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얼의 긴 겨울

제가있는몬트리얼은캐나다동부퀘벡이라는주에속해있는낭만의도시입니다.캐나다전체도시중세번째로큰

도시이며전체인구중70%이상이불어를쓰고나머지영어,중국어,아랍어,등등언어를사용하는곳이지요.

저가여기도착하던2002년12월에도무척이나추워서이곳에서과연어떻게살수있을지걱정이태산같았답니다.

그렇게시작해서올해로3번째겨울을맞는셈이지요.이곳은보통겨울이10월말경부터시작해서다음해4월말

정도까지계속되기때문에일년중거의반이상이겨울인셈인데첫해에는하도겨울이길어서저도우울증비슷한

걸경험했는데특별한이유없이기분이우울해지고의욕도없어지는게괜히여기저기아픈것같기도하고은근히

큰병이라도걸린게아닐까하는걱정도했었는데어느날우연히관공서에전화할일이생겨전화를해보니

자동응답으로기분이우울하고의기소침해지는건당신만의문제가아니니가까운병원에방문하거나의사와

의논해보라는메세지가있었기에그때서야이런문제가지역적인것임을알게되었지요.모든병은마음에서부터

온다고이일이있고나서야기분이많이나아졌던기억이납니다.

또한저는한국에서부터추위에약하고감기를달고살았던사람이라보통춥다는날씨가영하25,35도를오르내리는

이곳의날씨가겁부터났던게사실이었지만,다행히그리감기로고생하지않아너무도다행이다싶었는데,그게바로

지난크리스마스지내고바로다음날부터몸이이상하더니기어코심한독감으로10일이상을고생했답니다.

가뜩이나동남아를강타한지진해일로마음이어두웠는데내몸까지아프니정말세상이비관적으로보이더군요.

새해에밝은소식으로시작해도한해를지내다보면이런저런어두운얘기들이많이들리는데올해처럼시작벽두

부터사상자가얼마고,복원하려면얼마의시간이걸리고,시신을찾았네,못찾았네하면서슬픈소식으로온통

세계가다들썩거리는큰재해가터졌으니2005년한해가심히걱정이됩니다.이번사태를보면서사람이살았다는

게정말살은게아니고우리들의목숨이라는게얼마나부질없고가벼울수있는가하는걸깊이깨달게되었습니다.

그런걸모르고아둥바둥살아가는나를비롯한많은사람들의모습이너무도안쓰럽게느껴졌다고나할까요?

우리는도대체무엇을위해살아가는것인지?그사고현장에있던많은사람들은휴가를즐기기위해가족들과친구들또는연인들과함께일부러그곳을찾았던사람들인데어찌해서그렇게기쁘려고떠났던여행이아비규환의생지옥

으로변해버렸는지,도대체그들중의단한사람이라도그렇게될걸감이라도잡았던것일까하는착찹한안타까움이

오랫동안머리속에서떠나지않습니다.신앙인의한사람인저조차도이번사태를보고그들모두천국으로가기를

기도드리기로는뭔가부족하지않나하는느낌을지울수없습니다.순식간에죽음을맞이한사람에게는그들대로,

또힘들게견디다사망한사람에게는그들대로얼마나억울하고안타까왔을까생각해봅니다.남아있는가족이나

친구들에게작별의인사도못했으니말입니다.이렇게생각해보면차라리오랜시간투병을하거나그래도죽음

전까지조금의시간이라도가졌던사람은다행이었겠다싶기도합니다.

몸도아프고마음도아프면서며칠을괴롭게지내다가역시세월이약이라고내몸도마음도서서히치유가되더군요.

세상살이가다이렇듯시간이해결해주는일들이거의다인것같습니다.이제이곳몬트리얼의긴겨울도마침내

끝나고새싹이돋고다양한꽃들이얼굴을내미는봄이오면저역시언제슬픈일이있었나싶게꽃구경에정신을다

빼앗기고삶의의욕을느끼며자연을찬미하고감탄하며지내겠지요.언제까지슬프게만은살수없는게우리

인간들의자연스런모습일것입니다.망각을가졌기에우리는기쁘다가도슬프고슬프다가도기뻐지는거겠지요.

그게우리인간들의한계이자피조물의모습일것입니다.그러기에우리는"신"에게매달리고,완벽에가까와지기위해

노력도하고또좌절도하면서유한적인삶이라는과정을통해한발한발죽음이라는걸향해다가가고죽음뒤에

있는그무엇을알고자항상기도하며절대자께의지하는것이아닐까요?겨울이가면반드시봄이온다는분명한

명제뒤에우리들의사연들을얹어놓으면그렇게슬프거나그렇게기쁘거나할일은없을지도모릅니다.다만겨울이

길수록봄을맞이하는기쁨은더욱커질것이고,시간이감에따라우리마음을열고지금보다는나은세상을만들어

나아가자는결심으로사람을사랑하고,자신을반성하고,잘못을줄이려고노력하고,있는현실을받아들일수있게

되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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