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 대하여….

다늦은밤문득어떤책을읽다가그리운사람이라는글을보게되니제추억속에떠오르는두사람이

갑자기생각났습니다.아주오래전알았었고마음속깊이소중히간직했었던귀한인연의사람들입니다.

첫번째얘기,

벌써20여년전이네요.대학교1학년때…..

학교마치고친구와학교앞을걸어가고있는데웬남학생둘이와서우리에게말을걸었습니다.

"저..죄송하지만잠깐말씀좀드릴께요.오늘후배들미팅시켜주기로했는데……주절주절……."

저는약간뻔한스토리같기도하고좀쑥스럽기도하고해서그냥무시하고갈려고했는데옆에있던친구가

바람을잡는겁니다."어머…저희특별히할건없지만…..그래도글쎄요…어쩌지?"이러면서저를꾹찌르는

겁니다.저는웃음이나오려는걸참고"야그냥가…어쩌자고?"그랬는데…여차저차해서미팅자리라는곳에

따라가게됐습니다.

그전에도몇번길거리제안(?)을받은적은있었지만그날만유독장소까지가게됐지요.

거기에는두명의K대학남학생이있었는데한쪽은평범한타입이고또한쪽은너무도순진해보이는학생이었습니다.

이런저런얘기를좀나누다가그순진한학생과말이잘통하는것같아생각보다시간을보냈습니다.

원래는사정을하니참석만하고금방나와야지했었거든요.그런데대화를하다보니’참이렇게착한애도세상에

있구나’싶으면서얘기가길어지는겁니다.

그렇게인연이되어그아이와가끔만나이런저런얘기를많이나누었습니다.제주위에남자가많지않아서

저는남자에대핸거의까막눈이었는데그아인저랑같은학년이지만일찍학교에들어가나이론한살이어리고

(엄밀히말하면몇달차이밖에안났지만)말하는모습이나행동거지가바른생활맨인게조금은동생같이도느껴

지면서남자라기보다인간으로써호감이갔다고나할까요?

아뭏든그아이와그학교축제에도파트너로함께가고또그아이친구학교축제에도함께가는등말하자면

교제를좀했던셈이지요.

그아인조용한품성을가졌고사려깊고그윽함이있는그런아이였습니다.언행이일치하고사람에게전혀부담을

주지않는그런사람이었고내면의향기가큰키와어울려신비한매력을지닌그런아이였지요.

저가그때왜그런말을할생각을했는지는지금도잘모르겠는데무슨소설속주인공이라도된듯이어느날

그아이에게"너는우리사이가어떤거라고생각해?"이렇게말을꺼내면서그아이를당황하게만들었고

"나는사랑하는사람이있는데너는그냥친구야.그런데생각해보니너를위해말을해야할것같았어."라는

한마디로그아이를하얗게만들어버렸습니다.

어떻게대화를끝내고돌아왔는지기억에없지만그후에생각해보겠다고하면서한동안연락이없이지내다가

어느날학교로편지를보내왔습니다.자기는친구라도좋으니계속만남을갖고싶다고.

그렇게친구로몇번은더본것같은데그러면서웬지그아이한테못할일을하는것같은생각에아예전그냥

그만만나자고했고그렇게그아이와의짧은만남을마치게되었습니다.

그땐그게최선이었다고생각했었는데그후로가끔생각해보면인연이아니어서일수도있지만내가왜그렇게

좋은사람을놓쳤었나하는아쉬움도남았었습니다.그러면서그아이에게미안한마음과함께저만의좋은기억

으로귀하게간직하게되었구요.

두번째얘기,

대학4학년때영어연극에출연하여연습을하던중지도해주시던미국인교수님께서따로영어를가르치고

계시던S상사회사원들과미팅을주선하셨습니다.이제막사회에발을내딛은사회초년생들이미팅이그립대나

어쨌대나하면서저희대학생들과의만남을강제적으로요구한거였습니다.

파트너를정하는데남자분들의물건을꺼내놓고저희들에게집으라고하는데다집어가고두개가남았었고

다른한개는기억이나지않지만제앞에500원짜리동전이있길래그걸집었습니다.

그임자와짝이됐지요.시작전에그쪽편을보고모두가제일킹카라고했던사람이었는데그사람이바로제

파트너가된겁니다.멋있고대화를해보니재치와유머가번뜩이는그런사람이었습니다.

전기분이좋아지면서’내게도이런행운이’그런맘으로저의매력을과시하기위해성심성의껏대화에응했죠.

저에게왜돈을집었냐고묻더군요.저는"돈이라서집었는데요."이렇게대답했구요.

지금이나그때나곧이곧대로솔직하게요.저보다네살이나연상이었던그분은인생의경험도훨씬풍부했고

이렇게저렇게말도참재미있게잘하시는그런분이셨습니다.

저에게많은얘기를들려주며인생에도움이되는그런분이라는생각을굳히게만들었구요.물론연락처도교환

하고그렇게헤어졌습니다.그러다다음에만나기로한약속이어긋나고저는속으론애탔지만자존심상내색

없이지내고있는데그쪽에서연락이왔더군요.그렇게저희들의만남은계속되어갔습니다.

나중에저의인내심을떠봤다나뭐라나그러면서조금은카리스마적인그러면서도부드럽게여자를다룰줄도

아는매너있고자상한그런분이었습니다.노래도잘부르고아는것도많고거기다그당시저의순진한눈에는

‘아그렇게용감했다니’하는탄성이나오게운동권인적도있는삼박자다갖춘매력적인상대였지요.

그분집에도놀러가보고저희집에도놀러와보고그렇게지냈는데갑자기어느날저에게"정생씨를위해이제

안만나는게좋겠어."그러는겁니다.저는그분과굉장히코드가잘맞았었다고생각했었고결혼까지는몰라도

아직은헤어질생각을해보지않았는데그렇게나오니우선은자존심이대단히상했지요.

그래서어영부영대답을한것같고그렇게집에돌아와서도이유를모르겠는게뒷통수맞은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그분을통해과거의여자에서아직도벗어나지못함과저에게미안함으로그랬었다는얘기를듣고사람의

인연은억지로할수없음을다시금깨달게되었지요.

‘그래어쩜그사람과헤어지길잘했는지도몰라.너무비슷해도안좋다던데…’그렇게스스로를위로했었습니다.

사실그분과만났을때둘이생각하는게너무똑같아놀랬던적이한두번이아니었거든요.저는그분을사랑했는

진잘모르겠고제가만나본남자중가장지적이면서도완벽했던사람과저가닮았다는것만으로도만족했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면서저의생에있어그리많은경험은없었지만그래도만나지말자는얘기를먼저한게아니고먼저들었다는

점에서그당시엔생의오점으로여기고여러날을괴로와했던기억이있습니다.그러면서저의정신이또성숙해

갔음도부인할순없습니다.

후에그분을한번더만나게됐는데여전히잘대해주시며진심으로미안했지만그게최선이었다라는알쏭달쏭한

얘기를남기고그렇게떠나갔지요.

지금생각해보면사람의인연은다정해져있다라는생각이듭니다.우리가아무리피하려고해도만날건반드시

만나게되고아무리만나려고해도못만나게되어있으면만날수없다라는진리를세월이가면갈수록실감하며

살게됩니다.

무수한사람중에하필그사람을만나인연을맺고인연을끊고하는것이어찌우리미약한인간의뜻으로가능한

일이겠습니까?우리가주위에서나자신에게일어나는일들을보아도알수있듯이분명세상에존재하는절대자의

손길은분명느낄수있습니다.

그러므로겸허하게생을받아들이고너무애닯아할것도,너무간절할것도없다라는게저의삶의철학이되었

습니다.그저흐르는데로그렇게자연스럽게살아가다보면자신이뿌린만큼거두며정직하게인생의성적표를

얻게되는것같습니다.자신이한그대로만큼더도덜도아니고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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