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이디야’ 문창기 대표

커피전문점소비자만족도1위’이디야’문창기대표

책속에길이있기때문…CEO보다선배로기억되길

"여보,집에만원밖에없어."

아내의목소리가뒤통수를때렸다.정신이번쩍들었다.1997년IMF외환위기로10년째잘다니던동화은행이망하고난후그는실업자가됐다.마른하늘에날벼락이었다.그래도내한몸,내가족먹여살리는건자신있다고생각했다.하지만백수가된지6개월만에아내입에서나온말은그를정신차리게했다.당장일자리를찾아나섰다.

이디야커피는‘싸고맛있는커피’로국내커피전문점시장에서돌풍을일으켰다.매장수로단연1위이다.오는30일에는서울봉천동에1500호점을오픈할예정이다.문창기대표는지난2004년이디야커피를인수한뒤,10여년만에매장수를16배이상으로키웠다.그는“매장을여는데드는비용을최대한낮춰서민들도창업할수있게했다는데보람과자부심을느낀다”고말했다./이태경기자

그로부터약20년,퇴출은행출신실업자는’커피왕’으로변신했다.커피전문점프랜차이즈업체이디야의문창기(53)대표이야기다.문대표는지난2004년이디야를인수해매장을16배로늘렸다.인수당시매장이80개였던이디야는10여년만에국내최다(最多)가맹점을보유한커피전문점으로성장했다.오는30일문을여는서울봉천동서울대중앙점은이디야의1500번째매장이다.1000호점을오픈한지1년5개월만이다.2위권은1000호점언저리에있다.업계에서는전국의커피전문점이2만3000개안팎인것으로보고있다.

소비자들의평가도좋았다.지난달한국소비자원이연매출상위7개커피전문점에대해소비자만족도를조사한결과’중저가’를표방하는이디야커피는종합1위를차지했다.스타벅스와커피빈등세계적인브랜드도이디야뒤에줄을서야했다.

그는나이마흔이될때까지커피사업에대해선생각해본적도없는사람이었다.IMF외환위기로하루아침에실업자신세가됐고,증권사를거쳐작은투자자문사를운영하다우연히이디야를만났다.

그해봄사무실에평소알고지내던사업가가찾아왔다.3년간커피전문점사업을했는데이제한계가온것같다고했다.그말을듣는순간인생의새로운승부가막시작되려한다는예감같은게들었다.그의눈에커피는한참더성장할수있는시장이었다.그는운명의주사위를던지기로했다."내가직접해보자."매장에직접가보니커피맛도괜찮았고점주들의표정도밝았다.그는희망을봤다.

지난20일서울역삼동이디야커피본사에서문대표를만났다.그는이인터뷰를해야할지오랫동안망설였다고했다.

커피를대신할음료는지구상에없다

―소비자만족도조사에서1위를한건큰성과다.1500호점개점도눈앞에있다.인터뷰에응하는걸망설인이유가있나.

"요즘경기가안좋다고난리다.특히1~2월은커피전문점매상이안좋을때다.점주들은힘들어죽겠다는데본사회장이란사람이한가하게언론인터뷰나하고있다는말을들을까걱정이됐다.점주들사이에서’정신차려야지,왜저래”매장이나한번더와보지’라는얘기가나올까봐부담스러웠다.내겐점주들이제일중요하다."

―소비자만족도조사에서이디야가종합1위를차지한것은여러항목중’가격’에서압도적인점수를받았기때문이다.이디야의아메리카노한잔가격은2800원으로다른업체(3800~4500원)에비해싸다.밥값보다비싼커피마시며불편했던소비자들의마음을읽은것인가.

"분위기좋은데서친구와얘기하고느긋하게책도읽으면서맛있는커피를마실수있다면값이좀비쌀수있다고생각한다.다만,우리가성장할수있었던이유를말하라면거품을뺐기때문이라고하겠다.임차료와인테리어비용등을최소한으로줄여커피값을낮췄다.커피시장이팽창하면서동시에‘값싸고맛좋은’커피를원하는실속형수요가더빠르게커진것과맞아떨어졌다."

그는요즘하루에커피6잔을마신다고했다.아침에일어나음악을틀고갓내린커피를마시며하루를시작한다.그는"빈속에들어오는커피의온기가온몸에퍼지면내가살아있구나하는느낌을받는다"며"그래서더욱맛있는커피를만들어야겠다는사명감같은걸느낀다"고말했다.

―싼값만이경쟁력이라면자존심이상할수도있을것같다.

"그냥싸구려라고만본다면왜안그렇겠나.하지만맛에대해서도자신있다.언제든블라인드테스트(눈가리고맛을평가하는것)할용의가있다.우린매장도작고실내장식도화려하지않다.그럴수록원두로승부를걸어야했다.맛이없다면이세계를떠나야지.원두에대한투자는누구에게뒤지지않는다.국내1위커피회사동서식품이원두를볶아우리한테제공한다.5년전국내유일커피연구소도차렸다.9개월에한번씩새로운맛을내놓고있다.새커피가나올때면그렇게행복할수가없다."

―업계에서잘나가는데가격을경쟁업체에맞춰높일생각은없나.

"상대적으로저렴한가격은우리의철칙이다.이건꼭지킬거다.자부심을갖고있다.그게우리의존재이유다."

―커피시장이포화됐다는분석도적지않다.

"지난10여년동안가장많이들은얘기다.1인당국민소득세계1위룩셈부르크에선한사람이1년에28.4㎏정도커피를소비한다고한다.하루아메리카노10잔이다.우린1.8잔이다.아직성장가능성이크단뜻이다.요즘엔40~50대남성도걸으며테이크아웃커피를마시는걸흔히볼수있다.학생들은우리세대가빵집갔듯이커피전문점을찾는다.커피마시는사람도늘고한사람이마시는양도늘어난다.더군다나전세계적으로커피를대신할음료는존재하지않는다."

―새매장여는속도가대단하다.도대체몇개까지갈수있다고보나.

"파리바게뜨가1500개가됐을때’큰일났다,더이상매장낼곳이없다’고했단다.그런데지금3000개가넘었다고한다.우린확실한장점이있기때문에더잘할수있다.중소도시,읍·면·동에갈곳이많다.우린작고돈이많이들지않으니까."

이디야커피직원들의평균나이는만29세이다.문창기대표는“젊은직원들의기를어떻게살려주느냐,이들과얼마나소통을잘할수있느냐가회사성장의열쇠”라고말했다.사진은작년4월문대표(오른쪽끝)가사내사진동아리회원들과함께일본오사카에갔을때찍은것이다./이디야제공

그는대학입시에떨어지고재수할때대학친구들과어울리며운동권이념을접했다.사회는모순이가득해보였고’그걸치료하는사람’이되고싶어사회학과에갔다.졸업후엔잠시정치권에도가봤다.하지만곧방향을바꿔동화은행에창립멤버로합류했다.일잘한다고칭찬도받았다.그는신이났다.

―정치에관심을갖고있다가은행에갔으면흥미를느끼지못했을수도있을것같은데.

"아니다.죽기살기로일했다(그는이’죽기살기’란말을20번은넘게했다).은행에들어갔으면행장한번해야하는것아니냐고생각했다.맡은업무에선최고라는말을들으려했다.서소문지점에서외환업무를맡았을때이전직원이50억원이익내던걸100억원이상으로끌어올렸다.월급받으면그돈으로사람만나고밥먹고술마셨다."

―사람사귀는일에정성을많이쏟았나보다.

"거래처직원상가(喪家)에가면꼬박밤을새웠다.여직원결혼식은아무리먼지방이어도빠진적이없다.누가싸우다경찰서잡혀갔다는말들으면아는사람총동원해일이잘해결될수있도록도왔다.그리곤경찰서에달려가같이밤새우고새벽에국밥먹고헤어졌다.그렇게살았더니동화은행문모라는자가꽤의리있는놈이라는소문이나더라.그런방식으로인간적으로만난사람들이나중에어려울때도움을줬다.그사람들에대한내용은잊어버리지않게항상메모를했다."

―어떤메모였나.

"술약속있는데한사람이아내생일때문에못왔다고하면그사람칸에’부인생일’이라고적는식이다.빨간펜으로표시해서.다음해에부인생일축하한다며카드한장보내주면깜짝놀란다.누군가와얘기하다’내아들영식이가말이야’라는말이나오면’아들이름영식’이라고기억했다노트에기록해뒀다.노트한권에는100명정도가들어가는데,그런노트가6권있었다."

―동화은행에서그렇게열심히일했는데인수은행이왜안데려갔나.

"오라고했지만안갔다.명색이동화은행창립멤버인데,망한은행출신이라어차피승진같은비전을바랄수없는곳에가서비굴하게살고싶지않았다.실제로그은행으로간동료중임원된사람이하나도없었다."

―실업자가됐을땐기분이어떻던가.

"이게뭔소리냐할지몰라도먹고사는건자신있었다.사람사귀는걸좋아했고,주변에좋은사람들이정말많았다.내가어렵다고진심으로얘기하면엄청나게많은사람들이도와줄거란믿음과자신감이있었다."

―그런인맥이많으면사회생활도걱정이없겠다.

"증권사에다닐때돈끌어오는일을맡았다.은행다닐때친했던사람들찾아다녔다.예치금4000억원을끌어모았더니사람들이깜짝놀랐다.인센티브로한달에4000만~5000만원씩받았다.하지만증권사도계속있을곳은안됐다.거기도공채출신아니면안되더라.동화은행과증권사출신몇명모아투자자문회사를차렸다.그일을하다이디야를만난것이다."

"책읽으라잔소리한사람으로남고싶다"

그는특이한경영자다.직원들책읽히는데엄청신경을쓴다.그래서이디야직원230명은매달책한권을읽고쓴독후감을문대표에게이메일로보낸다.책값은회사가지원한다.그는"직원이300명이되든500명이되든이일만큼은직접할것"이라고말했다.

―직원들책읽히기에왜그렇게공을들이나.

"독서가없었다면이디야의오늘은없었다.회사인수하고5~6년정말어려웠다.신규가맹점이1년에기껏해야40여개안팎이었다.길이안보였다.그때서점에가서책수십권을샀다.철학,역사,경영,과학등….두달동안책만읽었다.그리고어느날책을덮었다."

―그래서길을찾았나.

"내부고객만족이었다.우리직원들을만족시키지않고는사업도성공할수없다는것이었다.당장사무실가구를최고급으로바꿨고,급여도업계최고수준으로올렸다.옷사입으라고분기별로30만원씩지원하는제도도만들었다.직원들이아침에일어나면’빨리회사가고싶다’는마음이드는직장을만드는게꿈이다."

―전직원이함께해외여행을간다고들었다.

"그건회사처음시작할때약속했던거다.창립후5년이되면모두해외여행가자고했다.그이후계속하고있다.올핸홍콩에간다.내년엔미국시애틀에가자고했다.여행갈땐50%보너스준다.부모님선물사라고."

―비용이많이들겠다.

"보너스100%주는셈치면된다.하지만그효과란건상상할수도없을정도라고생각한다."

―책읽는걸젊은직원들이모두좋아하지는않을것같다.

"야유회때경품이있다.독후감1회면제권이다.받으면되게좋아하더라(하하하).영못쓰겠으면목차라도적어보내라고한다.재밌는건직원부모님들이더좋아한다는거다.얼마전한여직원이집에서물을마시려는데냉장고문에포스트잇이붙어있더란다.어머니가’너독후감썼니’라고적어놨다는거다.그직원도’네,썼어요’라고적었다더라."

―그런얘기들으면뿌듯하겠다.

"사회를먼저산선배로서직원들이잘됐으면하는바람이있다.회사대표라고일시키고월급만주는게아니다.이디야회장으로기억되기보다책읽으라고잔소리한사람으로기억되고싶다."

―착한기업이라는건결국환상일수있다.

"그럴수도있다.하지만오너가그런마음갖고있다는정도는직원들이알아주지않을까."

"너라면그자리에매장하겠어?"

이디야커피값이싼이유는가게내고장사하는데돈이상대적으로덜들기때문이다.문대표는"월세높은곳엔매장을잘내주지않는다.매장도작다.초기엔30~50㎡정도였다.최근많이커졌지만전국평균이72.6㎡(22평)안팎"이라고말했다.

―요즘매장하나차리려면얼마정도생각해야하나.

"보통1억5000만~2억원정도다.가게보증금,인테리어비용,장비값다포함이다."

―그정도면자금이많지않아도도전해볼수있는창업아이템이될까.

"국내유명커피전문점중엔차릴때10억원넘게드는경우도많다고들었다.우리점주들은다르다.재산많은분들이아니다.그리고그걸다투자하는분들이적지않다.가게잘못되면큰일난다.자녀들학원에못보낸다.인생이망한다.그런걸맘속에담고있다.그분들과함께가고있다는것에대해자부심도있다."

―언제부터그런생각을했나.

"사업한다니까어느날아버지가찾아오셨다.나보고’사업할놈이아닌데,회사나다녀야할텐데…’하시더라.이해가안갔다.한달후에찾아뵙고여쭤봤다.무슨뜻이냐고.아버지는‘다른사람눈에눈물나게하지마라,나중에네눈에피눈물난다는뜻이다.그것만명심하면사업을할수있다’고하셨다.그말씀이항상바위처럼내마음을누르고있다."

문대표는폐점률을볼때"잘못하고있진않구나"란생각이든다고했다.그는"우리폐점률이2013년1%,작년0.97%였다.다른업체의절반또는3분의1이하다.우리매장하시는분들이거의떠나지않는다는얘기"라고말했다.

―매장을낼때뭘기준으로하나.

"직원들에게항상말하는게있다.’너라면그자리에매장하겠어?’"

"품격을말할때가됐다"

문대표는사업시작직후중국베이징에진출했다.결과는참담한실패였다.손해만보고철수했다.하지만해외진출은그에겐운명과같다.

"국내매장3000개,3500개만들면그이후에는….언젠간한계가올거다.지금들어온젊은직원들에게도20~30년후미래가있어야한다.그미래는광활한세계로나가는거다."

―중국에선왜실패했나.

"그곳시장도문화도모르면서준비도안했다.중국진출한다고나가는업체들중엉터리많다.중국의커피시장은아직때가안됐다.커피숍은많아졌는데커피문화가없다."

―해외에서성공하려면뭘준비해야하나.

"오너도못바꾸는철학이있어야한다.고유한레시피가있어야한다.그래야현지에서따라온다.그쪽에서’너희들이우릴알아?’이런식으로나오면망하는거다.전세계어딜가도성공할나만의’신의한수’가있어야한다."

이디야는내년초2000호점돌파가목표다.신규매장오픈은151개(2011년)→213개(2012년)→251개(2013년)→389개(2014년)로갈수록속도를내고있다.문대표는"이제품격을말할때가됐다"고했다.

―2000호점과품격은무슨관계가있나.

"그때가되면국내최고자리에가까워진다.지금은매장수는많아도매출액은외국계대형브랜드에밀린다.그걸몇년내따라잡으려한다.그러면명실상부대한민국1위가될수있다.그때세계어디에내놔도자부심느낄존재가돼있고싶다.그걸지금부터준비하는거다."

―사회에대한봉사나기여도필요할것같다.

"작년부터상·하반기한차례씩전국매장의아르바이트직원200명을뽑아50만원씩장학금주는걸시작했다.해외여행한번도못가본사람들을유럽에데려가는프로젝트도올해준비하고있다.잠실실내체육관에서뮤직페스티벌을여는데작년엔이틀동안2만명이다녀갔다.그렇게하나하나품격을만들어가려한다.이런게없이는해외도못나간다."

―젊었을땐정치에관심이많았다는데,굳이화제로삼고싶어하지않는이유는.

"모든삶을커피에바치고있다.날믿고바라보는직원들,전국의천몇백명가맹점주들이있다.난지금인생에서가장행복한시기를보내고있다.사업이본궤도에오르고있고사업하는맛이난다.내사업은이제시작이다.이사업통해나뿐만아니라직원들이행복해질수있다는걸피부로느끼고있다."

장일현조선일보기자주말뉴스부차장2015.03.28-


[출처]본기사는프리미엄조선에서작성된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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