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어머니는저에게외경심을품게한분이셨습니다.
저의어린눈에는어머니의모습이차가운지성과한없이뜨거운가슴을지니신조금은이해하기힘든분으로
비췄으며아름다운얼굴을가지셨지만혼자선걸을수없다는게묘한부조화로느껴졌습니다.
아름다운얼굴에선고뇌를읽을수있었고그러면서도명랑한기운을유지하려고노력하시는모습이애처롭게
느껴진적도있었습니다.어린나이에도이런걸뚜렷히는아니더라도느꼈던걸보면저는굉장히조숙했던
아이였던것같습니다.
어머니는그당시론드물게저를초등학교입학전에한글을깨우치게하시고구구단을외우게하셨습니다.
그리고제대로못따라했을땐어김없이회초리로절때리셨고심할땐집밖으로내쫓으신적도있으십니다.
물론잠깐울면서반성하고들어오는거였지만한번은어머니께서대단히화가나셔서팬티만입히고내쫓으신
적이있습니다.그때지나가는동네오빠를보고너무창피했던기억이납니다.
그렇게엄하시다가도같이놀아주실때에는너무도재미있게해주신기억도소중히간직하고있습니다.
인형을손수그려주시고거기다인형옷까지만들어주시고같이연극도해주셨습니다.
소꼽장난도저희들과같이해주시며즐겁게놀아주셨습니다.
당신의딸을누구에게도뒤지지않게하시려는듯일찌기조기교육을시키셨는데그래서저는무용도배우고
피아노도치고학창시절에는붓글씨,고적대,합창반등두루두루이것저것을다경험하였었습니다.
요즘엔흔하지만그당시론이렇게여러가지활동을하는아이들이많지않았기에당연저와동생은학교에서
눈에뜨이는아이들이었지요.그리고둘이똑같이머리를길게땋고옷도화려하게입고다녔으니그때아이들의
눈으론무슨공주들같다고나할까요?
어린저의마음속엔두가지가존재했던것같습니다.잘난듯해서우쭐했던기분과한편으론평범하고싶다라는
두마음이.그러면서왜우리는극단으로만존재하고평범할수가없는지의문이들었습니다.그리고그걸깨달게
되기엔그리오랜시간이필요하지않았구요.
어머니께선본인의꿈을저희들을통해펼치시길원하셨던것같습니다.좌절된어머니의꿈을대신할저희들을
일찌감치준비시키시려는어머니의뜻이이루어지지않으실땐히스테릭한면을나타내셨는데저는그당시에도
그런어머니의모습을이해할수가있었습니다.그러나제동생은이해도못했고따라하려고도안했던것같습
니다.그게큰딸과둘째의차이인것같기도하구요.
저는말그대로하라면하고시키면시키는대로하는순종형이었고대신제동생은막내라는프리미엄에다가
특히겁이많아서어머니께서나중엔포기하시게되었지요.매를들어도저는그대로앉아서맞는데비해동생은
도망을갔으니까요.
학교를파하고돌아오면어머니께서는항상맛있는음식을준비해놓으시고저희들을기다리셨습니다.간혹
늦게오면집앞에서쪼그리고앉아기다리셨구요.그러면저희는죄책감에몸둘바를몰랐었습니다.그리곤
어머니께뽀뽀를하고학교에서있었던이런저런얘기를나무며어머니젖가슴에파고들곤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선저희들에게어려서부터이런말씀을자주해주셨습니다."너희들이어느장소어디에있더라도
이성은항상지키고사람은목표의식이있어야한다"라구요.
그래서인지저는친구들과재미있게놀면서도한쪽으론집에돌아가야한다라는생각을지울수가없었고
어떤일을하던의미를두어야만직성이풀렸고모두가정신없어보이듯뭐에빠져있을때에도나하나는
정신을똑바로차리고있어야한다라는강박관념을달고살았던듯합니다.
그러면서냉철하고객관적인아이로성장했고남에게줄수있는마음의여유는없었던듯합니다.
그걸깨달고저를고치려고노력한게그리오래된것같지도않습니다.제가미국에서지내면서사람은결코
혼자인존재가아니고더불어살아야한다는인식이깊어진것같습니다.
그후차차마음을열고남들과가슴속얘기들을나누었던기억이있고그전에는그저피상적인대화만하고
지낸듯합니다.제마음을다보여주길거부했던거지요.그럴필요도못느꼈구요.
이런저의성장과정을살펴보면분명어머니의영향이큰것은말할필요도없는데그때나지금이나저는그게
저의운명같은거지특별히어머니탓을할건아니다라는생각입니다.저에게있었던모든일들이오늘의
저를만들었고그건피할수없는현실인데,그저있는사실인데하면서무릇사람은저되기나름이라는생각을
해봅니다.
똑같은환경에서도저와동생의받아들임이달랐고또그결과성격도달라졌고이모든게작게는개인의
선택으로,좀더의미를두자면신의선택으로달라지는거라는나름대로의결론에도달했습니다.
그리고지금에와선저희들을위해어머니당신이생각하신최선을다해주신것에깊이감사드리는마음뿐입니다.
세상의어느누구도어머니만큼자식을위해당신을희생하는존재는없으니까요.
특히저의어머니처럼불편하신몸으로,그런정성으로자식들을위해애쓰시는분은이세상,아니저세상어디에도
단한분밖에안계시니까요.
지금와서생각해보면그런어머니의기대에너무나도못미치는그런딸인게부끄럽고죄스럽지만그것또한
그게저의운명이라면달리어쩔도리는없을듯합니다.대신제가할수있는한에선최선을다해어머니께
효도해야겠다는결심을해봅니다.
어머니는제게여전히애뜻하고정겹고가슴저리게만드는유일한존재입니다.
아무리자식을사랑해도아직은나의어머니만큼은아니고제하나밖에없는동생역시어머니와같은가슴속
깊은애닯음은아닌듯합니다.
나이가한살한살먹어갈수록어머니에대한회한과사랑은꺼질줄모르는불꽃으로마음속에깊이자리잡음하고
그불꽃이사그라들고마침내재로화할때저의삶역시꺼져버리는그런날이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