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해도"연남동가자"고하면상당수반응은이랬다."연남동,뭐?거기서울이니?"그나마그곳을’안다’는일부는무심한표정으로이렇게대꾸했다."왜?기사식당찾아?아님중국집?"그랬던서울마포구연남동이지금은’앞다퉈’찾는핫(hot)한동네가됐다.SNS에’연남동인증샷’정도는하나남겨야트렌드좀안다는취급을받는다.홍대근처지역의동네들이그러하듯홍대에서길하나만건너면닿는연남동역시홍대의자유분방한예술적감수성을이식한동네라고들한다.재래시장인동진시장부근에최근몇년사이툭툭누들타이(태국),히메지(일본),베무초칸티나(멕시코)등이국적인식당이인기를끌면서’넥스트가로수길”넥스트경리단’이라부르는이도있다.
연남동[Yeonnam-dong,延南洞]
서울특별시마포구북서쪽에위치한서대문구연희동에서갈려나와연희동남쪽에위치한다는뜻에서유래되었다.마포지역에서는가장역사가짧은동으로법정동과행정동의이름이같다.2011년말인천공항에서홍대입구와서울역을잇는공항철도가개통되면서최근관광객대상숙박시설이확대되고있으며연남동인근경의선숲길조성,길공원길정비등서울시의도시미관개선사업도진행되고있다.
보존과조화의미덕(美德)을아는동네
하지만연남동(최근들어동교동일부도범연남동으로부른다)은거기서그치지않는다.’젊음’을취하되’나이듦’에대해서도관대하다.’연희동남쪽’이라는뜻의연남동은지금은낡아보이지만1973년서대문구성산동과연희동의일부가마포구에편입되면서형성된,한때마포구에서’가장젊은동네였던’이력때문인지’난아직젊어!’라고온몸으로말하는듯하다.’재생”공존’이라는단어를공간으로표현한다면가장적합한곳이연남동일것이다.그래서인지이곳에문을연많은가게주인들이’자석같이끌려왔다’고들입을모은다.
홍대의북적임을피해한적한여유와낭만을취할수있다는점에선홍대’옆동네’인상수동과도비슷하지만좀더낡고예스럽다.30년된세탁소에서부터’빠마’를상호로내건미장원,손때묻은간판들과머리희끗한손님들의얼굴에선,마치1970년대에서시간이멈춘듯한느낌이다.그바로옆에홍대나경리단에서봤을법한식당이나카페가얼굴을빼꼼히들고있다.모던한데도동네분위기에잘녹아든다.흔한말로’난닝구(러닝셔츠)와쓰레빠(슬리퍼)패션’옆에’스냅백(아이돌이많이착용하는일종의야구모자)에백팩,스니커즈(운동화의일종)패션’이어깨동무하는형상이다.올초동진시장안쪽에이탈리안레스토랑’아씨시’를연박흥규(51)셰프의사연은이렇다.지난해이곳을찾았다가사흘밤낮을여기사람들과술마셨고그자리에서가게도계약했다."시간이천천히흐르는느낌이랄까?팍팍한서울도심생활에지치다이곳에오니마음이그렇게편할수없었다."7일만난자칭’연남동마니아’김상섭(38)씨는"어울림과편안함이연남동을대표하는키워드"라고평했다."청담동이나경리단에가려면옷매무새라도한번더고쳐봐야할것같아부담되고,홍대는20대의전유물인거같아꺼려지는데,이곳은20대부터70~80대까지어울려먹고마실수있는곳이다."
3개권역을중심으로발달했지만최근’이런곳까지’라는말이나올
정도로주택가구석까지가게들이파고들었다.
연인이빵집’토미스베이커리’와아로마카페’후니팟’등이들어선
건물을지나고있다.
여의도에이어최근연남동에2호점을낸’브레드랩’의유기현셰프는"보존과조화의미덕을아는동네"라고말했다.오래된건물을부수고새단장을하기보다는기존건물을최대한보존하고,주변경관을해치지않게꾸민다.일부상업지구는번쩍번쩍한간판을서로뽐내며’가게가게가게가게’가이어져숨이턱막히는데이곳은주택가사이사이로가게들이’숨은그림찾기’하듯들어서한결여유롭다는설명이다.
‘아직은’이라고들하지만매장주인들사이에선연남동도기존의홍대나가로수길같은전철을밟지않을까하는우려가없는것도아니다.한가게주인은"불과5개월전에만해도매매가4억원대초반상가형주택이현재10억원을호가한다"며"중국인들과강남땅부자들이하루에도10번씩가게매입을알아보러온다"고말했다.연남동이또한번새로운건바로이지점이다.예술가사이에서한창이슈가됐던’문화백화현상'(임대료상승으로예술인들이떠나가고기존의개성있는문화가점차사라짐)에대응하기위해’5년월세동결’을내건복합편집매장인’어쩌다가게’가연남동을’1호점’으로택했다.
어쩌다모였냐고?"함께잘살려고"
인근합정역,상수동등지로옮겨갔다.이런순환을통해서울의문화지도가달라지고있다.
뜨고지는동네의패턴은무섭도록비슷하다.①느낌좋고개성있는가게들이하나둘씩작은동네골목에자리를잡는다.②트렌드에밝은이들이모여들고젊은이들이속속찾으면서소문이난다.특히요즘은SNS등이발달해맛집·멋집으로등재되는건시간문제.③동네명성만뜨는게아니라임대료도덩달아뛴다.④치솟는세를감당할수없어(건물주의일방적인계약해지포함)그동네를떠난다.⑤그자리를메우는건대기업
매장이나프랜차이즈.
강남가로수길은세로수길·뒤로수길이란신조어를낳았고,홍대에서재기발랄함을뽐냈던이들은합정역부근,상수동등지로다시헤쳐모였다.부동산상권에선‘확장’이라표현하지만동네고유의맛을원하던사람들은‘빛을잃었다’고말한다.일명‘도시판정글의법칙’.동네가발전하고집값이올라야기존지역주민에겐좋겠지만,막상그곳을찾아장사하는이들중상당수는성공해도성공하지않은듯한느낌이든다고들한다.어딜가도서바이벌이란말이다.
조건으로’생존권’을우선보장했다.
연남동‘어쩌다가게’(실제지명은동교동)는그러한소상공인들의고민을덜어줄하나의실험적모델이다.홍대3번출구에서15분정도내려와우회전하면만나게되는곳인데,마당이딸린2층가정집을개조해복합매장으로구성했다.매장은겉에서보면1층에통유리창이있는가정집인가하고지나칠정도였다.하지만내용물은완전히다르다.정원과라운지등을서로공유하며최근핫이슈로떠오른공유경제를‘공간’으로실현하면서‘5년간월세동결’이란조건으로‘생존권’을우선보장했다.즉‘나만잘살자’가아니라‘함께오래잘살자’를표방한것이다.건축가이자홍대앞에서‘비하인드’카페를운영하는임태병소장의제안으로탄생했다.역량있는이들이외풍에견디며개성을펼칠수있게하기위해5년전세로건물을임대해쪼개고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