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다방…명동의 ‘가무’ · 청계천 ‘명보다실’서 찾은 추억

서울의다방…명동의’가무’·청계천’명보다실’서찾은추억

커피한잔에무려300원…70년대明洞다방의콧대를’별다방’은알기나할까?

15일오후서울명동에있는‘가무’를찾았다.42년째한자리에서커피가끓고있다.멋좀아는당대‘귀한분들’이자주찾던곳이라한다.

방(房),입이둥글어진다.따뜻한입김이발음을감싼다.씨방이나유방처럼방하나품었을뿐인데체온이아늑한단어가있다.어디선가무럭무럭시간을잉태하고있을것만같다.아침저녁으로바람이낯선가을,어느방이든들어가씨앗처럼의자에푹잠기고싶을때,생각이나는것이다.영화감독이경손이열었고,시인이상이사랑했으며,숱한예술과멋의첨단이떠들고작당을벌이던자리.다국적기업의무수한카페거리를지나당도했다.다방이다.

다방,서울을견디다

다방,커피숍혹은다실.참,먼이름이다.스타벅스나커피빈보다한참이멀다.멀어도,아직서울한복판에서호명되는이름이있다.불혹(不惑)의나이는기본으로넘겼다.근대한국의다방전성기를열어젖힌명동.명동의시인박인환이’세월이가면’에서예언했듯,사랑은가도옛날은남는다.명동CGV뒤편인파를헤치고’가무’를찾는다.계단을올라2층문을여니,고동빛원목탁자와가죽소파가고급응접실의느낌을풍긴다.내부계단을타고4층까지오른다.천장의커다란샹들리에가비현실적인빛을뿜는다.창가에앉는다.중국대사관을넘어온초가을의바람이살갗에닿는다.

1972년,원래이름은’까뮈’였다.프랑스소설가이름에서따왔지만,"외래어상호를시정하라"는유신정권의명령에획을몇개떨궜다.그래서’가무’가됐다.2007년실내리모델링전까지도천장엔벌집패턴의금도금모자이크가덮여있었을정도로화려했다.주손님은명동주변의고위공무원,대기업임원,부잣집사모님들이었다.이날점심무렵에도2층구석자리에롯데그룹부회장이차를홀짝이고있었다.아직도’귀한분’들이종종찾는다.옛낭만을찾아서다.

서울역사박물관에보관중인1970년대메뉴판.커피값이당시돈으로300~350원인데,밥값보다비쌌다.

제일유명한비엔나커피를주문한다.원두커피위에큰밥숟가락으로생크림을두번떠얹고그위에계핏가루를뿌렸다.지금6000원하는이커피는1970년대당시300원,지금으로치면2만원정도하는’한국에서최고로비싼커피’였다.자장면한그릇이130원쯤하던때다.서울역사박물관에보관중인이곳목제메뉴판이당시커피값을증언한다.차를시키면조각케이크가따라나온다.32년째이곳을운영중인한직원(52)이"1980년대세무조사나온공무원이’커피가뭐이리비싸냐’고해핫케이크를공짜로주게된게시작"이라고한다.생각보다연령대가다채롭다.직원이"예전에나팔바지입고명동을누비던여자들이지금은딸을데리고온다"며커피잔을주방내부엘리베이터에넣는다.커피가위층으로올라간다.과거가현재로이어진다.

명동에서청계천쪽으로걷는다.청계천일대는그자체가압축성장과한국현대사의상징.다방이면무릇낡고뭔가어설프고쓸쓸한정서가있어야할것같을때,마담과성냥갑과돋보기안경으로들여다보는예전의활자체가있어야할것만같을때,서울청계천통일상가C동2층1문계단을오른다.’다’자가뜯어져나간’명보다실’간판이반긴다.1973년쯤문연,그야말로옛날식다방이다.최소30년은묵은자동식전화기와어딘가낙엽을연상시키는색깔의소파처럼,9개테이블에띄엄띄엄반백의다객(茶客)이앉아있다.마담이자리를옮겨다니며실없는농담을건넨다.

1996년영화’아름다운청년전태일’의촬영지답게,일부러건물맞은편전태일(1948~1970)동상이서있는버들다리를거쳐다방을찾는이가많다.청계천평화시장에서산화한그의젊음을따라오는길이다.올해쉰여섯살의미스리가"계속버티고있어줘서고맙다는얘길듣곤한다"고한다.쌍화차한잔을시킨다.쓴데,손님들이희미하게웃고있다.

-글=정상혁조선일보기자사진=한준호영상미디어기자/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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