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와 참깨

깨를 볶았다.진짜로 알짜배기 진품 참깨다.친정 어머니 생각이 가슴 가득 전해왔다.이 참깨 안에 어머니의 사랑과 그리움이 한꺼번에 담겨져 왔다.후라이펜 위에  깨 뽁는 주걱이 왔다 갔다 하듯이 내 오른 팔은 주걱을 든 채로 두 눈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엄마~~~~~!”

깨 볶다 말고 나는 아이마냥 목놓아 엉엉 울고 말았다.

벌써 이 땅을 떠나신지 1년이 지났다.

저 천국에서 편안히 잘 계신다는 믿음의 확신이 있기에 큰 위로가 되면서도 문득문득 많이도 그리워진다.

90세까지 건강히 잘 계시다가 너무도 갑자기 단 하루 병원 계시다가 떠나셨기 때문이다.

노인성 병 하나 없으셨는데….

겨우내 서울 오빠,언니네 머무시다가 봄을 맞아 시골에 내려 오시려고 하셨는데…

시골 집에 내려 오셔서 봄 맞을 집 청소도 언니랑 형부랑 해 놓고 오셨는데….

마당에 심어 두셨던 마늘도 싹을 예쁘게 틔웠고 마당 주변으로 들깨도 자라날텐데….

담장에도 야채 넝쿨들이 피어 오를 계절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대문 앞과 마당  곁으로 철마다 이쁜 꽃들도 피어 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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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갑자기 떠나시기엔 아직 너무도 엄마 손을 필요로하고 기다리는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 모든 것들에게 그리움과 사랑을 남겨 두시고

작년 이맘 때쯤 어머니께선 정말 너무도 평안한 중에 우리들 곁을 떠나셨다.

이웃들은 다 어머니를 복 노인이라셨다.

정말 그 말씀이 참 맞다싶다.

자식들 힘들지 않게 하시려고 그렇게 건강하게 잘 계시다가 또 떠나 실 때도 자식들 걱정하지 않게

이렇게 아쉬움만 가득 남겨 두시고 떠나셨다.

부엌 서랍엔 아직도 어머니께서 봉지봉지 챙겨 주신 하얀 참깨가 넉넉히 담겨 있다.

지금처럼 양념으로 먹으려면  아직 내 후년까지도   먹고도 남을 많은 양이다.

항상 우리가 다 먹기 전에 또 챙겨 보내셨다.

시골에서 달리 선물할 것이 없는 시절이라 어린 시절 어머니께선 선물로  참기름을 정성껏 잘 챙기셨다.

아버지께서 드신 소주 병을 늘 잘 보관 하셨다가 참기름 병으로 활용하셨다.

감사한 선생님들께도 정말 인사해야될 고마운 분들께도 참기름을 잘 챙겨 드렸다.

선생님이나 , 농사를 짓지 않는 분들은 어머니의 정성담긴 참기름을 그 어느 선물보다 좋아하셨다.

이민와서도 매 년 어머니께선 멀리 사는 막내 딸 몫으로도 항상 챙겨 두셨다.

우리가 방문할 때는 물론이고  친척들이 캐나다 올 때면 항상 부쳐 주셨다.

어머니 주신 것이라고 가까운 이웃과 잘 나눠 먹었는데 지금 남은 이 참깨들은 정말 잘 보관하면서 아껴 먹고 싶다.

어머니 주신 참깨를 볶을 때마다 더 많이 어머니를 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작은 씨앗이 참 고맙다.어머니의 손길을 통해 심어지고 가꿔지고,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고 자란 것이 감사하다.

깨를 수확 하는 것을 안동에선 깨를 찐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께선 깨 거두러 밭에 가실 때는

“깨 찌러 간데이”라고 하셨다.뜨거운 불에 음식할 때 찌는 그런 찜하는 것이 아니라

깨를 수확하는 것을 깨 찐다고 하셨다.깨를 낫으로 잘라서 보기 좋게 단을 만드셨다.

그리고 네개의 단이나 더 여러개의 단을 서로 잘 엮어 세워서 넘어지지 않게 했다,

공기도 잘 통하고 볕도 잘 들게 서로 의지하며 도우며 지내게 세워 주셨다.

그리고 며칠 후 넓은 깔개를 밭에 가지고 가서 밭에 깔고 그 위에 막대기로 깨 단을 두들거나 막대기로 장단 맞추듯이 살살 내리치셨다.

그러면 주르륵주르륵 하면서 정겨운 소리가 나면서 깨가 나왔다.

그 모습이 참으로 즐겁고 신기했다.그 작은 씨앗들이 수북히 쌓이는 것도 재미 있었다.

나는  깨터는 날 마치 모래 위에 두꺼집 짓는 놀이를 하듯이 깨를 손등에 올려 두드려 보면서 부모님 따라 밭에 온 것이 마냥 신이 났었다.

동생과 함께 깨 단을 날라 드리면서 콧노래를 부를 때면 ,산과 들과 농작물들이 모두 다 내 친구가 되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서 자라온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 풍성한 맑음 속에 자라왔기에 보드라울 수 있었던  마음의 밭 덕분에

복음의 씨앗도  내 속에서 아름답게 싹나서 잘 자라고 튼실한 좋은 열매들로 맺어 갈 수 있음이 감사하다.

캐나다에서 볶는 깨 속에서도 부모님과 형제들과 친구들과 내 어릴적의  고향의 이야기가 가득 펼쳐지는 것을 볼 수가 있음이 감사하다.

참깨는 한해 살이 식물이기에 매년 심고 매년 또 거둬내는 농작물이다.서아시아가 원산지인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 널리 분포하는 작물로 기름을 짤 수 있어서 더 유용하다.나도 참기름을 참 좋아한다.캐나다에서는 주로 일본서 들어온 참기름이 흔한데 한국 식품점에서 우리나라 참기름도 살 수 있어 좋다.그러나 나는 그 어떤 참기름보다 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참기름이 최고의 참기름임을 자랑하며 감사하며 지내왔다.

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참기름은 이제 다 먹었다.그래도 항상 어머니 손길을 통해 심어졌고 ,가꿔졌고,거둬져서 캐나다 딸에게까지 전해진 그 고소하고 향기롭고 맛있는 참기름은 늘 내 곁에 남아 고소하고 향긋한 사랑으로 담겨져 있다.아직도 남아 있는 어머니가 농사 지어 보내 주신 참깨가 있음이 감사하다.참깨를 떠올려 본다.마치 옛 친구를 만나는 듯 반갑고 기억이 되살아 난다.올곧게 쭉쭉 벋어 선 줄기는 자존감이 있는 사람처럼 품위가 있다.거기에 네모지며 잎과 더불어 부드러운 털이 빽빽이 난 근육도 멋지다. 잎은 마주나기 하거나 윗부분에서 때로 어긋나기 한다. 잎자루는 긴타원형 또는 바소꼴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밑부분이 3개로 갈라지기도 하며 잎자루 밑부분에는 노란색 작은 돌기가 있다. 통꽃인 꽃은 7-8월에 피며 흰색 바탕에 연한 자줏빛으로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꽃받침은 5개로 깊게 갈라지고 꽃부리는 입술 모양이며 윗입술 꽃잎은 2개, 아랫입술 꽃잎은 3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4개 가운데 2개가 길고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삭과로 원기둥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익으면 끝에서부터 터져서 깨가 쏟아져 나온다.

참깨는 빛깔에 따라 검정깨·흰깨·누른깨로 나뉘고 특성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참깨는 지방이 45-55%, 단백질이 36% 들어 있으며, 비타민 B1,E 많다. 기름은 참기름이라 부르고 ,깨소금은 양념으로 잘 사용한다. 인조버터·비누원료·올리브 기름 대용으로도 사용한다. 지방유가 들어 있으므로 자양강장 및 변비치료에 좋다, 다른 생약과 배합하면 허약체질·병후 회복용으로 유효하다, 염증 등에 외용되고 해독제, 완화제, 연고 등으로 이용된다. 기름을 짜 낸 찌꺼기인 깨묵은사료·비료로 이용한다. 공업용으로는 선박 기관의 냉각제, 등화유로 이용된다.우리나라 깨는  중국을 통해서 들어 왔고 개량종으로 수원 9호, 풍년깨 등이 우수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풍년깨란 말을 자라면서 많이 들었다.이름이 풍년 깨여서였을까? 정말 이름 그대로 풍년깨는 우리 집 깨밭에서도 기특하게 풍년을 늘 노래해 주었다.그 노래가 있기까지 수고하시고 고생하시며 땀 흘리셨던 아버지,어머니의 애쓰심이 가득 담겨 있었음을 자라면서 나는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나는 요즘 찹쌀 떡 할 때도 깨를 듬북  넣어 사용한다.매년 여름 단기 선교 기금 마련을 위해 교회에서 참깨를 볶아 팔았다.나도 늘 몇 봉지 산다.산 참깨는 떡 할 때 주로 사용했다.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깨는 떡해 먹기엔 너무도 아까와서이다.반찬 할 때 고명으로도 사용하고 깨소금을 해서도 사용하고 더 오래 가까이 두면서 먹을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해왔다.어제 참깨 2자루를 오더했다.50Kg짜리 2개이니 100킬로그람이다.올 여름 단기 선교 바자회장이라 물건 사는 것을 챙겨 알아 보면서 토요일에 전도회원들이 모여 볶으려고 깨를 품목에 넣었다.이 깨 역시 우리 부모님들처럼 어느 분들의 손길을 통해서 우리 손에까지 오게 된 것임을 기억한다.

나는 시골에서 농사 지으시는 부모님 아래에서 나고 자란 것이 늘 자랑스럽고  감사해한다.이 깨를 볶으면서 그리고 봉지에 담아 기금 마련으로 팔면서도 이 깨를 농사 지으시려고 애쓰신 분들을 기억하려고한다.그리고 이 농작물이 사명을 잘 감당 할 수 있게 알맞은 햇빛과 비와 바람을 골고루 전해 주신 신실하신 하나님께 제일 크게 감사드린다.

더 이상 어머니께서 보내 주시는 참깨를 받을 수 없다.그러나 어머니께서 매 년 보내 주시던 그 참깨는 사랑이 되어 여전이

매년 아니 매 달 아니 매일 내게서 피아나고 있다. 그 헤아릴 수 없는 참깨의 씨앗들이

내 가슴 가득히 그리고 내 이웃으로로까지 번져져 갔기 때문이다. 그 작은 씨앗 안에서 생겨난 또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씨앗들이

지금 여전히 싹틔우고 가꿔지고 거둬지고 또 나눠지고 있음을 감사한다.

이 작은 참깨 씨앗들이 함께 어우려져 더 고소하고 향기나고 맛있어 지는 일에 동참 하듯이

나도 세상을 더욱 고소하고 향기롭게 하는 일에 더 즐거이 동참하리라.

어머니가 몹시도 그리운 아침이다.깨를 다 볶았다.식혀서 병에 담으면서 나는 ‘사명!’이란 단어를 생각해 본다.

이 작은 식물도 자기의 사명이 있었고 훌륭히도 사명을 잘 감당하는 모습을 본다.

어머니의 삶이 건강하셨고 아름다우셨고 늘 계시는 자리에서 사명을 잘 감당하셨기에 오늘 우리 7남매가

이 땅에서 영육이 건강한 삶을 잘 살고 있음을 알기에 감사드린다.

나도 나의 사명의 자리를 감사하며  되새겨본다.

어머니를 생각만해도 항상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되는지?를 깊이 깨닫게된다.

이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깨를 볶으면서 어머니를 더 가까이 만나는 행복한 시간을 갖었다.

더 뵐 수 없는 아쉬움 속에서도 다시 위로를 얻는다.

어머니는 저 천국에서 편히 안식하심을 알기 때문이다.

이 감사한 선물을 어머니께서 받아 안으신 것이 제일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어머니처럼 이렇게 행복하실 선물을 안겨 드리고 싶은 분들이 주변에 아직 많이 계시다.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수고로

부지런히 복된 이 선물을 잘 전해 드려야겠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두시고 선물을 기쁘게 받으실 분들을

주님께서 줄 세워 놓아 주시길 또한 간절히 기도드린다.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친정어머니와 참깨!

생각만해도  참으로 따뜻해지고 행복해지고 감사가 밀려온다.

이 안에는 나의 아름다운 유년 시절의 푸르른 이야기가 사랑과 은혜와 감사와  그리움과 함께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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