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보이는사실에대한기록이고,신화는눈에보이지않는것에대한서술이다.다르게표현하면신화가사실로확인된것이역사라고나타낼수있다.역사는팩트(fact)지만신화는상상력과창의성이다.역사의팩트는단순하지만신화의상상력과창의성은무궁무진하다.신화에팩트까지더하면그럴듯하기까지해진다.이른바요즘인기를얻고있는팩션(Faction·fact+fiction,역사적사실에상상력을덧붙인새로운장르)이다.
신과인간이한데뒤엉켜다투고,죽은자와산자가같이뛰노는형상을역사와신화는각각어떻게설명할까?인간과신이둘이아니고,사후(死後)와현재를오가는,즉저승과이승을넘나들며전생과현세가공존하는역사와신화가구분되지않는세계는우리가흔히배우는역사로는해설이불가능하다.역사는기록되지않은사후의세계를알수없기때문이다.신화로는무한한설명이가능하다.
역사와신화에대한해설을동양학으로한번해보자.동양학은말그대로동양에관한연구를하는학문이다.동양의전반적인사물에관한연구가아니고동양의언어·문학·역사·종교·철학·학문·기예·풍속·관습·미술·음악등전반적인문화에관해서연구를한다.동양의문화를이해하기위해서는기본적으로동양의문화를형성하는데핵심역할을했던샤머니즘에대한이해가있어야한다.
동양에서샤머니즘을이해하기위해서는풍수나사주,한의학에대해서알아야한다.풍수나사주,한의학을통달한샤먼들은이를고대사회이래로백성을통치하는주요수단으로삼았고,하늘과통하면서사회를안정시키는기능을해왔다.
그러면서양문명의발상지인그리스나로마,이집트,터키등을동양학의시각으로보면어떠할까?아니그리스신화를동양학으로어떻게해석할수있을까?과연동양학으로본고대문명은동서양어떤차이가날까?이에서양문명의발원지로불리는그리스를한국의대표적인동양학자인조용헌박사가직접현지를답사하며풍수와신화에대해서설명하는기획을시작한다.
그리스문명은올림푸스산에서,한국은태백산에서…
그리스문명의발원지는올림푸스산이다.올림푸스산에서모든신이나오고,올림푸스산에는무수히많은신들의궁전이있다.무수히많은궁전한가운데큰길이하나툭트여있다.이길은밤중에도인간의눈에보인다.이길의이름이바로‘비아락테아(ViaLactea)’,즉‘젖의길’이다.비아락테아는영어로‘밀키웨이(MilkyWay)’이며우리말로‘은하수’가된다.은하수는순우리말로미르이며,미르는또한신화적동물인용과관련돼있다.신비스럽고신화적인부분에서한국과그리스,아니동서양의유사점이느껴진다.
올림푸스는그많은신들로인해‘천성(天城)’이라고도불린다.하늘의성이라는뜻이다.올림푸스의가장큰신인제우스가소집하면모든신들은제우스신의천궁에모여야한다.올림푸스에살고있는신들은물론이고,땅위,물밑신들까지일제히모였다.애초의그리스는모든것에신이있다고믿었다.
우리신화도태백산에서시작된다.곰에서환생한인간이환웅과결혼해서낳은아들이단군이고,그단군이1,000여년간나라를다스렸다고전한다.태백산은지금도성산으로받들어져많은무속인들이찾는다.그태백산이지금의태백산인지는불확실하지만여하튼산에서비롯된다.
고대신화의유사성,아니그리스와한국의출발신화가비슷하다는점에서고대사회의샤머니즘적영향이어느정도인지짐작할수있다.샤머니즘은기본적으로만신(萬神)사상이다.모든자연적현상에신이깃들어있다고보는것이다.어떻게보면그리스신화의출발점이샤머니즘이고,신화에나오는인간과구분이없는수많은신들은그리스적으로환생했다고볼수있다.하늘에서내려온환웅이태백산에서인간으로환생한곰과결혼해서낳은아들단군이1,000여년간나라를지배한것은한국적신화에해당한다.
신화에묘사된신들은난폭하거나잔인하며교활하거나방탕하기도한다.‘이게신인가’할정도로신들이추악한모험과불성실한행동조차도서슴지않는다.예를들면헤르메스는도적의신이고,아프로디테는농염한교태를부리고,아레스는잔인한행동을한다.어떻게보면지극히인간적인신의모습이다.이러한기본적인이해를바탕으로그리스신화를바라보면훨씬쉽게이해가되지않을까싶다.
그리스첫답사지는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이다.아마그리스유적을시대별로한번살펴보고가라는의미인것같다.아니나다를까사진에서나보던대리석으로된그리스유물들이BC7000년전후선사시대부터청동기,철기를거쳐고대에이르기까지휘황찬란하게방문객을맞이한다.어느것하나눈을뗄수없다.
그리스신화에나오는장면들이전부대리석으로형상화돼있다.남자가추파를던지며남녀가뒤엉켜노는듯한형상,신들이모여축제를벌이는장면,산자사이에죽은자가앉아울거나같이있고싶어하는표정등우리와는다른듯하면서전혀낯설지않은장면들의조각들이친근하게다가온다.가이드는“산자속에죽은자가있는것은죽은자에대한아쉬움을달래고산자들이다양한방법으로위로받기위한수단으로죽은자를산자같이등장시키고있다”고설명했다.
조박사도“산자의허무감,무상감,슬픔감에대한표출을대리석조각에그대로남긴것으로보인다”고확인했다.이러한인식이그리스인들의생활속으로그대로스며들었다.그리스에서는사람이죽으면화장을하지않고반드시매장을한다.그것도마을바로옆에공동묘지를둔다.혐오시설이아닌놀이시설같은친근한장소로여기는듯했다.기독교가정착하기훨씬전부터그리스에서는‘부활’을믿고그대로실천했던것이다.마을옆공동묘지에묻힌시신은3년뒤에꺼내서유골함에넣어영구보존하는관습을지니고있다.
조박사가고대그리스병사의대리석조각상을보며의문을제기한다.
“왜병사가왼발을먼저앞으로내디디고있습니까?”
가이드가말을머뭇거린다.조박사의설명이이어진다.
“북쪽을등지고남쪽을바라보면해가떠오르는동쪽이왼쪽입니다.왼쪽은양입니다.양이세상을지배합니다.귀신은음입니다.그리스는양기가넘쳐나는곳이라는느낌을곳곳에서받을수있습니다.대리석과석회석으로된악산(岳山)으로부터영발(靈發)을받고바로옆지중해로부터수기(水氣)를받아,불교로치면관음도량성지같은곳입니다.우리나라와비교하면여수나통영에해당한다고나할까요.병사가왼발을먼저내디디고있는것은태양을향하는양기운을의식적으로표현하기위한방법으로보입니다.”
하나의동작을그냥지나치지않고조박사의문명에대한원천적의문을하나씩지적하기시작했다.그러면서“그리스는터가전부양명합니다.그래서그런지사람들이낙천적이고표정도밝다”고덧붙였다.정말사람들이급하게서두르는법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