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김소월
나보기가여껴워
가실때에는
말없이고이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라기살길에뿌리우리다.
가시는걸음걸음
놓인그꽃을
사뿐히즈려밟고가시옵소서,
나보기가여껴워
가실때에는
죽어도아니눈물흘리우리다.
‘진달래꽃’은
가장많이읽히는시(詩)이다.
그러나가장잘못읽혀져온시다.
모두가이별을노래한시라고알고있다.
이시전체의서술어는
‘드리우리다.”뿌리오리다.”가시옵소서’
‘흘리우리다’로전문에모두의지나바램을
나타내는미래의시제로되어있다.
그렇기때문에현재상황에서지금님은
자기를여껴워하지도않으며떠난것도아니다.
그들은지금이별은커녕열렬히사랑을하고있는
중임을알수가있다.미래추정형으로된
‘진달래꽃’의시제를무시하고현재나과거형으로
진술한이별가와동일하게생각해왔기때문이다.
김소월의「진달래꽃」만이이별의시제가
미래추정형으로되어있고,시전체가
‘만약’이라는가정을전제로해서전개되고있다.
「진달래꽃」의시적의미를결정짓는것은
다른시(詩)들과차별화할수있는가장
기본적인요소는바로이같은시의시제에있다.
「진달래꽃」을이별의노래라고생각한다는것은
시제를이해못하는시의음치(音恥)에속하는일이다.
‘진달래꽃’은겨우내내야산의어느바위틈이나
벼랑가에숨어있다가봄과함께분출한춘정(春情)을
주체할바모르는야생의꽃인것이다.
영변약산에진달래꽃은그색갈이짙기로유명하다.
밤의어둠을바탕으로삼지않고서는
별빛의영롱함을그려낼수없듯이
이별의슬픔을바탕으로하지않고서는
사랑의기쁨을가시화할수없는역설로
맺어진것이바로소월의「진달래꽃」인것이다.
여기서도이별의가정을통해현재의
사랑하는마음을나타낸것이다.
소월은사랑의시점에서이별을노래하는
겹시각을통해서언어의복합적공간을만들었다.
사랑의기쁨과이별의슬픔이라는대립된정서,
대립된시간그리고대립된상황을이른바,
‘반대의일치(Coincidentiaoppositorum)’라는
역설의시학으로묶어놓는다.
‘진달래꽃’은꽃의이미지때문에
가벼움을나타내는’사뿐이’와
무거움을나타내는’밟다’라는
서로모순하는어휘가하나로결합하여
"사뿐히즈려밟고"의당착어법이되기도한다.
"죽어도아니눈물흘리우리다"의마지막구절은
‘아니’가’눈물’앞에오느냐,뒤에오느냐로
시적의미가전혀달라진다.
‘아니’가’눈물’앞에올때에는
그부정의의미가더강력해진다.
그말이의도적으로강조되고있기때문이다.
김소월의「진달래꽃」은한세기가까이
긴세월을두고오독되어온것이다.
사랑을현재형으로,이별을미래형으로
이야기하고있는소월의특이한시제속에서는
언제나이별은그반대편에있는사랑의기쁨과
열정을가르키는손가락의구실을한다.
그러한모순과역설의이중적정서를가시화하면
봄마다약산전체를불타게하는그러면서도
바위들사이에서하나하나의롭게피어나는
아름다운진달래꽃이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