에서가장번화한상점의거리한가운데노란색의건물하나가있다.모차르트가나고자란곳,생가(MozartGeburtshaus)다. 게트라이데거리9번지의이건물에서1756년1월17일모차르트가태어났다.그리고17살까지여기서살면서상당히많은곡들을썼다.그래서지금은모차르트박물관으로꾸며졌는데,빈과잘츠부르크를통틀어모차르트와관련된자료들이가장많이 잘츠부르크의또다른매력은게트라이데거리에있는 이거리는늘사람들로붐빈다.그사람들은갈양편상점들의손님이기도하고,그저길위의풍경을즐기는여행자이기도하다.모차르트를동경해이곳을걸으면모차르트를만날까봐가슴두근거리는사람도있고,지나치게상품화돼여기저기서팔리고있는모차르트의다양한모습에가슴아파하는사람도있다.하지만그모든사람들은하나같이게트라이데거리의간판앞에서는나지막한탄성을지른다.이거리에서만난한한국인대학생여행자는“잘츠부르크에와서단한번모차르트를잊은적이있는데,게트라이데거리의간판을보다가그랬다”고한다. 잘츠부르크에서마지막여정은미라벨정원(MirabellGarten)이다.이정원은1606년당시잘츠부르크의지배자였던볼프디트리히대주교가사랑하는여인살로메를위해바로크양식의미라벨궁전을짓고난후1690년바로크건축의대가인요한피셔폰에를라흐가조성한것.규모는작지만유럽정원문화의최고작으로정평이나있다.잘츠부르크를짧게여행하는사람들은마라벨궁전은생략하더라도마라벨정원은반드시보고가는데,잘츠부르크시민들에게뿐아니라여행자들에게도편안한휴식의공간이되기때문이다. 그런데미라벨정원또는영화‘사운드오브뮤직’으로더욱유명해진곳.여주인공마리아와트랩대령의아이들이그유명한‘도레미송’을부른곳이다.‘도레미송’은호엔잘츠부르크성의성벽계단에서시작해마라벨정원의계단에서끝난다.그러면서정원의꽃밭과분수대,장미의터널을뛰어다니며미라벨정원의아름다움을한껏뽐낸다.즉,잘츠부르크는모차르트로인해유명해졌지만‘사운드오브뮤직’으로인해그절정을이뤘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아인슈타인은“죽음이란더이상모차르트의음악을들을수없는것을의미한다”고했다.한음악평론가는“베토벤의음악이하늘을울리는것이라면모차르트는하늘이내린음악”이라고도했다.잘츠부르크가낳은또다른위대한음악가인세계적인지휘자헤르베르트폰카라얀은“세상에위대한음악가는많지만모차르트는단한사람”이라고했다. 비판적인시각을가지고있는혹자들은잘츠부르크의지나친‘모차르트상업화’에대해비난을퍼붓는다.모차르트가살아있을때그에게전혀신경도쓰지않던도시가,모차르트가비참하게죽어갈때도그를기억하지않았던도시가모차르트가태어난지200년이지나서야그를숭상하듯팔아먹고있다는것이다. 그런비판도일견일리가있다.체게바라의혁명정신보다는티셔츠에그려진잘생긴반항아적이미지가현대의젊은이들을열광시키는것과같은맥락이라고할까?그럼에도불구하고잘츠부르크에는특별한의미가있다.이도시로인해세상사람들은모차르트를좀더친밀하게접할수있다는것이다.비록클래식음악에문외한이고심지어는 잘츠부르크는알프스의짙푸른정원이라고도불린다.그것은이도시가단지모차르트의위대함만을내뱉고사는것이아님을말해준다.다만그아름다운자연과찬란한바로크건축에술,거기에또다시나오기어려운위대한천재음악가가그윽한선율을얹어세상에서가장멋진도시를만들어낸것이다.그게바로잘츠부르크다. -이석원여행작가/기자201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