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 권의 책으로 읽는 시대의 지성 이어령(李御寧)

[리뷰]한권의책으로읽는시대의지성이어령(李御寧)

‘threechairscompany’사에서새로운방식으로만든‘biographyissue-1이어령선생’을집중조명하였다.이책은매거진형식으로’사람을말하는책을만들고싶었다’고서문에서밝히고있다.창간호에서는이어령선생을다루었다.평론가,신문가,소설가,시인,언론인,대학교수,행정가등다방면에서활동하며탁월한업적을남겼다.한국의대표석학,시대의지성,말의천재로불리기도한다.거리에서만난사람들은대체로이선생을잘알고있다고말했다.그러면서그들은서울올림픽굴렁쇠소년과초대문화부장관,<축소지향의일본인>을이야기했다.대중이기억하는공적이있다는건감사할일이지만어쩌면굴레가될수도있었다.실제로이선생은문학평론이나한국고전문학연구에서상당한성취를거두었으나대중과문단으로부터제대로평가받지못했다.이책의대표집필자가이어령선생을세번만나서두어시간의대담을가졌다.그는한마디도낭비하지않고가지를치듯단호히말했다.

현상에서본질을끌어냈고사례에서이론을도출했다.해박한지식은대담을강연으로착각하게했고,격정적인말투는내젊음을부끄럽게했다.그의말은따라가기버거웠고나는번번이말귀를놓쳤다.그를만날때마다찬탄했지만그렇다고그를딴세상사람이라할수는없었다,그는범인이다.세상이아는천재가아니었다다만매사에호기심을가지고치열하게탐구하는사람이었다.여든이넘은노학자는아직도하루를분초로쪼개어바쁘게지내고있었다.젊은시절부터이선생은저녁이후는약속을잡지않고독서와집필에전념했다.그렇게60년을살았다.200권이넘는저작들은서재에서홀로보낸저녁들에쓰였다.하나의목적을위해반세기넘게열중하는사람을당해낼방법은별로없다.[서문에서]

‘우상의파괴'(1956.5.6)

한국일보에<우상의파괴>라는선언문을실어문단에파장을일으켰다.이어령은우상화된문단원로들을파괴하고그숭배자들의각성을요구했다.문단의거목김동리에게는미몽(迷夢)의우상’모드니스트시인조항에게는’사기사(詐欺師)의우상’농촌문학가이무영에게는’우매(愚昧)의우상’신진평론가최일수에게는’영아(영兒)의우상’이라고비판했다.이때이어령은만22세였다.반세기넘게이어진’저향의문학’이탄생하는순간이었다.

분지필화사건(1967.2.8)

1965년소설가남정현은그의단편소설<분지(糞池)>가북괴의대남선동에동조했다는이유로기소되었다.동료문인들은공안사건의피고측증인이되는것을꺼려했다.4회공판에서증인으로채택된이어령에게피고측변호인이물었다."이소설이북괴에동조한것인가?"이어령은이렇게답했다."장미뿌리는장미꽃을피우기위해있는것이므로설령어느신사가애용하는담배파이프를만드는데장미뿌리가쓰였다고해서장미뿌리가담배파이프를위해자란다고말할수는없다."

불온논쟁(1967.12.28.~1968.3.26.)

조선일보에<에비가지배하는문화>라는시론을발표해한국문화의반문화성을지적하면서김수영과불온시논쟁이벌어졌다.이어령이"문학적가치를정치사회적이데올로기로평가하는오도된사회참여론자들이예술본래의창조적생명에조종(弔鐘)을울리고있다"고비판하자.김수영은"무서운것은문화를단하나의이데올로기와동일시하는것"이라며"우리의질서는조종을울리기전에벌써죽었다"고반박했다.이어령과김수영은여덟차례비평을주고받았다.

축소지향의일본인(1982.1.15)

‘축소지향’이라는키워드로일본인과일본문화를분석한책이다.이어령은이책을일어로집필했다.세계에서가장짧은시형식인하이쿠,껶어접을수있는쥘부채,정원을축소해방안으로들여온분재,세계최소의포켓형라디오등비근한예를들어가며일본인의축소문화를풀어밝혔다.1982년일본에서먼저발간된<축소지향의일본인>은출간5개월만에12만부가판매되었다.국내작가가쓴책이외국베스트셀러목록에오른것은처음이다.

벽을넘어서(1988.9.17)

그날전까지세계인에게한국은여전히전쟁고아의나라였다.태권도,파상격파가끝나고1008명의단원들은경기장을서둘러빠져나갔다.경기장에는일순정적이흘렀다.그라운드위로소년이나타났다.빨간챙이달린하얀모자에하얀셔츠,하얀반바지를입은소년은경기장을사선으로가로질렀다.소년은굴렁쇠를굴리고있었다.햇볕이내리쬐는파란경기장에한줄짜리시가쓰였다.이어령은1988년서울올림픽대회개.폐회식행사를총괄기획했다.

초대문화부장관(1990.1.3.~1991.12.19)

처음에는거절했다.관직이나정치에는뜻이없었다.그러나문화부가신설되는부처이기때문에창작하는기분으로받아들였다.취임식에서이어령은말했다."나는아무것도없는빈벌판에집을세우러가는목수이다.문화부의네기둥을다세워놓고나는떠난다.그때정말이집주인이올것이다."이어령은문화부장관으로재임하면서한국예술종합학교설립,국립국어연구원발족,조선총독부청사를철거하는경복궁복원계획수립등의업적을남겼다.

디지로그(2006.1.1.~2.4.)

아날로그와디지털의합성어다.이어령이명명했다.2006년1월부터30회에걸쳐연재한신문칼럼에서이어령은후기정보사회를디지로그시대로정의했다.디지털의비트(Bit)와아날로그의아톰(Atom)이공존상생하는문화의등장을예견한것이다.오늘날우리는온라인과오프라인,가상현실과실제의경계가모호한세상에살고있다.당시그가주장한’어금니로씹는디지털(디지털으육체성)’은닌텐도위(Wii)와애플아이폰의성공으로여실히증면되었다.

지성에서영성으로(2007.7.23.)

이어령은1970년대신과인간,영성과이성등의문제를놓고기독교계와첨예한논쟁을펼쳤다.그는언제나인간과이성의편에섰다.그랬던그는일흔에홀로떠난교토유학생활에서절대고독을느끼고이성과지성의한계를경험한다.2006년실명위기에놓인딸의아픔을함께겪으며신앙의문턱에발을올려놓는다.2007년7월23일일본도쿄의프린스파크호텔에서고하용조목사로부터새례를받는다.이어령은아직지성과영성의문지방위에서있다.

생명자본주의(2010.2.27.)

50여년전어느겨울밤.아궁이의연탄불이꺼졌다.냉기에눈을뜨니어항속에화석처럼박힌금붕어가보였다.어쩔줄몰라하던아내는어항에뜨거운물을부었다.얼음이녹자지느러미가다시살아움직였다.이날의경험을통해이어령은생명자본주의를탄생시켰다.물질에만집착하다침몰한금융자본주의의문제점을극복하기위해서는돈을위한,돈에의한,돈의자본주의에서벗어나생명을위한,생명에의한,생명의자본주의로거듭나야한다고그는말했다.

Biograophy

이어령은1933년충남아산군온양읍좌부리에서5남2녀의막내로태어났다.서울대학교와동대학원국문과를졸업하고단국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56년한국일보에우상의파괴를발표해우상화된문단원로들을파괴하고그숭배자들의각성을요구했다.그해10월문학예술에현대시의환위(UMGEBUNG)와한계(UMWELT)로등단했다.1959년신문과잡지에발표한비평을모아첫저서인<저항의문학>을발간했다.1960년27세의나이로서울신문논설위원에발탁된이후한국일보,경향신문,중앙일보,조선일보를거쳤다.1963년초대형베스트셀러가된<흙속에저바람속에>를출간했다.1966년실험적인소설<장군의수염>을발표했다.1967년분지(糞池)필화사건에증인으로출석해장미파이프의비유등숱한명언을남겼다.1967년부터28년간이화여대국문과교수로재직했고,월간문예잡지<문학사상>을창간했다.1981년도쿄대객원연구원으로일본애채류했다.1982년<축소지향의일본인>을일어로집필해일본에서발간했다.일본인과일본문화를축소지향이라는키워드로분석한이책은일본독서계에커다란반항을불러일으켰다.1988년서울올림픽개.폐회식을총괄기획했다.1990년초대문화부장관에취임했다.2000년새천년준비위원회위원장을맡아즈믄동이탄생을전세계에생중계했다.2001년이화여대에서퇴임했다.2006년<디지로그>를출간했다.디지털과아날로그사이의벽을허물자고제안했다.2007년실명위기에처한딸의아픔을함께겪으며기독교에귀의했다.2008년첫시집<어느무신론자의기도>를출간했고,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를발족했다.2009년유네스코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조직위원장을맡았다.2010년<지성에서영성으로>를출간했다.2013년"팔순잔치"겸<생명이자본이다>출판기념회를개최했다.이어령은현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이사장과중앙일보고문으로재직중이다.대한민국문화예술상체육훈장맹호장,일본문화디자인대상,대한민국예술원상,마사오카시키국제하이쿠상,자랑스러운이화인상,자랑스러운서울대인상등을수상했다.

Interview

첫번째인터뷰는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하고,두번째는종로구펑창동영인문학관에서하였다.그리고세번째는다시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하였다.창의력의원천은뭘까요?"은유적사고방식을바탕으로한결합이다.나는평생에걸쳐서로다른현상에서같은점을찾고,같은현상에서다른점을찾으려했다.창조의기본단위는관심,관찰,관계이다.관심은관찰로이어져나와관계를맺게된다.

요즘젊은이들이쓰는언어에도문화코드가숨어있을까요?"그게다우리의밈(meme)속에있던거에요.요즘아이들한테’감사합니당’하면’나둥’그래요.그게조선조때부터있던거예요.’공당문답’이라고한시를지을줄모르는사람들이끝에이응자를붙여운을만들었어요,’아리다쓰리다;에이응을붙여’아리랑쓰리랑’이되는거조,맹사성이한양에가다가나그네를만나서’무슨일로한양에가는공?’하고물으니’벼슬하러간당’했다는유명한예기도있다.

‘너’라고할때영어로는’You’라고써야문자인데,소리나는대로’U’라고쓴다.문자주의는고착된것이고,음성주의는유연한것인데이게지금하나가됬어요.문자라는것은세상에남기려고있는건데,젊은이들이쓰는것은말과글이통합된것이다.이런현상들을읽어내는게문명학이고기호학이고지식인의역할이다.

문맹자는두종류가있다.옛날에는글을못읽는사람이문맹이지만,지금은시대변화를모르는사람이문맹이다.정치가들에게이런문맹자들이제일많아요.문화와문명의이동을보지못하니그게문명의문맹자들이다.

내가문화부장관으로취임하면서공무원들에게세가지를강조했어요."우물의두레박이돼라.부지깽이가돼라.바위의이끼가돼라.고했다."두레박은?"우물가에두레박하나있으면거기서우물물퍼마실것아닙니까.그게인프라얘기거든요,클라우드컴퓨팅이론이나두레박이나마찬가지죠.각자워드프로그램을사서쓰는게아니라접속해서쓰는거니까요.이런IT인프라를만들어주는게문화부의역할이다.부지깽이얘기는?부지깽이라는게볼품은없어도불을일으키잖아요,미국에서오바마대통령이3D프린터에불을지피고있어요.우리는정치선동은있어도문명,문화의선동자는없어요.’불이야’하고외치는사람이있어야한다는거죠.그래서불지르는사람이되자고한건데,가만보면제일불쌍한게부지깽이예요.불만붙이고자기몸은까맣게타.그게지식인이고창조자예요.자기는죽는거야.마지막으로바위에이끼가되자고했는데,그건생명주의예요.바위는생명이없지만이끼가거기를파랗게덮잖아요."

동방회관에서김규동시인의<나비와광장>출판기념회가열리고있었어요.사회자가독자의견을듣겠다면서나를지목한거야.난그냥배도고프고해서간건데.말하라니까거기서문단을향해폭포수처럼욕을했죠.그소문을듣고한국일보학예부장이던한운사씨가한면전체를줬어요.<우상의파괴>는기성문인이아니라그들을우상으로섬기는동시대인들을향한선전포고였어요.

내가은유법을쓰고기호학을하고신비평을하는것은문학의기본이언어이기때문이예요.문학은언어예술이잖아요.미술가에게색채를뺏고음악가에게음을뺏어면아무것도남지않죠.신분증에유효기간이있듯이언어에도유효기간이있어요.이승만박사의포고문같은정치적언어가지금무슨의미가있어요?문학은플래카드처럼고발하는언어가아니에요.유효기간이없는언어죠.지금도호메로스를읽잖아요."옛날에는실체에대한저항이었지만지금은보이지않는것을보이게끔하는거예요,사람들이허깨비를때리면실체를만들어주는거죠.너여기때리고있는데때릴덴거기가아니라여기야하고알려주는거죠."

신문사논설위원은어떻게하게되셨습니까?"서울신문이자유당정권을지지했다가4.19때사옥이불탔어요.그떼서울신문오종식사장이내글을읽고이제자유언론하겠다면서나를논설위원으로스카우트한거죠.거기서’삼각주’라는고정란을만들어글을썻어요"당시그는27세였다.남들이수습기자를할나이에60대논설위원들과자리를함께한것이다."그러다월급도제대로못받고일하는걸알고는한국일보장기영사장이나를데려다’지평선’을쓰게했죠."이후이어령은경향신문,중앙일보,조선일보를거치며거의매일칼럼을썼다.

이화대학과첫인연을어떻게맺으신겁니까?"내가서울대강사시절에어디에초대를받아갔다가서울대총장을만나설전을벌였어요.그자리에있던이화대학김옥길총장이’저사람은대학에절대못있겠구나,내가품어주지않으면안되겠구나’라고생각했는지날불렀어요.그게첫만남이었죠,이화대학에서교수하면서신문사논설위원도하고,<문학사상>도하고,외국도나가고,다른대학같으면어림도없죠.그걸봐준게김옥길총장의관용이고,그다음총장,이사장들도그걸지켜주셨죠.그분들이없었으면적응할수없었을거예요."

학생들에겐뭘가르치셨어요?"신비평이나구조주의,기호학,외국의여러방법론들을강의했죠.어느대학에도없는수사학강의도계속했고,또하나는텍스트읽기,우리나라작품하나가지고읽는법은없어요,그래서나한테현대문학을배운학생들은전부텍스트분석에능해요.<메밀꽃필무렵>이면그걸토씨하나까지제대로읽는거예요,대충읽고낭만주의다.자연주의다이러는게아니라어떻게텍스트가조직되어있고,어떻게전달되며,어떤공감을일으키는지를중심으로한거죠.나는내문학관을가르치지않았어요,생각하는법을가르쳤지."

"설명할수있는것을설명하는것이과학이고,설명할수없는것을설명하는것이문학이에요.설명해서는안되는것을설명하는것이종교죠.니체의유고집을읽어보면예수를욕하는게아니라제도화된기독교를비판하는거예요,오리려니체는예수를자신이꿈꾸는초인의모델로봤어요,모두죽음에서도망치는데예수는죽음을받아들이잖아요,성인(聖人)이라서받아들인게아니에요.’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주여,나를버리시나이까)’라고외친사람이잖아요.우리와똑같이죽음에대한공포가있었어요.그러니까이런것들을종합하면,교회에십자가가있고그위에피뢰침이있다.과학이종교보다위다.하는것은교회를그렇게세운사람들예기란거예요,예수님은그런거세운적없어요.니체가말한’신은죽었다’는오역이에요,고트이스트토트(Gottisttot)’신이죽어있다’는거에요.그럼살리면될거아니에요?결국니체가말한건신없는비참이에요."

내가어느대담집에서이런말을했어요.내묘비명에다’여기우물을파고다닌사람,죽음이란마지막우물을파면과연무엇이나올꼬?그것이하도궁금해서여기묻혀있는사람’이라고써다오,죽음마저도난호기심이야,죽음이란건내마지막우물파기예요.나의무덤은무덤을파는게아니라우물을파는거예요,거기서물이나올지,빈모래만나올지,그건죽고나서사람들이알게되겠죠."

"난야전사령관이지후방병참에있던사람은아니에요,실존주의가나오면실존주의와싸우고,구조주의가나오면구조주의를했죠,싱킹(Thinking)이란싱크(Think)의현재분사예요.소트(Thought)는싱크의과거분사죠.우리가생각하는건두종류예요.싱킹이냐,소트나죠.그런데우리는대개이념이뭐니과거에만들어진것들을소트해요.내가자부할게있다면난나름싱킹을해왔다고생각해요,과거에생각한걸축적해서소트를한게아니라크리에이티브싱킹을했다고생각해요."

지식인의역할은뭘까요?"지식인은매의눈으로내려다봐야해요,개미의눈으로풀숲을보면되겠어요?물론개미의눈도필요하지만우리는매의눈은하나도없고개미의눈만있으니까앞길이어딘지모르는거예요,고공비행을하는사람이없다는겨죠.그렇다고지식인들이하늘로날아가서는안돼요,벌새처럼지상에눈을두고꽁지는하늘을향해날아야해요."이어령은여든을넘게살았다,평론가,작가,언론인,교수,장관으로승승장구했다.그에게도실패의역사가있을까?좌절이왜없겠어요,내일생을쭉보면그동안직장을몇군데나옮겨다녔어요.다싸우고나온직장이에요,아침에나갔다가저녁에돌아올때짐을싸가지고온사람이에요,그리고한국에내안티들이얼마나많아요?한국에서는높은나무에올라갈때까진잘해줘요.그러다성공했다고생각하는순간흔들죠,일반사람들은정말나를몰라요.내가상처받은건이루말할수없어요,사람들은성공한면만보지어둠은보질않죠."

그래도성공하신걸로보이는데요."내가성공한사람이면지금이나이에도글쓰고있겠어요?80대되면여름은북해도에서쉬고겨울은하와이에서나고,이런사람들이성공한사람들아니에요?난지금이나이에도휴가가없어요,세속적으로성공한건아니죠.서양도그렇고동양도그렇고80이면은퇴해서조용히지낼나이죠,80대가20대처럼뛰어다니면밖에서볼땐불행한거죠.""나는책읽는게좋고,글쓰는게좋고,생각하는게좋아요,남이생각하지못한걸글로썼을때의기쁨은아편을맞은들그렇게즐거울까요.즐거움엔반드시고통이수반되죠,목마름없이어디물맛이생기나요?쾌락의반대말은고통이아니에요,고통과쾌락은같은말이에요,일란성쌍생아쪼."

Partner

소정(小汀)강인숙

강인숙은’이어령의아내’다.그이름으로더유명하다.강인숙은1933년함경남도갑산에서태어났다.경기여고를졸업하고서울대국문학과를나왔다.이어령과는국문학과52학번동기다.숙명여대에서국문학석사,박사를마치고건국대국문과교수를지냈다.2001년사재를털어설립한영인문학관은문인초상화와육필원고,애장품등국내문학사의귀중한자료2만5천점을소장하고있다.영인문학관은이어령의’영’과강인숙의’인’에서따왔다고한다.강인숙은남편이나가족에대히담담히술회했고,문학에대해열정적으로답했다.서울대의여성차별을이야기할땐손으로책상을내려치고가슴을두드리기도했다.세상은그를이어령의아내로만기억하지만,강인숙은소정(小汀)이라는호처럼크지않아도충분히아름다운여자였다.

서울대국문학과시절을어떠섰나요?전시(戰時)라시중에책이없어우리는<춘향전>을읽지도못했는데,대학에가니’춘향전의판본연구’가필수과목으로들어있는식이었어요,전시의캠퍼스는영망이었지만거기에서공부하는법을배웠기때문에독학으로문학이론을공부할수있었던겁니다.대학은그렇게방향지시만하는것으로도우리를계도합니다.그마당에서배우는것이많았죠,

대학을졸업하신뒤에는무슨일을하셨어요?"아이를키우면서직장생활을했어요,고등학교에7년있었고,대학에서강사생활을10년한뒤에전임강사가됐죠.아이들을기를때는자리가주어진대도감당할자신이없었어요고등학교에있으면서석사논문을쓰는데하룻밤에내가얼번깨면아이도따라깨서아무일도못하고애와어른이밤을새우는거죠.그렇게여자들은힘들게공부를합니다.대한민국의쓸만한국민셋을기르기위해서였죠.여자의삶에서가장많은것을배우고가장충만감을느끼는때가유아기이니까요.

관장님께문학이란어떤의미일까요?"내삶의원천이자힘이고기쁨이죠.나는한가지밖에못하는타입인데원하는일을하다가게돼서좋아요.요즘도책을많이읽는데백내장수술할때아예근시로했어요책읽으려고."

이어령을처음만난것은?이어령선생을처음만난것은1952년봄이었어요.전쟁중이라서울대는부산시대신동에내려와있었다.학생들은판자를엮어만든임시건물에서우동집같은장의자에앉아공부했다.국문학과에는어학과고전문학,그리고현대문학의세분과가있었다.강인숙과이어령은현대문학분과를택했다.현대문학분과는그둘을포함해총다섯명이었다.이선생별명은’밤송이머리’였습니다.그의매력포인트는두뇌에요.교제는어떻게시작하신거죠?"대학3학년때그가친구해달라고제안했어요.극장이나다방에같이다녔고,백과사전번역을아르바이트로같이했어요,밤늦게까지다방에앉아일하고공부하고그랬습니다.명동에’토향(土香)’이란다방이있었어요.조용해서일하기좋았죠."청혼은정식으로받으셨나요?"그렇지않아요,이선생이늦도록같이있기를원하는데,나는몸이약해서데이트가늘버거웠어요,그렇게3년가까이매일붙어다니니까어머니가제동을걸었어요,결혼할거아니면그만헤어지라는거예요,이선생이결혼하고싶은데돈이없어서엄두를못낸다니까,저사람돈생길가망은없어보이니결혼해서네손으로돈을모으는게낫겠다고하셨어요.결혼해서뭐가제일좋으시던가요?"밤에밖에있지않아도되는거였어요,너무피곤했거든요."

이어령선생은집에선어떤남편인가요?"우리집식구들은모두이웃집손님들처럼살았어요.아이,어른모두요,사는번거로움은제가다맡았죠,도우려고한건데요즘생각하니까내가오지랍이넓어서저들을생활에서소외시킨게아닐까하는생각이듭니다.이선생은책만쓰면서살았는데좀덜쓰더라도가족들과고락을같이한편이낫지않았을까싶고요.요즘은제가몸이자주불편해지니이선생이많이돕습니다."이어령선생이너무유명해서불편하셨던적은없었나요?이선생은20대부터이제껏한가한적이없었어요.작년에수술을하고두달동안컴퓨터를못했어요,컴퓨터에대한거부반응이있더라고요.수술후최초의긴휴가였을거에요,부군을계속’이선생’이라고하시네요?"오랜세월을함께지낸사람을소흘히부르고싶지는않아서요."주말에는어떻게지내세요?"주말은글쓰는때죠.각자자기서재에서글을쓰다가연속극하나씩같이보면서쉽니다."

강인숙은’석복(惜福)’이라는가훈대로복을아끼고삼가며살라고자녀들에게가르쳤다.강인숙은칭찬에인색한어머니였다.언젠가장성한아이가"엄마는왜나한테칭찬을안해?"하고물었다.강인숙은"칭찬은남에게들어야하고부모는부족한점을고쳐주는사람이다.고말했다.이어령,강인숙부부는2남1녀를두었다.미국에서변호사로활동하다목회자로나선큰딸은2012에암으로세상을떠났다.큰아들은한국예술종합학교영화과교수로,막내아들은백석대학교디자인영상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그의말대로대한민국의쓸만한국민셋을길러낸것이다.

부모님은어떠셨어요?"아버지는좀난해한분이에요,쾌락주의자여서당신의미각같은것에아주충실하셨죠,과감하게멋을부리기도하셨고요.그런데동시에박애주의자이기도합니다.친구들이지어준호가백우(百友)새요."어떤사업을하셨는데요?"제재업을크게하셨어요,항상나무향기를맡고자랐죠.그래서인지제가목가구를참좋아합니다.나무의결과장식이만나서만드는조화와절제의미학이영혼을맑게해주거든요,나무는죽어서도그렇게맑고의연한시체를남기니신기하지요."어머니는어떤분이셨어요?"어머니는우리들의지모신입니다.자립정신이강하고성취욕이많던어머니는희생한분량만큼우리들의사랑을받으셨으니그잔이넘쳤을겁니다.재산은자신이이룬것만값있는것이니’한대를맞더라도박력있는남자를골라라’하시면서딸들결혼할때시집재산에관심을두지않으셨던점을아주높이평가하고있습니다."

이어령은평생을책과함께살았다.문학을사랑한어머니덕분이었다.어머니는아이의머리맡에서책을읽어주셨다.<천로역정>이나<아!무정(레미제라블)>,딱지본소설도그때어머니의음성을통해읽었다.글자를알기전에책을먼저안시기이다.그렇게자란아이는자연히책을손에서놓지않았다.대학시절에는도서관에틀어박혀남독했다.랭보와보들레르를읽었고키르케고르와니체를읽었다.전공과무관한분야의책도잡히는대로읽었다.이어령의서재에는3만여권의장서가있다.자택응접실한쪽벽면은전부서가다.난초등학교때대학생들이읽는36권짜리세계문학전집을다읽었어요,책을읽다가’사모바르에물이끊고있다’고하면사모바르가뭘까,주전자같은걸까,하고상상하면서읽은거예요.존러스킨도여덟살때이미단테의<신곡>을읽었다고하잖아요."

Epilogue

이어령은"나는우물을파는사람이다.마지막으로깊은우물을하나파고싶다.뒤에오는사람들이우물에서나오는물로갈증을풀수있게해주고싶다."이렇게한평생을살아왔다고한다.매거진바이오그래픽은한사람을집중해서처음부터현재까지새로운형식의일대기를선보이고있다.그첫번째를이어령선생에게포커스를맞추어그분이살아온과정을적나나하게파해쳐우리에게던져주는메세지는크다란감동과공감을느끼게해준다.80이넘은노학자가추구하는호기심은어디까지일까?남이가지않은길을찾아가는열정이일생을수험생처럼서재에박혀책을읽고,글을쓰면서새로운것에도전하는도전정신이오늘의지성으로타인의추종을허락하지않지만그의아름다운인생의꽃을피우기위해노력하는그분의열정에박수를보내며어디까지얼마나더많은저서를쓰는지를지켜보기로한다.이어령이이만큼열정적인삶을살아오게만들어준그의아내강인숙여사님에게도박수를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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