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어렸을때어머니와영화관을자주갔었습니다.
어머니께서영화를좋아하셔서거의간판이바뀌면갈정도였으니많은영화를따라다니며본셈이지요.
그당시영화관으론광화문에국제,종로에아카데미,청계천에국도,충무로에대한극장정도였던것
같습니다.어쩜더있을수도있지만제기억에있는건그정도입니다.
초등학교들어가기전까진적어도일주일에두,세번은갔었던것같고학교입학후에도3학년때까진
꽤나쫓아다녔는데그후론극장방문이뜸해지고집에서주로시청했었습니다.
워낙기억력이나빠보았던영화들에대해서기억하는게거의없지만그중에몇편은장면들이또렷히
남는것도있습니다.’벤허’의말달리는장면이나’닥터지바고’에서의멋진설경같은것말이지요.
방화중에는’미워도다시한번’이라는영화를보고많이슬퍼하고울었던기억이있습니다.그리고
‘마부’라는영화도요.
어머니께선제가어려영화를보아도별느낌을못받을거라생각하셨던것같은데저는어렸지만벌써
어른들간의사랑얘기나세상사를어느정도이해하고있었던것같습니다.그러면서인생을일치감치
숙고하게도되었구요.
일찍부터그리영화에눈을떴으니또래친구들보다전좀더성숙했던것같고학교에가서도많은시
간을영화장면을재현하거나친구들과연극만들어보기로보냈는데그런저가영화쪽으로직업을택
하지않았던게이상할정도이지요.
확실히전친구들보다영화배우에대해서도아는게많았었고자신만의인생말고또다른인생을경험
할수있는배우라는직업을아주매력적으로생각하게되었습니다.
그당시유명한한국배우론문희,남궁원,신영균,신성일,김진규,남정임,도금봉,윤정희,박노식,
최무룡,김지미,허장강등이있었는데저는특히우수어린눈의소유자인문희와이국적인미남남궁원
을좋아했었습니다.또신성일도많이좋아했었구요.김지미의카리스마에도매력을느꼈습니다.
또한외국배우로는제임스딘,리즈테일러,록허드슨,폴뉴먼,알리맥그로우,스티브맥퀸,더스틴
호프만,라이언오닐,오드리헵번,그레이스켈리,마릴린먼로우등을좋아했고그들의영화는그당시
제게무엇보다도달콤하고생의기쁨을주는원천이되어버렸습니다.
모성애를건드리는제임스딘의슬픈눈동자,너무도완벽한미인인리즈테일러와오드리헵번의상큼함,
여자인제눈에도백치미를느끼게하는마릴린먼로등영화속의그들의모습이너무도자연스럽고당당
해보이며저의어린감성에불을질러버린거지요.
그들의모습에선꾀꾀묵지않은산뜻함과언제든지자신을드러내고또잘못을즉시인정해버리는쿨한
면이있었습니다.그러면서저는그들처럼그렇게합리적이고당당한인생을살겠노라고결심하게됩니다.
제가좋아했던영화중에’초원의빛’이라는게있었습니다.사랑하는남자와엄격한부모의통제하에
서갈등을느끼던주인공은결국사랑을잃게되고정신병원에가는처지로까지되어버리는데나탈리웃의
청초한모습과핸섬한웨렌비티의슬픈사랑얘기가가슴에저리게다가왔었습니다.
중학생이었을때로기억하는데벌써그나이에저는여자의순결이그리중요하고그것을지키기위해사
랑하는사람과헤어질수도있음에대해엄숙히숙고해보기도하였지요.그러면서과연인생에정답은
무엇인가라는근원적질문도던져보면서요.
그당시제가좋아했던티브이시리즈도있었는데바로"Therichmanandthepoorman’이라는제목의
드라마였습니다.특히거기에나왔던주인공피터스트라우스라는배우의지적인면은제게오랜동안
이상적인남성상으로자리잡고미래의제남자도바로그런사람이어야한다고제자신에게최면을걸었
었습니다.
지적이고냉철하면서도사랑엔모든걸불사하는남자중의남자로써주인공의모습은저에게더할나위
없이사랑에대한환상과꿈을그리게만들었지요.그런남자를만날수있게되길마음속깊이간구
하였었습니다.
그렇게저의청소년시절은영화와함께흘러가버리고제게책과더불어정신적성숙의자양분이되었
으며많은밤을뜬눈으로지새우게도만드는가슴설레임을주었다는걸기억합니다.
비주얼한면에서영화는책보단한수위로사실감이높았고가시적인그들의한마디,한몸짓은제게
깊이각인되었지요.그러면서저의사고는넓어졌고인생으로의긴항해를준비하는귀한시간들이었습
니다.
지금다시시간을내어옛영화를보게된다면그때의느낌과는사못다를것입니다.
지금의감성으로받아들일테고어린시절의순수한눈이아닌현실적인어른의시각으로보게되겠지요.
어쩜개중에는여전히저를가슴설레게하고진한감동을주는작품도있을겁니다.하지만그때그
순간제게중요했고영향을끼쳤던그느낌이그대로일리는없을거라는점에서다시보기가겁이남을
고백합니다.굳이고이묻어있는보물을꺼내놓고허망해하는짓은하고싶지않다는게솔직한심정일
겁니다.
***아래영화"로미오와쥴리엣"은고등학교때보게되었는데아!그때우연히도제가맘속에조금
좋은감정을품고있던어머니친구분의아들(엄친아)과함께보게되어얼마나가슴이쿵당쿵당했던지
말이죠.지금은다지나간옛추억이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