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들아! 뚫린 길목 잘 알려 줘서 고맙데이”

셋째와 넷째가 너무 좋은 냄새가 났다면서 아침 인사를 했다.

잠을 자는데  맛있는 냄새가  가득 밀려 왔다고 둘이 입을 모았다.

토요일 저녁부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별한 음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100년이 넘은 집이다.

그래도 요즘 새로 지은 집보다 자재들이 더 튼튼하고 좋다.

바로 전 주인은 독일 사람이었다. 43년을 한 집에 살았다.

독일인들은 우리가 알듯이 참으로 알뜰했다.집을 새롭게 고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주인이 10년 만에라도 바뀌었다면 이것저것 자기 스타일로  바뀌었을 것이다.

운치가 있고 튼튼한 멋은 있는데 정말 구식이었다.나는 앤틱을 좋아하기에 그 멋이 또 좋았다.

우리도 가게 하면서 이사 왔기에 달리 구조 변경이나 고칠 겨를이 없었다.

고칠 곳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기도하다.페인트만 새로 칠하고 이사를 왔다.

그 이후 4년 전에 카펫으로 깔려 있던 거실과 방 바닥을 마루로 고치고 ,부엌을 새로 고치긴했다.

창문은 꼭 갈 필요까진 못 느끼지만 오래되어 약해진 부분이 있기는 했다.

2년 전부터 남편이 창문을 새로 갈 마음은 가지고 있었다.

요즘 창문이 보온도 잘 되고 또 사용도 편리하게 된 것이 많기 때문이었다.

마음은 있었지만 사용에 불편이 없고, 또 바빠서 그대로 지냈다.

 

그런데 지난 주에 바꾸자는 마음을 정했다.

파리 덕분에 확실히  결정을 했다.

원주민 선교 다녀온 청년들 대접한다고  7월 10일 주일 저녁에 초대를 했다.

메뉴를 뭘 할까? 생각했다,보통 때는 고기 도매상 가서 갈비를 사와서 굽는다.

제일 쉬운 일이기도 하다.이번엔 도매상 갈 짬도 없었다.

교회서 마리아 전도회가 만들어 팔 때 사 둔 포기 김치가 넉넉히 있었다.

그 사이 많이 시어지기도했다.

코스트코에서 돼지 갈비를 넉넉히 샀다.돼지 갈비 묵은 김치 찜을 하기로 했다.

토요일 저녁부터 약한 불에서 뭉근히 끓여 오던 그 냄새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잠자면서 꿈에 만난 듯 했던 바로 그 냄새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문을 열고 들어 오면서 놀라고 또 놀랐다.

정말 그 작은 파리들 코가 얼마나 좋은지 맛있는 냄새까지도 다 맡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온 동네 파리들이 파티 날인 줄 알고 우리 집에 몰려 와 있었다.

잡으면서도 놀라고 또 놀랐다.어떻게 파리들이 그리도 많이 몰려 왔는가? 싶었다.

가만히 보니 뒷마당 쪽 창문 하나의 유리가 조금 내려 앉아서 그 틈으로 파리들이 신나게 들어 오고 있었다.

 

평소에 3시 30분에 끝나는 찬양 연습이 4시에 끝이나서 예상보다 30분 늦게 집에 도착을 했다.

6시에 오기로 한 청년들 요리 준비하기도 바쁜데 우리 부부랑 막내는 파리 잡기에 총동원이 되었다.

남편은 또 선배님이 보자고 해서 뉴마켙에 약속이 있어서 파리를 잡다 말고 잠시 다녀 와야했다.

파리의 갑작스런 출몰로 남편이 앞 뒷 마당 잔듸를 깍을 예정인 것도 하질 못하고 파리만 잡았다.

평소에 이런 일이 없어서 파리를 잡을 마땅한 장비도 없었다.약을 뿌리려니 음식들이 준비 되는 상황이었다.

감사하게도 이민 올 때부터 가지고 있던 파리채 2개가 있었다.

한국에서 쓰던 끈끈이가 간절히 생각 날 정도였다.

정말 어디서 그런 파리가 몰려 왔는지 캐나다에 와서 16년만에 처음 본  진풍경이었다.

잡고 또 잡아도 여전히 보였다.크기도 얼마다 큰지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던 똥파리 정도의 크기였다.

나라가 커서인지 파리 크기도 컸다.

 

그러는 중에 6시에 오기로 한 선교팀 청년들은 그냥 교회에 있다가 빨리 왔다면서 5시 30분에 도착이 되었다.

우리 질녀가 어학 연수온 기회에 원주민 선교도 다녀 올 수 있은 것이 너무 감사했다.

함께 간 팀들이 잘 챙겨 준 것도 고마웠다.

그래서 질녀가 귀국 하기 전에 선교팀들을  초대해서 우리 집에서  밥이라도 한끼 대접해 주고 싶었다.

파리 소탕 작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착이 되었으니 예정보다 1시간이나 겝이 생긴 것이다.

나는 30분 늦게 도착했고 팀들은 30분 일찍 도착한 것이다.준비하려던 요리들을 1시간 못한 셈이다.

함께 파리를 잡아 가면서 온 청년들을 맞았다.

거의 소탕은 했지만 여전히 우리와 친교하고 싶어한 몇 몇 파리와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보이는대로 잡았더니 식사 중에 거의 소탕 작전이 마무리 되긴 했다.

정말  좋은 시대에 이렇게 좋은 환경의 캐나다에서 파리 출몰이라니 정말 새로왔다.

내가 만든 그 돼지 갈비 김치 찜이 그렇게도 그들을 유혹했단 말인가? 싶었다.

온 토론토 파리를 다 모이게 할 줄이야!…

시골서 어릴 때 보던 그 파리들을 다시 본 것이 새로웠다.막내한테 엄마가 시골서 클 때 만났던

고향의 파리 이야기를 해 주었다. 손님이 오는 날 그렇게 예의없이 나타난 파리라서 너무 얄미웠다.

 

감사하게도 엊저녁부터 끓이던 한가지 확실한 메뉴가 있어서 두 솥에 가득한 밥을 가지고 식사를 잘 할 수가 있었다.

오징어 깻잎 부추 부침개도 못하고, 나의 주특기인 영양 찹쌀 떡도 못하고 ,뚝딱뚝딱 준비하려던 몇가지 재료들이 그대로 있었다.

간단히 셀러드랑 과일들 챙겨서 식사를 잘 했다.

정말 딱 한가지 돼지 갈비 신김치 찜이었지만 모두들 특별식이라며 맛있다며 맛있게 먹어서 감사했다.

이것 하나지만 양을 정말 큰 솥 2개를 해서 넉넉한 것만도 감사했다.

 

그 날 그렇게 떼를 지어 출몰했던 파리 덕분에 남편이 창문이 허술해진 부분도 발견했고 날씨 좋을 때 창문을 전체 다 가는 결정을 했다.

생각보다 견적은 비싸게 나왔다.

한 집 더 받아 보고 비교해서 결정하려고한다.

이제 창문을 갈면 올 겨울은 전기료도 더 절약될 것 같다.잘 보온이 되는 창문 덕분에.

파리들도 이젠 아무리 맛있는 냄새가 우리 집에서 난다해도 감히 침범을 못할 것이 또 기대되고 감사하다.

파리 때문에 질겁을 했다.

또 그 덕분에 우리가 그리 급하지 않게 생각하던 부분을 고칠 생각을 한 것도 감사하다.

“파리들아 ! 뚫린 길목 잘 알려 줘서  고맙데이”

 

우리의 삶 속에서 종종 뜻하지 않은 일들을 만난다.

그 속에서도 분명 또 우리가 새롭게 행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나니 참 감사하다.

파리가 들어 온 것이 더럽고 싫었지만

우리 집에 새로 창문을 갈 기회가 된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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