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다시 느끼며 옮김

[특별기고]중국관료들,직접만나일해보니…
‘투자걸림돌’되면법까지바꾸더라!
시당서기“잠깐만시간을달라”요청…불과3주뒤에“법규바꿨으니투자해달라”연락
“투자해줘고맙다…내판공비절약해떡값만들었다”공무원이기업인에게한국어로인사

“중국은거대하면서도빠르다.반면한국은작은데도느리다.획기적인변화가없다면한국은(국제경쟁에서)패배하게될것이다.”(Chinaisbigandquick,whereasKoreaissmallandslow.Withoutdrasticchanges,Koreawilllose.)

2004년12월초,한국사정에정통한한미국고위관리가소수의미국및한국기업인과의사적인만남에서한얘기다.그자리에참석했던사람으로부터전해들은것이라구체적인정황은모르겠으나,수년간중국관련비즈니스를하면서‘적어도이말이중국과한국의관료의행태를비교하는데는상당히근사한표현’이란느낌이들었다.

중국은확실히두려운나라다.크기나인구뿐아니라발전을향한의지와속도면에서도그러하다.그러나여러해동안중국관련비즈니스를하는과정에서중국관료집단의근무자세를보며그들이진정으로두려운상대임을온몸으로느꼈다면지나친표현일까?

중국관료집단에관심을갖게된계기는2001년여름,허베이(河北)성성장이던뉴마오셩(金丑茂生:현정치협상회의부주석)과의만남이었다.그는후진타오주석과같은해에칭화대학수리공정과를졸업한,깡마르고작달막한사내였다.그때포스코건설은허베이성소재유수의제철소가발주하는철강공장건설국제입찰에참여하기위해‘줄’을달아서그를면담해야하는입장이었다.

기억이정확하지는않지만저녁5시에성장실에서그와면담을하고영빈관에서만찬을하도록약속이되었는데,이동하는도중“6시까지영빈관으로곧장오라”는연락이왔다.영빈관에서도그는20여분늦게,소매를걷어올린흰색와이셔츠에작업복바지차림으로땀을뻘뻘흘리며들어섰다.그리곤“지방의공장건설현장을시찰하러갔다시간이늦어져옷도갈아입지못하고바로오는길”이라며“귀한손님을기다리게해서미안하다”고몇차례나거듭사과했다.

상견례가끝나고연회장으로옮기는사이에그는짬을내어말끔한차림새를하고나왔다.식사도중허베이성뿐아니라중국전역의경제현황을수치를들어가며소상하게설명했다.“허베이성에위치한3개의제철소가한결같이설비가노후하여문제”라며“특히환경측면에서가장선진화된포스코(POSCO)와의협력을필요로한다”고역설했다.그리곤그자리에서바로우리가방문하고자하는두제철소의회장에게전화를걸어“허베이성철강업의발전을위한좋은기회이니성공적인협력관계를맺도록하라.그리고추후의진행상황을수시로보고해달라”고지시했다.

그는허베이성내제철소들의신예화사업,조악한벽돌집일색의농촌가옥을지진에안전하고단열도잘되는스틸하우스로개조하는사업,그리고환경보호를위한하수처리장건설사업분야의협력에특히관심을보였다.그의주선에의해2001년말한국의한주택건설업체가탕산(唐山)시교외에3동의스틸하우스견본주택을건설한일도있었다.

그는몇차례우리나라를방문했는데,올때마다허베이성의고위관료와기업인을대동하여잠시도쉬지않고관심있는분야의산업현장을돌아다니며기술적인분야까지도탐구하고배우는열성을보였다.포스코건설은그의도움을받아중국유수의제철소인한단강철이발주한아연도강판및컬러강판제조설비를수주하여중국의철강공장건설시장으로진출하는교두보를마련할수있었다.허베이성은넓이가20만㎢에인구7000만정도로,남북한을합한것과비슷한규모이니그의지위가어느정도인지짐작할수있을것이다.

한번은중국경제의급속성장의원인을물어본적이있는데그의답변은“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한마디였다.즉‘경제는이론이아니라현실’인데,중국지도자들의면면을보면거의가현장에서잔뼈가굵은실물경제통이어서그런것아니겠는가하는설명이었다.덩샤오핑의‘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에바탕을둔사고방식일것이다.이러한인물들이실물경제를직접챙기면서불철주야현장을누비는모습을보고중국의미래가구체적인두려움으로다가옴을느낄수있었다.

“경제는이론이아니라현실”

▲2003년10월중국장수성수조우시투자설명회에서수조우시장·부시장과함께상품전시회를둘러보는조용경부사장(오른쪽에서두번째).

2003년하반기,포스코건설은장수(江蘇)성장자강(張家港)시에포스코가합작으로건설한포항제철불수강유한공사의3기확장공사참여를준비하고있었다.1기와2기사업에서는주요설비를한국및제3국에서제작하여납품할수있었으나,3기확장사업이눈앞에다가온시점에서중국의관세법개정으로인해현지에법인을설립하지않고서는참여가불가능했다.이사업은규모면에서도저히포기할수없었기에,현지법인을설립한다는방침을정했다.그러나우리가목표로하는외자법인설립은사실상중국국내무역을허용하는것으로,2005년말까지는외국기업의단독투자가허용되지않았다.

이러한상황에서필자는2003년10월말장자강시정부를방문하여자오푸롱(趙福龍)당서기를면담,“직접투자를하려는데,현지법규때문에어렵다”는사정을설명하고도움을요청했다.내말에귀를기울이던그는“나에게시간을좀달라”고했다.그것이거절의외교적수사일것으로지레짐작한나는낙담한채돌아왔다.

그런데천만뜻밖에도장자강시정부는장수성정부와의협의를거쳐‘중국이외국기업에대해중국국내무역참여를허용하게되는2006년이전까지는장자강시계(市界)내에서이공사만을위해일한다’는조건부로법인설립을허용할것이니조속히설립준비를하라는통보를해왔다.이때가11월중순이었으니당서기가시간을달라고얘기한지불과3주일남짓한시간에내려진전광석화같은결단이었다.

이때부터우리는법인설립신청서류를준비하여11월26일에서류를제출했는데,5일후인12월1일자로영업허가증을받았다.놀라운정도가아니라기가질릴정도였다.나중에들은얘기지만장자강시정부는이허가를위해부주임급2명을선정,신청서류작성에서부터시작하여환경영향평가,사업타당성보고서비준,정관심사,기업대마(code)수속,각종등기등통상5주일정도소요되는복잡한과정을밀착지원하여불과5일만에끝냈던것이다.

이모든절차에소요된기간이약2주일이었는데,그동안우리직원이장자강시를찾아간것이두차례에불과했다면이를믿을사람이몇이나될지궁금해진다.이렇게설립된포스코건설현지법인은설립4개월만인2004년4월초,국제입찰을통해1억2000만달러규모의설비를수주하는개가를올렸다.

이처럼신속한업무추진의배경에는1990년대중반부터지속된장자강시정부와포스코그룹의신뢰관계가작용하기도했겠지만,‘지역발전을위해서는외자유치가관건’이라고판단한중국관료의열린마음과사명감,그리고열정이아니었다면불가능한일이었을것이다.

2004년1월중순,나는시당국에대한감사인사와신년인사를겸해장자강시를방문했다.도착하던날,포항제철불수강유한공사의사장과저녁약속을했는데,마침회사가위치한진펑진(錦豊鎭:구청)의진장(鎭長)주최로주요지역기업인을위한만찬이있어서참석하게되었다.

행사장에서부시장과인사를나누었는데“안녕하십니까.진경안(秦景安)입니다”라고또렷한우리말로인사를하며그가내민명함에는‘장가항시부시장진경안’이라고한글로큼지막하게인쇄가되어있었고,주소와전화번호까지도한글로표기가되어있었다.인구100만명규모의도시에서,최고위급간부가이처럼한국어를익히고,한글명함까지만들다니….

그날시측에서는부시장과진장,부(副)진장등3명,그리고나를포함한14명의기업인이참석했는데,만찬이시작되자시의간부들은술병을들고원탁을돌면서기업인들에게부지런히술을권했다.한국에서는기업인이먼저가서공무원에게술을올리는모습만을보아왔던내게는참으로신기한장면이었다.

만찬이끝날무렵부진장이슬그머니일어나더니참석자들에게봉투를하나씩돌렸다.이어서진장이자리에서일어나인사말을했다.“지난한해우리진이많은발전을했는데이는전적으로여러분의협조덕분이다.지금여러분께드린건설을맞아고마움의표시로드리는떡값이다.적지만내판공비를절약해만든돈이다.올해에도여러분과우리진이함께발전할수있도록노력해주기바란다.앞으로일을하는도중어려움이생기면즉각본인이나부진장에게연락해달라.바로시정해서여러분에게불편이없도록하겠다.”

나중에정사장이개봉한노란봉투안에는중국돈2000위안이있었다.우리돈으로30만원남짓한액수지만구매력으로따진다면훨씬더큰돈이었다.요즘한창부패방지운동이전개되고있으니앞으로야달라지겠지만,명절이되면기업하는사람이공무원에게떡값을돌려야한다는게우리의상식아닌가.그런데거꾸로고위공무원이기업인에게떡값을돌리다니….

개혁개방겪으면서‘의식’180도바뀌어

2004년가을모처럼베이징을방문했던길에우리나라와관련된일을하는중국정부의고위인사를만나중국과한국의관료집단의행동양식에관해얘기를나눈적이있다.그는“중국관료의의식이급속도로바뀌게된것은덩샤오핑에서장쩌민시대에이르기까지개혁·개방정책을추구하면서‘가장중요한것이관료집단의의식개혁’이라는사실을절감,공산당당료중심의이른바‘철밥통세대’를배제하고‘옌칭화(年輕化)’니‘췐먼화(專門化)’니하는슬로건하에젊고전문지식을갖춘그룹을과감하게발탁하면서비롯된것”이라했다.특히외자유치의중요성을강조하면서실적이우수한공무원에게는승진이나보수등에서과감한인센티브를부여한것도중요한동인일것이란분석을덧붙였다.

요즘우리경제가어렵다고야단들이다.정치인,공무원할것없이입을열었다하면“경제활동에불편이없는나라를만들겠다”고공언한다.그러나막상우리관료들을상대로일을하다보면답답하다못해기가막히는경우도생긴다.나라를위해서나경제발전을위해서가아니라자신의철밥통을위해,그리고감사에대비하기위해일을하는것아닌가하는의문을갖게되는경우도적지않다.근년에들어세계적인기업의투자가중국으로집중되는이유가무엇인지,그리고다수의기업이다투어설비를중국으로옮겨가려는이유가무엇인지한번쯤진지하게생각해볼필요가있지않을까?

다행스럽게도대통령이경제회생을위해‘올인’하겠다는다짐을했고,여야정치인도앞다투어‘기업하기좋은나라’건설을내세우고있으니올해에는틀림없이정치계와관료사회내부에서부터무언가획기적인변화의바람이불어올것같은조짐이보인다.만약그것이‘작아도빠른나라’로의탈바꿈을보장하는변화에서부터시작되는것이라면,미국의고위인사가우려하는‘한국의패배’는기우에그칠수도있지않을까싶다.대단히조심스러운예단(豫斷)이기는하지만….

/조용경포스코건설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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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미국에살때만해도고급백화점에가보면비싼옷들이거의메이드인코리아아님메이드인홍콩

이었음이기억에납니다.그래서덩달아어깨가우쭐해짐을느꼈고멀리서나마조국의발전을흐믓하게

바라보았지요.

그러던게그후미국을방문했을때메이드인차이나제품이많아졌음을느끼고’이거안되는데…’

하면서불안해졌습니다.드디어우리나라는뒤로밀리고하다못해노조니비싼임금으로우리나라공장들

까지중국으로옮기면서우리나라의경쟁력은뒷걸음치게되었지요.

6.25전쟁때문도있고그저중국사람들은지저분하다는고정관념도있고이렇게저렇게중국은정이안가고

미웠었는데막상이곳몬트리얼로오고나서많은중국인들을가까이에서관찰할기회가생기면서그들에

대한그동안의저의생각이얼마나편견적이었나를느끼게되었습니다.

그들은시끌벅쩍하고목소리가크지만말로만떠드는민족이아니었고그야말로실속이있는꽉찬민족이

었습니다.자기네나라의학생들이와서공부할수있게여건을마련해주고오면물심양면으로도와주며

현지에서의생활에필요한정보도알차게꾀고있는그런사람들이었지요.

말로주로다하는대부분의우리나라사람들과는대비되는,그래서열등감과자괴감에고개숙이고은근히

부러워하게되는그런민족들이라는걸알게되기엔그리오랜시간이걸리지않았고현지에서의온갖혜택은

다누릴줄아는어찌보면조금너무하다싶을정도로자신들의이권을챙기는모습을목도할수있게된것

입니다.

여기에서저희들끼리도"정보를얻으려면중국인친구를사귀어라"는말을공공연히할만큼그들의침착하고

확실한내공다지기는정평이나있습니다.

그런와중에이렇게중국을칭찬하는글을읽게되니부러움반시새움반묘한감정이교차됨을느낍니다.

그리고확실히인구면에서,경쟁력에서미국을상대하고있고또한충분한잠재력을가지고있는그들에대해

우리나라에서도연구가절실함을강조하고싶습니다.

분명히그들의경쟁력상대는미국이며그옆에바로붙어있는우리나라의처지에서보면까닥하다간고래

사이에새우등터지는꼴이될수도있음을명심해야함을또한번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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