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이석[인터넷에서 모셔온 이미지]

9월16일 토요일

그리도 무덥던 여름이 지나가고 남편의 건강도
회복되어가는 즈음 새벽잠에서 깨어 일어나려니 세상이 돈다.
빙글빙글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감아도 빙글빙글 속도 메슥메슥 토하고 싶다.
행여 옆자리 남편이 깰까 봐서 조심하며 안정을 취해보았지만,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온몸에선 식은땀이 나고,
“여보 자요?”
“아니 깼어 왜?”
“너무 어지러워 꼼짝도 못 하겠어요.”

불을 켜고 눈을 떠보라지만, 눈을 뜰 수가 없다.

얼굴의 식은땀을 닦아주며
“내가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되지?”
“잠시만요. 잠시만…”

서너 시간 진정을 한 후 겨우 일어나 앉았지만,
조금 덜하긴 해도 눈앞이 휭휭 돈다.
이른 아침이라 병원에 가기도 그렇고, 일어나 설 수도 없으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119, 119에 전화를…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참을 수 있을 때까지 견뎌보기로…
겨우 진정이 되는 것 같아서 조심조심 아침을 챙겨 드시게 하고
콜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속은 메슥거리고 앉아 기다리기 힘들었지만,
먼저 오신 환자분들의 진료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견딜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는 내내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웠다.
다른 기도는 생각도 나지 않으며, 급할 때만 찾는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염치없어서 입을 열 수가 없다.

차례를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병명은 달팽이관의 일시적인 마비가 왔다며,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신다.

검사를 해야 한다며, 기다리라고 하신다.
청력검사와 혈압을 재고,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2틀분 약을 받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 구토
마침 병원에서 받은 검은 비닐봉지가 있었기에 불행 중 다행이었다.

9월18일 월요일

일요일을 겨우 보내고, 다시 병원으로
서서 다닐 땐 속이 메슥거려 조금 불편하긴 해도
어지럽지가 않으니 참을만하다.
콜택시를 부르려다가 이쪽 방향 근처에 택시가 없다기에
조심하면 될 것 같아 승용차로 병원으로…

“좀 어떠세요?”
“조금 나은 것 같은데.. 누으면 어지러워요.”

검사를 해야 한다며, 머리를 좌.우측으로 대여섯 차례 돌린다.
그리곤 무언가 시커먼 수경 같은 안경을 씌우곤 머리를 숙이게 하고
뒤로 눕히고 우측으로 좌측으로 돌리게 한다.

“좀 어지러워요.”
“좀이 아니고 심한데요.”
하며 끼워준 안경을 벗기니 눈앞이 빙글빙글
눈을 뜰 수가 없어서 감으니, 눈을 뜨라고하신다.
눈을 감으면 그나마 참을 수 있지만, 떠니 빙글빙글
다시 감고 감으니 더 났다고 했더니,

“의사 말이 맞겠어요. 환자 말이 더 맞겠어요?”
“의사 말씀이 더 맞겠지요.”
하고 눈을 뜨니 눈앞이 빙글빙글 돈다.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앉았다가 일어나겠다고 하고
앉아 있었지만, 다음 환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다.
간호사 두 사람이 양쪽에서 부축해서 겨우 남편 곁에 앉았다.
울렁이는 속을 달래며, 앞쪽 한곳을 보고 있으라기에 그렇게 하였더니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2틀분의 처방전을 주시기에
남편의 경대병원예약 날과 맞물려 목요일 올 테니,
약을 더 처방해 달라 하였더니, 5일분의 약을 처방해주셨다.

9월20일 수요일

남편 경대병원예약 날이다.
조금씩 나아져 가기에 안심이긴 하지만,
병원에 가는 날은 혹시나 하는 두려움은 있다.

신경과 두 곳의 예약이 잡혀 있는 예약증을 들고
순서를 기다려 수납을 하려 했는데, 같은 날 같은 과의 진료는
둘 중 한 곳에만 진료비를 받는다며 한 곳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먼저 들렸다가 오라고 한 곳부터 접수 하여
차례를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처방해준 약을 계속해서 먹어야 하는지…
안 먹어도 되는지를 여쭈어보고 오라기에 여쭈었더니,
입원 당시처럼 정신을 잃는 경우가 없었느냐 묻기에
그런 일이 없다고 하였더니, 그럼 그만 드셔도 된다 하셨다.

예약된 신경과에 다시 접수 하고 기다렸다가.
진료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아 집으로…
다음 예약날은 내년 1월

9월22일 금요일

목요일에 가려다가 하루 더 쉬고,
오늘 금요일 이비인후과 병원에 다시 들렸다.

검사를 해보시자며, 커다란 수경 같은 검은 것을 씌운다.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뒤로 눕히고,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하였는데, 왼쪽으로 돌아갈 때 약간의 어지럼증이…

“아직 약간 남아 있네요. 고쳐드릴게요.” 하신다.
얼굴에 쓴 수경 같은 안경을 벗었지만, 그렇게 어지럽지는 않아
안심을 하였는데, 간호사가 안쪽 침대에 왼쪽으로 누워보라 하기에
누우려는 순간 빙글빙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돈다.

“못 눕겠어요.”
“그럼 조금 일어나 앉았다가 다시 누워보세요.”
일어나 앉았지만, 심하진 않지만 어지럽다.
잠시 진정을 한 후 다시 누우니 견딜만하다.

무언가 안마기 같은 것으로 머리를
두드리고는 조금 더 그대로 누워있으라 하신다.
한참 후 다시 오셔서는 똑바로 누우라고 하셨다.
똑바로 누워서 또 한참,

다시 오셔서 이번엔 오른쪽으로 누우라 하셨다.
머리를 왼쪽으로 돌렸을 때처럼 기구로 두드리고는
조금 더 누워있으라 하셨다.

한참을 그대로 누워있었더니, 이젠 엎드려보라 하신다.
엎드려놓고는 돌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니 기다리라고 하셨다.
또 한참을 엎드려 기다렸다.

다시 오셔서는 일어나보라 하시며 어떻냐고 물으셨다.
속은 아직도 약간 메슥거리지만, 어지럼증이 없어지니 살 것 같다.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면서…
그래도 모르니, 하루분 약을 더 줄 테니 어지럼증이 없으면 드시지 마세요. 하신다.

이젠 오시지 않아도 되지만, 혹 어지럽거나 하면 다시 들리라 하셨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그리곤 집으로

9월25일 월요일

어지럼증은 없지만, 힘이 없다.
자꾸만 나른한 게 눕고 싶지만, 눕기가 겁난다.
혹 누우면 다시 어지럼증이 시작될 것 같아서…
조심 조심 누워도 보고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힘만 없을 뿐 어지럼증은 없다.

일요일도 무사히 지내고
오늘 월요일 아침 건강할 때와 같지는 않지만,
몸의 힘도 조금 생겨난 것 같아서 좋다.

주변에서는 1년도 더 고생했다는 사람의 말도 들었기에…
오래 고생하면 어쩔까 은근 걱정을 하였는데

차차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겠지…
딱 일주일 만에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참으로 고맙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9월 25일 at 3:05 오후

    내가 허리 수술후에 한번 그랬고 서너달전에
    또 한번 그랬어요.
    온갖검시 다 한후 이비인후과 의사 왈
    왼쪽에 이석증이 있으니 오른쪽으로 누워자라고
    하면서 약을 줍디다.
    동네 겪어본 사람들 얘기가 평소 징코민류를
    먹으면 좋다해서 세병째 먹었드니 이젠 좋아서
    여행도 다닙니다.
    그 어지럼은 정말 못 견뎌요.

    • 초아

      2017년 9월 25일 at 7:24 오후

      어머, 언니도 그랬다구요.
      그것도 두번씩이나 저도 왼쪽에 이상이…
      약도 먹고 치료도 받고 이젠 괜찮아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조심 또 조심하지만
      재발도 한다하니 걱정이됩니다.
      두번다시 겪고 싶지 않아요.
      징코민류요? 저도 사 먹어야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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