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재질은대리석이고디자인은천장이둥그런돔형이많고,성당건물과종탑,그리고모든건물들이품격이있다.수백년된앤티크건물들이밀집된사이로배를타고들어가다보면환상의도시에들어가는기분이든다.어떻게이렇게화려한건물들을갯벌의섬과석호(潟湖)로된지역에지을수있었단말인가.결론은돈이다.돈이그만큼많았기에이러한건축이가능했다.육지에짓는것보다3배는더많은돈이들어갔을것이다.
위대한문명인지아닌지를가장쉽게분별할수있는기준은건축이다.건축도돌로된석조건축이어야만후대에오래남는다.이렇게많은천문학적인돈은어떻게벌었는가.무역이다.무역은배를타고하는해상무역이다.모든돈은바다를건너다니는뱃사람과유능한선장의능력에서나왔다.세계에서뱃사람과상인을가장우대한공화국은아마도베네치아일것이다.조선은뱃사람을천시하는문화였다.‘뱃놈’이라고불렀다.유교문화권에서는글을읽는사대부가되고,농자(農者)가천하의근본이라고철석같이믿었다.그러나중국과한국을비롯한유교문화권은19세기부터지금까지이‘뱃놈’들이쌓아올린무력과사회시스템에완전히정복당해버렸다.할말이없게되었다.베네치아는서양뱃놈문화의원조였다.뱃놈들이이렇게우아하고정교하고화려한문명을이룩해서세계에보여준것이다.
전쟁에서승리하면서이전까지천대받았던이노꾼들에게발언권이생겼다.아테네민주주의의시민권자로서대접받게되었던것이다.투표권을얻어서정치에개입할수있는계층이되었다.서양고대문명에서뱃놈에대한대접이시작된사건은바로이살라미스해전이아닌가싶다.살라미스해전이전개되었던아테네근해(近海)는나중에베네치아가활동하게되는해상무역의중요한앞마당이됐다.
그리스와이탈리아반도는지중해,에게해,이오니아해,아드리아해,티레니아해가둘러싸고있다.그바다의사이사이에수많은섬들이포진하고있어서고대부터배를타고다니면서터키쪽과아프리카대륙을상대로장사하기에좋은지리적조건이었다.조금만가면섬이나오고,육지가바로옆에있고,태풍도없었다.태평양과같이끝도없는거대한바다가아니고,오밀조밀한사이즈의바다였으므로배를타고다닌다는것에대한두려움이동아시아쪽보다는훨씬덜했던것같다.더군다나고대그리스는여름에비가내리는장마철이없다.그대신겨울에비가온다.여름에비가오지않으므로과실농사는되지만곡식농사가안된다.식량은외부에서조달해야하는것이다.배를타고나가야만하는조건이었다.베네치아도역시태풍이없었다.
그러다보니베네치아는‘오로지돈만아는천박한놈들’이란비난도받았다.돈놀이,요즘으로치면금융업이또한발달한곳이베네치아였다.복잡한복리계산과대출해줄때철저하게담보를잡아놓는능력,그리고복식부기와어음이발달한곳이또한이곳이다.셰익스피어가쓴<베네치아의상인>은이러한돈놀이에대한당대유럽인의경멸의시선이깔려있는작품이다.
10세기무렵부터베네치아는지중해권해상무역의중심지로등장하기시작했다.‘돈이최고다,돈을벌기위해서는장사를해야한다.장사중에서가장이득이되는장사는바다를건너는해상무역이다.해상무역에집중하기위해서는의리고명분이고필요없다.오직우리에게누가이득을줄것인지만냉철하게계산하면된다.’배금주의가베네치아의가치관이자철학이었던것으로보인다.
한국은21세기에들어서면서‘돈이최고’라는황금만능주의가주된가치관으로자리잡았으니까,베네치아와비교해보면대략1,000년이나늦은셈이다.그러니까세상이너무타락했다고슬퍼하지말자.유럽의오늘날복지와사회민주주의가이러한배금주의라는밑바닥을경험하고생성된시스템이다.밑바닥을쳐봐야새것이솟는다.궁즉변(窮卽變)이요변즉통(變卽通)이라고생각하는게주역의가르침아닌가!유교문화권이그동안지나치게소박했다.‘군자가되어야한다,공자님의인(仁)을실천해야한다’고매일다짐하는생활을하다보니세계가어떻게돌아가는지도몰랐고,장사를천시했고,배타고바다나가는것을꺼리다보니아편전쟁이래로서양의해군과장사세력에게완전히제압당했던것이다.돈되는것을다뺏기고,불리한조약을강제로맺어서서양에게착취당했고,월등한해군력과정교한계약방법에굴복할수밖에없었다.
지금은베네치아가이탈리아의일개도시지만,13~16세기에는지중해권을호령하는해상제국이었다.단순한도시국가가아니었다.엄청난무력을갖춘제국이었다.베네치아는인구5만~10만명내외의크기였지만,해군력은중세서양문명의패권자였다.지중해,에게해,아드리아해는물론멀리흑해에이르기까지수많은섬들과항구들을식민지로거느리고있었다.그해상물류의실권을장악하고있는강력한해상제국이었던것이다.
대표적으로크레타같은섬은베네치아의봉이었다.터키와이탈리아,그리고아프리카해상교통의복판이었기때문이다.크레타같은섬은엄청나게착취당한지역이다.대략400년간지중해의주인은베네치아였다.장사를하려면베네치아의허가를받고세금을바쳐야만했다.
주역의핵심이‘음중양,양중음’이다.현상과사물은이중적이라는이야기이다.베네치아의눈부신화려함속에는어두움이있다고생각하는것이주역적관점이다.우아함과세련됨속에는피도눈물도없는무자비한살육과이익을앞에두고는눈곱만큼도상대를봐주지않는상업적타산이감추어져있다고예측해야한다.
왜십자군이적국인이슬람국가를치지않고같은기독교국가를공격했는가?서기5세기무렵에로마,즉동로마가망하고5세기이후부터는서로마의수도가바로콘스탄티노플아니었던가.여기에는그리스인들이주로살았고,종교는그리스정교회를믿었다.로마의가톨릭과는경쟁관계에있는그리스정교회라고해도같은십자가와예수를믿는기독교국가였는데,베네치아가이교도를잡도리하겠다는대의명분을가진십자군을배에태우고이집트로가지않았다.방향을틀어서같은기독교제국의비잔틴(콘스탄티노플)을노략질한것이다.
이유는무엇인가?오로지돈때문이었다.유럽각지에서모인십자군들이베네치아와처음계약한해상운송비와군량미값을지불하지않는다고해서십자군을볼모로잡아비잔틴을친것이다.이러한침략은무엇을의미하는가.돈앞에서는종교도,예수도,신성도없다는사실을보여준것이다.베네치아로서는십자군태울배를만드느라국가재정이바닥난형편이니체면이고명분이고앞뒤가릴수없는처지라는점도고려해야하지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