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이나건축물곳곳에사자조형물이있다.동양식으로하자면용이나호랑이정도되겠다.동양에서용과호랑이라면그에대비되는서양동물은바로사자다.사자가있는곳은대개권력이있고,물이있다.물은황제의권능만큼중요하게여겨진다.이는동서양막론하고같은이치다.한국이나중국에서왕의자리를용상(龍床),왕의옷을용포(龍袍),왕의얼굴을용안(龍顔)등용으로상징되고신의자리엔호랑이형상이있듯이,서양에서는신이나황제근처엔항상사자가위엄있는형상으로자리를지키는모습을쉽게볼수있다.
제우스신상바로뒤에헤라신전과제단(Hera’sAltar)이있다.이헤라제단에서최초의올림픽성화를채화했다.제우스신상이있는제우스신전,헤라신전과제단이앞뒤로나란히있는것이다.태양으로부터채화한성화는평화의빛으로올림픽기간내내밝힌다.조박사는“하늘의빛을인간이사는세상을이롭게하는불로만드는장소가바로헤라제단”이라고설명했다.또한그는“헤라는불의여신으로,자궁을가지고생명을잉태해서자손을번식시키는여성을상징하는것”이라며,헤라신전앞에서성화를채화하는이유를부연했다.여기에“또고대사회는자연과더불어,자연을이용해서사는모습이인간과자연이둘이아니고인간과신이둘이아닌모습이동서양공통적으로나타난다”고덧붙였다.
경기에서우승한선수에겐월계수관을수여했다.월계수는나무다.현재올림픽에서우승하면엄청난금액과명예가주어지지만당시엔명예뿐이었다.이는올림픽자체가고상한정신적세계의산물이라는것을간접적으로보여준다.물론비공식적으로금전적혜택이있었겠지만공식적으로는월계수관을수여하는게전부였다.
고대올림픽은서기400년정도까지계속됐지만이후중단됐다.정확한기록이없어알수없지만대규모지진때문에중단됐다는주장이중론이다.이후1896년쿠베르탱에의해그리스아테네에서제1회근대올림픽이부활되어지금에이르고있다.올림픽의중심지가올림피아에서아테네로옮겨간것이다.
제우스신상은고대사회세계7대불가사의(sevenwondersoftheancientworld)중의하나다.제우스상은높이약12m의목조로건축된것으로전한다.신전은426년쯤기독교의신전파괴령으로부서졌으며,6세기에지진과홍수로땅속에완전히매몰됐다고한다.이후19세기초에발굴이시작됐고,1950년무렵에는피디아스의작업장이발견되기도했다.
고대그리스조각가인피디아스(Phidias)는BC445년제우스신상을조각했다.조각가로서뛰어난재능을보여당시‘신들의상제작자’라는칭송받았다.그는제우스신상뿐만아니라‘아테나알레아’,‘아테나파르테노스’등유명한신상은전부만들었다.
전문가들은그의작품이단순·명료하면서도개개의감정을초월한높은정신세계를보여준다고평가하고있다.참고로고대사회세계7대불가사의는이집트기자에있는쿠푸왕피라미드,메소포타미아바빌론의공중정원,에페소스의아르테미스신전,할리카르나소스의마우솔로스능묘,로도스의크로이소스대거상(大巨像),알렉산드리아에있는파로스등대등이다.
올림픽에대한진한여운을뒤로한채또다른유적지‘세계의중심’으로불리는델피(Delphi)로간다.델피에있는파르나소스(Parnassos·2,200m)산은고대그리스에서신들의산올림푸스만큼이나중요한산이다.올림푸스산이신들의놀이터였다면,델피는신들을통해하늘의계시를받는자리였다.즉신탁(神託)의산이고,종교적이자영적인산이다.신탁은델피의아폴론신전에인간의운명이어떻게될것인지맡겨놓은뜻이라는의미다.그래서신이맡겨놓은뜻이라고해서신탁또는탁선이라고한다.맡겨놓은그자리가아폴론신전이다.아폴론은태양의신,음악의신이기도하지만때로는운명을점치는예언의신이기도했다.
델피는좌청룡·우백호조건완벽구비
델피는또한‘세계의배꼽’이라는별명을갖고있다.그리스신화에따르면,제우스가어느날델피에서독수리두마리를각각동쪽과서쪽에놓아주면서세계의중심을향해날려보냈다.그런데두마리가델피에서만났다.그래서제우스가델피를세계의중심이라고했고,두독수리가만난지점을돌멩이로표시했다.그리스인들은그돌을‘옴파로스(Ompharos·그리스어로배꼽)’라했으며,그주위에신전을지었다고한다.
실제로델포이성역내옴파로스라는돌이있었고,1913년발굴됐다.하지만이후도난당해지금은행방불명상태다.현재그자리엔모조품이놓여있다.모조품인데도방문객들은다들한번만져보고지나간다.세계의중심에섰다는자부심으로.
신탁의신전과뒷산인파르나소스에서조박사는감탄부터한다.
“델피는완벽한조건을갖춘땅입니다.거기에하나더갖췄군요.”
땅에서솟아나는가스를말한다.고대신탁사제,즉무녀(巫女)들은이가스냄새를맡고몽롱한상태에서접신을했다고전한다.지금은가스가나오진않지만그흔적은어렴풋이남아있다.
파르나소스산(정상봉우리는키르피스·Kirfis)앞델피는좌청룡우백호에앞산까지갖춘지형적으로완벽한곳이다.파르나소스남쪽산허리는파이드리아데스(Phaidriades)라고부르는암벽이반짝이고있다.일명‘빛나는바위’라는뜻이다.남쪽에서내리쬐는햇빛이이절벽에반사되어성소를더욱빛나게한다.이암벽산을배경으로프레이스토스계곡을거쳐멀리고린도만(灣)의바다를바라보는절경을이룬다.왼쪽봉우리는에토스,오른쪽은킨토스,앞산(안산)은헬리콘이다.그리고헬리콘맞은편고린도만방향으로지오나(Giona)산이둘러싸고있다.조박사는헬리콘산을지리산의앞산인사성암이있는오산에비유했다.델피신전은완벽한요새와같다.가만있을조박사가아니다.
“과연명불허전입니다.암벽덩어리의산이사방으로에워싼형국에있는신전은절터로서는기막힌자리입니다.마치우리나라설악산의봉정암을연상케하는군요.봉정암은우리나라산신의메카아닙니까.이런곳에서는특히앞산의역할이중요합니다.
너무높지도낮지도않은헬리콘이앞에턱하니받쳐주어키르피스에서나온기운이흘러가는것을막아줍니다.신탁하는자리로서는최고의명당입니다.또아폴론신전을기준으로우백호가매우발달했습니다.보통우백호가발달한지형은여자들의기운이센터입니다.신탁을하는사제가여자인것으로알고있습니다.무녀라고하죠.
한마디로영발(靈發)로여자들이돈버는터입니다.그영기(靈氣)는아직까지보존된듯합니다.그대로느껴집니다.저옆에는‘카스탈랴’라는성수(聖水)가있습니다.무녀가신탁하기전목욕재계했던곳입니다.모든조건이완벽하게구비돼있습니다.종교의원형이살아있는모습을보는듯합니다.자연과인간이교감을느낄수있는종교의원형,즉영발이그대로살아있는영발의메카같은곳입니다.”
하늘의기둥이라불리는메테오라수도원
조박사는감탄의연속이다.마치우주의기운이뭉친엑기스덩어리라고까지표현했다.
마침고도기가있어고도를확인했다.해발655m가나왔다.아니,이럴수가!우연일까,아니면알고했을까?인간이살기가장적합한고도가700m전후라는사실은널리알려져있다.고기압과저기압이만나,기압의변화가가장적어사람이항상안정감을느낄수있는높이다.가장안정된고도에,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로에워싸인최적의지형에아폴론신전이자리잡고있다.거기다접신에용이한몽롱한가스까지분출되고,성수까지옆에있는이런장소가어디있다말인가.정말델피신전은모든조건이완벽했다.접신하기에최적의장소였다.
아폴론신전위에는그높은위치에도불구하고원형극장이있다.그리스에서신전다음으로자주볼수있는것이바로원형극장이다.신전과극장,무슨상관이있을까?조박사는그고리를정신세계와연결시켰다.
“신전은신과통하는자리고,극장은연극이나노래등예술을통해정신을정화시키는기능을합니다.아마고도의정신작업으로기력이쇄진해지면극장에서요즘말로스트레스를풀며재충전하지않았나보입니다.”
그럴듯한해석이다.더욱이헬리콘산에는예술의여신9자매가살고있었다고전한다.델피고고학박물관에도뮤즈관이있다.뮤즈는예술의여신이다.고대인들은뮤즈를무사(Musa)라불렀다.이는‘생각에잠기다.상상하다.명상하다’라는뜻의고대그리스어에서비롯된것이다.보통한명이아니라여러명의자매여신들이기때문에복수형으로무사이(Musai)라고부르기도한다.예술의신과내통하는무녀들이함께있는델피신전.과연조박사말대로아마추어가봐도명불허전이다.물론세계복합(문화+자연)유산으로지정돼있다.
이어서고대유적지가아닌중세수도원이있는메테오라로향했다.메테오라는그리스어로‘공중에떠있는수도원’이란뜻이다.세계복합유산으로지정된곳이다.깎아지른듯한봉우리위에세워져있어‘하늘의기둥’으로도불리며,14세기에세워진절벽꼭대기의수도원은그리스정교의전통을이어가고있다.
조박사는메테오라에대해“여기서는영적인기도발을받는장소라기보다는속세를떠나고통을감내해가며수도하는장소로보인다”고했다.실제로기기묘묘하게우뚝솟은암벽봉우리위에수도원을지어아슬아슬하게수도하는장소다.정말어떻게그런곳에집을지었을까하는의구심이들정도다.전형적인중세건축양식으로세계10대불가사의건축물로꼽힌다.
11세기초부터수도사들이은둔하기시작했으며,14세기초성아타나시우스가최초로수도원을세웠다고한다.이후지속적으로증가해16세기에는20여개에달했다.현재는수도원5곳과수녀원1곳이남아있다.그중에한곳인트리니티수도원에서영화007시리즈‘포유어아이즈온리(Foryourseyesonly)’를촬영했다.
아테네파르테논신전은세계문화유산1호
지질의생긴모양은우리나라진안마이산과비슷하다.약6,000만년전지진활동으로생겨난거대한잔괴라고한다.
다시고대유적지이며,세계문화유산지정1호인아테네파르테논(Parthenon)신전으로간다.유네스코로고가바로파르테논신전의형상을그대로본떠만들었다.그만큼인류문화유산에지대한영향을끼쳤다고평가하는것이다.파르테논신전은아테네의정중앙아크로폴리스에우뚝솟아있다.아크로폴리스에서는아테네시내를한눈에내려다볼수있다.
아테네의파르테논신전은페르시아전쟁승리를기념해서아테네의수호신인아테네여신에게바치기위해BC447~432년15년간에걸쳐지었다.파르테논은그리스어로‘처녀의집’이라고한다.지금까지남아있는고대그리스의건축물가운데가장유명하고가장그리스적이며,그리스예술의정점으로평가받고있다.파르테논신전은고대그리스의상징이자아테네민주주의의발상지이자상징이기도한곳이다.
아테네의아크로폴리스광장엔평일에도세계각국에서수많은방문객들로붐빈다.한국인도쉽게마주친다.
조박사가주변형세를살펴보더니말을꺼낸다.
“저멀리산(이미투,imitou)에서내려온혈이아테네에서한번뭉치고다시마지막으로아레오파고스에서뭉쳐아크로폴리스에서솟았습니다.평지에서는돌혈(突穴)이명당입니다.터는반드시물을끼고있어야하는데,바로저앞에에게해바다가보이지않습니까.이땅도좋습니다.델피가한국의해인사라면,파르테논은조계사에가깝습니다.해인사는조금신비스럽고비밀스러운데가있는반면,서울에있는조계사는도심한가운데있지않습니까.기도발은델피가좋을듯하네요.바위가치솟으면화기가강하지만이곳은수기가섞여있어기운을다스려줍니다.화기는반드시물을만나야합니다.이곳은마치한국의해수관음처같습니다.명당은명당입니다.”
아크로폴리스주변은한국의성벽과같은요새(fort,要塞)다.마치철옹성같다.조박사는이모습을보더니“신전이이런요새위에있다는것은종교적,신성적목적외에군사적목적도함께띠고있다.외부침입을차단하면서중앙에우뚝솟아주변에권력과위력을과시할목적도동시에갖고있는것”이라고강조했다.아니나다를까가이드는“파르테논신전과주변신전을에워싼요새는군사적목적도함께띠고있다”고설명했다.하긴요새란의미가군사적개념이니….
아크로폴리스는해발156m에돌출된지형에있으며,삼면은깎아지른바위절벽을이루고있고,서쪽한면만올라갈수있도록돼있다.한마디로천연요새그자체였다.그리스의요새와한국의산성이비슷한측면이보인다.고대그리스는도시국가였기때문에수시로전쟁을했다.각도시국가들은침입해오는외부의적으로부터상시방어체계를갖출필요가있었다.그것이요새였다.한국도고대사회에서는부족국가로유지됐기때문에각부족국가마다산을중심으로방어진지를칠수밖에없었다.그것이지금그리스의요새와한국의산성으로남아있는것이다.
아크로폴리스위에있는신전들은무너진상태로몇세기를보냈다.현재파르테논신전은한창복구공사중이다.아테네의운명과같이하는듯했다.4세기후반로마제국이기독교를국교로지정하자,많은그리스·로마의신전들은수난을당하기시작했다.
6세기에파르테논은기독교교회당으로,아테네여신상은성모마리아상으로바뀌기도했다.중세를거치면서오스만터키의지배를받은그리스는신전들이파괴되고방치된채로근대를맞았다.19세기를지나면본격발굴과복원작업이이루어지고있다.
온전하게남은건축물은없지만해마다전세계방문객들이몰려와서고대문명의발상지를확인하며엄청난돈을뿌리고간다.선조들의덕택에후손들이먹고살고있는셈이다.문명의발상지로서의자부심과함께무척부럽게보인다.
결론적으로서양문명의발상지인그리스에서는적어도고대사회에서만큼은동양의문명과별다른차이를보이지않았다.동양학이그대로정통하고있는듯했다.그만큼친숙한그리스였다.
–글·사진박정원부장대우월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