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에 빠진 대한민국

허니버터칩·꿀막걸리…꿀맛에빠진대한민국

男女老少누구나좋아하는꿀의모든것

한국인1인당年650g먹어…총생산70%가아카시아꿀
꿀뜨기3~7월’한철장사’허니열풍덕에수요늘듯

설탕보다열량낮은건강식…포도당과과당으로구성
바로흡수,에너지원유용…항균·항산화효능도

꿀벌실종,생태계위협…식물수정에핵심적역할
사과·배등국내주요작물생산기여액6조원달해

‘꿀열풍’이다.포문(砲門)은지난해출시돼약200억원의매출을올린해태제과의’허니버터칩’이열었다.

해태제과는지난8일"허니버터칩품귀현상해결을위해공장을증설해내년2~3월부터가동할계획"이라고밝혔다.

‘허니버터칩’의인기에힘입어스낵시장은’꿀’이접수했다.농심은지난해12월’허니버터칩’의대항마로

‘수미칩허니머스타드’를내놨다.롯데제과는올2월’꿀먹은감자칩’을출시했다.

라면업계도꿀에손을뻗었다.삼양식품이내놓은’큰컵허니치즈볶음면’은할라피뇨(멕시코고추)의매운맛과

벌꿀의단맛을배합했다.편의점CU에선’허니불타는볶음면’이나왔다.주류업계도편승했다.

꿀맥주,꿀막걸리가주점(酒店)메뉴판에오르기시작했다.

한국양봉협회에따르면지난해국내1인당꿀소비량은650g.로열젤리,프로폴리스,화분,봉독등을

모두포함한양봉산업규모는4256억원이다.유통업계에선’허니마케팅’덕에

당분간국내꿀수요가증가할것으로보고있다.

국내에서가장흔한건아카시아꿀

우리나라의채밀(採蜜·꿀뜨기)은3월말제주에서시작된다.제주특용작물인유채의개화시기에맞춰서다.

유채꿀은황금색을띠며상큼한풀향기가나고용기에담으면크림형태가된다.

5월중순부터는아카시아꿀채집이시작된다.아카시아꿀은우리나라에서가장흔한꿀이다.

전정우한국양봉협회양봉산물연구소장은"국내꿀총생산량의70%가아카시아꿀"이라고했다.’

허니버터칩’의’꿀맛’도아카시아꿀의힘이다.해태제과관계자는"’허니버터칩’의전체원료중0.01%가

아카시아꿀"이라고설명했다.아카시아꿀은처음엔아이보리색을띠다가시간이지나면황금빛으로변한다.

은은한향이나면서맛이부드럽다.

5월말아카시아꿀의채밀이종료되면이번엔밤꿀을뜰차례다.밤꿀채집은

6월중순께부터남부지방을중심으로시작된다.

빛깔은불투명한암갈색으로씁쓸한맛이나며향기가진하다.국내생산량은전체의10%미만으로적다.

최용수농촌진흥청잠사양봉소재과박사는"밤꽃이벌에게인기가별로없다.밤꽃이피는시기에도주변에

다른꽃이피어있으면다른꽃에우선간다"고했다.

제주지역밀감농장에선5월께밀감꿀을뜬다.고산지역일교차큰곳의싸리나무에선담황색싸리꿀을뜨기도한다.꿀벌이꼭한가지밀원(蜜源)만택하리라는법은없다.잡화(雜花)꿀은벌이여러가지꽃에서가져온꿀이다.

우리나라꿀뜨기는7월장마전대부분종료된다.’한철장사’인셈이다.

단숨에흡수되는에너지원

인간이먹는꿀은’꽃꿀(花蜜)’을꿀벌이자신의몸에서나오는효소로변환시킨것이다.

꿀벌은소화기관앞의꿀주머니에꽃꿀을넣어나른다.이를효소를이용해과당과포도당으로변환시켜

벌집에저장한후날갯짓등으로수분을증발시켜농축시킨다.이승환서울대농생명공학부교수는

"꿀벌은새끼를먹이고자신이먹기위해다당류인꽃꿀을흡수가빠른단당류로전화(轉化)해저장한다"면서"벌꿀을’자연이만든가장완벽한식품’이라고하는건이때문"이라고말했다.

최용수농진청박사는"설탕은이당류라에너지원으로이용되려면대사작용을거쳐야하지만,

단당류인포도당과과당으로구성된꿀은바로흡수되기때문에빠르게에너지원으로이용할수있다"면서

"설탕보다꿀이건강에좋다고하는건이런이유에서다"라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품영양성분데이터베이스에따르면국내에서가장널리쓰이는아카시아꿀의열량은100g당296㎉로100g당400㎉인백설탕보다낮다.참고로물엿은100g당300㎉정도다.

항균작용도널리알려진꿀의효능중하나다.뉴질랜드토착식물인마누카나무를밀원으로하는

마누카꿀은항균력이강하다고알려져있다.한상미농진청양봉산물연구실박사는"마누카꿀뿐아니라

다른꿀에도항균력이있다"고말했다.

밤꿀의경우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억제하고항균·항산화효과가뛰어나다는연구결과가있지만

씁쓸한맛때문에식용으로널리쓰이지는않는편이다.입가가헐었거나마사지를할때피부에꿀을바르는것은

꿀의보습력과항균·항산화효과때문이다.

토종꿀이양봉꿀에비해몸에좋다는믿음에는과학적근거가있을까.

최용수농진청박사는"아직까지엄밀하게분석한사례는없다.양봉꿀은단일밀원을사용하고

토종꿀은여러가지꽃에서채취한다.워낙여러꽃에서가지고오니까지역별로다달라서분석하기가힘들다"고했다.한의학에선오래전부터꿀의효능을인정해왔다.‘동의보감’엔"꿀이허약한기운을북돋고

소화기를강화시키고통증을줄여주며해독작용이있다"는내용이있다.

사상의학에서는"꿀이소화기가약하고기력이떨어지기쉬운체질인소음인에게좋다"고설명한다.

이진우세종로한의원원장은"그렇지만꿀이단위용량에비해칼로리가높고,

알레르기유발물질을함유하고있으므로당뇨환자나비만인사람,알레르기환자등이

고용량을장기간복용할때엔세심한주의가필요하다"고말했다

사라지는꿀벌,대책이필요해

인류와꿀벌의공존은오래됐다.기원전7000년쯤에그려진스페인의아라냐동굴벽화에는,

여성이줄사다리를탄채한손엔바구니를들고다른한손은벌집에넣어꿀을채집하는장면이묘사돼있다.

남아프리카짐바브웨에선돌틈에둥지를튼꿀벌을연기로쫓아내며채밀하는장면이표현된벽화가발견됐다.

고대이집트에선꿀벌모양이왕권(王權)의상징으로사용되었다.

우리나라의양봉은약2000년전쯤시작된것으로추정된다.

일본의역사서’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643년백제의태자여풍이꿀벌의벌판네개를가져와서

미와산에서길렀으나잘번식하지않았다"는기록이있다.음식칼럼니스트박정배씨는"우리나라에선

1920년대까지꿀로단맛을냈다.일제강점기에일본유학을다녀온영양학자들에의해

‘조선민족이선진화되려면설탕을많이써야한다’는인식이박히게되면서설탕이꿀을대체하게됐다"고말했다.

요즘의‘허니열풍’은전통적입맛으로의’회귀’인셈.박정배씨는"은근한단맛,끈적거리는물성,

황금빛색감등도꿀이지닌매력적인요소"라고했다.

‘허니열풍’덕에국내꿀수요는늘어날전망이지만정작지구상꿀벌의수는감소하고있다.

정체불명의원인으로꿀벌들이사라지는CCD(ColonyCollapseDisorder·군집붕괴현상)‘는전세계적인관심사다.미농무부연구청은2006년후반"(미국에서)약6개월간25~40%의꿀벌이감소했다"는연구결과를발표했다.CCD현상은이후캐나다,남미,유럽,호주등에서도잇달아보고됐다.스트레스,질병,농약및환경오염,

해충등이원인으로꼽히지만정확한원인은아직규명되지않았다.

CCD현상은인류의생존에큰위협이된다.지구상식물의70%가곤충에의해수정(受精)되며,

이중절반이상이꿀벌에의존하고있기때문이다.미국·유럽등지에서활성화되고있는도시양봉은꿀벌감소로인한생태계파괴를막기위한방지책이다.

국내상황은비교적좋은편이다.최용수농진청박사는"토종벌은질병때문에90%정도폐사했지만,

양봉에사용되는서양종꿀벌개체수는170만통정도로거의변화가없다"고했다.

그렇지만안심하고있을순없다.농진청에따르면사과,배,복숭아,고추,피망,딸기,오이,애호박등

국내16개주요작물의연간생산액은12조5000억원,그중꿀벌이수정해생산하는것이

5조8000억원(약48%)에달한다.목초지와동물성사료도꿀벌에기대고있다.

농진청은번식력이왕성해일반꿀벌보다벌통당일벌수가45%정도많고,꿀수집능력도31%정도높은

‘장원벌’을개발,올해부터농가에보급할예정이다.

-글곽아람조선일보기자-

[출처]본기사는프리미엄조선에서작성된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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